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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49화 (448/1,559)

제 449화

거대한 폭음.

지하 깊숙이 만들어진 연구소에조차 전해져오는 종말의 힘은 끔찍할 정도로 두렵다.

“선택은 되돌릴 수 없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는 흐느끼듯 울음을 터뜨렸다.

“제발…… 제발.”

호소하는 듯한 그 목소리였다.

“드래고니언들이 막는 것도 한계가 있어……. 저들은 반드시 이곳에 도달할 거야.”

우는 여성을 제지하며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등허리에 돋아난 검은색과 백색이 뒤섞인 날개를 내려다보던 은발의 소녀는 머리가 너무 길어서 얼굴이 죄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준비…… 됐다고 보고해.”

짧은 대답, 동시에 커다란 체격의 남성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은 이곳에선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

“고마워.”

“……”

사내의 말에 은발의 소녀는 작디작은 손을 이용해 사내를 밀어냈다.

“기회는 한 번뿐. 동족들은 집요해.”

짧게 말한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제 가슴에 손을 올렸다.

푸확!!!

동시에 새빨간 피가 터져나가며 그녀의 심장이 뽑혀 나왔다.

생명의 근원인 심장이 뽑혀 나왔음에도 그녀는 곧바로 죽지 않았다.

“마법진은?”

“준비, 끝났습니다.

귀가 긴 엘프 사내의 대답에 그녀는 조용히 체격이 큰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경고, 눈물은 현 상황에서 부적합해.”

“크읏…….”

“내 심장, 잘 부탁한다고 명시.”

기이한 말투를 쓴 그녀는 조용히 웃어 보였다.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려는 듯하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짓는다.

“로토, 륀느는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

“륀느!!!”

쿵!

가벼운 육신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억겁의 사슬의 종말을 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는 의식을 놓았다.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시야 속에서 전신 곳곳에 비늘이 돋아난 여성이 천천히 말했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녀석이 마련해준 유일한 돌파수단이다. 우리는 종족의 현 마지막 생존자인 내 명운을 걸고, 이걸 반드시 성공시킬 테니 너희는 너희들의 일을 해내……."

신념이 담긴 목소리였다.

동시에 모두의 입에서 결의한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사대에 맹세하건대.”

짧은 침묵.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드시 신을 불러낸다.”

* * *

륀느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혼란스러운지 멍한 얼굴로 있는데도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였다.

“린느!”

“우아! 일어났어!”

륀느가 일어나자 곧바로 달려드는 두 아이의 모습에 륀느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우웅…… 링느 기분 나빠?”

“흑…….”

순수하기 짝이 없는 두 아이다.

홍단이의 불안한 질문과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흐느끼는 청단이의 모습에 륀느는 혼란스러움을 표했다.

“네 표정이나 보고 생각해.”

동시에 내가 거울을 그녀에게 들이밀자 륀느의 동공이 아주 약간 확장되었다가 다시 수축했다.

동시에 살짝 찌푸려진 표정이 본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륀느, 뛰어난 생체 골렘. 육체 구조에 이상은 없다고 판단.”

담담하게 답하자 홍단이와 청단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륀느에게 매달렸다.

주로 두 아이와 놀아주는 건 륀느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헤헤헤! 린느! 좋아!”

“조, 좋아!”

아직 새어나가는 발음이 많지만 초단이로의 융합 이후 두 아이의 성장에 차도가 있다는 건 제법 좋은 소식이었다.

이윽고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던 륀느가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의 은발이 흐느적거리며 흘러내리지만 륀느의 시선은 오로지 내게 꽂혀있었다.

“륀느, 생체 데이터에 변화를 감지, 데이비님의 유전자가 변했다고 보고.”

“그래.”

환골탈태를 하면서 나는 모습의 변화를 겪었다.

실상 큰 차이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본인이 맞나 의심을 하면서도 별문제 없이 넘길 정도로 말이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외견상의 나이였다.

10대 중후반 소년의 외모를 가지고 있던 나는 환골탈태를 겪으며 조금 나이를 먹은 모습으로 변했다.

어림잡아도 20대 초중반 정도의 외모로 말이다.

어차피 완전히 환골탈태를 한 이상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평생을 이 모습으로 살아갈 테니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보통 환골탈태를 한다고 모습이 크게 변하진 않아 데이비.”

페르세르크의 지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은 살이 잡히는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셰인스크리프트 그 양반의 액면가 나이가 20대 초중반 정도였지 아마.”

“그…… 유전자 정보 때문인가?”

“아마도.”

여러 가지 요소를 솥단지에 넣어 강화했지만 실제로 내 외모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환수소환사 유일무이한 환수왕의 계약자가 가지고 있던 유전자 정보였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본래의 내 몸에 강제로 이물질을 끼워 넣고 환골탈태를 한 상황이라는 소리였다.

나쁜 일인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애초에 회랑의 영웅이자 환수소환사라는 특질 능력자인 셰인 스크리프트의 유전자를 몸에 새겨넣은 것은 내가 인간이면서 특질능력자가 되기 위함이기도 했다.

“메가로드리아.”

내 말에 말없이 앉아 눈을 감고 있던 메가로드리아가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시작하자.”

[환수왕과의 계약은 쉽지 않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셰인이 메가로드리아와 계약한 것은 메가로드리아가 창공의 폭풍 용왕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미약한 존재일 때의 이야기다.

그러니 그와 내가 맺는 계약의 난이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상관없어.”

[방식은 간단하다.]

그 말과 함께 메가로드리아의 전신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본 힘을 모조리 되찾고 있는 내가 아니면 쉽게 이기는 게 불가능한, 아니 환골탈태 이전엔 필패가 확실할 만큼 강대한 존재가 바로 이 환수왕이었으니 말이다.

세 마리의 환수왕 중 두 마리는 아직 행방이 묘연하지만, 이 녀석만큼은 확실히 눈앞에 있다.

“말해.”

이미 녀석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는 듯 내가 손을 가볍게 풀며 말하자 녀석의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동시에 전신이 검은빛으로 휘감기며 변하기 시작했다.

[나를 제압하라.]

환수왕 메가로드리아는 엄연히 그랜드마스터급 환수라 할 수 있다.

물론 환수에게 그런 등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견도 있지만, 태생부터 강한 것이 아닌 시간이 흘러 성장해온 메가로드리아에게 괜한 수작질은 먹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투웅!!!

이윽고 메가로드리아의 육신을 뒤덮은 검은 빛이 퍼져나가며 그와 나를 완전히 집어삼켜 버렸다.

끝도 없는 어둠 속.

그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너와 나의 심력을 겨루기 위한 곳이다. 보여라, 네놈이 감히 폭풍 용왕을 거둘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라!]

위엄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놈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처음엔 2족과 4족을 병행해서 사용하는 모습을 띠고 있었지만, 지금의 메가로드리아는 새카만 깃털과 비늘에 황금빛의 날카로운 눈을 가진 용인족이 되어있었다.

“좋아. 어디 해보자고.”

환골탈태의 효능을 시험하기에 그만큼 확실한 존재는 없다.

[덤벼라! 소환사여!]

“어디 필사적으로 저항해봐라.”

쿠웅!!!

동시에 녀석의 전신에서 흑빛의 사슬들이 쏟아져 나와 내 발목에 연결되었다.

녀석과 내 힘 중의 하나가 끌려갈 때까지 이건 끊어지지 않으리라.

그그극……

이윽고 주변의 풍경이 변하며 거대한 평야가 드러났고 놈은 지면이 뒤틀릴 정도로 강하게 발을 구른 뒤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주먹을 내게 뻗어왔다.

앗 하는 순간 파고드는 그 속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아마 이전이라면 반응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메가로드리아의 기본 신장의 크기는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으니.

실질적으로 환골탈태 이전에 계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리라.

물론.

[유르그 식(式) 군중제어기]

[어금니적출]

쩌엉!!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지만.

절반, 지금 내가 회복한 힘의 양이다.

그토록 노력해도 일부밖에 찾지 못했던 내 본래 힘의 반을 고작 환골탈태 한 번으로 되찾아버린 것이다.

환골탈태 한 번에 이만한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지만 그놈의 환골탈태 스택에 무자비하게 부가재료들을 쏟아버렸으니 이 정도도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닐 것이다.

콰앙!!!

단순무식한 힘겨루기가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놈과 내 힘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는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를 죽일 듯 공격해왔다.

[와라! 이 공간에서 나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죽인다는 마음으로 덤벼라!]

“치사한 새끼, 나는 죽어 나간다!”

콰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녀석을 밀어내며 튕겨 나간 내가 지면을 박차고 몸을 지탱했다.

손목이 저릴 정도의 파괴력이라면 확실히 놀라운 내구성이긴 했다.

애초에 이런 무식한 힘겨루기는 옳은 상대법이 아니지만 말이다. 빠르게 자세를 정비하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던 그 순간.

메가로드리아가 순식간에 내 앞에 도달했다.

반사적으로 놈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으려던 나는 순간적으로 녀석의 황금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련 없이 놈의 몸에 주먹을 꽂아넣으려던 것도 멈추고 한 손을 당겨 내 가슴을 막았다.

터엉!!!!

순식간에 내 신형이 수십 미터를 날아 밀려 나갔다.

[놀랍군……. 어지간한 그랜드마스터급 강자들도 이걸 눈치챈 이는 없었을 텐데.]

“이미 끝까지 봐놓고도 그런 말이 나오지.”

[그렇군, 네놈은 괴물 그 자체였으니.]

짧게 중얼거린 녀석이 인상을 찌푸리듯 눈을 좁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이런 식으로 막기만 해선 제대로 된 줄다리기를 할 수 없다!]

“뭐래.”

콰자작!!!

내 말과 동시에 녀석의 가슴팍 비늘이 일순간 부서지듯 뒤틀렸다.

“커헉!”

동시에 녀석의 신형이 일순간 주춤거렸다.

“틈 보였어.”

스릉.

그 말과 동시에 녀석의 뒤를 점한 내가 홍단이를 역수로 틀어쥐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크게 뜬 녀석이 도망치려 했지만, 순간적인 충격에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는지 내게 상당한 시간을 내어주고 말았다.

쩌억!!

새빨간 검기가 무서울 정도로 올곧게 지상에서 하늘을 향해 쏘아져 올라갔다.

[크윽?!]

녀석의 튼튼한 날개 한 짝이 허공을 가르며 피를 흩뿌렸다.

방심은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메가로드리아와 지금의 나는 그런 사실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메가로드리아는 엄밀히 말해서 나와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해져 있다.

나와의 계약에 놓여있기 때문이었다.

잠식도 없고, 제약도 일부 사라진 만큼 녀석의 저항은 놀라울 정도였다.

반사적으로 내게서 거리를 벌린 녀석이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날개 한 짝이 잘려나갔지만, 아직 남은 날개들이 그를 지탱해 허공으로 날려 올렸다.

그…… 그그그그극…….

이윽고 녀석의 거대한 주둥이가 마치 노이즈가 낀 것처럼 뒤틀리더니 황금빛의 안광이 더욱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의 입이 마치 찢어지듯 벌어지며 빛의 입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브레스.

본능적으로 그것을 눈치챈 나는 한 손을 내려 빠르게 마법을 준비한다.

그리고 홍단이와 청단이를 허공에 던진 뒤 나머지 한 손을 뻗어 신성력을 펼쳤다.

형태는 그래, 카이트 실드가 좋겠네.

[주신 프리아 여신이시여. 지금 제가 당신을 방패로 쓰겠나이다.]

무려 여신 실드다, 이 말이야.

우웅!

쩌엉!!

묵직한 소음과 함께 녀석의 입에서 종말의 섬광이 쏟아져 내렸다.

지독한 위력을 담은 브레스는 곧장 지면에 내리꽂혔고 마치 실밥을 잡아당기듯 그대로 지면을 갈라버리며 정확히 나를 향해 다가온다.

애초에 메가로드리아와 내가 서로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길게 끌 싸움도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강한 일격을 넣기 위해선 상대의 틈을 억지로라도 만들어낸 후에 처박아야 가능한 일이다.

오른손에 만든 마법을 그대로 외손의 마법에 결합한 나는 허공에 뜬 두 자루의 검을 불러들였다.

치잉!!!

동시에 두 자루의 검이 내 힘과 공명하며 어마어마한 마나를 잡아먹고 한 자루의 검으로 변했다.

동시에 원피스를 입은 적청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반투명하게 나타나 내 등에 업히듯 안겨들었다.

[아버지, 초단이 힘낼게요.]

“아바마마라고 해보라니까.”

[싫어요!]

장난스레 말하며 초단이를 내려 세운 나는 정확히 거대한 방패와 한 손에 무기를 든 방패병과 같은 자세가 되었다.

가장 효율적이다.

애초에 팔라디아식 황실친위대는 방패와 검, 혹은 방패와 창을 다루는 이들이니까.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만 늦었다!]

어디까지 증발시켜버리는 건지 모를 브레스가 정확히 나를 향해 쏘아진다.

나를 향해 그어 올려지는 브레스를 노려보던 내 눈동자에 푸르스름한 기류가 어리기 시작했고 이내 그 브레스의 결이 보이기 시작했다.

“패링이나 처먹어라.”

투캉!!!!

마나로 만들어진 반투명한 거대 실드.

그 실드가 브레스를 후려친다.

동시에.

쩌적!

[무슨?!]

당황한 메가로드리아의 외침을 무시한 채 나는 방패를 만들던 힘을 흩어버리고 주춤한 메가로드리아를 올려다보았다.

고체가 아닌 브레스를 단순 후려치는 것으로 튕겨내 버린다는 건 물리학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척하면 척이지.

메가로드리아와의 전투경험만 몇 번인데, 메가로드리아는 이 말도 안 되는 일에 경악하다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린 듯 보였다. 그는 내가 셰인과 인연이 있고, 그의 도움으로 자신과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전투경험을 쌓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치졸한 자식!!]

“억울하면 회랑 가서 천 년을 굴러보시던가!”

아주 짧은 순간 생긴 빈틈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숨을 짧게 들이쉰 내가 방패를 버린 손으로 초단이의 그립 아래를 잡고 그대로 그어 올렸다.

창이 아니기에 그 효능이 조금 떨어지긴 하겠다만 상관없다.

[팔라디아 식(式) 행성분열검]

[마지막 숨통 끊기]

[내핵 분열]

맨틀 깎기와 외핵 적출 이후 최종 일격기, 청적색이 뒤섞인 검기가 앗 하는 순간 공간째로 놈의 몸을 갈라버렸다.

그랜드마스터급 환수왕, 울드의 잠식에서 벗어나고 본 힘을 되찾은 이상 각오해야 할 거다.

그랜드마스터급 힘을 제약 없이 사용하는 너를 놀려둘 만큼 내가 인자한 사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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