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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54화 (354/1,559)

제 354화

마법 학교 샤쿤탈라의 F반의 리더격으로 다른 학우들의 신임을 받는 티미 렌다로그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시작은 창대했다.

하지만 끝이 비쩍 골아 버린 모양새였다.

지금 사태를 보면 당당하게 영지를 벗어났던 자신의 안일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만 믿고 따라온 17명의 목숨이 단번에 날아가게 생겼으니까.

이론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데이비라는 상식 외의 괴물에게 무식한 수업을 받고 변해버린 F반은 교내에선 괴물 소리를 들을 만큼 엄청난 짓을 저질렀지만.

바깥세상은 그런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그런 곳이었다.

우물 안 개구리.

매번 데이비 선생님은 티미를 포함한 F반 학생들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자만하지 말고 더 연습하라고.

그 말을 들었다면 이 사태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을 포위한 뱀파이어들은 지쳐있었고,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여있었다.

괜한 자극을 했다간 엄청난 유혈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법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혼자서라도 전쟁 후방에 지원하겠다고 발언했다.

득표는 반반으로 요시아 프랑소스를 필두로 반 정도는 영지에 남기로 했고, 티미와 같은 생각이었던 학생들은 그를 따라 하인스 영지를 벗어났다.

거기까진 좋았다.

아직 젊고 호기로운 학생들의 모험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그 일은 꼬이고 말았다.

전쟁이 갑자기 종결 나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그들은 주전장에서 이탈해 뿔뿔이 흩어진 뱀파이어 잔당들이 하인스 영지 근방까지 왔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들도 노린 게 있을 것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갑작스레 마주친 학생들은 곧 그들과 전투를 벌였고.

뱀파이어 중 유별나게 강하고 덩치가 큰 한 명에게 모조리 패하여 죽을 위기에 처했다.

시시각각 압박해오는 뱀파이어들은 여유가 없었고 대화의 여지조차 남아있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즈음.

티미는 숲 저편에서 날아든 뇌광의 화살의 존재가 그 강력하던 뱀파이어를 일격에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완전히 침묵했다.

마법과 비슷한데.

역산이 불가능하다.

즉, 마법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이 뇌광의 화살은 무엇인가.

반사적으로 마법을 보면 분석하는 버릇이 나와 침묵하고 있던 찰나.

그들의 앞에 도저히 전투와는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여성이 나타났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그중 하나가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 *

주변 분위기가 싸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겉모습을 보면 상당히 왜소한 체격에 가느다란 키를 소유하고 있다.

거기에 보통 이들이라면 마나를 거의 느낄 수 없는 몸이니.

보통의 시선에서 보인 나라는 존재는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 거라 판단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끄윽……. 끄아아아악!”

“아파? 아프냐?”

“아,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라고 꺾는 거야."

우드득!!

한차례 팔을 시원하게 꺾어버린 내가 손가락을 풀며 우드득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덤벼드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주먹을 말아 쥐고 눈을 번뜩였다.

[마왕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뼈 때리기]

한 대만 맞아봐.

아 잠깐! 뼈 맞았어! 소리가 나올 테니.

빠각!!

“억!”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뱀파이어 하나가 눈을 부릅뜨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니들, 불사의 힘도 이제 없지?

변질된 급진파 뱀파이어들은 하위 뱀파이어조차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불사의 권능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영향은 심연에서 온 존재의 여부.

실질적으로 내가 초월 흑마법으로 날려버린 그놈은 뱀파이어들이 불사의 권능을 사용할 때마다 보여주던 미묘한 느낌과 정확히 일치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이었지만 역시나 균열을 통해 뱀파이어들에게 힘을 전해주던 주체가 사라지니 뱀파이어들의 뒤틀린 불사의 권능이 힘을 잃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끄륵…… 끄르륵……”

순식간에 뱀파이어 하나가 정리당해버리자 다른 이들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내게서 한발 또 한발 물러났다.

그중 하나가 근처에 있던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위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인질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었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이놈 죽는다.”

물론, 인질극은 또 내 전문이다.

쓰러진 뱀파이어의 뒷목을 낚아채 들어 올린 내가 그들을 향해 경고했다.

“내가 더 빨랐어, 손 떼! 이 새끼야.”

“크윽……. 비열한 인간 놈!”

“먼저 인질을 잡으려던 놈이 누군데 그러나.”

“이 비열한 인간 계집……”

빠각!!

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뱀파이어 하나가 갑작스런 충격에 튕겨 나갔다.

그리고 단단한 바위에 처박히며 추욱 늘어졌다.

동시에 내 손에 새하얀 빛이 머금어진다.

[6위계]

[성화포]

쩌엉!!

이윽고 내게서 슬슬 멀어지는 뱀파이어 중 하나를 향해 손을 뻗은 내가 손바닥에 머금어진 광채를 그대로 쏘아 보냈다.

“움직이지 말랬지 새끼들아.”

반경 수십 센티에 달하는 커다란 빛의 기둥이 순식간에 날아들자 뱀파이어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끄, 끄아아아악!”

그전에 성화포에 휩쓸려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효과 좋네.

하위 뱀파이어들은 제대로 된 불사의 권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만큼 몸에 치명상을 입는 즉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네, 네년 설마!”

그제야 내 정체를 깨달은 듯 뱀파이어 하나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다리를 걷어차 부러뜨려버린 나는 쓰러지는 그의 미간에 손바닥을 올린 채 광기 어린 웃음을 보여주었다.

“멀쩡한 남자한테 년 년 거리지 마라.”

[8위계 성마법]

[대(大) 성화포]

콰앙!!!!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고밀도의 신성 화염이 마치 브레스처럼 그의 전신을 삼켜버렸다.

또다시 동료 하나가 잿더미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리자 남은 뱀파이어들이 급기야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하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앗! 도망친다!”

이에 학생 중 몇몇이 놀라 소리쳤지만 나는 굳이 그들을 쫓지 않았다.

“가라, 일리나. 너로 정했다.”

“……너, 돌아와서 두고 봐.”

샐쭉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녀는 곧 표정을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굳힌 뒤 백은의 거검, 칼디라스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푸른 기류가 그녀의 전신에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날카로운 오러 블레이드가 검 끝에 머금어졌다.

투쾅!!!!

소드마스터급의 기동성은 어지간해선 전략 병기의 값을 하는 법이다.

생의 원수를 눈앞에 둔 그녀가 느낀 분노는 내 장난에 괜히 마음이 상해버린 만큼 그 여파는 거대했고.

순식간에 그녀가 거검을 번뜩이며 사라져버리자 그 충격파를 고스란히 전해 받은 학생들은 그대로 주저앉아 멍청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상에…… 이게 뭐야……”

기겁하다 못해 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들을 향해 다가간 나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학생들을 스윽 훑었다.

제아무리 단기간 속성 코스를 밟게 해주었다고 해도 아직 실전을 겪기엔 무리가 있는 녀석들이었다.

“겁도 없지. 여기가 어디라고 튀어나와서 싸움박질이야.”

“……”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하는 그들을 한번 흘끗 둘러본 뒤 아공간에 손을 다시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포션 두어 병을 더 꺼내 상태가 위급한 녀석들에게 뿌렸다.

학생들은 그것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듯했다.

보통 익히 알려진 힐링 포션마냥 마시거나 뿌린다고 다 회복되는 그런 만능 약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을 테니까.

“샤이라 민스티. 이리 와라.”

담담하지만 전보다 가늘어진 내 목소리에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한 소녀가 움찔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제, 제 이름을 어떻게……”

“모리 사엘른, 알리사 요스포그, 숨지 말고 튀어나와.”

이름을 호명 당한 학생들의 눈이 더욱 크게 뜨여진다.

그리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아직 녀석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듯 보였다.

확실히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체격이나 키가 작아져 버리니 쉽게 예상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저…… 누구……시죠? 누구신데 저희 이름을……”

알리사 요스포그가 잔뜩 경계한 얼굴로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왔다.

구해준 건 구해준 것이지만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자신들을 잘 아는 듯 행동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레 다가오는 알리사의 말에 나는 그녀의 소매를 스윽 걷어냈다.

“윽……”

동시에 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팔뚝이 시야에 잡혔다.

부러져도 단단히 부러졌다.

“제대로 부러졌네. 똑바로 맞춰야 하니까 이 악물어.”

우드득!

“꺄아아아악!!!”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리는 알리사 요스포그의 모습에 다른 학생들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나를 경계하듯 바라보았다.

“누구신데 이러는 겁니까!”

니들 선생이다.

그 질문에 그리 답하려던 찰나였다.

“멍청한 놈들! 생명의 은인께 그런 경계가 옳은 일이라 보냐?!”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느끼한 인상의 소년이 내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왕족이고 귀족이라는 놈들이 레이디를 두고 매너가 정말 최악이구나! 니들이 무슨 그 미치광이 선생인 줄 알아?”

미치광이 선생?

내 감상과는 다르게 다른 학생들은 그렇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태도가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소년 셀비스는 곧 내게 고개를 돌리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갈비뼈가 제대로 나간 놈치고 표정 한번 밝기 그지없다.

“하하. 레이디. 이걸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아! 참,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셀비……”

말을 하던 그의 말쑥한 얼굴에 작은 내 손이 얹어졌다.

본래라면 한 손에 머리가 쥐어질 테지만 작아진 키 때문에 손을 우그러뜨려도 그의 뺨이나 관자놀이를 압박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분명 상대를 파악할 땐 우선 신중하게 생각해보라 했을 텐데.”

“으아아아아아악!!!”

“셀비스, 내 말이 우스웠나?”

“으…… 으아아아악!! 이, 이거! 이 손맛!! 설마 데이비 선생님!?”

기겁하며 소리치는 그 모습에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떼고 물러났다.

숨길 수 없는 당혹스러움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 실수를 저질러도 수습할 수가 없었다.

뭐야, 이 자식, 무서워.

* * *

학생들의 시선이 내 움직임을 빠르게 쫓는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는 의문이었다.

“저…… 데이비 선생님?”

“왜.”

“선생님 맞아요. 정말? 그…… 대륙의 성자이면서……”

“싸이코패스 선생님!”

“싸이코패스 튀어나와.”

내 질문에 한 학생이 움찔하며 숨어든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른 학생들의 일사불란한 고자질 끝에 내 앞에 끌려 나왔다.

정말 훈훈한 동료애 그 자체였다.

“이, 이 배신자 놈들!”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어디 우리까지 말려들게 하려고.”

정말 훈훈하다.

“그래 싸이코패스라고?”

“아하하……”

내 미소에 끌려 나온 소년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보다 정말 선생님 맞아요? 선생님은 여성분…… 끄아아아악!!”

응징은 깔끔했다.

“서, 선생님! 선생님! 잘못했어요!”

비명을 지르는 녀석을 보며 나는 더욱더 힘을 주고 음산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쿠웅!! 쿵!!

뱀파이어를 상대로 날뛰기 시작했는지 일리나의 마나가 흉폭하게 날뛰는 게 보였지만 내 시선은 오로지 학생들에게 꽂혀 있었다.

“한 번만 더.”

내가 조용히 녀석을 보며 말했다.

“레이디니 여성이니 그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했다간.”

이후 내가 침묵하자 주변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스윽.

이후 손가락으로 목을 스윽 그으며 내가 서늘하게 웃어 보였다.

“어떻게 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라 믿으마. 애초에 내가 여자로 보이냐? 니들 눈은 장식이냐?”

현재 내 성별은 무성이다.

그에 따라 외향이 변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성이라고 볼만한 요소라고 해봐야 머리카락이나 외모가 전부였다.

“음…… 확실히 여성이라고 치기엔 좀 체격이 남자 같긴 한데.”

“솔직히 착각할만한데요. 요즘 세상에 누가 남녀 만나면서 몸을 봐요. 얼굴부터 보지. 사람을 연구하는 대연금술사 블레핑 경은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얼굴을 본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선생님 지금 목소리가 예전보다 조금 더 중성적으로 변한걸요.”

조목조목 항의하는 학생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녀석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바들바들 떨며 내게서 멀어졌다.

대화가 무슨 소용일까.

그러던 중 한 학생이 손뼉을 쳤다.

“맞다. 그 은발 아가씨가 데이비 선생님이 보이면 꼭 데려와 달라고 그랬는데.”

“은발? 아…… 그 엄청 아름다우신 분……”

“그랬지?”

“뭐야, 니들, 한번 마주친 게 전부 아니었어?”

“그렇게 아름다운 분을 어떻게 잊어.”

한 소년의 말에 다른 소년들이 동의하자 여학생들은 괜스레 질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나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귀여운 앙탈을 부리고 있으면 얼른 찾아가 주는 게 예의였다.

“아! 그보다 연합군 측에서 영지에 찾아왔었어요! 선생님이 사라져버렸다고!”

“맞아. 맞아!”

아직 전쟁이 완전 끝난 게 아니라고?

대놓고 탈영한 주제에 돌아가지도 않느냐고?

“내가 퇴근하겠다는데 누가 날 막아.”

해줄 만큼 해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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