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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41화 (341/1,559)

제 341화

111. 신벌

신검 칼디라스는 마왕을 죽일 힘을 지닌 신검이다.

청단이와 홍단이는 강력하지만 벨리얼을 단번에 소멸시키기 위해선 칼디라스가 반드시 필요했다.

예전 검신 하레스는 자신의 양딸이었던 페르세르크를 직접 칼디라스로 베었고, 그녀의 육신을 파괴한 뒤 검에 그녀의 영혼을 담아두었다.

그때 그가 무슨 의도로 그런 일을 했는지는 직접 물어본 바 없다.

[대적자가…… 대적자가 마왕이라니, 미x 새끼…… 넌 정말 미x놈이야.]

칼디라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대로 검을 뽑아냈고 심장을 잃은 채 쓰러지는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왕으로서의 힘과 권능을 모조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페르세르크는 마왕이 되기 위해 다른 마족 후보를 모두 물리쳤고 모든 권능을 자신의 몸에 담았다.

그런 상황에 나는 페르세르크의 고유 권능인 심연의 권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권능을 내게 흡수시켰다.

아니, 정확히는 흡수시키려 했다.

하지만 주신 프리아 여신은 그리 녹록한 의지가 아니었다.

투쾅!!!

거대한 빛과 함께 내 몸에서 대량의 힘이 터져나가기 시작하더니 힘의 덩어리가 된 권능들이 모조리 흩어지듯 사라져 버렸다.

내게 남은 권능은 단 하나.

그 외에 심연을 제외한 6가지 중 내가 가진 한 가지를 제외한 다섯 가지 권능은 마치 신의 품으로 회수되듯 그대로 사라졌다.

내가 이런 짓을 저지르니까 그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권능 대부분을 빼앗겼지만, 상관은 없었다.

마왕을 죽임으로써 나는 마왕이 될 자격을 얻었고, 문제없이 정확한 위치에 도달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 몸 안에 남은 권능의 내용물은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마족 특유의 힘인 마기가 내 몸 안에 자리를 잡고 감돌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어서 와. 인간의 몸은 처음이지?

신입 놈이 견디기 조금 빡셀만큼 내 몸엔 선임들이 많다.

네 선임 격인 마나들이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니거든.

거대한 힘의 폭풍이 서서히 걷힌다.

동시에 나는 새빨간 혈안으로 바뀌어버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대적자가 마왕이라니.

퍽 웃긴 일이다.

애석하게도 인간이기에 뿔이 자라진 않았지만 나는 평소보다 더 빨간 눈을 지니게 되어버렸다.

허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대공 아스타로트 그리고 급진파 뱀파이어를 이끄는 글러트니.

이외에 촉수에 붙잡힌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페르세르크까지.

마지막으로 벨리얼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충격에 빠진 일리나도 존재했다.

오래 본 사이는 아니기에 정이 들 것도 없었지만 일리나는 자신의 검에 의해 자신이 살렸던 이가 죽었다는 사실에 꽤 놀란 듯 보였다.

“전쟁은 여기서 끝이다. 성자이되, 대적자이며, 마왕으로서 명한다. 모두 돌아가라. 그리고 전해.”

페르세르크를 마왕으로 만들고 싶다면.

세상을 부술 각오를 하고 내게 덤비라고. 마왕쟁탈 사투는 주기적으로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니 거부하지 않으마. 대신 목숨이 아깝지 않은 놈만 덤벼라.

모든 수를 써서라도 가루 하나 남기지 않고 죽여버릴 테니.

내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살아남은 마족들은 모두 내 말뜻을 이해한 듯 보였다.

“이건…… 있을 수 없어……인간이……마왕이 되다니……”

“여기 눈앞에 결과가 있잖아.”

“당신이 뭘 알아! 우리 종족이 그 척박한 환경에서 얼마나 고통을 받아왔는지 당신이 아는가!”

“그래서 티오니스를 침공했었나?”

“선조의 잘못을 어찌 후손의 잘못으로 두려 한단 말인가!!”

격분하는 아스타로트의 표정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유일한 희망이자 구심점을 인간에게 빼앗겼으니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에 다른 놈에게도 이런 말을 했었는데.”

“……”

“정말 급했다면, 이렇게 싸움을 걸어오면 안 됐어. 도움을 요청했어야지.”

내 손에 명을 달리한 신목이 그랬거든.

난 마족에 딱히 유감은 없는 편이다.

콰지지직!!!

멍하니 서 있던 아스타로트의 육신이 힘이 다한 듯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던 모든 마족에게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마왕은 마왕 찬탈을 위한 결투 즉 x고라 같은 시스템을 제외하고 권능을 이용해 하위 마족을 죽일 수 있다.

분신체인 그들이 죽는다고 본체가 죽진 않겠지만.

적어도 쫓아내는 데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순식간에 마족들이 사라져버리자 뱀파이어의 수장 격인 글러트니가 허망하게 무릎을 꿇고 손을 바르르 떨었다.

그런 그를 향해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칼디라스를 이용해 그의 목을 날려버렸다.

애초에 마족은 신을 배덕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 측에 용사가 있다면 마족에겐 마왕이 존재한다.

신은 두 종족 모두에게 공평하게 축복을 내린다.

촉수에 둘러싸인 페르세르크가 악을 쓰며 그곳에서 벗어나 내게 달려들었다. 순간적인 힘으로 촉수 다발에서 탈출한 그녀는 육신을 본래의 크기로 키운 뒤 내게 달려와 멱살을 틀어잡았다.

혼령인 그녀가 사라지지 않는 건 그녀의 팔과 다리, 허리에 휘감겨진 촉수의 파편이 아직 매달려있기 때문이리라.

-그대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알기나 해?! 신의 규율을 어겨서 어쩌겠다는 게야! 죽고 싶어?! 죽으려고 환장했어?!

자신의 안위보다 나를 걱정하는 그 모습에 나는 그녀의 뿔을 냉큼 틀어잡아 내 품에 당긴 뒤 그대로 방향을 틀어버렸다.

인체공학적 뿔. 역시 최고의 손잡이다.

“됐고, 너 좀 전에 나보고 뭐라고 했냐?”

-뭐……뭐?

“마음이 없진 않았다고?”

쾅!!

그대로 그녀를 벽으로 몰아 그녀의 뒤 벽을 후려치자 그대로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 억센 파편에 나는 말없이 손을 뻗어 실드 마법을 펼치고는 파편을 모조리 막아내 버렸다.

음…… 벽치기를 하면 여심을 흔들 수 있다는 책은 아무래도 거짓말인 듯 보였다.

“아직 육신이 완벽하진 않지만 말이다. 당장 말하고, 먹고, 걷고 볼 수는 있을 거다.”

내 말에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에 나는 고개를 까딱였고 곧 거대한 관을 등에 진 채 허공에 둥둥 떠서 나타난 은발의 작은 소녀를 볼 수 있었다.

-뤼……륀느……

“데이비님. 빠른 속도로 배달 완료. 임무 완수에 대해 륀느가 매우 높게 평가해!”

“그래. 아주 높게 평가.”

담담하게 말한 나는 그대로 모두가 죽고 사라진 의식장의 중앙에 놓인 마왕의 육신을 파괴해버렸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그 안에서 도저히 사람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촉수 덩어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흐읍?!

“꺄악?! 저게 뭐야?!”

기겁한 페르세르크와 일리나의 외침에 나는 혀를 찼다.

“이 새끼들이 만든 육체가 조잡하지 제대로 될 리가 있냐. 륀느, 저거 치워버려.”

내 말에 거대한 포신을 만들어낸 륀느가 깔끔하게 육신을 지워버렸다.

마왕의 육신이지만 그래 봐야 혼령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 힘을 보관할 그릇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출력을 높이려다 보니 내용물이 저 지경이 된 것이리라.

강해 봐야 거기서 거기일 뿐.

이윽고 관에서 아담한 체격을 가진 소녀의 몸을 꺼낸 륀느는 익숙하다는 듯 마법진을 광자포로 지워버린 뒤 새로이 그리고는 그 중앙에 가져온 아름다운 나신을 한 소녀의 육신을 올려놓았다.

“마법진이고 나발이고, 땅만 빌리자.”

마족 그레이브의 탈을 쓰고 있던 심연의 존재가 페르세르크를 내 성흔에서 떼어낸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나는 그녀의 팔을 그대로 잡아끌어 마법진 안에 밀어 넣었다.

우웅!!

동시에 다시 마법진이 가동하며 그녀의 혼령과 륀느가 가져온, 내가 임시방편으로 만들어둔 그녀만을 위한 육체가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권능 말고는 대부분의 힘을 쓸 수 없겠지만,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혼과의 동기가 강해지면서 그녀의 주특기였던 마법을 서서히 되찾으리라.

-데이비!! 데이비!!

마법진의 결계에 갇혀 나를 격하게 부르는 페르세르크의 외침을 무시하며 나는 륀느를 향해 당부를 던졌다.

“그대로 일리나와 페르를 데리고 돌아가. 하인스 영지로 돌아가서 전해.”

나는 곧 돌아간다고.

그리 말하기가 무섭게 캄캄한 천장에서 빛기둥이 떨어지며 나를 가두기 시작했다.

뒤통수를 맞은 주신님이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다만, 신벌을 받는다 해도 소멸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 주신 프리아 여신이 가장 견제할 대상이 멀쩡히 살아나갔으니 말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심연의 존재였던 그레이브의 육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외에 뱀파이어 중에선 연금술사이자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밀피유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신벌에 소멸할 정도로 내가 대책 없이 이 일을 벌이 진 않았다.

[운명의 뒤틀림을 만든 미치광이 데이비 올 라운에게 심판을 부여. 7등계 심판을 선고, 거부할 시 혼의 소멸.]

거부권 따윈 없는 신벌은 상당히 분노한 듯한 신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당장 폐기처분을 해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는지.

-데이비! 그만둬! 대체 어디로 가는 게야!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나를 붙잡으려는 그녀와는 반대로 나는 빠르게 손끝부터 흩어지듯 빛의 기둥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규칙을 어긴 놈은 심판을 받는 거다. 페르세르크. 그래도 성자인데 대번에 죽이기야 하겠냐.”

나도 성자 덕 좀 제대로 보자.

딱 한 번 이런 경험을 먼저 겪은 선배의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

사라져 가는 육신에 저항하지 않은 채 나는 말없이 경례를 하는 륀느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음 역시, 잘 가르쳐놨더니 자세부터가 남다르다.

“네가 페르세르크를 지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리고 무례하게 구는 놈이 없게 대우하고.”

“륀느, 호위 임무 매우 효율적인 골렘이라고 자부. 이것을 높게 평가.”

빈약한 가슴을 펴며 붕대가 감긴 맨발을 자박자박 걸어 내게 다가온 녀석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페르세르크의 몸에 혼이 안착하면 이제 그녀는 누구에게도 보이게 될 것이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신 프리아와 세계의 규칙은 오로지 내게 정신이 팔려있으니 그녀의 부활의식 자체에 제재는 없었다.

이윽고 얼굴과 한쪽 팔을 제외하고 모조리 빨려 들어간 나는 허망하게 나를 바라보는 페르세르크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가긴 어딜 가 이 자식아! 누가 너 죽게 내버려 둔데?! 어림도 없어!”

제대로 된 상황을 알지 못하지만, 내가 사라져 간다고 생각한 건지 몸이 먼저 움직인 모양이었다.

겁도 없이 일리나가 칼디라스를 집어 들고 빠르게 뛰어오더니 그대로 내 손을 낚아챘다.

“야 인마.”

“어?”

황당한 행동에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 질문을 던지자 그녀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동시에 빛이 일순간 나를 집어삼켰고.

“꺄아악!!”

그 뒤를 이어 일리나까지 삼켜버렸다.

쿠당탕!!!!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딱딱한 모랫바닥에서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몸 위에 쓰러져 기절해있는 금발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신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는 이는 없다. 아무리 성자라도 신벌을 받는 이에게 다가와 손을 뻗는 짓을 하다니.

일리나도 제정신은 아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익히 알려진 신벌과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신벌을 통한 심판의 과정 내내 이 녀석과 동반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평소 나와 함께하던 페르세르크가 내 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렇기에 오랜만의 고독에 씁쓸한 기분을 숨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혼자만의 심판행은 받지 않아도 되었다.

고마워해야 할지 목숨 아까운 줄 모르냐고 화를 내야 할지.

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안위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손을 뻗은 그녀의 기절한 모습에 나는 괜스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초대 성녀 다프네는 단 한 명의 빈민을 구하기 위해 신을 거역했고, 그 탓으로 심판을 받았었다.

이후 그 심판을 온전히 이겨냄으로써 신의 용서를 받았지만, 나의 경우는 어떨는지 알 길이 없다.

오랜 시간 존재해온 마왕과 대적자의 규율 사이에 존재하는 한가지 틈을 이용해 엿을 먹였으니 말이다.

같은 마왕을 죽이는 방법이지만 어떤 미친 마왕이 대적자를 상대로 마왕쟁탈 사투를 신청하겠는가.

거기에 나는 초고위 흑마법을 이용해 한순간 규칙을 뒤틀어버렸고, 벨리얼이 내게 마왕쟁탈 사투를 하게끔 하였다.

결과는 대적자로서의 마왕 찬탈.

나는 대적자이며, 성자이기도 하고, 마왕이기도 하다.

결국, 대적자도 마왕도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나오지 않게 된다.

나머지 권능이 세어나가 버린 탓에 제대로 된 마왕도 아니겠지만, 이름만 마왕이라도 상관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웃기네. 아니 뒤통수 좀 쳤기로서니. 그렇게 나를 엿먹여? 언제 한번 이런 일 벌어질 거라고 예상 못 한 것도 아니면서.”

애초에 이 심판은 냉정하게 파고들면 규율을 어긴 것도 아니었다.

주신 프리아 여신을 속인 나에 대한 간단한 불만표시에 가까웠다.

그리 복잡한 문제는 터지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기절한 일리나를 천천히 등에 업은 나는 주변을 말없이 둘러보았다.

“사막이라……”

내 시야에 보인 곳은 끝이 안 보이는 서늘한 바람이 부는 거대한 사막이었다.

일리나의 경우도 이미 환골탈태를 거쳤기에 일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을 버티겠지만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말없이 권능을 이용해 상태창을 열자 프리아 주신이 내게 내린 심판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생자의 업을 저울질하는 일곱의 재판관에게서 무죄를 받아내지 못할 경우. 영혼을 소멸.]

“재판? 재판이라고?”

나는 이와 비슷한 세계가 어떤 구성으로 만들어져있는지 알고 있다.

주신의 꿈속에서 만들어진 세상 주제에 감히 누굴 판단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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