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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42화 (441/1,559)

제 442화

136. 외부인의 흔적

산 채로 자신의 피부를 날카로운 칼날로 벗겨내면 과연 사람은 어찌 될까.

내게 꽃을 팔던 작은 소녀도 소녀지만 가장 상황이 심각한 건 소녀의 어미였다.

묶인 채로 딸의 눈앞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난도질을 당했으니 말이다.

그때 느꼈을 절망감, 두려움, 고통.

그 어떤 것도 평범한 사람이 견디기 쉬운 것은 없었다.

“모두의 기억을 지우면 돼?”

“그래. 전혀 후유증이 남지 않게 싹 지워버려.”

이에 나는 그날 구한 사람들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라고 밀피유에게 말했다.

본래라면 요시아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녀는 이미 한차례 많은 뱀파이어의 힘을 사용한 바 있다.

힘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녀의 본능은 더욱 빠르게 눈을 뜬다. 괜한 무리수는 폭주를 불러오는 법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덕분에 꿩 대신 닭이라고, 밀피유를 이용해 그들의 기억을 모두 지우기로 했다.

간단한 환각 마법으로 뇌를 주무르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뱀파이어처럼 깔끔하고 후유증이 없는 기억조작이 가능한 종족도 드물다.

말없이 자신의 손을 칼로 그어 피를 만들어낸 그녀는 그것들을 한방울 한방울 피해자들에게 먹였다.

그녀의 힘이 발현되며 곧 이들의 머릿속에서 그 끔찍한 기억은 사라졌다.

상처는 사라졌고, 기억도 지워졌다.

그들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왔고, 기억도 지워졌지만, 그때의 사실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 천하에 죽일 놈! 은사! 내게도 기회를 주시오! 그놈이 살해한 우리 동족의 원한을 갚고 싶소!”

피해자 중 하나가 드워프였던 모양이었다.

당장에라도 손에 쥔 해머로 머리통을 깨버릴 것처럼 씩씩거리는 그 모습에 나는 주변을 중재했다.

“일단 물러가세요. 이놈은 그렇게 쉽게 죽일 생각이 없으니까.”

“죽이지 않겠다니요! 이런 놈을 살려두겠다 이 말인 겝니까?!”

“죽으면 그걸로 끝이에요.”

내 말에 그가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어지간히도 열이 받은 듯 보였다.

“요시아, 고생했다.”

“아, 아뇨. 뭐,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 거죠. 그런데, 이걸로 입을 싹 씻을 건 아니죠?”

능청스레 물어오는 요시아 프랑소스의 말에 내가 눈을 꿈틀거리자 그녀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럼 말이죠.”

“자. 애들은 돌아갈 시간이다.”

“잠깐만요!”

스팡!!

그 말과 함께 요시아의 어깨를 잡은 내 손에서 마나가 흘러나오며 그녀와 내 주변의 배경이 일변했다.

“까, 깜짝이야!”

“애들은 잘 시간이다. 별로 좋은 꼴을 못 보여서 미안하다.”

“아, 아니 뭐…….”

괜히 스스로가 머쓱해졌는지 그녀는 뒷목을 긁적이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 그럼 선생님!”

한참을 고민하던 요시아는 이내 결심을 내린 듯 결단 어린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물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어줄 것도 없이 곧바로 전이 마법을 사용해버렸지만 말이다.

“피, 조금만 마시게 해주세요.”

무언가 내게 부탁을 한 것 같은데, 중요한 일은 아닌 듯하니 무시하도록 한다.

하인스 영지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적색경보를 해제하고 대기하고 있던 베르닐 시종장과 에이미에게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를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많이 바빠 보이는데?”

“저쪽에서 챙겨온 게 좀 많거든.”

내 말에 그녀는 쿡쿡 웃어 보이더니 이내 내 머리 위로 올라와 가볍게 앉았다.

그리고는 내 정수리를 톡톡 두드리며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고생 많았어. 데이비.”

“고생 많았지.”

평소라면 무어라 장난스레 답했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머릿속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계획은 차곡차곡 쌓이지만 지독한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지칠 대로 지쳐있어. 그대가 이토록 지쳤다는 말은 혼령이 가진 여력을 대량 사용했다는 것이겠지.”

그리 말하며 그녀는 본래의 형태로 돌아간 후 내 머리를 눌러 자신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게 했다.

“아주 잠깐, 아주 잠깐만 쉬도록 해.”

“……”

그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머리를 이리저리 뒤척인 뒤 눈을 감았다.

“그래. 급하게 갈 거 없지.”

그런 나를 페르세르크는 그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 * *

“우리 서로 좋은 인연은 아니지?”

“로그아웃되지 않는다니 이상하군……. 이것도 그 귀찮은 퀘스트의 일종인가?”

“그걸 나한테 물으면 쓰나.”

심드렁한 내 말에 가면이 부서진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건 지구의 권총과 매우 똑같다.

“사막 독수리.”

조용히 중얼거린 내가 총의 옆면에 각인된 글귀를 읽자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위험한 장난감은 내려놓지 않겠나?”

“위험한 장난감? 이거 살상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하나?”

“하, 미개한 이들은 그 물건을 어떻게 다루는지조차 모를 거다.”

“내가 널 이걸로 죽일 수도 있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우리 서로 필요한 정보나 교환하자고.”

“크…… 크흐흐. 내가 말할 것 같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공포가 없다. 자신은 죽지 않는다는 마음이 남아있으니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 없다.

물론 죽음이 당연한 수순이라 말하는 그에게 죽음 자체가 자극이 될지는 의문이지만.

그는 나를 자극하고 도발하며 즐거워했다.

물론.

철컥…… 타앙!!!

“읏?”

망설임 없이 탄환 하나를 약실에 장전해 당겨버리자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총을 다루고, 그의 다리에 탄환을 박아버리는 내 모습에 조금 의아한 듯 보였다.

“사람 한둘 죽여본 거로 네가 뭐 전문가라도 된 것 같나?”

“무슨 소리지? 나는 예술을 한 것뿐인데.”

“예술은 얼어 죽을.”

타앙!!

“커헉?!”

이윽고 탄환이 그의 팔을 관통하자 그의 표정이 한순간 일그러졌다.

슬슬 약발이 돌기 시작하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긴 내가 빙그레 웃으며 또다시 탄환을 장전했다.

탄환이야 그의 허리춤에 있던 주머니에 상당량 남아있었으니 남김없이 쓸 생각이었다.

“생소하지? 그게 통증이라는 건데.”

“크윽…… 흐읍…… 흡.”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그걸 다루는 법을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이 감각은……”

“아, 물론 보통 사람은 그거 한방에 잘못하면 죽어. 그런데 너 제법 튼튼하더라. 쉽게 죽진 않겠더라고. 그리고 내가 이걸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다고?”

철컥…… 타앙!!!

또 한발이 그의 몸에 여지없이 틀어박혔다.

“궁금하면 계속 궁금해해. 이 x끼야.”

타앙!!!

또 한차례 크게 경련한 그가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 시대건 예술가를 핍박하고 좋은 꼴을 본 시대는 없었다. 내 고향 수천 년의 역사가 그것을 입증……”

“그놈의 지구에서도 너 같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지 않잖아?”

담담하게 말하며 나는 그의 손가락을 잡아 가볍게 어루만진 뒤 그대로 힘을 발현했다.

“크아아아아악!!”

동시에 시뻘건 기운이 그의 손가락 하나를 그대로 태워버렸고 지독한 통증에 비명을 지르는 그를 무시한 채 나는 몸을 돌렸다.

“당분간은 여기서 죽어 나가야 할 거다. 참고로 말하는데, 네가 믿는 그 자신만만한 로그아웃은 내가 틀어막았으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마라.”

“네놈……. NPC가 아니었구나. 유저인가?”

“네 눈에는 내가 유저로 보였나?”

내 말에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생각이 있는 이라면 게임이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에서 게임 용어를 알고 있는 내 존재가 의아하게 비칠 수밖에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네 말대로라면 이곳은 현실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이 세계에 게임 따윈 존재하지 않아! 네가 이 총을 다루는 것도 시스템 요소를 아는 것도 거짓이다. 데이터 쪼가리가 감히 만물의 영장을 비웃으려 들어?!”

“누가 널 더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던? 덜떨어진 돌연변이 같은 놈이……”

타앙!!!

잊을 만하면 탄환을 그의 몸에 박아넣는다.

신기한 육체였다.

잘라낸 부분은 다시금 돋아났고 탄환을 맞은 부분은 마치 재생이라도 하듯 일정고통만 전해주고 다시 사그라졌다.

아마 보통 게임의 HP와 비슷한 개념이리라. 만약에라도 이런 존재가 더 나타난다면 모르긴 몰라도 대륙의 정세는 많은 변화를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죽어도 부활하고, 어느새 사라지고, 늙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니.

어디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나온 x팔렘이라도 되시나.

광전사도 이런 광전사 육체가 따로 없다.

“내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야만인과는 할 이야기가 없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그는 살기등등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버티는 놈에게 필요한 물건들은 많은데.

대화라는 이름의 마나톱.

협상이라는 이름의 고속 회전 마나 드릴.

평화라는 이름의 드레이크 뼈와 가죽을 섞어 만든 채찍.

마지막으로 용서라는 이름의 소형화한 마나 포탄까지.

메가트론에게 모두 장착되어있는 무기들이지만 골렘의 사이즈가 아닌 일반 사람이 쓸만한 사이즈로 축소한 것들이다.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메가트론의 장비를 본 드워프들이 그 형태에 질겁을 하면서도 개량하는 데에 성공했다.

“예술과 무자비한 목적 없는 살인을 동일시하지 마시게.”

“내 눈엔 그놈이 그놈이야, 쓰레기 같은 자식아. ”

[8위계 성마법]

[하이리커버리]

타앙!!

“크아아아아악!!!”

“아픈가? 아프라고 쏜 건데.”

“목적도 의미도 없는 저급한 짓이로군!”

“네가 하던 짓이잖아? 안 그래? 걱정 마. 아주 오랫동안 나를 보게 될 거야. 지금까지 네 마음대로 살아왔으면 이젠 그게 안 된다는 것도 알아야지.”

물론, 위의 흉악한 놈들과는 별개로 손에 쥐어진 권총의 탄환으로 충분하다.

* * *

보통 평상적인 사람과 반응이 비슷하면 그걸 사이코패스라고 부를까.

그림은 진짜배기 사이코패스였다.

고통을 못 느끼는 것부터 남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까지 섬뜩할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심문이라는 이름의 분풀이를 한 나는 정신을 잃지도 못하고 신음을 흘리는 그를 바라보다 손을 털었다.

이쯤 되면 정신 저항력이 많이 떨어졌겠지.

콱!

그의 머리를 틀어잡은 내가 사령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성불 못 하고 원념이 되어 달라붙어 있는 망령들이 많은데, 작정하고 내가 손을 들어주니 아주 신이 난 듯 달라붙기 시작했다.

“넌 네가 언제든 누군가의 위에 있고, 누군가를 멋대로 하는 입장이었지? 내가 필요한 정보는 굳이 네 입을 통해서 듣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 반대의 입장이 돼보는 것도 좋겠네.

“극한의 스트레스와 공포에 사람이 노출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연구는 금기라 함부로 손대지 않고 있었는데 잘됐다.”

거기 네가 협조 좀 해줘라.

이윽고 고통을 모르고 살아왔고, 남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아왔던 그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무리하게 손수 그를 괴롭히는 데에 시간을 들인 이유는 있었다.

정신력이 약해질수록 파고들 틈이 늘어나는 법이니 말이다.

“어때?”

“그대의 예상대로야. 아무래도 지구가 맞는 것 같아.”

“지구라…… 지구에 가상현실 게임 같은 건 없었을 텐데?”

“그의 기억을 이리저리 뒤집어 봤는데 말이지.”

그녀는 자신이 본 것들을 내게 알려주었다.

몇 해 전 지구에 갑작스레 가상현실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기술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수많은 분야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게임도 그 분야 중 하나였다.

지구의 사람들은 RPG 게임 FPS 게임 등등 여러 분야로 가상현실을 즐기고 있었다.

[그림]의 경우도 그러했다. 실제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였던 그는 실질적으로 사람을 죽이다가 서서히 포위망이 좁혀져 오자 자취를 감추고 예술의 탈을 쓴 살인 욕구를 게임으로 풀기 시작했다.

워낙에 현실성이 넘치는 게임들이 많이 나온 탓에 그를 만족하게 하는 요소는 많았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대체 누가, 어떻게, 가상현실을 만들어 보급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림은 게임을 즐기던 도중 버그를 발견했고. 그 틈을 타고 들어온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모양이었다.

이곳에 도착한 그는 장기간 로그아웃을 통해 지구와 이곳을 번갈아가며 추적을 뿌리치고 자신의 예술을 감행해왔다.

차원 이동을 만들어 낼 정도의 힘을 지닌 또 다른 무언가가 나타났다.

차라리 이런 현상을 겪은 이레귤러가 그림 혼자뿐이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테지만.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

“단순한 우연으로 치기엔 너무 작위적이니까. 아마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게야.”

누군가가 지구에 개입했다.

주신 프리아 여신일 리는 없고, 차원 이동을 만들어내거나 가상현실을 임의로 만들어낼 정도의 간섭능력을 지닌 정도의 존재라면……, 분명히 심심풀이가 아닌 목적이 있을 터였다.

그런 것을 조사하기에는 주어진 정보가 너무 적었다.

차원 열쇠로 지구로 가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랜덤으로 배치되는 차원 열쇠로는 지구를 찾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페르세르크와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나는 익숙한 인기척을 느끼고 창문을 천천히 열었다.

“들어와.”

허공을 향해 내가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기다렸다는 듯 흑색의 무복을 입은 체격 좋은 남성이 나타났다.

“아이나.”

내 말에 남성은 이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목걸이를 건드려 자신의 모습을 가녀린 체구의 다크엘프 여성으로 바꾸었다.

“제가 거기 있는 건 어떻게 아셨죠?”

“보이니까 아는 거지.”

“그래도 전보다 훨씬 실력이 늘었는데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마라.”

어디 건방지게 말이야, 그녀의 은신 능력은 살수의 왕이라 불리던 회랑의 영웅 헤르메이샤에 비하면 말 그대로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

“그래. 에나벨까지 대동하고 알아본 건?”

일전에 나는 그녀에게 베르단데와 동부대륙의 북부 작은 왕국에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선녀라는 존재를 조사해보라 시킨 적이 있었다.

실제로 아이나는 에나벨을 대동한 채 장시간 그 임무에 나가 있었다.

“우선 조금 놀라실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놀라? 뭐 제대로 된 걸 건져왔나 본데?”

“주변을…… 좀 물려주십시오.”

그녀의 말에 나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아이나의 출현을 깨닫고 언제 들어왔는지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는 륀느와 페르세르크.

음, 문제없다.

“계속해. 상관없으니.”

내 말에 아이나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손바닥으로 얼굴을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선녀라 불리는 여성의 이름은 [쿠이나]라고 하는 모양이더군요. 나이는 대충 17살에서 20살 사이로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가명 같아서 조사해봤습니다만 진짜 이름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외에.”

“그녀의 치유능력에 관한 것도 의문투성이입니다. 에나벨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조사해봤지만, 선녀라는 그 소녀가 쓰던 회복능력은 신성력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신성력이 아닌 회복마법?

“그리고…… 솔직히 저는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만 일단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또 뭔데.”

“직업이 별로라느니 레벨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느니 이상한 소리를 자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하나만 넘어와도 어떤 파장이 생길지 몰라서 앞으로의 일에 대비해야 앞서나갈 수 있는데.

그림을 잡자마자 또 나타났다?

느낌이 싸해지기 시작했다.

“언뜻 들으면 헛소리 같지만, 그냥 넘길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아이나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는 말인즉…….

“지금 저런 단어가 대륙 곳곳에서 사용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길드 내에서……”

오 프리아님, 맙소사.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조짐이 대뇌 전두엽까지 밀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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