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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03화 (402/1,559)

제 403화

126. 뒤틀려버린 거목 (1)

“셰인 없잖아. 그렇지?”

퍼엉!!!

거대한 폭음과 함께 메가로드리아의 신형이 한 차례 허공을 날았다.

분명 놈의 크기는 단순히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다.

하지만 메가로드리아는 제법 나은 편이었다.

베헤모스의 경우 신체 사이즈가 메가로드리아와는 급이 다른 놈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니들 셰인 없으면 힘의 반절을 깎아 먹고 시작하잖아. 안 그래?”

혹시나 했던 의혹이 사실로 들어맞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를 향해 저항하듯 입을 벌려 폭풍을 머금는 놈의 콧잔등을 강하게 후려치자 놈의 브레스가 강제로 캔슬되며 입이 다물어진다.

“어허, 거참. 지금 개기고 있지? 그렇지?”

쾅!! 쾅!!

몇 차례 놈을 격타하자 놈의 눈에 믿을 수 없다는 경악이 어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기억하는 나는 주먹 한두 방에 이렇게 위협적인 공격을 쏟아붓는 인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카드에 봉인되었다가 다시 일어나니 자신과 비등하게, 아니 오히려 조금 밀리게 싸우고 있던 인간이 괴물딱지가 되어있으니.

아무리 현왕이라 불리던 환수왕이라도 기가 막힐 수밖에 없으리라.

내가 있는 이 티오니스는 단순 차원 이동과는 다르다.

같은 세계이면서도 양면의 거울과 같다.

티오니스와 심연이 동전의 앞면 뒷면이라면.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외려 티오니스와 마주 보고 있는 거울과 비슷했다.

그러니 불닭이와 노아스가 소환이 되지 않는 것일 터다.

아예 차원 개념이 아니라 세계선급의 이동이니까.

그들을 불러내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곧바로 올 수 있는 이곳의 정령왕은 나와 계약하지 않았고 이곳에선 신수 불닭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차원 열쇠가 어떻게 이런 힘을 내 뿜는 건지 놀라울 정도지만, 레이나의 경우를 생각하면 아예 불가능한 경우는 아닌 듯 보였다.

단순한 차이 같지만, 존재 가능성이 충분한 몽환 세계나 다른 차원과 다르게 아예 존재할 수 없는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간단했다.

불가능한 게 가능해진다.

이곳에서 나는 없는 존재인 만큼 모든 것은 영혼을 그대로 복사하여 만들어진 존재와 같았다.

그 말인즉.

장막을 넘자마자 회랑을 기준으로 내 능력이 측정되어 완성된다는 소리와 같았다.

“까짓거, 잠식 내가 해결해주마.”

그러니까.

지금은 놈의 몸속에 새겨진 잠식 정도는 힘으로 걷어버릴 수 있다는 소리다.

대 정화마법이 발현되고.

그 힘에 노출된 잠식의 힘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건 말건.

나는 미련 없이 놈을 제압한 뒤 놈의 두개골이 있는 부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 안에서 활개 하는 방대한 양의 마나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쑤셔 박아서 찾아내고, 끄집어낸다.

아주 간단한 수술방식이다.

물론, 이걸 당하는 메가로드리아는 좀 많이 어지럽겠지만.

그거야 내 알 바가 아니다.

-크아아아앙!!!

급기야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뜨리며 발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중력 마법으로 놈을 지면에 단단히 고정한 후 계속해서 녀석의 머릿속에 잠식된 울드의 힘을 찾아내 걷어내기 시작했다.

현재 녀석은 누군가가 머리를 휘젓는듯한 불쾌함과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운 중력 속에서 아주 죽을 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필사적인 저항도 무색하게 나는 묵묵히 녀석의 머릿속을 헤집었고 결국 울드가 마지막까지 숨겨놓은 잠식의 흔적을 모조리 힘으로 걷어내 버렸다.

혼과 육신의 동기화는 사실상 내게 어려운 과제였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짓도 가능해지지만,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엔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드는 법이렷다.

그러니 한번 기회가 왔을 때.

이용하는 수밖에.

지친 듯 추욱 늘어진 메가로드리아는 눈만 끔뻑끔뻑하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늘어져 있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드나?”

내 물음에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놈의 붉은 안광이 초점을 맞췄다.

“……”

“대답 없는 걸 보니 정신이 들었나 보네.”

[인간……, 대체 정체가 뭐지?]

마치 노이즈가 낀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닌 굵직하고 중후한 본래 놈의 목소리였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목소리와 기이한 환각에서 해방된 그는 힘겹게 내게 물어왔다.

샨드라 미네아나 베헤모스와 다르게 그는 현왕이라 불리던 환수왕이다.

잠식되어있어도 이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에 대해 너무 익숙한 나의 행동, 말 모든 부분에 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인간, 대체 셰인을 어떻게 알고 있나.]

또.

[나머지 두 환수왕에 대해선……]

“자잘한 대화를 나누기엔 듣는 쥐가 너무 많은데.”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고개를 돌리자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마족 병사들이 보였다.

흑비룡들이야 대번에 기절했다지만 아직 살아남은 마족들은 분명 존재했다.

“……”

침묵한 채 놈들을 노려보는 메가로드리아의 모습에 마족들이 겁을 먹은 듯 움찔 떨며 한발, 두 발 물러났다.

하지만 그보다 내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스턴]

쩡!!

청명한 무언가가 때려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놈들의 신형이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셰인과 인연이 좀 있는 사이다.”

[웃기지 마라. 인간, 그가 죽은 건 벌써 천 년 단위 전의 이야기다.]

그의 반박에 나는 어깨만 으쓱여 보였다.

“뭘 하던 못 믿을 거면 대화할 필요가 있나?”

[……]

“됐고. 가면서 이야기하자고.”

그렇게 말하며 놈의 몸에 대규모 회복마법을 쏟아부은 나는 나침반을 꺼내 방향을 대충 확인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서쪽으로 가자. 최대한 빠르게.”

[……좋다. 지금은 네놈에게 협력하지.]

마땅히 저항할 힘도 없고 내가 의문스럽긴 해도 싸워야 할 적이 아닌 잠식을 걷어 내준 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여자의 힘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건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랜드마스터급이나 돼서 그렇게 당하기나 하고.”

[네놈의 말대로 셰인이 없는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는 조건이 무색할 정도로 약해져 있다.]

안 그래도 계약자가 없어서 약해진 상태인데, 울드의 힘으로 더 약해졌으니.

그랜드마스터 타이틀을 달고도 내게 그토록 시원하게 찍어눌러진 것일 터다.

재수가 없으려니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환수 소환사 셰인 스크리프트와의 계약.

솔직히 메가로드리아처럼 현명한 존재라면 굳이 환수 소환사가 아니라도 그를 부릴 방법은 존재한다.

실제로 서로 이해관계만 일치하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론……

“네 힘을 모두 끌어내기 힘들지.”

[정확히는 나를 포함한 모든 환수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인간.]

빠른 속도로 변하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메가로드리아의 목덜미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룩스 대륙은 어떻게 됐지?”

[……]

내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간, 최후의 보루였던 삼 환수왕이 모두 제압을 당했다면 남은 것들이 어찌 되었을지는 굳이 물어 무엇하겠는가.]

“쯧.”

울드가 룩스 대륙을 개작살냈다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녀의 힘은 확실히 강하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 여자는 자신의 동생이 이곳에 있다고 했다. 이곳 또한 룩스대륙과 같은 운명을……]

“여기 네가 있던 티오니스가 아니야.”

내 말에 놈의 속도가 잠시 줄어든다.

[그게 무슨 소리지? 마나 분포, 밀도, 공기의 흐름. 모든 것이 동일…… 아니, 아니군. 사방에 퍼진 이 지독한 검은 마나는 다른 것이로군.]

“그렇지? 평행선이라고 보면 편해. 저기다. 저기서 멈춰.”

그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놈의 거대한 4쌍의 날개가 빠르게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나는 천천히 녀석의 등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평행선이라 생각하면 돼. 내가 있던 세계에선 셰계수가 내 손에 한 번 죽임을 당했고, 그 전대의 세계수가 다시금 깨어나 통치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한 손을 들어 올린 내 손끝으로 동기화 이전에 사용하던 마나의 총량에 비슷한 마나들이 빠르게 모여든다.

이만큼 차이가 심하게 난다는 소리였다.

분명 싸울 때 보았던 최대 총량의 마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손끝으로 활성화하자 내 사정을 모르는 메가로드리아는 황당함과 의문으로 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내 말에 메가로드리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인간, 네놈은 정말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힘을 품고 있군.]

“너와 싸울 때 비하면 지금이 확실히 좀 더 강한 게 사실이긴 하지.”

[조금?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군. 아예 경지가 달라졌다.]

“이래서 눈치 빠른 환수가 싫다니까. 본래 힘이야.”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울창한 거숲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예상이 맞는다면 이곳은 세계수의 결계 마법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고, 그 결계를 걷어내면 세계수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단순히 수색하기엔 내가 이 세계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니 뭐가 되었건 조금 힘을 쓰는 수밖에 없으리라.

완전히 부숴버릴까. 살짝 구멍만 낼까.

결계가 재질이 좋으면 구멍만 나는 정도에 그칠 것이고, 상태가 안 좋으면 부서지는 거다.

청단이를 꺼내 들고 마나를 불어넣은 나는 청단이의 힘이 극도로 증폭되는 것을 보기가 무섭게 미련 없이 검을 휘둘렀다.

망설임? 고민?

이미 결정을 내렸으면 멈추지 말아야지.

쩌억!!

푸른 잔상이 일대를 가르고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무지갯빛 반투명한 장막을 만들어냈다.

정확히는 보이지 않던 장막을 청단이의 검기가 강제로 가시화시킨 꼴이었다.

쩌억!!

그리고.

비 물리 계통의 모든 것을 베어내는 청단이답게 세계수가 친 것으로 추정되는 결계의 일부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와장창!!

그리고. 연쇄반응을 일으키듯 주변의 모든 결계들이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결계 수준이 엉망이네. 이건 이전에 봤던 그 세계수보다 더 심각한데?”

내 말에 메가로드리아가 거대한 앞발을 들어 내 앞을 막아섰다.

티티티티팅!

동시에 숲 저편에서 수십 개의 화살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고 메가로드리아의 손에 막혀 모조리 추락했다.

[방심하지 마라, 인간. 네가 강한 것은 알겠다만, 그래 봐야 한낱 피륙으로 이루어진……]

티잉!!

메가로드리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의 손에서 빠져나간 내 미간에 정확히 거대한 화살 하나가 충돌했다.

단순 화력만 치면 금속판도 우습게 뚫어버릴 화력이지만.

고개가 젖혀진 내 피부에는 닿지도 못했다.

땡그랑!!

이윽고 손을 가볍게 쳐내 허공에서 굳어버린 화살을 쳐낸 내가 피식 비웃음을 던졌다.

“방심은 얼어 죽을 그랜드마스터급 환수나 9서클급 리치를 힘으로 찍어누를 정도의 힘을 다루면 그 마나들이 대부분 평소에 어디에서 활보하고 있을 것 같냐.”

내 말에 메가로드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육신을 감싸는 거대한 마나 압축 장막을 구분해냈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손을 걷어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괴물을 지키려 들었군. 도무지 한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나가 아닐진대.]

“그냥 인간이 아니라서 미안하게 됐다.”

그렇게 쏘아붙인 나는 곧 숲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붉은색의 머리카락에 붉은색 눈동자, 창백한 피부.

“여기 세계수께서는 아주 끝까지 타락하셨나 보네.”

신목의 성지에 있는 엘프는 신목의 영향을 받는다.

고개를 들어 보니 이미 반쯤 말라 뒤틀려버린 세계수의 거대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신과 육체의 지주인 신목이 타락하고 뒤틀리면서 엘프들은 보통 엘프의 모습에서 벗어나 변질한 블러드 엘프가 되어있었다.

대화가 통할 리는 없고.

결국, 남은 선택은.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밖에 없나…….”

[말이 편히 보내는 것이지 결국은 몰살이나 다름없다 인간.]

“적어도 살아서 저 꼴을 겪을 바에야 보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순식간에 나를 포위하기 시작하는 블러드엘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나머지 쌍둥이 검인 홍단이를 꺼내 들었다.

“홍단이, 아빠 잘 도와줄 수 있지?”

[호, 홍다니 말 잘 드를 수 이써!! 홍다니 열시미 할 꺼야!]

내 물음에 홍단이의 의지가 강렬하게 전해져 왔다.

검의 의지가 전해졌으면 이제 남은 것은.

베는 것뿐이다.

“가자.”

짧게 일축하며 나는 블러드 엘프들을 향해 홍단이를 가볍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단은 가볍게.

[초중검]

[태산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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