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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44화 (443/1,559)

제 444화

“너희 부모님이 남긴 공로를 절대 잊지 않겠다. 다른 모든 이들이 잊어도 내가 기억해주마. 환영한다. 여긴 너희들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글을 몰라? 그럼 배워.

검을 몰라? 검기가 뭔지 가르쳐주마.

마법? 진리에 도달하게 해주마.

“여, 영주님을 믿으면…… 저희에게 무엇이 기다리고 있나요.”

개중 똑똑한 한 아이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미래.”

“거짓말! 우리 같은 상것들에게 그런 거창한 게 필요할 리 없잖아요!”

“믿어라.”

당당한 그 선언을 이해하는 아이는 많지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강당 홀은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어버렸다.

어린아이들은 주변에서 우는 소리에 동화되어 흐느꼈고 눈칫밥을 먹고 주변을 둘러볼 줄 아는 조금 큰 아이들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사실이 다시 떠올랐는지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와……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야.”

“세상에…… 그럼 이 큰 아카데미를 만든 이유가 저 아이들을 위해서란 말이야?”

샤쿤탈라 F반의 학생들은 멀찍이 떨어져 강당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완전히 미치광이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는데…….”

“할 때는 정말 하는 사람이구나.”

“그러니 성자 칭호를 달고 있는 거겠지. 실천능력이 보통 사람하곤 달라.”

자금이나 힘이 부족해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할 인간이긴 했다.

그들을 잠시 가르쳤던 미치광이 선생님인 데이비라는 인간은 말이다.

F반의 학생인 티미 렌다로그는 멀찍이서 데이비를 보며 의외라는 듯 중얼거리는 자신들의 동기들을 바라보았다.

알리사 요스포그는 흐느끼는 아이들에게 동화되었는지 눈물을 짓고 있었고 로이사 포렌은 세렌드레타도 눈시울이 상당히 붉어져 있었다.

말은 험악하고 눈치도 없는 셀비스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회피하지만, 동공이 쉴 새 없이 떨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보통 평소엔 미치광이 싸이코패스지만……”

“존경할 가치는 있는 사람이지. 우리랑 고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정말 배울 게 많으니까.”

이곳에 있는 샤쿤탈라 학생들 누구도 이런 일까지 생각하고 계획해본 이는 없다. 그저 저들이 안타깝다고만 생각할 뿐 스스로 나서서 무언가를 할 용기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동년배 스승은 달랐다.

그게 그와 자신들의 차이가 아닐까.

그와의 만남으로 F반 학생들은 많은 것이 변했다.

짧은 시간의 교육 끝에 A반조차 두려워하는 괴물 같은 F반으로 불리도록 만들어 주었으니 말이다.

그중 가장 성적이 뛰어난 요시아 프랑소는 어떨까.

“츄릅……”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한 티미는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기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맛있는 먹이를 바라보듯 요시아가 데이비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목에 이빨을 콱 틀어박으면 정말 좋을 텐데…….”

분명 그녀는 만사에 관심이 없고 고민거리도 절대 공유하는 일이 없는 소녀였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게 변했다.

그새 데이비 선생님에게 다른 마음이라도 품은 것인가.

티미는 요시아의 성벽이 생각보다 특이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 * *

아카데미가 성공리에 열리고, 학생들은 모두 새롭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운 주변을 구경하면서 입학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학생들 대부분은 라운왕국보다 타국의 아이들이 더 많은 편이었다.

그 탓에 외부의 인원을 멋대로 끌어갔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각국의 항의서에요. 몇몇 국가들은 내색하고 있진 않지만 이런 무분별한 행동은 역시 좋게 보일 순 없을 겁니다.”

부학장의 자리에 오른 앨리스 대주교가 내게 여러 서류를 건네주었다.

“거참……. 저는 가르치러 온 거지 왕자님의 정치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죠.”

“처음엔 어쩔 수 없죠. 항의는 무시하세요. 평소엔 그들이 어떻게 죽어가건 관심도 없는 비열한 놈들이 이럴 때만 기회 잡고 물어뜯는 꼴이 퍽 우습네요.”

“뭐, 이 부분에 관해선 제가 간섭할 여지가 없네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그들은 교수진일 뿐 정치에 관련되어선 곤란하니까.

“아저씨!!”

멀리서 나를 보고 후다닥 달려오는 소녀의 모습에 나는 고민하던 표정을 지우고 그대로 손을 벌려 작은 하프엘프 소녀를 안아 들었다.

“아이고, 뮤우, 볼 때마다 쑥쑥 크는구나.”

“뮤우는 아저씨 친구니까! 아저씨만큼 쑥쑥 클 거에요!”

헤실거리는 녀석의 귀가 쫑긋거리자 나는 마구잡이로 녀석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는 피식 웃어주었다.

“방은 괜찮니?”

“네! 엄청 깨끗하고 아늑해요!”

보통 자연 친화적인 것을 좋아하는 엘프지만 뮤우는 하프 엘프인 탓에 크게 그런 것에 구애받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채소보다는 고기를 더 좋아하니 인식이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그래. 친구들 많이 사귀고.”

“우웅…… 뮤우는 아저씨만 있으면 되는 데에.”

“안돼. 친구는 많이 사귀어야지. 그리고 뮤우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들도 다 여기 있으니까.”

“네!”

짧게 고민한 녀석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몇몇 여자아이들이 고개만 쏙 내민 채 뮤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새 친구를 만든 모양이었다.

“자, 어서 가봐.”

“네!”

후다닥 뛰어가는 뮤우를 뒤로한 채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가볍게 찢어버렸다.

아이들을 멋대로 데려갔으니 이에 대한 보상을 내놓으라는 뻔뻔한 작자들이었다.

니들 국가 이름 전부 봐놨다.

* * *

뭐든 총대 먼저 메는 놈이 지옥을 보는 법이다.

내색하지 않고 침묵하는 이들, 내 결정에 찬성하는 국가를 제외한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몇몇 국가는 어떻게든 이권을 챙겨보려고 정치적인 지적을 걸어왔다.

보통 이런 경우는 곧바로 항의하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대상이 잘못되었다.

굳이 그들을 건드릴 것 없이 나는 영지의 자금을 이용해 아이들에 대한 몸값을 각 해당 국가에 모조리 지불했다.

그런 내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그들이었지만 곧이어 내 말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해당 국가와 하인스 아카데미는 이제 완전한 별개 관계로 하인스 아카데미의 졸업생을 절대로 해당 국가에 보내지 않겠다.]

아이들이 놀랍도록 성장할 경우, 거기에 대한 어떤 이득도 취할 수 없을 거다.

그 외의 국가들만 이득을 본 셈이었다.

경쟁자가 줄어들었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국가와 어차피 천한 평민 따위가 커봐야 얼마나 가치가 있어지겠냐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거야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었다.

내가 취할 조치는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는데 오히려 날뛰는 이들이 있었다.

하인스 아카데미의 취지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던 삼제국이 나선 것이다.

그들은 대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의 유가족을 굶어 죽게 한 놈들인데 무슨 염치로 권리를 요구하냐는 말을 했고, 차후 이에 따른 엄청난 불이익을 약속했다.

무슨 불이익이냐고?

“사고가 터져서 타국에 도움을 요청하려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겠지.”

“멍청한 놈들이라니까. 흐름을 못 보면 그 꼴이 나는 거지.”

좋은 취지로 시작했기에 명분도 이쪽이 압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한 이들은 피를 본 셈이었다.

이후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요시아 프랑소스.

샤쿤탈라 마법 학교의 F반 학생이었던 뱀파이어 로드, 그리고 수업거부의 주인공이자 상당한 문제아였던 요시아 프랑소스가 기어이 사고를 친 것이다.

조기졸업.

그동안 천재라 불리며 많은 위세를 떨쳐온 요시아 프랑소스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겠다는 명분으로 급기야 교수진들이 치르는 시험에 도전했고 당당하게 커트라인을 넘겨버리고는 조기 졸업장을 따내고 말았다.

샤쿤탈라의 입장에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샤쿤탈라의 역사상 조기졸업자는 극소수였다.

실제로 학생들의 빈약한 경험과 지식으로 풀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들이 즐비한 교수진들의 시험이었으니 말이다.

교수들도 풀기 어려워하는 수식시험, 마나 컨트롤 시험 등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해버렸으니 그녀에게 고등부니 중등부니 단계를 강요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교수진에 오를 자격을 얻어버린 요시아 프랑소스는 탄탄대로처럼 열릴 미래를 다 내팽개치고 마탑으로 직행해 나를 찾아왔다.

“취직시켜주세요.”

당당하게 요구하면서 말이다.

“나 이제 애들 가르칠 자신 있어요. 시험도 치르고 왔어요.”

그녀의 요구에 나는 빙그레 웃어주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내 손을 타고 키워진 아이다.

비록 나잇대는 비슷하지만, 일단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던 사이였다.

내 손을 거친 그 순간부터 요시아의 성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물론, 그녀가 뱀파이어 로드라는 희대의 사기적인 혈통을 각성한 것도 있지만, 그녀의 노력이 없었다고 할 순 없었다.

그런 그녀를 대견스레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여기 취직하겠다고?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상관없는데요?”

너무도 자신 있는 그 목소리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개수작 부리지 마라, 요시아 프랑소스, 네가 관심있는 건 학생이 아니라 내 피겠지.”

“어머, 들켰네.”

헤헤거리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살짝 보여주는 그녀였다.

“이전에 보상도 안 주고 튀었죠? 이제라도 받을 거예요. 한 모금만 줘요.”

“안 돼.”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이 격하게 찌푸려졌다.

“아니. 왜요?!”

“왜긴, 금단현상 때문에 네가 뱀파이어라고 소문낼 거냐?”

“읏…….”

“이렇게 하자. 당장 넌 이곳의 교수진으로 오기엔 실력이 너무 모자라다.”

기준미달이라고.

내 말에 그녀가 독기어린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다른 곳에선 저를 다 모셔 가려 한단 말이에요! 왜 안된다는 건데요?!”

“여기 인간들은 너보다 더 높은 실력에 있으면서 내 수업을 받았거든.”

내 말에 요시아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그…… 그……”

“정하고 싶으면 해줄게. 다만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내 특별 과외를 받아야 할 거다.”

걱정 마, 나 무서운 사람 아니야. 내가 배운 것보다 확실히 순한 맛으로 한다니까.

“교, 교직원으로 만족할게요!”

기겁하며 물러나는 꼴을 보니 다시 그 경험을 하고 싶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선생님께 맞으면 자괴감이 들어요. 맞아서 기분이 좋아지니까 기분이 더러운 건 처음이라고요!”

“그럼 이야기는 끝이네. 다른 녀석들은?”

“다들 본래 목표가 있으니까요. 저야 뭐, 이제 목표고 뭐고 상관없지만. 다들 제가 선생님 곁으로 간다니까 애도하는 분위기던데.”

“날 잡아서 한번 드잡이질을 해야겠네.”

피식 웃는 그 모습이 퍽 웃겼다.

“그럼 전 뭘 하면 되죠?”

“아카데미 동쪽에 가면 마법 학부가 있을 거다. 거기 가서 말해.”

뭐부터 하면 되냐고.

뭐든 안 시키겠니.

“월급은 걱정 마라. 꼬박꼬박 보너스에 각종 혜택을 담아서 줄 테니.”

요시아를 돌려보낸 나는 이제 남은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저희도 입학하게 해주십시오!”

“맞습니다! 평민은 되면서 우린 왜 안된다는 겁이니까!”

“그깟 평민놈들이 우리보다 우선이라 이겁니까?!”

이 개념 없는 놈들을 쳐내야 할 듯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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