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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77화 (376/1,559)

제 377화

[별 부수미]

(천체폭발 일부를 흉내 낸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 - 별을 부술 힘을 얻고 싶나? 그렇다면 적금이 답이다.)

-1차 해금 완료.

-칭호 착용 시 마나 친화도 +50%

-2시간 단위로 사용자의 최대 마나 10% 흡수 [지속효과].

(칭호를 해제해도 흡수된 마나는 사라지지 않음)

-환골탈태 스택 1을 소모하여 2차 해금.

“아니 이 여신이 지금 나랑 장난치나?”

악덕상인도 이딴 짓은 하지 않을 거다.

“상도덕이 1도 없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은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내 마나 친화도는 일반 마법사의 시스템과 조금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전신 혈도 서클을 이용하고 필요할 시 심장 서클을 구현해 추가로 구동시키는 만큼 기본적으로 소모되는 마나의 양, 그리고 회복되는 양의 효율 차이가 큰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법에 통달한 괴물 같은 여자 네 명이 모여 만들어낸 지극히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그만한 리턴이 있는 시스템이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저 방식대로라면 마나의 소모 자체에 큰 지장은 없을 터였다.

주기적으로 빼앗기는 마나는 마나 친화도 즉, 마나 회복속도에 맞물려서 빠르게 회복될 테니 말이다.

“표정이 가히 좋지는 않구나.”

“표정이 좋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화풀이라도 어딘가에 해야 할 것 같은데.

내 시선을 받은 페르세르크가 움찔거리며 내게서 떨어져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평소의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데이비. 개수작 부리지 마.”

“어이쿠 들켰네.”

눈치 빠르기는.

그렇다면 타겟을 바꾸는 수밖에.

세상에 가장 괴롭히기 좋은 스타일이 딱 세 명 존재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거지 같은 기분을 당장 풀어야 할 것 같았다.

* * *

새빨간 화염이 머금어진 검이 일순간 거대한 화염 폭풍을 일으킨다.

“신께서 명하시노니! 목자의 충실한 어린양이 답하오리다!”

강직한 외침과 함께 소녀의 새빨간 단발이 마치 화염처럼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하얀 빛이 그녀에게 감돌며 다수의 버프 마법이 되어 그녀의 힘을 강화해나갔다.

카앙!!!

그리고 소녀는 자신을 맹렬하게 쪼아대는 거대한 피닉스, 아니 신수 주작인 불닭이를 베어버리기 위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녀의 검 끝은 불닭이의 날개를 베어 넘기기 전에 묵직한 언월도에 막혀버렸다.

“……”

자애롭디자애롭던 미소로 모든 것을 일관하던 클로니는 잔뜩 수축한 동공으로 레이나를 노려보며 맹렬하게 공격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놀라울 정도의 무력에 레이나는 조금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랜 시간 전투를 해온 경험과 기억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 클로니가 내뿜는 힘과 속도, 그리고 전투 능력이 보통 저 나잇대의 소녀가 가질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후우……”

짧게 숨을 고르며 화염검을 털어내고는 거리를 벌린 클로니가 잔뜩 쪼인 탓에 피가 나는 볼을 닦아내고는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용사의 힘은 허명이 아니시네요.”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네 나잇대에 그만한 힘을 가지는 건 사실 좀 비정상이거든.”

아무리 빨라도 정도가 있다.

현재 레이나의 무력 수준은 대륙에서 몇몇을 제외하면 그녀를 이길 존재가 없을 만큼 강한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일리나 데 팔란이라는 무서울 정도로 검에 재능이 좋았던 소녀였으니 말이다.

그것도 현재 이곳의 일리나보다 10년 이상은 더 살아온, 전장을 더 굴러온 경험까지 지니고 있다.

제대로 힘을 발현하는 그녀는 실질적으로 소수의 이기어검을 다룰 정도.

그녀의 주인 말에 의하면 소드마스터의 위 단계.

검선에 어느 정도 발을 걸치고 있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몇 차례 합을 주고도 쉽게 제압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클로니 오프레시레라는 이름을 지닌 이 이단심판관 소녀가 강하다는 소리이리라.

“하압!!”

그때였다.

곰곰이 생각하는 레이나에게서 틈을 발견한 듯 클로니가 검을 빠르게 집어 던져왔다.

갑자기 자신의 검을 포기하는 그 행동에 레이나가 살짝 놀라 물러나려던 순간.

쿠웅!!

거대한 빛의 십자가가 나타나 그녀를 구속해버렸다.

“후우…… 드디어 잡히셨네요. 빛의 용사라곤 해도, 저를 너무 무시하실 줄이야.”

“정말 놀라워.”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리는 레이나의 모습에 클로니는 잘그락 거리는 금속음을 흘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뭐가 놀랍다는 거죠?”

“네 나이가 몇이지?”

“……18살입니다.”

“그 나이에 그만한 무력, 솔직히 비정상적이지 않아?”

“당신처럼 젊은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어봐야 마귀의 홀림뿐이네요. 나는 결코 마에 홀리지 않습니다.”

“웃기는 일이지. 10대에 소드마스터를 가볍게 제압할 정도의 무력이라니. 어디서 튀어나온 괴물도 그러진 못할 거야.”

클로니는 그 말에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래…… 그게 정상인데……, 왜 이놈의 세계는 상식을 벗어나는 괴물이 이렇게나 많은 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좀 전부터 이해가 되질 않지만, 제힘은 제가 신을 믿는 신념에서 흘러나오지요. 그렇기에……”

말끝을 흐린 그녀가 양손을 펼쳐 보였다.

“신을 향한 제 신실한 믿음이 굳건한 이상 저는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겁니다! 용을 사냥했다고 알려진 빛의 용사. 당신을 지금 제가 제압한 것처럼요!”

그녀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어렸다.

“회개하세요! 회개! 회개!! 회개하면 신께선 당신을 다시 품어주실 겁니다! 저희는 당신의! 그리고 모든 죄를 옹호하고 덮어쓴 자들의 죄를 정화하는 것뿐! 회개는 스스로가 하는 것이지요!”

스르릉!!

그녀가 품 안에서 작은 단검 하나를 꺼내 들며 온몸을 비틀었다.

“자! 회개할 시간이에요.”

그 말에 레이나는 십자가에 매달린 채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들었죠? 말이 안 통해요.”

그 말투에 이상함을 눈치챈 것일까.

클로니가 눈을 크게 뜨며 돌아보던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륀느가 높게 평가!”

빠아악!!!!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중량 200kg을 넘어가는 륀느의 맨발 드롭킥이 클로니를 거침없이 처박아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당해 몇 바퀴고 바닥을 구른 클로니는 마치 동력을 잃은 골렘처럼 경련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녀의 귓가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느긋한데.

생각보다 싸늘한 느낌이 들었다.

“얘 뭐라는 거야.”

“저기…… 분명 저는 개인행동 중이라 연합군에서도 소재를 모르고 있었을 텐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 거죠?”

“네 몸을 누가 만들었는지 잊었냐?”

빈정거리는 것도, 놀리는 것도 아닌 담담한 진실을 내뱉은 한마디에 1급 이단심판관 클로니 오프레시레는 서서히 흐려져 가는 시야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소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서…… 자…… 고…… 결한”

발음이 뭉개져도 그녀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곧, 육신은 데미지를 견디지 못했고 그대로 쓰러져 의식을 놓아버렸다.

* * *

본래엔 이런 상황을 알고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찾아온 찰나에 현실과 마주쳤다.

퍽 우스운 일이다.

고요히 쓰러져 있는 클로니를 보던 나는 언제 제압당해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걸어온 레이나가 말했다.

“1급 이단심판관 클로니 오프레시레입니다. 직급대로 그녀는 이단심판을 목적으로 이곳으로 왔어요. 마침 저와 비슷한 목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보다 한발 빨리 이곳에 도착한 모양이에요. 아마 지금쯤 소용지는 초토화되어있겠죠, 구해낸 건……”

말끝을 흐린 레이나가 조심스레 한쪽을 바라보았다.

바들바들 떨면서 아직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는 두 남매가 보였다.

“저 두 사람이 전부에요. 다른 방향으로 영지를 향해 갔던 기사들의 보고가 올라왔거든요.”

살아있는 생명 하나 없이……, 모조리 불태워졌다고 해요.

반대로 나는 칭호로 인해 받은 짜증을 풀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둔 채 기절해 있는 클로니 오프레시레르 안아 들었다.

묵직한 갑옷의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기본적으로 워낙에 가녀린 육신을 가진 소녀라 그리 부담 가는 무게가 아니었다.

천천히 커다란 나무에 그녀를 안고 이동한 나는 그녀를 허공에 던진 뒤 손가락을 튕겼다.

좌르르륵!!!

그러자 나무 근처에 있던 나무줄기들이 빠르게 뻗어져 나와 그녀를 꽁꽁 포박했다.

[웨이크]

동시에 내가 사용한 각성 마법에 기절해 있던 그녀가 크게 움찔거렸다.

“일어나.”

번쩍!!

또 한 번 각성 마법이 발현되자 그제야 기절해 있던 클로니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통존재답지 않게 강하다는 것도, 말이 안 통하는 미친년이라는 것도 들어보았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이 빌어먹을 정교 이단심문회를 찾아낼 필요가 있었다.

성국 본산에선 말을 듣지 않는 이단심문회를 상대로 성전을 벌이려는 모양인데.

그게 아마 쉽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내 판단이기도 했다.

“으읏……”

이윽고, 지끈거리는지, 머리를 세차게 흔든 클로니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부릅뜨더니 환희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아…… 고결한 성자시여. 이리 만나 뵙게 되어 무궁한……”

“됐고. 지금 이단심문회의 위치를 말하면 돼.”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퍽 귀여운 인상이지만 저 얼굴을 하고 멀쩡히 웃으면서 사람을 불태우는 미친년이라는 사실은 모르지 않았다.

“어째서 이단심문회의 위치를 찾으시는 거죠?”

“어째서냐니.”

다 부숴버리려고 하지.

내 대답에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부숴버리려 한다라……. 저로선 이해할 수 없군요. 하지만 고결한 당신을 홀리는 마귀가 있다는 건 분명히 알 것 같아요.”

“마귀고 나발이고 나는 모르겠고.”

“그렇기에.”

클로니는 자신이 포박되어있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도 상관없어 보였다.

“당신께 무례를 끼친다 할지라도 당신을 제압하고 당신을 그 간악한 마귀의 손에서 해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군요.”

“간악한 마귀? 앞뒤 없이 말하지 마라.”

“당신의 뼈는 그 어떤 이들의 뼈보다 순수하게 하얀빛을 내뿜을 겁니다. 정화된 자의 뼈는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몸을 제압당해있어서 머리만 움직일 수 있는 그녀는 머리를 들이밀어 내게 가까이 다가오며 광기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회개!! 정화!! 회개하세요! 고결한 성자님! 당신의 고결한 순백의 뼈는 마귀의 손에 일그러져 검게 변색할 그런 류의 존재가 아니니까요!”

“남의 뼈는 네가 신경 쓸 게 아니지.”

쉽게 말이 안 통하면 이쪽도 별수 없다.

정보를 강제로 끄집어내는 수밖에.

“그럼 직접 꺼내 간다.”

“아아! 시련입니다! 시련이에요! 제게 시련이 다가왔어요! 주신 프리아 여신이시여! 이 죄 많은 저를 용서하소서!”

광기에 휩싸인 듯 온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친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나서 주세요!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데이비님!!!”

그때였다.

클로니의 머리에서 직접 기억을 끄집어내려던 나는 다급히 외치는 레이나의 목소리에 그녀를 한 차례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 전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창공을 향해 빠르게 고개를 들어 보였다.

거기서 보인 것은.

검은빛과 푸른빛이 뒤섞인 대단히 괴이쩍은 거대한 그림자였다.

4쌍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존재.

내겐 제법 익숙한 존재이기도 했다.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찌잉…… 쿠웅!!!!

그리고, 그 괴이쩍은 그림자는 내가 녀석을 확인하고 눈을 크게 뜨기가 무섭게 일대를 모조리 태워버리는 거대한 브레스를 내리 꽂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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