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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59화 (458/1,559)

제 459화

레이나가 그를 알아본 건 조금 우연히 벌어진 일이었다.

그가 오만한 성격을 겉으로 드러내는 이유, 극도로 어그로를 끌면서 대 현자와의 대련에 목을 매는 이유.

평행선에서 온 일리나이자 이곳에서 천족이라는 인공적인 종족으로 다시 태어난 용사 레이나는 자신이 본 경험을 토대로 그에 대한 정보를 내게만 알려주었다.

물론 그게 정확한 정보인지는 나도 확인할 순 없지만, 그의 말도 안 되는 재능을 보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어쩐지, 재능이 너무 뛰어나더라니.

대륙의 화합을 위해 개최된 대회에서 참관인과 참가자가 서로의 목숨을 걸고 데스매치라니. 누가 들으면 비웃음을 던질 상황이지만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었다.

자칫 국제 문제로 번질 수도 있을 짓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일부러 살생하려 했다는 사실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냥 반칙도 아니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죽이려 했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였다.

경기가 웃기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침묵에 휩싸여 경기장에 올라가 있는 나와 멀린을 바라보았다.

참관인과 참가자의 싸움이라니, 개싸움도 이런 개싸움이 없다.

“정말 검기와 신성력을 쓰지 않을 겁니까?”

“그래. 네 말대로 오로지 마법만 쓰지.”

“후회할 겁니다.”

담담하게 말한 그가 양손을 펼쳤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손끝을 움직이다 그대로 양손을 소리 나게 부딪혔다.

짜악!!

쿠웅!!

동시에 대량의 마나가 흘러나와 나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제법이네요. 몸이 튼튼하긴 한가 봅니다?”

“이게 전부야?”

“이제 시작인데요!”

콰드드득!!

그 말과 함께 내가 서 있던 지면이 압박을 못 이기고 무너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반면 나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지켜만 보았다.

“나름대로 숨기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보입니다. 당신의 심장에 둘린 4개의 서클이.”

그는 느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놀라워요. 신성 마법을 다루면서 마법까지 다루는 건 잘 없으니.”

계속되는 압박 속에서 그가 빙그레 웃었다.

“약속, 지켜야 할 겁니다. 당신을 이기면 대 현자님과의 대련을 하게 해준다는 약속.”

“어서 덤벼봐.”

“후회하지…… 마세요!”

콰드드드드득!!

그 말과 함께 그의 발이 지면을 내리찍는다.

동시에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나며 사방에 돌덩이들이 떠올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강풍이 나를 휩싸고 회전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묵직한 돌덩이들에 맞아 치명상을 당하리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내 모습에 그가 씨익 웃어 보였다.

“왜 그러시죠? 뭐라도 반격을 해보란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양손을 끌어모았다.

동시에 공기가 순간적으로 팽창했다가 압축되길 반복하며 어마어마한 압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원소기호를 멋대로 바꿔서 만들어내는 화염 마법.

그 마법을 손에 머금은 그는 거대한 회오리 속에서 내가 가만히 있자 그대로 덤벼들었다.

“죽여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약자를 오래오래 괴롭히는 취미는 없어요. 죽이진 않겠습니다!!”

맹렬하게 덤벼드는 그의 모습에 주변에서 잘 모르는 이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이건 마법 대련의 수준을 넘어선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아마 보는 이들은 아무런 방어도 하지 않는 내가 금방이라도 당할 것처럼 보였으리라.

하지만 나는 느긋하게 기다렸고 이내 그가 덤벼드는 것을 기점으로 두 가지 마법을 발현했다.

가볍게 한발 딛으며 한가지 마법을 준비한다.

그리고.

내가 방어도 하지 않고 정면으로 들이박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그를 향해, 두 번째 마법을 발현했다.

[디스펠]

챙그랑!!!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맹렬한 화염을 머금으며 덤벼든 그는 자신의 손에 있던 마법이 갑자기 부서져 버리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빠아악!!

당황한 그의 몸은 이미 나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고 나는 어떤 마나도 끌어 올리지 않은 채 맨손을 쥐고 그대로 그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버렸다.

콰작!!

“크억!!”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뭣하나, 들어오지 않고,”

담담하게 말한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참고로 디스펠 마법은 네가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받아칠 수 있다.”

내 말에 그가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양손에 마법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무시한 채 한 손을 움직였다.

내 손가락 끝이 향한 곳은 하늘이었다.

“무슨……”

그런 내 행동에 그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어버린다.

“좀 전에 네가 말했던가? 약자를 오래오래 괴롭히는 취미는 없다고, 미안한데 난 다른 사람 괴롭히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

“흡?!”

“지금부터 3분 이내에 저걸 낙하시킬 거다. 난 살겠지만 넌 못 막으면 죽어. 참고로 경기장 밖으로는 어떤 여파도 미치지 못하게 결계를 쳐뒀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도 전혀 듣지 못해.”

내 말에 그가 눈을 부릅뜬 채 손을 파르르 떨었다.

“뭐해. 막아야지?”

내 미소에 그가 필사적으로 마법을 내게 쏘아 보낸다.

하지만 그의 마법은 내게 닿기도 전에 죄다 없어져 버렸다.

“어, 어째서!! 4서클 마법사가 어떻게 6서클 마법인 디스펠……”

“사실 불가능한 건 아니거든, 그만큼 네가 자신만만하던 마법이 조잡했다는 거지.”

물론 하위 서클 마법사가 고위 서클 마법을 디스펠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말할 만큼 어렵지만 말이다.

“우, 웃기지마!”

그가 발작적으로 내게 고온의 화염구를 던져대기 시작했다.

“듣자 하니 넌 싸우면서 실력이 는다면서? 그럼 이번에도 보여줄 수 있나?”

내 물음에 그가 이를 악물고 내게 마법을 쏘아 보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상쇄되고 디스펠 될 뿐이었다.

반대로 하늘에 뜬 푸른 화염구는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나를 죽이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 할 겁니다!”

“이 새끼 웃긴 놈이네? 사람 죽이려 한 놈이 정도를 논해? 서로 목숨을 걸고 하는 데스매치야. 비난이야 있을지 몰라도 징계는 불가하다.”

말이 실격이지 그는 선을 넘었다. 그 행동에 정당성 따윈 없다.

“그리고 너 같은 놈 하나 쳐 죽여도 나를 벌할 놈은 하나도 없어.”

“……”

“왜 디스펠 못하지? 마법은 따분한 거 아니었나? 지루하고. 참고로 율리스 그 양반은 이 마법을 해제할 수 있어.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진 않겠지?”

“당신……”

나를 죽을 듯 노려보며 그가 한 손을 하늘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는 마나를 움직였다.

“좋아 보여주겠어. 당신이 자신만만해 하는 저 마법. 내가 부숴주겠다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내가 하늘에 띄워놓은 마법을 지우려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쩌엉!!

그의 몸이 한 차례 튕겨 나가며 그대로 피를 울컥 토해냈다.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무슨……”

“뭐긴 뭐야, 실패한 거지. 기회는 많아. 다시 해봐.”

내 말에 그가 악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서서히 낙하하는 푸른 고열의 구체는 이제 피부가 뜨거워질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바라보는 이들을 훑어보자 한숨을 내쉬고 있는 페르세르크가 보였다.

“대 현자님은 널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고민한 모양이다만 나는 싹이 노란 놈은 그냥 남겨둘 생각이 없는데.”

“으아아아아아악!!!!”:

“네 마법사 인생은 여기서 끝나는 거다. 막지 못하면 죽는다. 그건 변하지 않아.”

그가 악다구니를 쓰며 내게 마법을 쏘아 보낸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4서클의 고리만을 보여주며 그의 마법을 죄다 피하거나 디스펠 해버렸다.

결국,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그는 내게 육탄전을 시도해왔다.

다만.

그는 마법의 재능만 믿고 육체단련을 한 적도 없는 샌님일 뿐이었다.

퍼엉!!

다가오는 그를 가볍게 걷어차 날려버린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완전히 약골이네.”

“빌어먹을!!”

급기야 그는 원소기호를 다시 멋대로 바꿔 마법을 발현하고 푸른 화염구를 향해 무차별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아이시클! 아이시클 !! 아이스 스피어! 워터 브레이크!”

급기야 무영창처럼 보이던 속임수를 할 여유도 없어졌는지 그의 입에서 격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양손에 마법을 만들어 자신의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던져대지만 푸른 화염구는 모기가 물었나 하듯 계속해서 낙하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

무리한 마나의 사용으로 마나 고갈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의 머리는 새하얗게 탈색되어버렸고,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과 경악이 어려있었다.

“보는 거로 그 마법을 파악하고 부술 수 있었지? 그런데 쉽지 않지? 막상 해보니까 왜 안되는지 모르겠지? 네 생각대로 안 되니 더 당황스럽지?”

내 말에 그가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법이 따분해? 너무 쉬워?”

“……”

“그렇게 잘난 놈이 왜 이런 마법 하나 해결 못 하나.”

“이, 이익!”

“충고하나 해주마. 산 위에 하늘이 있고 하늘 위에 우주가 있는 법이다. 우물 안에서 자기가 최고인 양 오만을 떠는 건 네 자유지만 우물 밖과 마주쳤으면 수긍할 것도 있어야지.”

네 재능?

대단하긴 하지.

그런데 말이다.

“너보다 더한 재능을 지닌 괴물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더위로 인해 이미 그의 옷은 비 오듯 쏟아지는 땀에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어쭙잖은 재주로 까불었으니 죽는 것밖에 없지.”

“당신은 날 죽이지 못해.”

“멍청한 새끼.”

그의 말에 내가 비웃음을 던지며 화염구의 속도를 더 높였다.

“으, 으아아아!! 멈춰! 당장 멈추라고! 아직 난 하지 못한 것들이…….”

“그게 내 알 바인가?”

귀를 후비며 느긋하게 말한 내 모습에 그가 와들와들 떨었다.

“그만!! 그만!! ”

“빨리 해제해보라니까? 네가 개무시하던 대 현자님이나 율리스 그 양반도 이건 어렵지 않게 해제해.”

지금의 넌 불가능할 테지만.

나는 정확히 그의 수준에 맞춰서, 그가 모르는 방향으로 그를 끝도 없이 압박했다. 그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더욱 절망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안돼? 그러면 죽어야지.”

“으아아아아!! 그만! 내, 내가 잘못했어! 그만해!!”

“아 나는 모르겠고!”

후우웅!!!

“주, 죽고싶지 않아! 살려줘! 잘못했어요. 제발!”

눈물까지 어린 눈으로 비명을 지르며 결계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보며 나는 화염구를 더욱 빠르게 낙하시켰다.

결계로 인해 죽는 건 오로지 그 하나뿐이다.

선을 넘어 목숨을 건 이상 그가 죽건 내가 죽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금만 더 가까워도 온 피부가 익어버릴 것 같은 열기가 쏟아져나오자 결국 그는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렸다.

직접 마주한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너무 강했으니까. 너무 강해서 위협이 되는 이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러니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었고 면역도 있을 리가 없다.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린 그를 말없이 내려다보던 나는 과다한 마나 사용과 심적 압박으로 인해 그의 마나서클에 금이 가는 것을 보고 마법을 거두었다.

콰창!!!

동시에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경기장엔 좀 전까지 어떤 흔적도 남지 않게 변해버렸다.

그러니까.

멀린과 나의 싸움에서 벌어진 모든 것이 환상이었던 것처럼 없어져 버렸다는 소리였다.

“……”

수많은 이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나는 거품을 물고 쓰러져 버린 백발의 소년을 바라보다 손을 들었다.

“신전으로 보내세요. 목숨은 건질 겁니다.”

“무, 무슨…… 방금 대체 무엇을 하신 겁니까.”

심판으로 관리하던 귀족 하나가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제 눈엔 그저 두 사람이 가만히 서 있었을 뿐입니다. 반대로 멀린 남작은 혼자 악을 쓰며 하늘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요.”

“그냥.”

담담하게 말한 내가 돌아섰다.

“환상을 보여준 겁니다. 깨어나면 전해요. 환상이었다고 고작 4서클의.”

4서클 하위 환상.

나는 구태여 상위 마법이 아닌 그가 거쳐 지나온 마법을 골라 사용했다.

그럼에도 그는 압도적인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절망했고 눈물을 흘리고 오줌을 지리고, 절망하고 거품을 물고 애원했다.

하위 서클이기에 서로 간의 그저 단순한 마나 컨트롤, 마나 지배력 싸움이었다는 사실, 그 기본적이면서도 마법사들이 마탑에서 오래 고민한 끝에 발견한 진리들이 존재한다. 그저 재능만 믿는 천재가 알아내기 힘든 것.

바로 빅데이터.

오랜 시간 쌓여온 경험과 진실이다. 율리스와 대 현자는 그것을 알고 있지만 오로지 자신의 재능만 믿고 홀로 커온 그는 그것을 몰랐다.

오만함으로 머리가 굳어진 그는 영원히 납득할 수 없는 공포로 남으리라.

마법사의 서클이라는 건 의외로 정신력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극한의 상황에서 고리는 깨어질 것이다.

고리가 깨어진 마법사는.

그 생의 끝을 고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었다.

유일하게 자신 있는 게 마법이었고, 그것 때문에 오만함도 용서가 되고 귀족 위까지 받았는데.

그 근원을 잃어버렸으니.

그 미래야 뻔한 일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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