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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49화 (349/1,559)

제 349화

주체 못 할 기류에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지독한 후회와 이 거지 같은 기억을 되새기게 한 저 빌어먹을 심판자를 향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격렬한 분노가 일어난다.

지금껏 이렇게 격렬한 분노를 느낀 적은 없……

음……

“책임 못 질 짓 하지 마라. 심판자.”

내 말에 심판자의 얼굴에 수려한 미소가 어렸다.

거참, 누구 동생의 얼굴이라고 웃는 모습도 예쁘네.

“허면, 스스로 뉘우치고 괴로워하도록 더 많은 것을 보고 스스로 깨우쳐 보거라.”

그 말에 내 몸이 멈칫했다.

곧이어 영상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야! 치료방법 찾았단다! 찾았다고! 오빠야 이제 나을 수 있다더라! 운동만! 조금만 열심히 운동하면 된다고 했다! 오빠야 그동안 약속했제? 운동 열심히 해서 체력 길러놓을 거라고.]

“그래. 운동 열심히 했다.”

거짓말이었다.

[의사쌤들 말 들어보면 이쯤 되면 무조건 가능하다더라! 진짜 살다 살다 이런 날이 온다! 나는 일주일 뒤에 수능시험이고! 신기하지 않나? 시험날짜랑 수술 날짜랑 겹쳐가지고, 두고 봐라. 꼭 약대에 합격할 거다. 나중에 오빠야 그 비리비리한 몸 케어해줄 테니까.]

“오징어가 재주라도 있긴 한가 보네.”

[하! 한배에서 나온 내가 오징어면 오빠야 니는 꼴뚜기 새끼가? 등신이가?]

“쓰읍.”

더욱 섬뜩해진 내 눈이 시커멓게 변색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손등 위로 검은 핏줄 같은 것이 돋았다가 사라졌다.

벌써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이게 신벌입니까? 개 X같은 기억을 보여주는 게?”

“신벌이 아니라 네 업보이니라.”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니야. 좀 닥쳐봐.”

심판자의 말에 나는 흐려진 시야를 들어 환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감정이 없는 신에 호소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수술대로 향하면서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한 내 모습과 눈물까지 흘리며 내게 잘될 거라 웃어 보이던 누나의 모습.

그리고 내가 치료될 거라 믿으며 열심히 시험 치르고 있을 동생까지.

그 모습을 보던 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새카맣게 변한 내 동공 속에 아무런 빛도 남지 않았을 때 즈음.

내 전신으로 새카만 무언가가 싸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쿵!!!

동시에 엄청난 진동이 일대에 울려 퍼졌다.

금기를 어긴 자는 신의 이름으로 벌한다.

단순히 지금 내가 겪는 이딴 신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짜 신의 격노를 보게 되리라.

그 구절은 다프네에게 배운 신의 목소리, 마지막 구절이다.

나는 인간으로 남기 위해 금기만큼은 어기지 않는 선에서 움직였다.

그 정도로 큰 위기는 겪기 전에 선수를 쳤고 애매한 것들도 가능한 범위까지 끌어내렸다.

하지만.

그 금기를 다른 이도 아니고 신인 당신이 어기라고 종용한다면.

나는 그딴 시험에 속아 우를 범하는 어리석은 양이었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이 모든 건 당신이 자초했으니.

나는 당당하게 금기를 범하리다.

스르륵……

싸한 분위기를 풍기며 가볍게 퍼져나간 기류는 곧이어 완전히 사라졌다.

뒤틀린 육신은 곧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눈동자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심박수!! 떨어집니다!]

[이대로 계속 투약하다간 환자가 급사할 거에요!]

[당장 안정제 가져와!!]

격한 외침이 들려오는 환상 속의 모습은 내가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내 나태함으로 인해 수술이 실패하고,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떠나왔던 사실은 평생을 두고 나를 괴롭힐 것이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자매가 열심히 살아온 만큼, 나 또한 오래오래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 나는 멀리서 굳은 얼굴을 한 채 나를 직시하고 있는 일리나를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기다렸다는 듯 심판자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내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현아의 모습을 했던 최종심판자도 내게 다가왔다.

그런 그녀를 나는 말없이 끌어안았다.

다른 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똑같은 이를 눈앞에서 보면 못다 했던 한마디가 뭐 그리 어려웠던 것일까.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현아야.’

쓰디쓴 후회가 섞인 참회 끝에.

으그그그극!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그녀를 끌어안은 채 오른손을 들어 마치 손톱으로 벽을 긁듯 허공에 걸었다.

동시에 내 눈동자가 일순간 번뜩이며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어렸다.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렸으면 피를 볼 각오는 하셨어야지.”

싸늘한 눈동자와 다르게 입가에 광기 어린 미소가 걸렸다.

힘이 조금만 강해지면 끝도 없이 잠식하려 드는 광기였다.

개 같은 광기.

혼과 육신의 동기화가 이루어졌을 때 나타났던 지독한 흑역사의 근원은 이것이렷다.

“그것이 네 답이더냐?”

쩌적!!

순간 허공을 긁어 내린 내 행동으로 인해.

일대의 모든 공간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생금지]

[무력제한]

신이 내건 두 가지 조건은 멀쩡히 존재했다.

하지만, 금기의 업보로 사용된 내가 내뿜은 힘은 마치 회광반조처럼 찬란하게 빛나며 두 가지 제약을 보란 듯 부숴버렸다.

제약이 사라진 이상 더는 힘의 사용에 망설임이 있을 순 없는 법이다.

반 영혼의 상태로써 서서히 동기화되어가던 내 상황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완전히 동기화되며 본래 내 혼이 가지고 있던 모든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9서클 초월 흑마법]

[로드 오브 나이트메어]

악몽의 주인.

내가 만든 악몽을, 아주 잠시간 현실로 바꾼다.

그리고.

대규모의 사령마나를 사용해 만든 악몽은 그대로 힘을 발휘하며 일대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지옥을 구현해냈다.

쩌적!!! 쩍!!

몽환 세계는 일반적이 세계와 달라서 강대한 마법적인 힘에 저항력이 약하다.

그 탓에 효능 자체는 일반적으로 티오니스 대륙에서 사용할 때 이상으로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콰드득!!

마치 유리창이 깨져나가듯 지면과 공간이 뒤틀리고 부서지기 시작하자 나태의 심판자를 제외한 나머지 심판자들이 침묵으로 일관한 채 내게 빠르게 덤벼들었다.

쾅!!!

가장 먼저 파고든 탐욕의 심판자가 거대한 해머를 휘두르고 들어왔지만 나는 고개를 살짝 빗겨내는 것으로 그 공격을 피해낸 뒤 한 손을 뻗어 그를 잡아챘다.

그리고는 그대로 사령마나에 마왕이 되면서 얻은 마기까지 섞어서 방출했다.

퍼엉!!!

똑같은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전과는 한가지가 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부활하던 탐욕의 심판자가 손쓸 새도 없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이후 나는 한발을 강하게 내디뎠다.

콰작!!

안 그래도 부서져 내리던 지면이 더욱 빠르게 붕괴하기 시작했고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도깨비 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새카만 빛의 줄기가 뻗어져 나가 내게서 거리를 벌리려던 두 명의 도깨비를 칭칭 감아 그대로 내게 빨아들였다.

“윽!”

시기의 심판자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가 무섭게 언제 빨려 나왔는지 모를 푸른 검, 청단이가 서슬 퍼런 빛을 내뿜었다.

순식간에 심판자 하나를 또다시 날려버린 탓일까.

좀 전보다 위협적인 공격으로 날카롭고 가느다란 세검 한 자루가 정확히 내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몸의 반이 잘려나갔음에도 나를 붙잡고 버티는 심판자를 쳐낸 나는 공격을 피할 틈이 없다고 판단.

곧바로 한 손을 들어 정면에서 파고드는 세검을 맨손으로 막아버렸다.

어지간한 검이라면 맨손으로도 쳐내거나 막는 게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심판자들을 그런 안일한 대처방식으로 상대했다간 자칫 크게 당할 위험성이 있었다.

푸욱!!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내 손을 뚫고 들어오는 검을 보며 나는 강제로 팔을 움직여 검의 경로를 틀어버렸다.

과감한 결단에 심판자의 눈이 살짝 크게 뜨여진다.

그리고 그 행동은 아주 잠깐이지만 틈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을 만들었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상대가 뒤늦게 반응한다 해도 반드시 틈을 찾아 부숴버리리라.

나는 망설임 없이 오른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섬광처럼 찔러넣었다.

투쾅!!!

섬광과도 같은 발차기가 거대한 도깨비의 신형을 마치 포탄이 쏘아지듯 튕겨내 버렸다.

막대한 힘이 담긴 일격에 도깨비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반격을 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체력적으로는 굉장하다는 건지, 보통 다른 도깨비들이라면 몇 번이고 죽었을 공격에도 버텨내는 특이한 도깨비였다.

한 방으로 안 된다면.

두 방을 선물해주는 수밖에.

지면을 몇 차례나 구르며 나뒹구는 그에게 다시 일어나 반격할 틈을 줄 이유는 없었다.

양손을 주먹 쥐고 뻗은 나는 강제로 손을 끌어모아 붙이듯 자세를 잡았고 그대로 손을 부드럽게 교차시키며 손가락 끝을 하늘로 올렸다.

쾅!! 쾅!! 쾅!!!

동시에 마치 지면의 파편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잘게 부서지며 허공에 떠오른 도깨비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모여든 지면의 파편은 하나하나가 무기가 되어 도깨비를 그대로 찌그러뜨리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탈출하려 애쓰는 그의 미간을 향해 나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뻗었다.

우웅!!!

동시에 검지 끝으로 새빨간 기류가 마치 회오리치듯 모여들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가 모이자 나는 미련 없이 그것을 허공에 떠 제압당한 도깨비에게 강하게 투사했다.

대량의 힘이 소용돌이치는 칼날 같은 폭풍 속에서 결국 그 튼튼하던 도깨비도 명을 달리한 듯 침묵했다.

계속해서 한계치 이상의 공격이 가해진 결과였다.

심판자들의 수는 많았고 개개인의 위험성도 객관적으로 보기엔 압도적으로 위험한 존재들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헤라클래스에게서 배운 금기의 업보를 활성화해버린 내게는 그놈이 그놈일 뿐이었다.

마지막 남은 심판자의 주먹을 빗겨내기가 무섭게 홍단이로 팔을 잘라버린 나는 검을 허공에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그의 다리를 걸어 지면에 처박아 넣었다.

어지간한 공격은 타격도 되지 않을 만큼 튼튼한 도깨비도 있는데 다른 도깨비라고 없을까.

괜히 힘을 아낄 이유도 없거니와.

당장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빌어먹을 도깨비 놈들을 쳐 죽이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검붉은 기류를 끌어 올리며 망설임 없이 그의 미간에 장법을 내질렀다.

좀, 많이 아플 거다.

[혈마공]

[무극천혈기공장(武極天血氣攻掌)]

콰앙!!!

검붉은 기류가 마치 거대한 구체처럼 폭발하며 일대를 깔끔하고 정교하게 지워버렸다.

거대한 상처가 남은 지형의 곳곳에는 새카만 화염이 일렁이며 좀 전의 일격이 얼마나 막돼먹은 공격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

멀리서 굳은 채 나를 지켜보는 일리나가 여파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묵묵히 선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를 직시했다.

그녀는 마치 지금 이곳과 연동이 된 것처럼 몸 곳곳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

“……”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하던 그녀는 한참 동안 나를 직시하더니 천천히 입을 뻐끔거렸다.

“이 모든 것은 위대한 의지의 뜻일지니……”

“억울한가?”

내 물음에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적어도 당신이 심판한 이들 중 이처럼 억울했던 사람도 있었을 거다.”

“피한다고 해서 사라질 업이 아니다. 심판받는 자여.”

“적어도 지금은 아니지.”

세상과 함께 공명하며 동시에 사라지는 그녀의 존재는 속 내용물이 어떻건 겉모습은 분명 내 전생의 삶에서 미련이 남았던 여동생의 모습이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해버린 나는 천천히 한발 두발 내딛다가 그대로 허공을 넘어섰다.

와장창!!!

“……”

“뭐야, 왜 울고 있어.”

투명한 벽에 갇혀있던 일리나는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내 수준을 알고 있기에 굳이 놀랄 건은 아니었다.

물론 지금의 경우 회랑에서 급의 힘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터라 그 괴리감은 더욱 심해져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표정은 놀라움이나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서려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담긴 감정은 조금 미묘한 느낌을 주었다.

“데이비, 눈 감아.”

그녀의 말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려던 찰나.

나를 향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일리나가 손을 뻗어왔다.

희고 고운 그 손끝은 곧 내 멱살을 무식하게 틀어잡아 당겼고.

뭉클한 감촉과 함께 당혹스러운 감정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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