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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65화 (364/1,559)

제 365화

116. 이권을 위해 인두겁을 벗은 이들

그리고 손끝에 감각을 집중시켜 그대로 몸을 헤집었다.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당장 죽을 것 같이 숨 막히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의 팔다리를 붙잡고 있던 의원들이나 의회원 두어 명은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빠르고 신속하게.

마치 몸속을 유영하듯 손을 움직이던 나는 어느 기점에 눈을 번뜩였다.

‘여기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메스를 넣어 깔끔하게 종양을 베어내 버렸다.

도무지 설명이 불가능한 수술에 할 말을 잃은 이들을 뒤로한 채 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합니까! 환자 죽일 겁니까?! 거즈와 흡입 아티펙트 당장 안 가져와?!”

가늘어진 목소리 때문에 절로 고음의 외침이 들려온다.

그 덕분에 멍하니 내 수술 장면을 지켜보던 이들이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르게 문제점을 절개하고 봉합한다.

내부출혈도 그냥 두었다간 환자를 대번에 죽일 수 있다. 혈압이 떨어지고 출혈량이 많아지면, 과다출혈로 죽을 테니 말이다.

뒤이어 내부출혈의 근원지인 혈관이나 장기들을 찾아 신들린 듯 빠르게 봉합하고 출혈을 막은 나는 곧 의원들이 가져온 흡입기를 통해 몸 안에 있는 피를 빠르게 뽑아낸 뒤 환부를 모조리 봉합했다.

죽을 것처럼 발작하던 환자는 어느새 고요한 얼굴로 다시 잠들어있었다.

그리고는 마치 못 믿을 광경을 본 것처럼 멍하니 있는 이들을 향해 내가 조용히 말했다.

“뭐합니까. 언제까지 넋 놓고 구경할래요?”

“세상에……. 방금 그 환자를 수술하신 겁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 노령의 의원 하나가 천천히 다가와 환자를 살피고는 내게 물었다.

“문제 있습니까?”

“오, 오…… 그럴 리가요. 세상에 눈으로 보고도 황당하기 그지없군…….”

기가 막힌다는 듯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실수하거나 뒤틀려도 환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온몸을 버둥거리는 데다가 내부출혈까지 있는 환자의 몸을 절개하고 문제가 되는 종양을 잘라내고, 합병증으로 인해 생긴 내부출혈까지 모조리 잡아내는 데에 걸린 시간은 보통 수술에 걸리는 시간보다 짧았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백흑담 바이러스의 항체와 원인이 되는 나머지 하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오륵스 의원님.”

“예, 예! 말씀하시지요, 왕자님.”

“귀찮을 수도 있지만, 이들의 식습관이나 행동반경 혹은 특이사항을 조사해주세요.”

모든 것은 생활에 답이 녹아있더라.

내 말에 그는 마치 일생일대의 사명을 부여받은 용사처럼 부리나케 뛰어나가 버렸다.

* * *

쏴아아아아!!!

시원한 강줄기가 흘러내려 간다.

거대한 산맥 계곡에서 포르마크 평야를 거쳐 내려오는 커다란 강은 중부대륙의 숨통 중 하나인 요스크 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주로 이 일대의 작은 영지나 마을에 식수와 식량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오랜 시간을 존재해온 고마운 강이라는 소리였다.

퍼엉!!!

제 날개를 강물에 담가뒀다가 그대로 끄집어내는 데에 이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륀느는 허공으로 뛰어오른 커다란 물고기인 자나르를 향해 자신의 작은 손을 말아쥐었다.

우웅!! 철컥!!

동시에 입자들이 모이며 그 손에 거대한 무언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륀느표 죽창. 매우 강력!”

푸욱!!

거침없이 민물고기의 몸을 관통해버린 녹빛의 금속 창에 만족스러운 듯 녀석은 고개를 몇 번이고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폴짝 뛰어 내게 다가온 뒤 죽창에 꽂힌 민물고기를 내밀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낚시했냐?”

“륀느, 날개의 유인능력 매우 높게 평가.”

“그런데 쓰라고 만들어준 날개가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륀느가 가져온 민물고기 자나르에도 역시나 기생충은 존재했다.

애초에 기생충이 없는 동물은 거의 없다.

문제는 그 치명적인 병원균을 품은 놈이 몇이나 되냐는 것이었다.

“현재 발병률 8만여 명. 추가 사망자 2만여 명.”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아마 이 사태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퍼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 처음엔 전혀 문제 삼지 않던 이들도 영지 단위로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니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챘다.

문제는 이미 병이 퍼질 대로 퍼졌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이후라도 빠른 대처를 한 탓에 적절한 격리조치가 이루어졌고 이 이상 크게 심각한 발병률이 생기진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것도 시간벌이야. 지금 당장이야 이 요스크 강 인근의 영지들에만 영향이 있겠지.”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봐라. 이 기생충을 품은 자나르가 바다로 나가는 순간 아주 난리가 나게 될 거다.

“데이비님, 그렇게 되면?”

“그 전에 치료법을 찾아야지. 그래서 모아둔 약제잖아.”

자잘한 병도 많지만 가장 심각한 건 역시 이 백흑담이었다.

가만히 두면 정말 전생 지구의 흑사병마냥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내게 발견되었기에 여기서 아주 짧게 시간을 벌어낸 꼴이었다.

“일단 발병하면 항생제가 없으면 죽는데……, 문제는 나머지 한가지 이유를 특정할 수가 없단 말이지……”

가장 중요한 단서가 부족한 탓에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무리 뛰어난 의원이라도 변이가 활발한 병균을 모조리 꿰고 있을 순 없다.

위험한 병일수록 신중해야 했다.

자신 있게 말하긴 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모조리 동원해서 끌어다 사용했다.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의도하지 않은 무언가가 원인이라는 소리인데.

“아빠아아~!”

멀리서 놀고 있었는지 홍단이와 청단이가 내게 후다닥 뛰어오는 게 보였다.

물가에 애들을 내놓고 관심을 끄는 것만큼 위험한 짓도 없지만, 녀석들을 돌보던 건 다름 아닌 내 주머니 속에 있던 페르세르크였다.

그녀는 탈부착식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부터 뿔을 뽑아 매번 어딘가에 숨겨놓고 다녔다.

은발을 휘날리며 내게 다가온 페르세르크가 쿡쿡 웃어 보였다.

“호, 홍다니 아빠 선물!”

이윽고 홍단이가 작은 손에 숨기고 있던 무언가를 내게 내밀었다.

“맛이써! 엄청 맛이써!”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내게 안겨 버둥거리는 녀석을 보며 내가 빙그레 웃고는 녀석을 안아 들었다.

내 모습이 변하건 변하지 않건 녀석들에게 내가 아버지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는 것이 참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래. 홍단이가 뭘 선물로 줬는지…….”

말을 하던 내가 녀석이 내민 것을 보고 표정을 지워버렸다.

“우웅?”

그런 내 표정에 홍단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불안스레 올려다본다.

“아빠 화나써? 홍다니 잘모해써?”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녀석의 모습에 페르세르크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게 물었다.

“데이비, 표정을 풀어, 그대 지금 아이들을 울릴 작정인 게야?”

“페르세르크. 이거 어디서 구했어?”

내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구했냐니. 그대, 베트로 버섯도 모르는가. 이 일대의 영지민들이 식탁에서 절대 빼놓지 않는 명물이라는 소문까지 있는데. 맛이 좋은 버섯이라 사실 본녀도 굉장히 기대……”

베트로 버섯…… 베트로 버섯.

갈색빛을 띤 커다랗고 못생긴 버섯이다. 맛은 고소하고 담백하기 짝이 없으며, 영양가도 제법 좋다.

그런데 말이다.

이 버섯, 솔직히 실제로 본건 처음이라 이제 알아낸 사실인데……

“이거…… 독버섯인데? 그것도 극독.”

신의 히포크리아가 살던 세상에서도 이것과 완전히 동일한 버섯이 자라곤 했다. 내가 아는 한에서 그 버섯의 이름은 알레만드리아 버섯.

극독 버섯 중에 가장 은밀하고 위험한 버섯이다.

단순 알레만드리아 버섯, 혹은 베트로 버섯인 이것을 먹는 것에는 아무 문제 없지만, 이것과 한가지 병이 만나는 순간, 지옥과도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

동시에 머릿속에 한 가지 사실이 핑하고 떠올랐다.

이 일대의 영지민들이 반드시 식탁에 챙겨 먹는 주식과도 같은 버섯.

그 말인즉.

대부분이 이 버섯을 먹었다는 소리다.

기생충을 품고 있던 자나르 또한 마찬가지.

말없이 침묵하던 나는 곧 눈을 크게 뜨고 홍단이를 안아 들고 말했다.

“홍단이가 아빠를 도왔네.”

“호, 홍다니 잘해써?”

“그래. 잘했다!”

“꺄르르륵!”

원인 진상규명이 끝났으면, 이제 항생제를 만들어 치료하는 것만 남았다.

* * *

사흘 정도가 흘렀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계집애 같은 놈이!”

쾅!!

데이비 왕자와의 대면으로 자리를 잃어버린 류티스마 자작은 격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채 씩씩거렸다.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에는 이미 거하게 한잔한 듯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감히…… 감히 내 자리를 위협해?!”

제깟 인간이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이곳 질병 관리단에는 오랜 시간 질병 관리단 일원들이 쌓아 올린 규칙과 시스템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나서서 그저 의술 실력과 무력을 믿고 까불어도 되는 곳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진정하시지요.”

“겔리만 백작.”

“그래 봤자입니다. 어차피 이 병은 절대 치료가 불가능해요. 아시잖습니까. 병을 아예 알고 있지 않은 이상……”

“그 왕자는 병을 알고 있었소. 마치 우리를 꿰뚫어보고 있는 것처럼.”

애초에 이들은 병을 치료할 생각도 없었다.

아니, 병 자체가 퍼지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일이 커져야 자신들의 입지가 올라갈 테니까.

특히 지금처럼 국정이 매우 혼란스러운 팔란 제국이 주축이 되어 질병 관리단을 제어하고 있는 시점에선 더더욱 그러했다.

12황자 알레한드로. 데 팔란.

팔란 제국의 12황자로 야심이 가득한 황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가장 위세를 떨치고 있는 살리반 황태자를 실각시키고 올라가기 위해선 알레한드로의 업적을 쌓고 살리반의 기세를 꺾어 내릴 필요가 있었다.

전쟁이 벌어진 건 운이 좋았고, 병을 먼저 발견한 것도 운이 좋았다.

이런 병이 크게 터지면 당장 살리반의 입지는 떨어지게 될 것이고 당연 반대파인 알레한드로의 입지는 커진다.

평민 십만여 명 정도 죽고 나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데이비라는 왕자가 다 망쳐놓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지 병의 근원의 절반을 곧바로 들이밀고 말도 안 되는 실력으로 수술을 성공시켜 죽어가던 이들까지 목숨줄을 붙들어놓았다.

이 와중에 며칠 전 돌아온 그가 원인 규명을 해내며 항생제 제작까지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 큰 사태가 정리되기 시작하며 팔란 제국에서 각 지역에 이 사실을 전파했고 베트로 버섯과 민물고기 자나르의 포획 및 식용을 잠시 금지함으로써 추가 발병을 막아버린 것이다.

실제로 날마다 수십 수백 명씩 발병하던 이 질병이 단 하룻밤 사이에 절반으로 뚝 떨어지고 거기에서 또 절반으로 떨어지는 쾌거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머리가 반짝거리는 겔리만 백작이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요.”

“최후의 수단 말입니까?”

“이대로 가다간 살리반 황태자의 위세가 높아지게 될 테고 12황자님의 위세는 줄어들겠지요. 병이 치료된다면요, 하지만 데이비 왕자는 우리를 그리 경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성과를 내기 전에 상황을 급진시킬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 말에 포플리스 후작, 발티스 백작, 류티스마 자작의 시선이 겔리만 백작에게 향했다.

“이미 병력을 보냈습니다. 항생제 제작에 정신을 팔린 데이비 왕자가 신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찌 알까요. 여러분들은 황실에 이렇게 보고하시면 됩니다.”

데이비 왕자의 치료는 큰 차도를 보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결국, 대부분의 격리 환자들이 사망했다.

이후 추가적인 발병을 막기 위해 시신을 모조리 불태웠다.

“수만여 명의 개돼지 놈들 죽은 거로, 잘하면 황태자를 실각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명령을 내려두었구요.”

“하지만 이 사실을 데이비 왕자가 알았다간……”

“데이비님이었다면 네놈들을 산채로 좀비를 만들어버렸겠지.”

그 말에 그곳에서 은밀하게 대화하던 이들 모두가 굳어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류티스마 자작은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인물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온몸이 쪼그라드는 살기가 그의 전신을 잠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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