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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61화 (460/1,559)

제 461화

142. 마녀사냥

피해는 생각보다 컸다.

아무리 용사와 검의 공주, 대 현자까지 있다곤 해도 돌발적으로 수도 전역에 마물이 쏟아졌으니 그 피해가 작을 수가 없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피해가 여기서 그쳐서 다행인 수준이었다.

말도 안 되는 습격, 마법사들이라면 책이나 이론으로나마 방금 펼쳐진 마법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바로 8서클 매스텔레포트였다.

문제는 그런 마법을 펼칠 이는 없다는 게 문제였다.

거리에 널린 마물과 인간의 시체, 그리고 그 인간 시체를 붙잡고 울고 있는 유가족들.

상황은 처참했다.

끔찍한 혈향이 코를 찌르고 있었다.

“데이비.”

“정리는?”

“일단은…… 그보다 너무 많이 죽었어……. 우리가 여기 있었는데…….”

“메스텔레포트는 불안전한 마법이야. 그래서 먼저 감지하기도 쉽지 않고 본래는 사용하기도 쉽지 않아.”

그게 가능하게 하려면 여러 문제를 안고 가야 한다. 하지만 브리우크 왕국의 수도에서 그 메스텔레포트가 몇 개나 발현되었다.

그런 제약 따윈 상관없다는 듯 말이다.

“그런데…… 표정이 조금 불편해 보이는데?”

“아니, 별거 아니야.”

지금 떠올릴 수 있는 범인은 마법서를 안고 있던 그 소녀였다.

여성이라 보기엔 조금 어려 보이고 단순 소녀라고 보기엔 성숙하다. 청초함의 끝판을 달리는 듯한 복장을 한 그녀는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사라졌었다.

“범인을 봤단 말이야?”

“확실하진 않아.”

내 말에 일리나가 손톱을 깨물었다.

“8서클 마법을 이토록 다수 발현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텐데…….”

“아마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겠지.”

거인족 리치 클레르오르판도 8서클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자칫 팔란제국에서 있었던 언데드 창궐 사태와 비슷하게 봐야 할지도 몰랐다.

“아아! 이곳에 계셨군요!”

나를 발견하고 허겁지겁 뛰어온 건 제법 비대한 체격의 귀족이었다.

“반갑습니다. 데이비 올 라운 왕자님. 브리우크 왕국의 국방담당관인 호루스 후작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이리 도움을 주셔서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눈앞에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야죠.”

일단 그게 겉으로 드러난 성자의 이미지니까.

애초에 죽게 내버려둘 이유도 없고.

“그래도 성자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 피해가 있었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가 허허로이 웃어 보였다.

“일단 큰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기둥은 사라졌고 마물들도 대부분 정리가 되었으니까요. 그 원흉은 빠르게 수색 중이지만 아직까지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그런가요.”

“해서 그 공로를 보상해드리고자 왕궁에 초대를……”

“나중에 갑니다.”

내 말에 그가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째서요?”

“죽은 이는 몰라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어요.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죠.”

내 말에 그가 허둥지둥거렸다.

“하, 하하하 그런 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브리우크 왕국의 뛰어난 의료진들이…….”

“다치지도 않은 귀족들부터 찾아서 챙기는 그들이요?”

“예?”

“눈이 있으면 주변부터 둘러보세요.”

내 말에 그가 떨떠름하게 주변을 바라본다. 고통에 신음하는 평민들.

하지만 저 멀리서 뛰어다니는 이들은 다친 평민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알았으면 돌아가세요. 난 이들을 치료할 거니.”

그렇게 말하며 내가 전신에 빛을 머금었다.

하나하나 치료하기엔 위급환자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차라리 신의 축복을 가하는 수밖에.

나는 아공간에서 신창 롱기누스를 꺼내 십자가 형태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정방향으로 세우며 눈을 감고 고했다.

[주신 프리아 여신께 고하나이다.]

[고급 은총, 빠른 대출, 냉큼 도장 찍어주세요.]

투웅!!!

내 전신에서 신성 마법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8위계 성마법]

[하이 생츄어리]

7위계 성마법 생츄어리를 강화한 8위계 성마법.

대량의 회복 힘을 담은 기운이 퍼져나가며 다친 이들의 몸이 서서히 낫기 시작했다.

“어…… 어어?”

“세상에 상처가 아물고 있어!”

“기적이다! 성자의 기적이야!”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을 보면 확실히 효과는 있다.

하지만 나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더 약해졌다.

주신 프리아 여신의 영향력이 약해지니 마법의 힘도 서서히 약해진다.

처음에 비하면 체감이 될 정도로 약해진 꼴이었다.

주신 프리아 여신은 이미 한차례 금기의 업에 대한 반동을 안고 영향력이 약해졌다.

그게 전부여야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더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게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굳은 얼굴로 하늘을 향해 쏘아지는 거대한 빛의 향연을 보던 나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지금 당장은 나 이외엔 이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이 쇠약이 지속해서 이루어진다면.

대륙에 큰 혼란이 일어나리라.

* * *

마물 수색과 치료.

대부분의 급한 문제가 해결된 이후 나는 브리우크 왕국 내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곳에는 이미 빛의 용사로서 이름을 날린 레이나나 대 현자 헬리슨 발레스티아 이외에 여러 주요인물이 보였다.

“데이비님, 륀느에게 명령하달을 요청해.”

“청단이 홍단이와 놀아주고 있어.”

“뤼, 륀느가 다른 임무를 높게 평가!”

“애들이 널 많이 좋아하니까.”

내 말에 륀느의 표정이 검게 죽어간다.

륀느를 뒤로한 채 회의실로 들어선 나는 이미 설전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8서클입니다! 8서클! 마침 저기 오시는군요!”

비대한 체격의 사내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귀족들과 싸우고 있었다.

“말씀해보십시오. 데이비 왕자님! 마물들을 뱉어내던 그 끔찍한 빛의 기둥이 8서클 메스텔레포트라는 게 사실입니까?!”

그의 외침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리진 않네요.”

“것 보십시오! 결국, 이 일을 벌일 수 있는 건 8서클 이상의 마법사나 그에 준하는 힘을 지닌 이뿐입니다!”

그렇게 외친 그의 말에 레이나가 손을 들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8서클 마법사는 대륙에 없습니다. 초대 리치 닉스나 클레르 오르판은 이미 데이비님이 내쫓았어요.”

“왜 없습니까. 이리 가까이 있는데.”

호루스 후작의 말에 레이나의 표정이 더욱 찡그려졌다.

“뭐라고요?”

그는 자신의 비대한 몸을 뒤뚱뒤뚱 이끌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데이비 왕자님. 당신이라면 알고 있겠지요.”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내 물음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륙에 8서클 이상의 힘을 발현할 수 있는 이는 유일합니다. 바로 당신뿐이죠.”

“그래서 그 기둥을 내가 일으켰다”

“심증은 있습니다. 당신은 이런 일을 벌임으로써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죠.”

“이봐요 호루스 후작!!”

듣다 못한 일리나가 격분하며 소리쳤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일리나 뿐만 아니었다.

율리스나 내 어깨에 앉아있던 페르세르크도 표정이 가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대륙에 없는 존재가 갑자기 나타날 리가 있나요? 이건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고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일입니다! 설마, 마물이 8서클 마법을 사용했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호루스 후작의 말도 완전히 틀릴 순 없었다.

몬스터나 마물이 8서클 마법을 쓴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거니와 그게 아니라 다른 이가 사용한 것이라고 해도 8서클의 위치가 가벼울 수가 없었다.

결국, 유일하게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나라는 소리였다.

“굳이 내가 이딴 짓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아니 뭐! 말이 그렇다는 겝니다! 진짜로 그런지는 확인해보면 답이 나오겠지요.”

그는 내게 적의를 품고 있었다.

대체 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호의를 보이던 그였다.

아 설마, 자신을 무시하고 평민들을 치료하러 갔다고 이러는 건가?

그런 것이라면.

그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푸욱!!

어디서 들려온 섬뜩한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폐하께서 드십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 아둔한 자가 여러분들을 불쾌하게 했군요.”

굳은 얼굴의 사내가 들어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끄륵…… 끅……”

고통스런 표정으로 바들바들 떠는 그를 싸늘하게 노려보던 그는 곧이어 병사들을 시켜 그를 끌어내 버리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여러분, 갑작스런 일이지만 저희 브리우크 왕국과 왕국의 백성들의 목숨을 구해주신 점 백골이 풍화될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과 함께 뒤이어 왕의 복장을 한 사내가 들어왔다. 수염이 덥수룩하지만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인상의 중년 사내였다.

그는 조용히 어전에 앉은 뒤 말했다.

“왕자의 말대로요. 과인은 이곳에 있는 모든 영웅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오.”

왕의 담담한 말투에 레이나가 물었다.

“짐작 가는 곳은 없나요? 이런 대륙적인 테러를 일으킨 건 단순히 브리우크 왕국 한곳의 문제가 아니에요.”

피해자는 여러 국가에서 나왔다. 마법대회는 국가연합의 축제였으니까.

누가 되었건 지금 이곳을 노렸다는 건 전 대륙을 적으로 돌렸다는 뜻으로 통했다.

“미안하오. 과인도 워낙에 경황이 없는 터라…… 빠르게 조사를 하고 있소만……”

“폐하. 더 볼 게 무엇입니까.”

그때였다.

호르수 후작의 몸을 베어버린 젊은 사내가 싸늘하게 말했다.

“이 모든 원흉은 그 여자뿐입니다.”

“왕자. 과인이 누누이 말했지만.”

“폐하께선 이상하리만치 그녀를 방치하고 계십니다! 대체 왜 그러십니까. 그녀는 마녀입니다! 그냥 두면 나라를 멸망케 할 위험한 존재란 말입니다!”

마녀.

레이나와 나의 표정은 다른 의미로 굳었다.

이미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 언급한 바 있었으니 말이다.

그 말에 어전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그에게 향했다.

“마녀요?”

가만히 있던 율리스가 질문을 던지자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 분명합니다. 이 사태의 원흉은 왕국에서 떨어진 금기의 숲에 사는 그 이름 모를 마녀가 저지른 짓이 분명합니다!”

“왕자! 좀 더 신중하게 발언하라!”

왕의 발언이 있었지만, 이 나라에서 가장 위세가 강한 건 아무래도 저 왕자인 듯 보였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폐하! 이미 수많은 국가에서 피해를 보았습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저희가 그 피해를 모두 덮어쓰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병사를 풀어 그 마녀를 추포하십시오! 그리고 그녀를 재판하여 죄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유죄가 된다면 수도 광장에 묶어 화형에 처하는 게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그의 외침에 국가를 대표하여 온 몇몇 귀족들이 찬성하고, 몇몇 귀족들은 왕의 의견에 따라 좀 더 조사하여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가운데 나는 기억 속에 있던 한 소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청초한 인상에 흰 원피스를 입고 종아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던 그녀.

잘 어울리지 않는 낡은 마법서를 품에 안고 있던 그녀가 마녀라면.

그때 그녀가 모습을 보인 것도 이해는 되었다.

사태를 일으킨 원흉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왜 왕의 표정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지는가.

“저 왕은 마녀를 지키려 하고 있어 데이비. 아무래도 레이나가 한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야.”

레이나가 내게 건네준 비밀 정보는 두 가지다.

첫째, 왕의 목숨을 구해준 마녀라는 존재.

그리고 둘째, 그 마녀가 베르단데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

세 개의 정보가 있다면 거기서 두 개는 거르라고 했던가.

그녀가 베르단데일 확률은 오히려 줄어든 꼴이지만 퍽 상황이 우습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왕국을 습격하는 것을 내게 들킨 마녀와.

그 마녀를 지키려 하는 왕이라…….

‘하지만 소문대로라면 마녀는 이 나라를 습격할 이유가 없지.’

‘그렇군. 그렇게 되면 그 정보도 거짓이 되는 겐가?’

굳이 왕을 구해줄 정도로 파괴적이지 않은 마녀가 굳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난동을 부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으리라.

일리나와 레이나, 혹은 율리스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는 마녀를 추적하는 것에 미련 없이 손을 보태었다.

“한번 추적해보죠.”

일단 내가 급하지 니들이 급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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