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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53화 (353/1,559)

제 353화

114. 전쟁이 낳은 것

“음……”

계산착오는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공간이 통째로 증발한 광경은 분명 내가 의도한 상황은 맞았다.

상대는 9서클 마법도 견디기 시작한 정체 모를 무언가였고, 그놈이 넘어오면 지금보다 더 강한 힘을 사용할 것이라는 건 자명해 보였다.

결국, 넘어오기 전에 머리를 짓밟아 다시 집어넣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당장 내 힘으론 큰 타격을 주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어지간한 공격으론 먹히지 않을 테니. 남은 건 금기를 활용한 필사의 한 수를 꺼내 드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치고 이건 위력이 강해도 너무 강하게 사용해버렸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래라면 지금 내가 사용한 초월 흑마법은 내가 아무리 마법 실력이 좋아져도 사용할 수 없는 계통의 힘이었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초월계통의 흑마법은 시전자를 가리는 마법이었으니 말이다.

오로지 데스로드였던 [로 아이아스]만을 위해 만들어진 마법이며 그녀 이외엔 사용할 수 없는 까다로운 마법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흑마법이나 사령술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중에서도 사용할 수 없되 이론만 알고 있는 것들이 바로 이런 종류의 마법이었다.

재능이 좋은 것과 만능이 되는 건 별개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 시전자를 가리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마법을 내가 어떻게 사용했는가.

해답 자체는 간단했다.

데스로드 표 초월계통 흑마법은 그녀 이외엔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기 위해선 그녀가 되던지, 그녀의 힘을 빌리던지, 두 가지 양자택일일 뿐이다.

당연, 둘 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딱 하나, 이번 일로 인해 가능성이 생겼다.

금기를 이용한 내 육신의 변형.

유전자의 변이.

아주 잠깐만이라도 세상의 섭리를 무시하고 내 유전자를 로 아이아스의 유전자와 동일하게 바꾸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솔직히 신의 히아 누님에게서 이런 걸 왜 외워야 하나 의문을 표한 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큰 도움이 된 꼴이었다.

“쿨럭.”

물론, 그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리는 없었다.

고작 손가락 한 마디 만한 것을 만들어내고 초월의 종언으로 키워낸 것이 전부인데.

초월의 종언을 포함한 내 사령 마나는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버렸고 그 탈력감으로 시야가 흐릿해질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후우……후우……”

짧게 숨을 고르며 최소한의 사령마나를 회복하기 시작한 나는 나를 중심으로 완전히 사라진 거대한 크레이터의 한쪽에서 기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검은빛을 내뿜고 있는 작은 돌멩이였다.

“뭐야 이건.”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곳으로 다가간 나는 바닥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를 주워들었고, 아직 내 몸에 남아있는 심연의 힘을 쥐어짜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우웅!

삐릭!

그리고, 그 내용물을 보자.

“이거……”

내 눈에 이채가 띄었다.

* * *

내가 심연의 거대한 무언가와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도 모른 채 곤히 잠들어있던 일리나는 내가 동굴에 돌아올 즈음 천천히 눈을 떴다.

이후 나는 말없이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했고, 상태가 많이 호전된 걸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그녀를 대동한 채 넓은 평야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우웅!!

거대한 전이 마법진의 존재가 그리 신기한지 일리나는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물어왔다.

“곧바로 사령부로 가는 거야?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중간에 훌쩍 넘어왔으니 일리나의 입장에선 당연한 질문이었다.

“아니, 전쟁 마무리는 내가 하지 않아. 레이나가 해결할 거다.”

내 말에 그녀는 레이나의 이름을 곱씹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라고 유명하긴 하지만 일리나에겐 그녀와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있었다.

“레이나라면 그 사람이구나.”

뭔가 불만인 듯 중얼거린 그녀가 다시 물어왔다.

“그럼 어쩌게?”

“돌아가야지 영지로.”

내 말에 그녀가 상황을 이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전이 마법……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해……. 나도 이런 걸 배울 수 있을까?”

“1 서클당 2억 골드, 워프마법은 8 서클이니까 16억 골드에 쉽고 빠르게 모시겠습니다. 고객님.”

“됐거든요? 누가 배운데?”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 보이는 그녀는 확실히 내게 데인 것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스팡!!!

이윽고 좌표 고정을 마친 내가 한 손을 가볍게 허공을 향해 튕기자 일대의 영역이 빛으로 휩싸이며 일순간 주변 풍경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응? 뭐, 뭐야?”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보는 일리나의 물음에 나는 침묵을 고수한 채 아공간에 손을 밀어 넣었다.

“뭐야…… 이동한 거 같긴 한데……여전히 숲인데?”

“맞아.”

담담하게 말하며 손을 빼내는 내 손에 걸려있는 것은 커다란 장궁 형태의 활.

신궁 브류나크였다.

쫘아아악!!!

막대한 장력으로 이루어진 활시위가 당겨지지만 정작 활시위에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았다.

그런 내 행동에 의아함을 품으면서도 그녀는 데이비가 데이비일 뿐이지 하며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콰직!! 콰지직!!!

그리고, 아주 잠깐의 침묵 끝에 거대한 스파크로 이루어진 화살이 활시위 위로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고.

나는 숲 저편을 바라본 채 고요하게 침묵하다 그대로 활시위를 놓았다.

[강사]

[스틸하트]

투쾅!!

한줄기 섬광이 되어 날아든 화살은 순간적으로 음속의 수십 배를 돌파하며 거대한 소닉붐을 일으켰고.

그렇게 날아든 화살은 활과 화살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모조리 무시한 채 경로에 있는 거목까지 모조리 관통해버리며 날아들었다.

마치 심장을 뜯어버릴 기세로 날아간 화살은 곧 어딘가에 부딪혔고.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고요하게 침묵했다.

“아…… 아야야…… 귀가 먹먹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가자.”

갑작스런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일리나는 곧 내가 그녀를 두고는 성큼성큼 걸어가자 화들짝 놀라 뒤따라왔다.

“대체 무슨…… 아?”

그리고, 다급히 나를 따라온 그녀는 곧 화살이 날아간 곳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그곳에는 심장을 관통당한 채 쓰러져 있는 거대한 뱀파이어 하나와 나머지 수십 명의 지쳐 보이는 뱀파이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포위당한 채 쓰러져 있는 몇몇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 수는 대충 열댓으로 아직 어린 소년 소녀들이었다.

마법사 출신을 드러내는 로브를 입고 있는 소년 소녀들은 하나같이 여기저기 자잘한 부상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 몇몇은 큰 부상을 입고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듯 굳어있던 이들 중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포위당하고 있는 소년 소녀들을 향해 긴장한 얼굴로 천천히 접근하던 뱀파이어였다.

“인간 계집들?”

그 말에 내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아, 안돼!! 도망쳐요!”

그리고, 사태파악 못 한 얼간이 같은 소년 소녀 중 몇몇이 나와 일리나를 향해 급히 소리쳐왔다.

“젠장! 내가 그나마 멀쩡해! 내가 어그로 제대로 끌 테니까 저 두 레이디부터 구해!”

그때 상당히 느끼한 인상을 가진 소년이 급히 소리쳤다.

동시에 마치 오랜 시간 합을 맞춰 온 것처럼 두 명의 소년이 빠르게 뱀파이어들의 포위망을 뚫고 우리에게 접근해왔다.

“실례할게요!”

그리고 말을 하기도 전에 한 소년이 일리나를 안아 든다.

이제 남은 소년이 나를 안아 들고 이동하면 완벽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콰악!!

“끄아아아악!! 내 머리! 머리 뽑힌다아!!!”

내가 그냥 가만히 있어 준다는 경우에 한해서.

“가지가지 한다. 비켜.”

손을 뻗어오는 소년의 얼굴에 어려있던 불그스름한 홍조가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생긴 게 곱상하게 변해버린 탓에 쓸데없는 오해가 생겨났다.

이 원흉을 반드시 짚 인형으로 만들어 수백 개의 못을 박아 주리라 생각하면서 나는 소년의 머리를 압박하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는 손을 뚜둑 소리 내며 꺾은 뒤 한발 내디뎠다.

“내 집 앞마당에서.”

누가 자리 펴도 된다고 했냐. 모기 새끼들아.

저들은 패잔병이다.

급진파 뱀파이어로 전쟁의 흐름이 갑자기 뒤틀려 엄청난 피해를 본 놈들이다.

하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애초에 놈들을 깡그리 박멸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아공간에서 꺼내 든 회복 포션을 가볍게 흔든 나는 부상을 입은 와중에도 나를 구하러 왔던 소년의 머리위에 포션을 쏟아부어 버리고는 등짝을 걷어찼다.

“늑골 세 개, 내장 두 곳 파열, 어깨 관절 상했다. 치료 안 받으면 평생 고생 좀 할 거다.”

“허업?!”

거침없는 내 발언에 깜짝 놀란 소년이 눈을 부릅떴다.

무성이 되면서 목소리도 본래의 내 목소리보다 한참 가늘어졌다.

그 탓에 내가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괴리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주저앉은 채 침묵하는 소년과 황당한 사태를 보고 할 말을 잃은 나머지 소년 소녀들을 뒤로한 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뱀파이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잔뜩 지친 얼굴에 짜증이 가득 묻어있었다.

“인간 계집. 멈춰라.”

“싫은데.”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날카로운 송곳니와 시뻘건 눈동자를 빛내며 내게 다가온 뱀파이어가 빠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가늘어진 내 목을 틀어쥐고 으르렁거렸다.

“이 손에 조금만 힘을 주면 네년 같은 허약한 인간의 목숨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둘 수 있다.”

경고하듯 말한 그가 이내 주변 뱀파이어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이 계집을 인질로 이동하지, 하인스 영지의 그 괴물 인간은 분명 생명을 소중히 하는 성자라는 위치에 있다고 했다. 적어도 우리 손에 인간이 인질로 잡혀있는 이상 함부로 우릴 공격하진 않겠지.”

“하나론 불안하네. 나머지 놈 중 몇몇을 데려가도록 하지.”

뱀파이어들의 의견 교류가 이어진다.

“다들 무기를 버려라. 이 계집의 목숨이 사라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이윽고 내 목을 틀어쥐고 있던 뱀파이어가 다른 소년 소녀들을 향해 낮게 경고하자 그들의 표정에 짜증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곤란함이 어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스스로 걸어 들어가 인질이 되는 인간의 트롤링을 보고 있으면 누가 봐도 화가 날 것이다.

음, 누가 가르쳤는지 정말 잘 배웠네.

담담하게 말한 나는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음을 깨닫고 서서히 스태프 자루를 내리는 소년 소녀들을 향해 말했다.

“무기는 생명줄이라고 분명 가르쳤을 텐데.”

담담하게 중얼거린 나는 곧 목을 틀어쥐고 있던 뱀파이어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툭툭!

가벼운 터치에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던 찰나였다.

“누가 계집이야 이 거지 발싸개 같은 x끼가.”

콰드득!!!

동시에 가볍게 그의 팔을 잡아 꺾어버린 내가 그를 짓밟았다.

“내가 말했지.”

내 집 앞마당에서 그만 설치라고.

이전에도 분명, 이 일로 한번 경고를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이곳을 찾아낸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애초에 이 숲이 하인스 영지 인근의 숲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내 행동에 굳어버린 뱀파이어들은 물론, 그들과 대치하고 있던 소년 소녀, 즉 샤쿤탈라의 F반 학생들조차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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