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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51화 (351/1,559)

제 351화

113. 고객님, 퇴장 시간입니다

콰앙!!!

무식하게 내던져진 육신을 강제로 뒤틀어 균형을 잡는다.

나와 동시에 튕겨 나간 일리나를 들쳐메고 깔끔하게 착지하는 데에 성공한 나는 귀찮을 정도로 거슬리는 머리카락을 털어내고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가슴을 더듬었다.

앗! 아아…….

탄탄한 근육 잡힌 가슴이 손으로 만져지자 절로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멍하니 있던 나는 우선 강신의 여파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일리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기본적인 육체 부상 여부를 빠르게 체크한 뒤 그녀가 단순 기절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한 손으로 이마를 덮으며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마나를 끌어모아 허공에서 수분을 만들어냈다.

몽환 세계는 모종의 힘이 물을 공급하는 것을 막고 있었지만 티오니스 대륙은 그런 것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워터]

촤악!!

“꺄악!”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 세례를 맞고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난 그녀는 눈을 크게 뜬 채 주변을 빠르게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몰골을 본 뒤 이윽고 나를 바라보았다.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시죠?”

“뭐? 누구시죠?”

그 질문에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구? 누구냐고?”

콱!!

“꺄악!!!”

그대로 그녀를 잡아 관절을 꺾어버리자 일리나는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꺄악!! 아파! 아파요! 아파!”

세간에선 거의 전략 병기 취급 수준인 소드마스터라 할지라도.

내 알 바 아니다.

“아악!”

그녀의 양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콱 누르고 빙빙 돌리자 그녀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온몸을 비틀고 발악을 해댔다.

“미쳤습니까, 휴먼? 돌았습니까, 황녀?”

“꺄악! 데이비! 너 데이비구나! 알았어. 일단 놔줘 제발!”

그제야 손맛(?)을 기억한 듯 그녀가 필사적으로 부탁해왔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제대로 반성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그녀를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한참 동안 치러진 응징의 세례 끝에 완전히 녹초가 된 일리나는 말없이 내 등에 업혔고, 나는 조용히 걸었다.

“저, 데이비…… 맞지?”

“그래.”

“그런데 왜 그런 모습이……”

그녀의 질문에 나는 걸음을 멈췄다.

“내려와.”

그리고는 그녀를 툭하고 미련 없이 떨어뜨린 뒤 가볍게 손을 풀었다.

또 내가 무언가 한다고 생각했는지 일리나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내 시선은 그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데이비?”

“우리가 거기에서 얼마나 있었지?”

“체감상으론 5일 정도? 그 정도 있었던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너…… 어떻게 된 거야?”

그제야 내 모습을 확연히 본 것일까.

일리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왔다.

“너……”

심각하게 나를 보던 그녀가 긴장한 채 물어왔다.

“진짜 질투 날 정도로…… 음.”

……

그러면 그렇지.

“어떻게 된 거야? 그새 여장에 취미라도 생겼다거나 뭐. 그런 거야?”

“부탁이니 그 입만 다물면 세상이 평온할 거다.”

“흥 뭐래니, 입 열었다 하면 파멸을 부르는 네 주둥이만 할까.”

당장 이 이상 변하지 않은 것으로 만족해야겠지만 2주 기준으로 다음 변화 때엔 어떤 모습이 되어버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부두술을 한번 해야 하나.”

대상은 프리아 여신.

짚단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못을 수백 개는 꽂아야 이 격노하는 감정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육신을 바꾸는 방법은 여럿 있다. 육체변이 흑마법이나 사파무공이라던 축골공.

혹은 그저 겉모습만 본래대로 되돌리는 환각 마법까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뒤끝이 제대로 붙은 프리아 여신은 아주 사생결단을 낼 각오로 내 모습을 바꿔버렸다.

“우와…… 우와…… 근육이 거의 사라져버렸어. 너…… 뭐야, 진짜 레이디가 되거나 뭐 그런 거야? 세상에…… 왕자가 왕녀가 되다니. 문화 충격이네…….”

그녀의 질문에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 내 가슴에 올려놓았다.

“꺅! 무슨…… 아……”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놀란 그녀가 당황하려던 찰나, 조금 김빠진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야…… 빨래판이잖아……?”

그리 말한 일리나가 눈을 날카롭게 뜨고 내 몸을 빠르게 훑었다.

“바뀐 건 키와 체격하고 얼굴이 전부야?”

“바뀌긴 했지. 성별이.”

“뭐? 그럼 여자라고? 그 빨래판에?”

그녀의 좀 뜬금없는 표현에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뭐야.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면…… 우와! 설마.”

기겁한 표정으로 그녀가 물러났다.

이에 나는 한숨을 짧게 내쉰 뒤 빛 반사의 원리로 만들어지는 미러 마법을 시전했다.

전신 거울처럼 내 앞에 나타난 빛의 거울은 곧 내 모습을 확연히 비춰주었다.

작아진 키. 길게 자라난 머리.

갸름한 선.

그러면서도 여성의 호리호리한 라인보다는 남성의 라인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나르시시스트라고 했던가.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는 예쁘장한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연재해에 가까운 주신 프리아의 뒤끝으로 인해 향후 2주간 이 거지 같은 몰골로 지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사람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꼴이 퍽 즐거울 리가 없다.

“그래, 끝나고 돌아가는 대로 짚 인형부터 준비해야겠다.”

한다면 합니다. 나도 한 뒤끝 하는데, 두고 보시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던 일리나의 표정에 흥미가 어리기 시작했다.

“흐응…… 머리만 잘 정돈하면 대륙 미녀니 뭐니 하는 자리도 한 번에 틀어지겠는데?”

“됐고, 앞으로 그런 짓 하지 마라.”

“싫어,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가 곤란에 처했는데 멀리서 구경만 하는 입만 산 인간은 되기 싫어.”

“네 앞가림이나 해.”

“그건 내가 판단해. 네게 빚진 목숨이 한두 갠 줄 알아?”

단호한 그녀의 말에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 씀씀이는 고마웠다.

실제로 차원 격리 박탈을 당할뻔한 대가를 그녀가 반 가져감으로 인해서 목숨 하나로 퉁치지 않았던가.

여분의 잔불이 날아가긴 했지만, 어차피 죽을 목숨 살아난 데에 사용했다 셈 치면 이게 훨씬 이득이었다.

타닥…… 타다닥……

숲 속에 위치한 작은 동굴 속에 앉아 모닥불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내가 꺼내준 고기를 나무 꼬챙이에 꿰어 열심히 돌리고 있는 일리나를 관찰했다.

“짧은 순간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머리가 정리가 안 돼.”

벨리얼과 말을 맞추고 마왕 쟁탈을 했다.

그를 죽임으로써 마왕이 되었고 강제적으로 전쟁을 종결시켜버렸다.

이후 페르세르크가 미리 준비된 육신에 반강제로 안착 되어버렸고 그 탓에 주신의 신벌이라는 핑계로 한가지 권능을 강제적으로 발현했다.

“그 과정에서 네가 본 거……”

말없이 진지하게 고기를 빙빙 돌리던 일리나가 물어왔다.

“네 과거야?”

“그래.”

“언제? 너와는 다른 사람이었어. 혹시…… 전생 같은 거야?”

“어떻게 생각하는데?”

“알고 물어보는 거거든? 자 받아.”

그녀가 내민 꼬치를 받아 말없이 물어뜯는다.

미묘한 맛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무성이 되면서 미각도 약간 맛이 간 듯 보였다.

아공간을 털어 필요한 향신료를 꺼내 탈탈 털어 붓고 나서야 만족스레 식사를 시작하자 일리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향신료를 집어 들고 자신의 것에도 조금 뿌렸다.

그리고 한입 베어 물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허겁지겁 식사를 하다 멈칫하곤 나를 바라본다.

“그때 일. 엄청 죄책감 느끼고 있지?”

“아니.”

“거짓말.”

힘없이 웃어 보인 그녀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처음이었어.”

지독한 후회와 죄책감에 눈물까지 보인 건.

그녀의 말에 나는 인상을 대뜸 찌푸렸다.

“울어? 미쳤냐. 울긴 누가 울어.”

“내 시력 멀쩡하거든?”

괜한 사실을 짚어내는 그녀를 향해 내가 손을 까딱였다.

“내가 눈물이나 질질 짰다고?”

“…… 아, 아니.”

파랗게 질린 채 아니라고 답하는 그녀의 시선은 정확히 그녀의 주변을 향해 있었다.

압도적인 열을 포함하고 있지만, 주변엔 뜨거움 하나 전해주지 않는 고서클 파이어 마법이 덤벼들 것처럼 그녀에게 접근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게 말할 때 비밀로 안고 가자.”

“이런 걸 떠벌릴 생각 없네요. 베에.”

혀를 쏘옥 내밀고는 고기를 뜯어 먹기 시작한 그녀는 곧 제대로 된 식사가 그리 마음에 들었는지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식사만 해왔을 황녀치고 일리나는 외부에서 노숙하며 기사들과 함께 훈련을 받은 경험이 제법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귀찮은 점이 덜했다.

“만약에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하고 싶어?”

의미심장한 질문에 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시 만나면?”

“응.”

타닥거리는 소리에 모닥불을 들쑤시며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동생 아니야? 네 전생의 동생……”

“그렇지.”

“만약에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녀의 말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제 동생 마음도 몰라주고 병에 굴복해버린 놈은 그때 뒤져 없어졌어.”

이제 동생 신현아의 오빠라는 사람은 죽고 없다.

그 어디에도.

내 대답에 그녀는 고민하듯 침묵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나저나 이 조미료 맛이 끝내준다? 이게 뭐로 만든 거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아공간에서 꺼낸 작은 목재통을 흔들어 보였다.

“이거? 어디 보자…….”

“황실로 돌아가면 꼭 주방장에게 구비해놓으라고 해야겠어. 맛이 이렇게 놀라워질 줄이야. 그래서? 이게 뭔데?”

“사마귀 앞다리에 붕어 눈알을 비율 맞춰 섞고 가루로 갈아내고, 20일 동안 말린 거.”

무려 싸이코 미식가 엘프인 유리아 헬리샤나표 조미료가 바로 이것이다.

가루 향신료를 뿌려 맛나게 고기를 뜯어 먹던 일리나의 움직임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굳어버렸다.

* * *

내가 도착한 이곳이 티오니스라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정체불명의 숲에 도착하고 하룻밤을 조용히 보낸 나는 새벽 야심한 시각이 되었을 즈음 잠들어있는 일리나를 뒤로 한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가 작아진 탓에 시야도, 움직임도 조금 괴리감이 심하게 들지만.

10살짜리 꼬마의 모습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는데에도 큰 차이가 없었던 내겐 사실상 큰 불편함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성별 중 무성은 가장 전투에 적합한 신체라는 말이 존재한다.

방해가 되는 요소가 단 하나도 없으니까.

그런 점에 주신 프리아 여신은 지금 내 모습을 가지고 또 무언가 꿍꿍이를 품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상대는 세계의 창조주.

그 말인즉.

그녀에게 나라는 존재는 조금 발칙한 피조물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녀에게 내가 꾸미는 모든 계략은 가소롭게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속아 넘어가 준다.

그것이 그녀가 지금껏 그렇게 존재해올 수 있었던 이유였을 테니 말이다.

이른바 주신 프리아 여신의 축복, 저주, 신벌 모든 것은 하나의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휙휙!!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허공에 휘둘러본 나는 미련 없이 몸을 튕겼다.

인간이 자연재해와 맞서서 싸워 이길 수 있는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에 한 표를 걸 수 있다.

주신 프리아 여신의 행동 또한 그러했다.

내가 잘나본들. 회랑의 영웅들이 아무리 잘나본들.

이 땅과 하늘 모든 것의 근본인 존재에게 대항할만한 수단은 아니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를 박차 빠르게 날아오른 나는 상공 100여 미터 이상쯤 올라오고 나서야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신궁 아폴론의 기술이었던 [하늘의 눈]을 사용하자 수 킬로미터, 수십 킬로미터까지 시야가 확장되며 방대한 정보가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렇지.

몽환 세계가 주신의 힘으로 들어갔던 곳이면 반대로 나오는 위치 또한 주신의 의지대로 정할 수 있다.

그녀가 급하게 나를 강화한 데엔 반드시 이유가 존재하는 법.

심연의 침식이 생각보다 크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주신 프리아가 나를 이곳에 소환한 이유?

간단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심연의 균열과 내게서 도망쳤던 그레이브가 살아있으니 말이다.

저벅…… 저벅……

소리를 천천히 죽이며 이동하기 시작한 내가 일리나를 떠나온 지 약 15분 정도 지났을 즈음이었다.

나는 마치 석유로 오염된 바다처럼 새카맣게 변한 강과 그 앞에 서 있는 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

한마디도 없이 그저 묵묵히, 타르처럼 끈적하고 검은 균열을 바라보는 그는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마족은 마왕의 명을 대놓고 거역하지 못한다.

내가 벨리얼을 죽임으로써 마왕이 된 이상 마족과 인간의 전쟁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외에 뱀파이어들은 이미 상위 뱀파이어 대부분 사망했고 주동자급인 글러트니가 사망했기에 잘되었다면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고 안 좋았다면 모조리 잡혀 포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두 가지가 해결된 이상 대륙 전체를 뒤흔들 요소는 공식적으로 모두 소멸했다.

하지만.

대륙 연합군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적은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놈들은, 내 몫이다.

결국, 이 전쟁의 서막은 저놈들과 나 사이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데이비 올 라운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 생각하라지.

“여기 있었네?”

“음? 헉!! 네놈이 어떻게!”

나를 보기가 무섭게 깜짝 놀란 표정으로 사내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레이브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붕대는 풀려있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도저히 인간이나 마족으로는 보이지 않는.

새카맣게 속이 비어있는 얼굴을 가진 존재를 볼 수 있었다.

페르세르크가 가진 권능의 근원.

심연의 존재.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자들.

뭐가 되었건 놈들은 페르세르크를 납치해 자신들의 세상으로 돌아가려 작정한 놈들이다.

휘리릭!! 서걱!!

반응하기도 전에 나뭇가지가 한번 공기를 베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동시에 그레이브의 상체가 또다시 하체와 분리되어 잘려나갔다.

“커헉!? 누, 누구냐!”

“난데, 못 알아보겠나?”

느긋한 내 물음에 말없이 나를 노려보던 그가 눈을 부릅떴다.

보통 놈은 아니라는 건지 외향이 아니라 내면을 파악한 모습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 또 내 허리를!”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는데. 거, 좀 신경 써야겠다?”

반사적으로 나를 향해 손을 뻗어 검은 정체불명의 힘을 쏟아 보내는 그레이브의 행동에 나는 한 손을 망설임 없이 뻗었다.

금기 활성화.

동시에 내 손에서 일어난 싸한 기류가 일순간 번뜩였고.

그가 무언가 하기도 전에 내 손에 그가 뿜어낸 빛을 강제로 틀어잡았다.

빛은 만질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규칙은 내 육신에 한해서 소량 뒤틀어버릴 수 있는 게 바로,

헤라클래스의 힘의 원천이자 지금 내가 몸뚱아리가 이 지경이 되어가면서까지 얻어낸 힘이었다.

“고객님, 아직도 여기 계셨네, 퇴장 시간입니다.”

내 말과 함께 빛 채로 우그러뜨려 버린 내 손이 그의 머리를 낚아챘고.

그가 저항할 새도 없이 마치 프레스로 찍어버리듯 짓눌러버렸다.

혼이 또 한 번 각성한 탓에 강제적으로 힘이 상승해있다.

이 정도 속도면 회랑의 힘을 되찾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싶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지금도 충분한데.

“내 집에서 꺼져 새끼야!”

순식간에 효력을 다하고 약해지기 시작한 금기의 힘은 한번 사용하면 몇 초 이상 지속하지 못한다.

그런 주제에 쿨타임만 지독하게 길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충분했다.

그 사실을 알기에 프리아 여신이 심연의 틈이 가장 크게 열린 이곳으로 나를 보낸 것일 테니까.

망설임 없이 그를 잡아 타르처럼 끈적끈적해진 강에 던져버린 나는 괴성을 지르며 반항하는 그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이거 꼭 해보고 싶었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9위계 최후 성마법]

[신의 중지 손가락]

“신께서 엿이나 먹으랍신다.”

섬광이 그의 육신과 더불어 검은 강 전체를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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