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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58화 (457/1,559)

제 458화

141. 거대한 벽

그는 느긋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솔직히 기대는 안 하지만 말이죠.”

“……마법사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아요. 하지만 당신 같은 재능을 지닌 이는 극도로 적겠죠.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서서히 자신의 실력을 올리는 그들의 노력을 비웃겠다는 건가요?”

“아하하하, 뭐 그렇게 되나. 미안 미안, 왕녀님. 너무 화내지 말라고.”

“제가 당신에게 반말을 들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요.”

“그렇군.”

담담하게 말한 그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딱이자 윈리가 제 키만 한 스태프를 가볍게 두드렸다.

투웅!!

동시에 마나가 상당량 흘러나오며 그녀의 앞으로 화염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제법 많은 마나를 끌어모았는지 이글이글하는 화염 구체를 끌어모은 그녀는 느긋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는 멀린을 향해 이를 악물고 스태프를 빠르게 휘둘렀다.

[작렬하라, 폭염을 부르노라!]

[플레어!]

퍼어엉!!!!

4서클 화염 폭발 마법인 플레어가 멀린을 감싸고 폭발한다. 지금까지 대회에서 참가한 이들이 보여준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속도라 말할 만큼 정교하고 신속했다.

어지간한 이들은 저 화염 폭발 속에서 뼈도 못 추리고 불타 사라질 테지만 윈리는 작렬하는 화염 폭발에 더더욱 마나를 끌어모았다.

[냉각하라! 구가하라! 여기에 부르노라!]

[아이시클 블록!]

쩌엉!!!

뒤이어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구체를 향해 그녀가 수속성의 마법을 발현했다.

저온의 냉기가 화염을 채로 집어삼키며 얼려버린 것이다.

급속도로 온도를 올렸다가 급냉각시키는 방식.

급속한 온도변화는 단단한 금속조차 균열이 일게 한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윈리는 몸을 웅크려 자신의 발목에 마법을 걸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보통 마법을 사용하고 상대의 마법을 방어하거나 상쇄시키는 방식을 고수한다면, 윈리의 방식은 상대를 제압하는 것에 있었다.

전투마법을 겨루는 이상 멀뚱멀뚱 서서 지켜보는 건 마냥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퍼엉!!!

이윽고 마법이 완성되고 거대한 수증기가 걷히기가 무섭게 윈리가 멀린을 향해 덤벼들었다.

터엉!!!

그리고 빠르게 휘둘러진 그녀의 스태프가 멀린의 몸을 후려치려던 찰나.

윈리는 자신의 스태프가 바닥에서 솟아오른 작은 돌기둥에 흐름이 끊겼음을 깨닫고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스태프를 허공에 돌리듯 띄우며 빠르게 영창했다.

“갈망하는 불씨, 태우는 자의 업! 여기 그대를 부르노라!”

그렇게 외친 윈리의 표정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동시에 그녀를 보조하듯 일대에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이 생겨났고 이내 멀린을 일제히 겨누며 빠르게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썬 파이어 프리즘 라이트!”

그리고 뒤이어 윈리의 마법이 또 한 번 낙하했다.

태양 빛이 타오르는 방식을 이용해 일정 지면을 태양 빛으로 태워버리는 마법.

적탑의 마법사들 사이에서 마법을 배웠으니 윈리의 주 속성은 사실상 불이라 봐도 무방했다.

매직 미사일로 끊임없이 멀린을 견제하면서 큰 한방까지 노린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주변을 끝없이 경계하는 걸 보니 실전경험의 중요성이 새삼 실감이 날 정도였다.

“세상에…… 윈리가 저만한 실력이 있었다니, 몰랐어.”

계속되는 맹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마법 한번 사용하고 자연스레 다음 마법을 준비하거나 방어를 위해 텀을 발생시키는 다른 참가자들과 다르게 윈리는 마치 오래 준비해왔다는 듯 그 텀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며 끝없이 멀린을 압박했다.

“이봐요, 왕녀님. 계속 간만 보지 말고 제대로 한판 붙……”

처음 그대로 팔짱을 끼고 있던 멀린이 권태로운 듯 말하다가 멈췄다.

냉철하면서도 날카로운 공격 속에서 윈리가 스스로 몸에 헤이스트와 스트렝스 등등 보조마법을 걸고 육탄전까지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동급 마법사라면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만큼 확실한 공격이었다.

“조금 신선하긴 한데……”

윈리의 공격을 피해낸 그가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 준비한 것인지 발을 빼내려던 그의 다리가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율리스님께 사과하세요!”

새애애앵!! 터엉!!

피할 수 없는 경로, 퇴로를 차단하고 일격을 먹이는 윈리는 세 차례의 함정을 펼쳐 멀린을 속였다.

그 효과는 제대로 드러났고 멀린의 머리에 정확히 스태프가 내리꽂히는 결과를 낳았으니 말이다.

힘없이 고개를 꺾으며 무너지는 멀린의 모습에 일대 관중들 모두가 열광했다.

그야말로 대단한 연계라고 여길 만큼 대단한 실력이었다.

그 사이에 실력이 또 늘었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리스도 윈리도 재능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한계는 명확한 녀석들이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벽을 체감시키지 않으려 적정수준에서 성장 보조를 해준 것은 사실이었지만 본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토록 강해진 걸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멀린은 멀쩡했다.

“놀래라……. 잘못하면 크게 한 방 먹을 뻔했네요. 윈리 왕녀.”

멀린이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보통 어지간한 이들이라면 조금 전의 클린 히트로 그대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멀쩡히 일어났다.

“뭐야……, 저걸 맞고 일어난다고?”

마법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일리나는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마법사는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편이니 육체단련을 하는 이가 많지 않다.

그러니 깡으로 버텨냈다고 하기엔 조금 무리수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너무도 멀쩡히 일어났다. 전혀 타격이 없다는 듯 말이다.

“하아…… 하아…….”

반대로 윈리는 단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에 숨이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져 있었다.

“제법인데요? 널리고 널린 흔한 재능보다는 확실히 대단해. 마나 실드를 활성화 시켜두지 않았다면 낭패를 봤겠어.”

그의 중얼거림에 윈리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졌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지만 듣는 이는 모두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오만하네…….”

일리나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참관인 자격으로 경기를 구경하는 입장인 내게는 현재 저 판에 끼어들 명분도, 이유도 없었다.

율리스가 말한 대로 그의 오만함은 그 압도적인 재능에서 흘러나와 비틀려 있었다.

제대로 된 벽을 만나 본 적이 없다.

6서클 마법사에게 제대로 된 벽을 느껴주게 하려면 최소 그 이상급의 마법사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 7서클 이상 마법사가 흔한 것은 아닐 테니까.

“하아…… 하아…….”

“그런데 조금 신선한 게 전부야. 역시 마법은 따분하네요. 간단한 수학 계산하는 대회라도 하는 기분이야.”

담담하게 말한 그가 윈리에게서 관심을 돌렸다.

이미 윈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지 제대로 경기를 지속할 힘이 없었다.

반대로 그는 뭔가 일이 풀리지 않는지 상당히 짜증 난 듯한 얼굴이었다.

“이제 기다리기도 지쳤어.”

담담하게 말한 그가 마법을 준비한다.

붉은 마나가 넘실거리며 흉폭하게 날뛴다.

말없이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멀리서 다가오는 백발의 여성을 볼 수 있었다.

“레이나?”

“오랜만이에요, 데이비님.”

그녀는 나를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 대륙을 누비며 용사로서의 소행을 다해오던 그녀였다.

“여긴 무슨 일로?”

“데이비님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부리나케 왔죠. 뭐, 그나저나…… 요즘 마법 대회는 제법……”

말을 하던 레이나의 표정에 놀라움이 어렸다.

“왜 그래.”

“저 녀석……”

굳은 얼굴로 중얼거린 그녀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대 현자님을 죽게 했던 인류의 배신자……”

그녀의 말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마나가 흉폭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이봐요, 왕녀님. 내가 재밌는 마법을 하나 보여줄까요?”

“……”

“공기의 순간 팽창과 압축으로 고열을 만들 수 있어요. 공기의 농도를 바꿔서 그 화력을 보조할 수도 있죠. 그리고 그렇게 만든 마법이.”

그의 손에 고온의 화염이 모여들었다.

“이렇게 강해질 수도 있다고.”

그의 말과 함께 윈리의 눈이 부릅떠진다.

동시에 헬리슨이 벌떡 일어나 나서려던 찰나.

나는 그의 어깨를 잡아 누르며 벌떡 일어나 마나를 끌어 올렸다.

콰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일어난다.

아무리 마법 대련이라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침묵으로 휩싸인 내부를 감싸던 연기가 서서히 흩어진다. 아무리 방어 마법진을 설치해놔도 조금 전의 일격을 직격으로 맞았다면 즉사급의 위력이었다.

방어 마법진이 박살 나고 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주저앉아있는 윈리와.

그녀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내 모습을 말이다.

“당신은……”

“조금 도가 지나치지 않나?”

“경기중에 난입이라니 웃기지도 않네요.”

“경기중에 사람을 죽이려 한 놈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어디 있나.”

내 말에 주변에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오라…… 버니.”

굳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윈리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준 나는 그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대 현자님이 직접 나서서 막게 하려고 했나? 방법 자체는 제법 훌륭했어. 내가 없었으면 현자님이 나서서 막았을 테니.”

“……”

그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굳었다.

“네가 무슨 이유로 대 현자님과의 대련에 목을 매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만, 장난이 좀 과했다.”

“……하! 무슨 소린지 모르겠……”

“고위 마법사가 장난으로 보이나?”

내 말에 담긴 뜻은 그러했다. 개수작 적당히 부리라고.

“거짓말은 적당히 해야지. 단순히 흥미를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인 건 아니잖아?”

“당신이 뭘 안다고!”

“나를 이겨봐. 나를 이기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 현자님과 대련하게 해주마.”

“……”

“물론, 나는 검기도 신성력도 쓰지 않을 거다.”

내 말에 그가 비웃음을 던졌다.

“누군가가 그리 말하더군요. 당신은 마법도 사용할 줄 안다고.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뭐, 성자이니 가능하다 치죠. 그런데 괜찮습니까?”

그가 비웃듯 말했다.

“당신의 그 빈약한 서클과 실력으론 저를 감당할 수 없을 텐데.”

“뭔 말이 이렇게 많아.”

짜증스레 중얼거린 내가 윈리를 일으켜 세웠다.

대회장이 웃기게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상관없었다. 상대를 죽일 수도 있는 공격을 퍼붓는다는 선택을 내려 이미 도를 넘은 멀린은 어차피 여기서 실격이니까.

“뭐해? 날 이기면 대 현자님과 대련하게 해준다니까? 쫄려? 쫄리면 뒤지시던가.”

내 껄렁한 말투에 그가 픽 웃어 보였다.

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데이비 자네……”

“현자님. 어리광 적당히 받아주세요. 포용하겠다는 그 마인드 때문에 방금 내 동생이 죽을뻔했습니다.”

싹이 노란 놈은 솎아내야 하는 게 맞으니까.

“네 전력을 다해 덤벼. 조금 전의 마법 같은 것도 마음껏 써도 좋다. 내가 죽어도 그걸로 널 탓하진 않으마. 반대로 내가 널 죽여도 그 누구도 탓하지 않게 공평하게 가자고.”

“데스매치…… 하 웃기는군요. 좋습니다. 다만 당신은 곧 후회할 겁니다.”

그의 말에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대 현자는 그의 마법사로서의 재능을 높게 사 그를 어떻게든 품어보려 하지만 그 행동이 결국 그를 더욱 오만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실력 차를 보여주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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