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46화
137. 완전한 탈태
제 이름은 포드라고 합니다. 나이는 열셋으로 본래 무두장이인 아버지를 따라 잡심부름을 하며 살았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글도 모르는 까막눈에 천한 기술자 평민이 이렇게 으리으리하고 아름다운 건물에서, 저렇게 대단해 보이는 분들께 수업을 배우게 될 줄은 말입니다.
대륙에 나쁜 존재들이 나타났다고 했지요. 아버지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작업실 가장 안쪽에 있던 할아버지의 갑옷과 검을 꺼내 드셨습니다.
솔직히 구닥다리였어요. 낡아빠졌단 말이죠. 불안하긴 하지만 우리 같은 평민들은 전쟁에 나갈 때 갑옷과 검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하나가 너무 비싸서 대대로 물려받는다고 하지요.
아버지는 할아버지 윗대부터 물려내러 온 갑옷과 검을 가지고 용맹하게 싸우러 가셨습니다. 돌아올 때 선물을 사서 온다고 말하면서요.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형제는 없지요. 오로지 저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어린 제가 무두장이 일을 하기엔 아직 기술력도 부족하고 일을 해결하기엔 너무 어렸습니다.
그때 영주 나리께서 찾아오셨더군요. 아버지와 제 추억이 담긴 작업실을 밀고 커다란 정원을 만든다고요. 저는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대들면 죽는다는 걸 모르는 멍청이는 없거든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저는 하루하루 구걸로 먹고살기 시작했습니다.
고통스러웠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말라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나쁜 짓을 하게 되더군요. 빵집에서 빵을 훔치고, 지나가는 사람의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고작 한두 달 만에 저는 많이 변했어요.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시면 통곡을 하시겠죠. 하지만 저는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나를 위해 남겨놓고 떠나신 이 세상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세상은 편하지 않더군요. 늘 그렇듯 소매치기를 하던 대상이 하필이면 귀족 가의 높으신 자제분이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대로 끌려가서 호된 매질을 당하고 죽을 위기에 처했지요. 더는 살아갈 힘도 남지 않았던 저는 그 자리에서 무수한 발길질을 당했습니다. 약해진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 아팠어요.
대체 제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하나요. 그때 처음으로 저를 떠난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요, 그냥 죽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아버지의 말을 어기고 못된 짓을 했으니 벌을 받는 거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죽어가던 제게 몇몇 로브를 입으신 분들이 다가와 기사들을 말리더군요. 귀족분들인가 싶어 자세히 봤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이름 포드. 아버지가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전사한 유공자의 자식. 확인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몇몇 사람들.
그들은 꼬부랑거리는 지렁이가 그려진 종이를 귀족가의 자제에게 들이밀더니 이내 그들을 돌려보내 버렸습니다.
살았어요. 하지만 제 자신이 왜 살았는지는 몰랐습니다.
그렇게, 저를 구해준 사람들을 하염없이 따라간 저는 휘황찬란한 마차에 올라탔습니다. 그곳에는 저와 비슷한 아이들이 많더군요.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렇게 며칠간 마차는 저를 태우고 어디론 가로 향했고 이내 신기하게 생긴 새로운 곳에 저를 내려놓았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물줄기는 떨어지지도 않는지 반짝거리며 영지를 예쁘게 장식했고 영지의 중앙엔 거대하고 아름다운 시계탑도 보였습니다.
이곳은 어디인가. 그건 으리으리한 왕궁 같은 곳에 들어갔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하인스 아카데미.
뭐 하는 곳인지 몰라 물어보니 학교라고 하더군요. 그 후 저와 비슷한 사정을 가진 아이들이 모인 곳에서 저보다 조금 더 큰 사람을 만났습니다. 흑발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지만 장난스런 미소를 지닌 사람.
그도 귀족인 듯 보였습니다. 자칫하면 목이 날아가기에 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였지요. 그런데.
그분은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른 분이었습니다.
[너희들의 부모님이 남겨주신 이 평화. 너희들의 부모님이 남기신 전공. 다른 이들 모두가 잊어도 나는 잊지 않겠다. 환영한다. 이곳은 하인스 아카데미. 너희들을 위해 내가 준비한 너희들의 보금자리이며, 새로운 출발선이다. 이곳에서 너희들은 원하는 것들과 필수적인 것들을 배울 거다.]
그가 하는 말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배우는 게 의미 없다고 여기지 마라. 너희들이 열심히만 해준다면, 이곳은 반드시 너희들의 꿈에 보답할 거다. 검을 배우고 싶나? 경지에 이르게 해주지, 마법을 배우고 싶나? 진리를 일깨워주마. 너희들에게 불가능은 없다. 이곳에서는 불가능 따윈 없다. 필요한 건 의지 하나뿐. 그러니 배워라. 너희도 모두가 하나하나 소중한 사람들이니.]
그 말에.
저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버지. 저, 저분을 따라가도 되는 걸까요. 이 휘황찬란한 곳에 있어도 되는 걸까요.
흑발의 왕자님, 아니 성자님이 떠나고 난 후 저는 메이드 분들의 안내를 받아 어디론 가로 이동했습니다. 어릴 적 살던 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깔끔하고 좋은 숙소였습니다.
기숙사…… 라고 하더군요. 이후 식당에 도달한 저희는 정말 꿈도 못 꿀만큼 호사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굶으며 살아온 아이들은 마치 걸신들린 것처럼 그것들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더군요. 누가 경을 칠라.
하지만 그 누구도 저희를 타박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미소를 지어주며 많이 먹으라고 하더군요.
아버지, 이곳은 천국인가 봅니다. 제게 꿈만 같은 이런 생활을 안겨주신 성자님에 대한 믿음이 무럭무럭 돋아나는 듯합니다.
이후 첫 수업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저는 검을 배우고 싶었거든요.
글자공부, 예절공부 외에 자잘한 것들. 그리고 저는 검술을 선택하고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저희를 가르치는 분은 소드마스터라 불리는 기사님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어요. 손에는 감자를 놓지 않은 채 음산하게 웃으시는 게 이상하게 불안했거든요.
[잘 왔다, 햇병아리들. 흐흐흐흐, 내가 너희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모두 나만 따라오렴. 내가 너희들에게 검의 극의를 깨우치게 해주마. 재능이 없는 놈? 있는 놈? 관계없다. 모두 훌륭하게 만들어주마.]
이곳으로 올 때 사귄 친구들도 의아한 듯 그분을 봤습니다. 몇몇 친구는 마법이나 신성력 수업을 받으러 갔기에 이곳엔 없지만요.
그 미소 따스했지만, 이상하게 무서웠어요.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사…… 살려주세요, 아버지.
* * *
정체 모를 시선은 기시감이 들었다. 이런 느낌의 시선을 받은 적은 있었다.
바로 내게 마지막 10분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사라진 관조자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관조자와는 달랐다. 묘하게 섬뜩한 기분이었다.
“뭔가 있는 게야?”
그런 내 변화를 귀신같이 눈치챈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 시선을 느끼는 건 나 이외엔 없는 듯 보였다.
묘하게 기시감이 느껴지는 꺼림칙한 시선. 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위치를 특정할 수가 없었다.
마치 세상이라는 작은 상자를 두고 그 상자의 밖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 더러운 시선이었다.
“데이비?”
“별거 아니야.”
다만 그 시선은 오래가지 않아 사라져버렸다.
마치 만족했다는 듯 말이다.
“륀느.”
“륀느 명령 대기 중.”
“주변을 좀 탐색해줘. 수상한 게 보이면 뭐가 되었든 제압해. 저항하면 재량껏 처리하고. 아마…… 별문제는 없을 거다.”
“륀느가 믿음을 높게 평가!”
맨발을 폴짝폴짝하며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륀느를 뒤로한 채 나는 잔량의 심연의 힘으로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환골탈태 스택 120여 개.
충분하다 판단은 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는 처음 많이 헤맸었다.
하지만 찾아보면 다 나온다고 했던가.
나는 칭호창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반 환골탈태]
(스스로 진화의 문을 두드린 자에게 내려지는 칭호)
-사용 시 특수한 대가를 소모하여 진화 가능.
-완전한 환골탈태에 필요한 재료보유.
그러니까. 해금과 비슷하다.
이전에도 저런 문구가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나는 미련 없이 공간을 확보하고 칭호를 장착했다.
삐릭!
동시에 내 눈에 흐릿한 문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환골탈태 스택 요구량 보유 확인 칭호 반 환골탈태가 완전한 환골탈태로 변경됩니다. 변경 시작하시겠습니까?
“호오.”
마치 게임 시스템처럼 문의해오는 문구에 나는 가볍게 손을 올렸다.
우웅…….
그러자 내 앞으로 반투명한 회색빛의 작은 솥단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환골탈태 과정에 추가 요소를 넣을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내 몸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어?”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조의 힘이다. 하지만 이게 무슨 힘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신의 의지.
분명 칭호는 세계의 규칙을 주신 프리아 여신이 꼬아서 내게 부여한 힘의 일부다.
그러니 이 힘 자체가 신의 기적이라 봐도 사실상 무방했다.
“윽?! 눈부셔! 데이비?!”
깜짝 놀란 페르세르크를 무시한 채 나는 내 몸에서 빠져나온 무언가를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몸에서 나온 것은 꼬인 사다리였다.
꼬인 사다리. 그러니까 커다란 DNA 조각이다.
그 순간 나는 이게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영웅의 회랑에 있던 내 스승 중 하나.
환수 소환사이자 현재 내 카드에 봉인되어있는 메가로드리아의 본래 주인이었던 셰인 스크리프트의 유전자.
내 몸 안에 있었구나.
빛으로 만들어진 DNA 조각이 빠져나와 솥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에 나는 본능적으로 그 방식을 깨닫고 아공간에서 물이 가득 담긴 주머니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프루그레프 왕고의 마지막 방, 저주받았던 망자들의 석실 바로 앞에 있던 마나 신성수였다.
그 외에 관조자가 내게 알려주었던 마나 신성수가 있던 곳에서 모조리 털어온 이 희귀하고 귀한 물들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어차피 지금 이곳이 아니면 쓸 일이 없다.
자루의 뚜껑을 열고 솥단지 안으로 마나 신성수를 콸콸 쏟아붓자 마치 블랙홀처럼 그것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은율의 솔방울도 넣을까.
문득 나는 본래의 티오니스로 돌아와 저주받은 망자들을 구원하면서 챙겨온 은율의 솔방울을 쓸까 고민했다.
규칙에 대한 면역, 그 효능은 금기의 업과 비슷하지만, 그 위력이 한정적인 대신 페널티가 없다.
솔직한 말로 이것까지 환골탈태에 써서 넣기엔 조금 걸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추가 요소 주입을 끝내시겠습니까.
마치 재촉하는 듯한 그 질문에 나는 미련 없이 은빛의 솔방울을 꺼내 집어넣어 버렸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다 넣어. 다 쑤셔 박아!
더 넣을 게 없나 고민하던 나는 문득 아공간에서 꺼낸 아주 작은 병을 손에 쥐었다.
“이것도…… 들어가려나.”
“데이비 그건……”
“엘릭서 아류. 진짜 엘릭서는 전부 써버렸으니까 효능은 그 반의반도 못 미치는 가짜지만.”
이 정도까지는 나도 만들 줄 안다 이 말이야.
고민은 오래 할 것도 없었다.
나는 이 엘릭서를 증식시킬 용도만큼만 아주 조금 남겨놓고 모조리 솥 안에 쏟아부었다.
이렇게 호화로운 환골탈태는 처음인데.
대량의 마나 신성수에 특질 능력자의 DNA 그리고 은율의 솔방울과 아류 엘릭서 소량.
이외에 나는 몸에 좋다는 것들은 모조리 잡아넣었다.
뇌물로 받았던 약초를 집어넣기도 했으니 말이다.
효능 자체는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이것들 하나하나가 모이면 변화가 생기겠지.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의 고향 격언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어 데이비.”
“알고 있어.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신중한 것뿐이야.”
짧게 고민을 마친 나는 곧이어 양손을 가볍게 쳤다.
짜악!!!
동시에 솥단지를 중심으로 연녹 빛의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넣을 건 다 넣었고.
이제 마지막으로.
이 숲에 어린 정령의 힘을 다수 쏟아붓는다.
화아아아아악!!
마법진이 가동하며 숲에 있는 힘 일부가 격류 되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솥단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렇게 모인 정령의 힘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내 몸 안에 있는 힘들은 쏟아부어 봐야 의미가 없다. 외부에서 가져오는 것들이 중요할 뿐.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솥단지의 앞에 천천히 앉았다.
“이제 기다리면 돼.”
아주 조금만 기다리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힘을 빨아들이는 솥의 힘에 나는 말없이 그것을 직시했고 숲의 유지가 어렵지 않을 정도의 힘만 남겨놓은 채 칭호란을 활성화해 칭호의 능력을 가동했다.
우우우웅!!!
동시에 상태창의 일부에 적혀있던 내 환골탈태 스택이 모조리 증발한다.
필요량보다 많았는데 이걸 다 쓴다니 황당하지만 이런 경우 과유불급보다는 다다익선이다.
어디, 한번 변화해보자.
투웅!!!
동시에 솥단지가 흩어지기 시작했고 그 앞에 앉아있던 내게 거대한 빛의 줄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작한다.
본능적으로 나는 어깨에 앉아있던 페르세르크를 떼어냈고 그녀를 밀어냈다.
“끝날 때까지 절대 가까이 오지 마. 휘말리면 나도 어떻게 못 해.”
“데이비. 절대 무리하지 말아.”
“오빠 믿지?”
내 장난스런 말투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가 힘이 빠진 듯 피식 웃어 보였다.
“본녀가 그대보다 연상이야.”
그 말을 끝으로 내 시야가 암전한다. 의식이 순식간에 멀어지며 내 전신에 빛으로 휘감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 * *
“데이비님 륀느가 보고……”
숲 반대편에서 등허리의 날개를 팔락거리며 날아온 륀느가 보고하려다 멈췄다.
녀석의 눈에 비친 것은 거대한 마법진의 중앙에서 어마어마한 빛을 내뿜고 있는 인영과.
그 인영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페르세르크가 전부였다.
“페르님. 데이비님의 소재를 륀느가 요구해.”
“저기 있는 게야.”
말없이 륀느를 손으로 잡아 품에 끌어안은 페르세르크가 침묵했다.
“아…… 대량의 에너지 유동을 감지. 륀느가 이것을 높게 평가.”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놀람이 서린 느낌이었다.
안 그래도 강한 것이 데이비이지만 이제는 지금 위치에 안주할 수가 없게 되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는 페르세르크였다.
륀느도 뭔가 생각이 많아졌는지 침묵을 유지한 채 빛에 휩싸인 데이비를 바라보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륀느 그녀의 소유자인 데이비는 매번 신기하면서도 기이한 기행을 자주 저질렀으니 말이다.
이제 와서 의문을 품을 것도 없었다.
그때였다.
쿠웅!!!
빛에 휩싸인 데이비의 육신이 뒤틀리기 시작하며 거대한 힘의 파장이 숲 전체를 한차례 뒤덮었다.
“크읏?!”
“윽.”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린 페르세르크가 눈을 꿈틀거렸다.
“세상에……”
“측정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양의 고밀도 에너지 포착. 륀느가…… 데이비님의 기행을 높게 평가.”
놀랍다는 듯 륀느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전신이 힘에 반응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투웅!!!
그리고.
또 한 번 파장이 퍼져나갔다.
이번엔 숲보다 더 넓게.
투웅!!
또 한차례 퍼져나간다. 이번엔 이 숲을 포함하고 있는 국가인 활의 국가, ‘현’ 국을 모두 뒤덮는 수준이다.
알만한 이들은 모두 느낄 만큼 어마어마한 힘의 변동이다.
거대한 파장은 또 한 번 퍼져나갔다.
더 크게.
더 더 크게.
이윽고 파장은 대륙 전체를 뒤덮을 때까지 퍼져나갔다.
데이비의 본 힘을 본 이들은 이 파장이 누구에게서 나오고 있는지, 어디서 나오는지 본능적으로 눈치챌 만큼 확연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강자가 환골탈태를 거쳤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안 그래도 강한 힘을 품고 있던 데이비가, 처음으로 완전한 환골탈태를 시작한 것이다.
데이비는 얼버무렸지만 페르세르크는 그의 육신에 대해 조금 많은 생각을 해본 바 있었다.
환골탈태는 인간이 성장하면서 육신이 재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때 더욱더 성장하기 위해 육신을 진화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문제는 데이비가 여기서 더 진화하면…….
대체 뭐하는 괴물이 될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 그녀였다.
투웅!!
그리고, 또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감각으로 거대한 파장이 섬뜩하게 퍼져나갔다.
* * *
강자들은 모두 눈치챌 수 있다.
이 무형 무색 무취의 거대한 파장의 존재를 말이다.
“……”
동부대륙 북부의 작은 왕국. 그곳에 있는 울창한 숲 속의 작은 오두막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작은 마법서를 품에 끌어안은 채 잠들어있던 흑색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다.
서부대륙의 최남단. 그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파장을 감지하고 꿈틀거렸다.
중부대륙의 최남단.
배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난기류가 자주 몰아치는 그곳에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