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0화
“과했네…….”
굳은 얼굴로 중얼거리는 헬리슨이었다.
그는 들것에 실려 나가는 그를 보며 중얼거렸다.
“현자님.”
“자네에겐 미안하네.”
“그거면 됐습니다. 윈리만 아니었으면 나도 굳이 나서진 않았을 겁니다.”
“쯧쯧……, 어리석은지고……”
자신감은 마법사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은 오만함은 절대 옳지 않았다.
“깔끔하고 조용한 처리방식이네요. 스스로가 이해할 수도 있으면서.”
단순 4서클 환상 마법에 자신이 완전히 당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자신의 재능을 뒷받침해 내세운 오만함의 근본을 잃어버렸다.
“아마 더 이상 마법을 쓰지 못할 겁니다.”
“예전에도 저런 경우가 있었네. 그는 자신보다 뛰어난 마법사를 만나 오만함을 버리지 못했고……, 그 결과 마나 고리가 깨어지기 직전까지 내몰렸지.”
“현자님의 이야기입니까?”
내 물음에 그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안타까운 일이지. 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다니. 마법사에게 마나 고리가 깨진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니까.”
그 말과 함께 그는 멀린을 따라 걷다가 털썩 주저앉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친구여…….”
“아…… 대 현자님.”
노인은 헬리슨을 보며 허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 제 죄입니다……. 저 불쌍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 제 잘못이에요…….”
허망하게 중얼거린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데이비 왕자님. 녀석의 욕심 때문에 당신에게 폐를 끼쳤군요.”
멀린은 대 현자를 경기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윈리를 일부러 죽이려 했다.
이게 알려지면 그의 마법사 인생은 당연히 끝을 고하고 그보다 더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기서 내가 나서서 그의 마나 고리를 흔드는 정도로 끝내버린 것이다.
“그가 진심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제를 뉘우친다면, 아마 다시 일어날 수 있겠지요.”
“그렇겠지. 그리된다면 나와 같은 벽을 넘어설 수도 있을걸세.”
“저는 보잘것없는 3서클 마법사입니다. 그렇기에 위 서클의 벽이 얼마나 높고 단단한지는 모릅니다.”
담담하게 말한 그가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엄하게 가르쳤어야 했는데…….”
3서클이라는 이유로, 제자와 비슷한 서클이라는 이유로 미안함이 앞서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그의 얼굴엔 후회가 가득했다.
“노인께서는 저 멀린이라는 소년의 스승이시지요.”
“부끄럽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건 단순히 마법 실력이 아닙니다. 그는 재능은 좋았을지 몰라도…….”
인생의 선배는 당신이잖아요.
내 말에 그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보았다.
“부모가 자식을 제대로 이끌지 않으면 어쩌잔 겁이니까.”
“아…… 아아아……”
“기운 내게. 내 사태를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해서 미안하네……. 미안허이…….”
대 현자의 씁쓸한 중얼거림에 노인은 주저앉은 채로 서럽게 흐느꼈다.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 자신의 제자를 저토록 사랑하는 스승이라…….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초라한 노인의 모습에서 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애정을 느꼈다.
묘한 기분이다. 그 가족의 대가 없는 사랑.
이미 나도 두 차례 받아보지 않았던가.
둘 다 보답하기도 전에 떠나왔고, 떠나보냈지만 말이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
난리가 난 대회는 잠시 중단되었다.
멀린은 상대를 죽이려 했다는 명목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격을 당했고, 어부지리로 윈리가 승리하여 다음으로 올라갔다.
멀린의 일로 상당히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화려하고 열정적인 대회의 모습에 다시금 분위기를 찾았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너무 손 속이 과했다.
동생인 윈리를 우승시키기 위해 내가 절묘하게 개입했다.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이는 없었지만 나를 견제하려고 하는 이들에겐 기회이기도 했다.
물론, 그 문제는 오히려 내가 나섬으로 인해 일이 더 커지는 걸 막았다는 입장이 더 강해 크게 문제로 번지진 않았다.
물론 윈리는 그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았다.
멀린이 사라진 이상 윈리가 최고의 우승후보나 다름없다.
샤쿤탈라에서 4서클이던 요시아 프랑소스가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였던 만큼 10대의 사이에서 4서클은 거대한 벽과도 같은 경지였으니까.
하지만 윈리는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하고 싶지 않았는지 곧바로 기권표를 던져버렸다.
결국, 남은 이들만이 남아 우승을 향해 전진하는 꼴이었다.
“인류의 배신자 멀린. 꽤 유명했어요. 대 현자님을 죽게 한 장본인이었으니까요.”
유별나게 그는 헬리슨 발레스티아를 향한 집착을 보였다.
단순 7서클이라는 이유로? 그렇다고 보기엔 문제가 많았다.
그 이유는 레이나가 설명해주었다.
대현자의 사생아.
멀린이 태어난 건 고작 십수 년 전이 아니라 대 현자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젊은 시절이었다.
대륙을 유랑하던 그는 남부도시에서 작은 촌락에 들렸고 그곳에서 한 여성을 고블린 무리에게서 구해내는 것으로 인연을 가졌다.
대 현자를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그녀는 끔찍한 경험을 할뻔한 그에게 자신의 처음을 바쳤고 호기롭던 당시의 그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문제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 번에 저격이 성공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게 멀린이었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자라온 그는 본래라면 재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소년이었다.
그저 어머니를 따라 잡일거리를 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운명이었다는 소리였다.
그의 어미는 멀린이 대 현자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으니 말이다.
아마 그 아이가 자신의 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걸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살았을 즈음이었다.
어느 날 촌락을 습격한 거대한 괴물의 존재 때문에 그 행복은 무너져 내렸다.
멀린은 눈앞에서 그 괴물에게 어머니가 잡아먹히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가 죽어가기 전 홀로 마을에서 살아남은 멀린은 어머니에게서 자신의 친아버지가 대 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모양이었다.
그 후 미쳐버린 그는 그 괴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괭이 하나 만들고 찾아갔다.
문제는 그 괴물의 정체였다.
군단이자 마법의 숙주, 마물왕의 이름은 브라가.
4족 형의 거대한 괴물이 바로 그 정체였다.
브라가는 무슨 이유인지 놈을 죽이지 않고 마나가 굳어져 만들어진 마나 호박 속에 그를 가둬버렸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그 호박을 잃어버린 브라가는 결국 그를 놓아주었고, 우연에 우연이 겹쳐 그는 다시금 깨어났다.
문제는 마나 호박에 들어가기 전 브라가의 영향을 받은 멀린의 육신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마법의 숙주. 브라가는 자신의 먹이에 자신의 파편을 숨겨놓아 그의 재능을 터뜨려버렸다.
브라가의 파편과 대 현자의 사생아라는 조합이 만나며 시너지 효과라 발생했고 지금의 멀린이라는 엄청난 아이가 만들어져 버린 것이다.
수십 년 후 호박이 모종의 충격으로 깨지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멀린은 가사상태에서 깨어났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건 엄마가 죽도록 내버려둔 대 현자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제가 아는 건 거기까지예요. 그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대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가 죽은 과정에서 그는 멀린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저항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레이나의 말에 페르세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 재능의 뿌리에 기묘한 것이 보인다 했음이야.”
“왜 말 안 했어.”
“굳이 말해야 하는가?”
어깨를 으쓱이는 그 모습에 나는 그녀가 숨겨둔 탈부착식 뿔을 꺼내 그녀의 머리에 붙여버리고는 그대로 뿔을 잡아 벽에 밀어붙였다.
“자꾸 요망하게 군다?”
“누구 덕분에 말인 게야.”
어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내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들이밀자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뒤틀렸다.
“꺄악! 무, 물러나! 하라고 진짜 하는 게 어딨는 게야!”
“여기 있다 이년아.”
“크읏……”
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파르르 떠는 페르세르크를 보며 레이나가 쿡쿡 웃어 보였다.
“정말 놀랄 노자네요. 그 공포의 존재였던 마왕 페르세르크가……”
“그곳의 본녀와 이곳의 본녀는 다른 게야.”
“알고 있어요. 사정은 들어서 알고 있고.”
닉스의 손에 조종당하던 평행선의 마왕과 그 조종에서 벗어난 이곳의 페르세르크는 다르다. 레이나는 그 사실을 들었으면서도 쉽게 현실을 받아들이진 못했다.
“뭐, 나쁜 건 아니에요. 데이비님이 그렇게 하겠다 하였으면 나는 믿고 따를 뿐.”
“너 대외적으론 나와 관계가 많지 않아.”
“뭐 어떤가요.”
키득거린 그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어 넘기고는 내게 말했다.
“아이나 씨를 통해서 여러 정보를 들었어요. 6대 미녀 베르단데를 찾고 계신다고요.”
그 말에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 지구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 저도 나름대로 용사의 입장을 이용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마침 조금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서 말이죠.”
“흥미로운 사실?”
“브리우크 왕국의 현왕이 한때 반란군에게 수배를 당했을 때 그를 보살펴주고 키워준 이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녀를 부르는 통칭은 마녀. 그리고……”
그녀가 말을 잠시 아꼈다가 조용히 말했다.
“과거 활동했던 6대 미녀 중 한 사람, 베르단데. 소문일 뿐이지만 조사해볼 가치는 있다고 봐요.”
심연의 공주가 인간을 구하고 키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차라리 베르단데가 심연의 공주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하지 그냥.”
“확실한 건 없어요. 저희로선 그들을 구분할 수 없으니 데이비님이나 페르세르크 당신이 아니면 확인이 어렵겠죠.”
그 탓에 아이나는 내게 직접 확인해보길 권했다.
이곳으로 오면 베르단데에 대한 단서가 있을 거라더니.
애초에 길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마법 대회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윈리가 기권했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이상 그냥 그걸 지켜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곧바로 브리우크 왕국의 왕과 대면을…….
땡!!땡!!땡!!땡!!
그때였다.
레이나와 대화를 나누던 나는 갑작스레 들려온 종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
놀란 그녀가 벌떡 일어나 자신의 검을 챙겨 들었다. 자주 내게 신창 롱기누스를 빌려 가곤 했지만, 그녀는 주로 거검을 다루는 검사다.
그렇기에 그녀는 드워프 마을에서 통짜미스릴로 만든 검을 구해 사용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놀란 얼굴로 중얼거리던 그녀를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도시 전역에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마법 기둥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늘 높게 솟아오른 거대한 빛의 기둥은 쉴 새 없이 마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갑작스런 습격이다.
브리우크 왕국의 수도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고
“8서클 매스텔레포트.”
그게 무엇인지 깨달은 내가 몸을 돌렸다.
8서클 마법을 쓰는 이는 현재 이 대륙에서 나를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두 가지.
마법과 비슷한 힘을 사용하는 심연의 공주이거나 아니면 마법에 타고난 다른 존재이거나.
뭐가 되었건 이대로 두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죄송해요! 저들을 막고 올게요!”
레이나가 다급히 창문을 열고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강하게 불었다.
삐이이이이익!!!
동시에 하늘에서 익숙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한 존재의 모습이 드러났다.
주작, 불닭이.
주로 ‘현’국 시험의 숲에서 거주하며 레이나를 따라 대륙을 돌아다니고 있을 녀석이었다.
-끼이이이이익!!!
엄청나 존재감을 뿌리며 나타난 주작 불닭이의 모습에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용사다!! 빛의 용사와 피닉스야!!”
“우린 살았어!!”
갑작스런 습격은 동시다발적으로 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탓에 난장판이 되었지만, 하늘에 날아오른 거대한 존재의 모습에 한 줄기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
검을 뽑아 들고 빠르게 날아다니며 기둥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물들을 처리하기 시작하는 레이나를 시작으로 이곳에 모여있던 이들이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다.
제법 실력있는 마법사들이 모여 마법을 조합하여 사용한다.
그중 당연 독보적인 것은 레이나와 신검 칼디라스를 휘두르는 일리나 두 사람의 존재였다.
같은 사람이라 그런지 서로 호흡도 상당히 잘 맞는다.
다만 레이나가 일리나를 아는 것과는 별개로 일리나는 레이나의 존재를 그저 내 곁에 있는 조금 특이한 존재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데이비 왕자!”
곧바로 건물을 빠져나와 왕궁 쪽으로 향하던 나는 나를 발견하고 급히 하늘에서 급낙하하는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대 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와 율리스, 그리고 윈리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당황한 율리스가 소리쳤다.
“소리칠 시간 없다, 율리스. 가서 한 명이라도 더 돕거라!”
“예 스승님! 가시죠 윈리!”
“네! 율리스님!”
빠르게 사라진 두 사람을 보던 내가 헬리슨을 향해 말했다.
“짐작 가는 바 있습니까?”
“타국의 습격일 리는 없겠지. 이렇게 다들 모여있는데 습격을 감행할 이들은 없을 테니 말이네.”
그가 굳은 얼굴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지는 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데이비 왕자. 이 노인네가 보기에 저 기둥은 8서클 마법으로 보이네만…….”
“8서클 매스 텔레포트입니다. 아마 그대로 두면 계속해서 쏟아질 거에요.”
“막을 수 있겠는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조금 보조해주셔야겠네요.”
저쪽은 이미 준비를 오랜 시간 해왔다. 그러니 이쪽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가볍게 점프하여 높은 건물의 옥상에 올라선 나는 하늘을 부술 듯 찔러 올라가는 보랏빛 빛의 기둥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매스텔레포트는 실패한 마법입니다. 그냥 디스펠했다간 그 여파로 일대 공간이 날아가 버릴 거에요.”
“그럴 수가……”
“그러니 폭탄 해체를 하고 지워버릴 겁니다. 그동안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해요. 그러니까 현자님은.”
다른 곳을 돌아다니며 이 일의 원흉을 수색해주세요.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몸을 날렸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지만 그의 마법 실력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자…… 그럼.”
내가 한 손을 뻗어 뒤튼다.
“데이비, 거들어줄게. 그저 디스펠만해.”
“그래 주면 좋지.”
그렇게 말하며 나는 망설임 없이 몬스터들을 쏟아내던 첫 번째 기둥을 향해 마나를 쏘아 보냈다.
쩌적!!! 콰창!!!
동시에 굳건하게 마물을 뱉어내던 기동하나가 부서져 내렸다.
8서클 마법 하나가 허망하게 부서진 것이다.
이어서 두 번째 기둥을 부수려던 찰나.
나는 문득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받았다.
아주 먼 곳, 흰 원피스를 입고 종아리까지 오는 긴 흑발을 지닌 소녀였다.
그녀는 품에 갈색의 마법서를 안고 있었다.
“……”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나는 그 묘하게 익숙한 기운에 곧바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인데,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만, 기억이 안 나?
내가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는데.
그 말인즉 처음 보는 기류라는 소리다.
그런데, 익숙하다고?
그녀는 나를 잠시 직시하다 고개를 돌렸고 이내 사라져 버렸다.
익숙한데, 뭔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