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4화
[초월병기 1개 해금, 환골탈태 스택 1 추가, 차원 열쇠의 총량 200% 상승]
[칭호, 별부수미를 획득.]
‘초월병기는 애초에 정해둔 게 있으니 패스.’
초월병기의 경우 마땅한 무기가 없던 시절과 현재는 달랐다.
그보다 눈이 가는 것은 실상 다른 것이었다.
환골탈태 1 스택.
나는 이 말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참 동안 고민해야 했다.
현재의 나는 환골탈태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러있다.
실제로 이전 환골탈태도 거의 목숨을 대가로 한번 죽음으로써 강제로 재구성시킨 탓에 제대로 된 환골탈태 또한 아니었던 만큼 저 환골탈태가 가져오는 의미는 제법 거대하다.
그런데 환골탈태가 스택 방식으로 중첩된다?
‘환골탈태 1 스택이라……. 당장 몸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1 스택 당 한번 변화를 겪는 속 편한 결말이 아니라는 건 분명 알 수 있지만.
반대로.
“이게 몇 스택이 쌓여야 가능한지를 알 수가 없네.”
가능한 한 범위에서 내가 회랑에서의 모든 힘을 되찾기 위해서 거쳐야 할 환골탈태의 수는 지금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리 많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기본 육신이 가진 잠재력이 좋은 것을 떠나서 워낙에 사기적인 존재가 뒤를 작정하고 밀어준 탓이니 말이다.
빌어먹을 정도로 멋대로에 자신의 흐름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행할 존재이지만.
지금처럼 영향력이 약해져 있다면.
늦기 전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 내 표정을 복잡하게 바라보는 세계수 알을 보며 나는 조용히 눈매를 좁혔다.
* * *
“흐음…… 이리 줘 보겠느냐.”
현 세계수 알이 내게 손을 내밀어 보였다.
이에 나는 아공간에 보관하고 있던 차원 열쇠를 건네주었다.
“……”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던 참이었다.
“흐음……,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히는구나.”
연녹 빛의 구체에 열쇠를 담가 허공에 띄워 올린 그녀가 이내 빛을 꺼뜨렸다.
그리고는 내게 다시 열쇠를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열쇠의 근본적인 힘은 그대로인 게지. 보아하니 수 시간 이내에 또다시 사용할 수 있는 듯하구나.”
“삼십 분…… 아니 한 시간 사용에 몇 시간 쿨타임이라……”
나는 상태창을 슬쩍 확인했다.
[두 번째 희망의 별 생존. 생존 성공 시 환골탈태 추가 1 스택. 추가 보상을 하사.]
“이제는 대놓고 나를 보상으로 이래라저래라 부리시겠다는 겁니까.”
내 중얼거림에 알이 혀를 쯧쯧 찬다.
“저런 불경한 놈.”
“이 여신이! 내가 이깟 보상에 넘어갈 만큼 가벼운 인간으로 보였나?!”
쾅!
묵직하게 나무 옹이로 만들어진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친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고 하기엔 너무 보상 폭이 넓어서 한다.”
“쯧.”
위험부담 없이 제대로 된 환골탈태라니.
저놈의 스택이 몇 개가 쌓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상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데이비 님, 데이비 님.”
그때였다.
묘하게 불만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던 륀느가 내 옷깃을 잡아왔다.
“무슨 일이야.”
“데이비 님. 어째서 륀느의 막내 후임을 양도?”
륀느의 표정은 분명 무표정이었지만 상당히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아……, 그거?”
이에 나는 이바노프에게 맡겨두고 온 두기의 쌍둥이 골렘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었다.
“륀느, 새로운 후임 매우 기대 중. 하지만 데이비 님의 이런 막무가내식 결정, 매우 낮게 평가.”
“그 녀석들 주 임무가 뭐냐.”
내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현장 교란……, 및 정보 습득.”
“그럼 지켜나 봐.”
내 말에 륀느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나는 말을 아꼈다.
이바노프 반.
내 연금술 스승이었던 이바 반 호엔하임과 매우 흡사한 소년이다.
그가 사망한 직후 2천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태어난, 그의 후손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그와의 만남을 고작 이 정도로 퉁치기엔 너무 무리수가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결국 녀석과 다시 이어질 거라는 것은 분명했다.
문제는 사실 다른 곳에 있었다.
이바노프 반.
그는 확실히 이바의 후손이라 부를 만큼 닮아있었다.
그 외에 요소도 너무 잘 들어맞을 정도로 닮은 구석도 존재하고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녀석과의 대화를 살짝 되짚어보면 묘하게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데이비 님의 생각, 륀느가 아직 해명 불가능. 하지만 륀느, 데이비 님의 선택은 높게 평가.”
결국, 불만을 접고 물러나는 륀느를 뒤로한 채 나는 영지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돌아가 보겠습니다. 분명히 말하는데, 마족은 둘째치고 뱀파이어의 잔당을 잡겠다고 엘프들을 풀지 마세요. 일 더 커질 수 있으니.”
그때였다.
“잠깐 기다려 보아라.”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세계수 알이 나를 불러 세운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아직 한 가지를 잊고 있는 것 같더구나.”
담담하게 말한 그녀가 천천히 늘씬한 몸을 일으켰다.
“칭호라는 그것 말이다. 자세히 확인해보긴 했느냐?”
그녀의 말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칭호요?”
“그래. 내가 들은 대로라면 그 상태창이라는 것은 결국 주신이 네게 할당한 힘의 집합체와 같은 게지. 그런데 그것에 의미가 없는 게 있을 리가 없지 않으냐.”
칭호라는 것은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자랑질에 가깝다.
그런데.
아무도 보지 못하는 자랑용 칭호가 과연 존재할 것인가.
어림도 없는 소리.
말없이 상태창을 활성화 시킨 나는 곧 내 상태창의 칭호 부분에 변한 점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칭호 : 별부수미(+)
“플러스 마크?”
* * *
칭호의 옆에 생겨난 새로운 마크.
이전에도 분명 있었던가.
실제로 기억을 되짚어보면 분명 존재했으나, 내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남들에 자랑하지 못하는 칭호는 단순 칭호라고 보기 힘들다.
그 말인즉.
이것이 가져다주는 효과가 있다는 소리였다.
실제로.
[별부수미]
-현재 효능이 발현되지 않음. 환골탈태 스택 1 사용 시 해금
“이걸 재화로 써먹는다고?”
아니 환골탈태면 환골탈태지. 이걸 또 재화로 써먹자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말없이 플러스 부분을 길게 터치하자 내 눈앞으로 반투명한 창이 길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랑의 정신 나간 영웅들의 제자]
[불굴의 의사]
[복지 폭행범]
[사기꾼]
[꿈을 건설하는 자]
[구원자]
[저돌적인 실험 광]
…….
언제 이만큼 많은 양의 칭호가 쌓였단 말인가.
실질적으로 놀라운 양의 칭호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당연, 새로운 것을 보면 확인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인 법이다.
우선 가장 첫 칭호부터 확인하려던 찰나.
“저하아아!”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허겁지겁 뛰어오는 에이미가 보였다.
“에이미?”
“저, 저하…… 하아…… 하아……”
숨을 할딱거리며 내게 달려온 녀석은 평소대로 부실한 체력을 가진 덕분인지 쉬이 진정하지 못했다.
우웅!!
이에 간단한 체력 회복마법을 걸어주자 눈을 동그랗게 뜬 녀석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크, 큰일 났어요! 지,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외침에 나는 방금까지 확인하던 칭호란에서 굉장히 거슬리는 문구 하나를 찾아낸 뒤 인상을 팍 찡그리고 거침없이 상태창을 꺼버렸다.
[무죄를 선고받은 숭고한 무경험자]
-이성에게 호감을 받을 비율 50% 증가.
-달아오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오오라 방출. 거사 성공률 1% 상승.
이젠 빌어먹을 칭호까지 나를 무시해?
* * *
“음.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로군요.”
어두운 시야 너머로 한 줄기 빛이 들어오며 검은 정복과 한 손에 든 신성한 성경책이 보였다.
자애의 여신이라 불리는 주신 프리아 여신을 상징하는 십자가 형태의 문양이 새겨진 두꺼운 가죽 책을 꼭 쥐고 있던 어린 소녀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비록 자리를 마련하기 힘들었지만,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정교 이단 심문회의 1급 심판관 클로니 오프레시레라합니다.”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동작으로 성국만의 예법을 가지고 인사하는 소녀의 모습은 묘한 괴리감을 불러왔다.
“우선 이렇게 불편한 자리에 초청해 정말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본래라면 당신이 행하는 모든 반 신적 행위와 이단 행위에 즉결 처형을 하라는 명령이 내려와 있지만요.”
나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빙그레 웃는 소녀는 한없이 자애로웠다.
“너무 딱딱한 표정을 짓지는 말아주셔요. 저는 비록 1급 이단심판관이지만 저는 이단을 죽이기보다는 회개시키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니까요.”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믿기지 않으시죠? 네. 맞아요. 제가 봐도 웃긴 소리죠. 피에 젖은 정교 이단심문회가 말해본들 당신에겐 공포로 밖에 보일 수가 없겠죠. 그래서 저는 언젠가 이곳이 바뀌었으면 한답니다. 더 좋은 곳으로 말이에요.”
빙그레 웃어 보인 그녀는 양손을 끌어모았다.
“최근 신께서 정교 이단심문회의 수장께 계시를 내렸어요.”
[마족과 뱀파이어. 신에게 반하는 존재들을 격살하라.]
[그들의 피가 모두 땅에 뿌려질 때. 진정한 신의 축복이 강림하리라.]
“수장께서는 그 계시를 받고 한참 동안 눈물을 감추실 수가 없었어요. 신을 모시는 신자인 저희에게 이런 계시는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으니까요.”
뒷짐을 지고 빙글빙글 돌며 그녀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저는 아직 계시를 받아 본 적은 없지만 프리아 여신님의 계시는 절대적. 그러므로 수장님의 명령 또한 절대적이라 할 수 있죠.”
그녀가 양손을 펼쳤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을 해요.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을 닥치는 대로 불태워 죽이는 미치광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건 틀렸어요.
“우린 정말 죄를 지은 이들을 구분하고.”
……
“그 죄를 지은 이들을 회개하게 한답니다. 자애의 여신께선 죄를 뉘우치신 이들에겐 자비로워요.”
빙그레 웃어 보인 그녀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런, 면회 시간이 끝인 모양이네요. 대화해서 즐거웠어요. 잊지 마세요. 저는 당신이 용서받기를 바라요. 회개하고 회개한다면. 당신의 죄는 사라질 것이고, 자애의 여신께선 어긋난 길을 간 당신을 다시 품에 안으실 거랍니다.”
빙그레 웃어 보인 그녀의 동공이 일순간 가늘게 수축했다.
“죄가 없다면요.”
스르륵……
몸을 돌린 그녀는 키에 맞지 않는 커다란 망토를 질질 끌고 나가며 말했다.
“정화를 시작해.”
“흐으읍……”
“흐으으으읍!!!”
동시에 사방에서 비명과도 같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클로니 오프레시레라 불린 소녀의 뒤로 모습을 드러낸 수많은 정교 이단심문회의 성기사들이 새빨간 횃불을 던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엉겨 붙은 화염 속에서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정화를 지시한 소녀 클로니 오프레시레는 몸을 천천히 돌려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족과 뱀파이어는 신을 배덕한 존재라 하셨나이다. 그들을 돕는 이들 또한 신을 배덕한 존재이되 정화가 필요한 법이니.”
그 절대적인 규칙에서는 그 어떤 존재도 벗어날 수 없으메.
그녀의 주변으로 새하얀 신성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빙그레 웃는 그녀는 곧 새빨갛게 타오르는 화염을 보며 환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양손을 펼치며 입꼬리를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몇몇 투구를 쓰지 않은 기사들의 경우 그녀의 그런 미소에, 보이지 않게 움찔거렸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하…… 아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신께서 당신들을 부르십니다! 당신들의 죄를!! 죄를 태워주실 거에요! 그리고 모두 타고 남은 재는 죄가 하나도 남지 않은 순백 그 자체가 되겠지요.”
처참한 비명소리와 그녀의 독백은 계속되었다.
맞아요. 순백의 뼛가루.
뼛가루가 왜 흰색인지 아시나요?
죄가 없이 순수하기 때문이에요.
퓨르라스 왕국의 콜듬 영지민 전원 여러분.
당신들은 저 어린 여자아이의 외향을 가진 마귀에게 속아 넘어간 죄를 뉘우치면 신께서 당신들을 보듬어주실 거랍니다.
기도를 올리던 와중이었다.
조심스레 다가온 성기사 하나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1급 심판관님.”
“뭔가요? 저는 지금 중요한 기도 중이에요.”
“그것이…… 괜찮으시겠습니까. 혹여라도 성자라 불리는 데이비 왕자가 나서면…….”
그 말에 클로니는 눈을 부릅떴다.
“네! 저는 그를 기다리고 있어요!”
광기 어린 얼굴로 그녀가 소리 질렀다.
“그는 어떤 죄를 품고 있을지! 그는 숭고한 존재! 그러니 죄가 있다면 태워서 정화해야지요! 당연히 그리해야 합니다!”
그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한들, 신을 향한 믿음 앞에 모든 것은 평등한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