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5화
[신 필드에 관한 내용]
러시아의 블라디푸크가 처음 발견한 신맵 정보 뜸.
일단 아이디는 밝히지 않겠지만 나는 우연찮게 히든피스를 발견해서 신 필드, 티오니스로 향하는 초대권을 얻었음. 다들 알다시피 이거 거래 불가템이라 양도 불가능하니까 침 흘리진 마셈.
어쨌건 티오니스는 척 봐도 판타지 느낌 물씬 풍기는 세상인데 여긴 진짜 말 그대로 상위 히든피스가 드글드글한 세상임. NPC 퀘스트 하나하나 깨는데에도 경험치 보상 개 짭짤하고 괜찮은 장비도 다수 드랍됨.
뭐, 여기까진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일 테니 부러워하던가 말던가. 어쨌건. 내가 따끈따끈한 정보 물어옴. 이전에 이벤트성 베틀로얄에서 본 중립몹 기억함? 그, 대놓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면서 공격해오면 그대로 아웃시켜버렸던 그 유저.
유저가 맞는지 중립몹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티오니스에서 그 인간을 봄. NPC인지 유저인지 모르겠으나 아래 영상 참고하셈.
참고로 필자는 NPC라고 봄. 유저도 명성치 쌓으면 직위 받고 할 수 있다지만 이렇게 빠른 경우는 못 봤음.
[첨부 파일.]
-미친, 몹 크기만 보면 지금 최종 레이드 컨텐츠 급보다 더 쎄 보이는데?
-부하들 숫자 many 있다. 나 안다, 저거, 저기 big 큰 고릴라. 아머드킹콩. 레벨 120대 몬스터로 데미지가 so hard 하다.
-120대? 미친 최상위 랭커급 레벨아님? 난이도 미쳐 돌아가네.
“위에 새끼 한글 쓸 거면 한글만 쓰고 영어 쓸 거면 영어만 써라. 매국노 새끼야.
-sorry, 나 외국에서 와따. 우리 어머니, 외국 출신이고 아버지 외국이다. but 나 한국에 산다. 한국에서 스트리머로 돈 벌고 있다.
-아, 외국인임? 미안.
-NPC아니냐? 척 봐도 상위 NPC들이랑 같이 있네.
-반박한다. 유저 맞다. 이유는 세 가지임. 첫째 기본적으로 알프 온라인 NPC들은 자유 언어 구사하는 거 같지만, 미국 스탬프 대학연구진 결과에 따르면 일정한 알고리즘이 있다고 밝혀냄.
-뭔 게임에 연구진까지……. 하기야 가상현실이 어디 x나 뜬금없긴 하다. 둘째는?
-둘째 대사에 도저히 저 세계의 느낌과는 다른 말투와 상식들이 나왔었음. 셋째, 1:1 문의 때려본 적이 있는데 답변이 NPC가 아니라는 답변이 옴. 워낙에 두루뭉술한 답변이지만 일단 그렇게 추측 중.
-알고리즘은 티오니스에선 그냥 사람하고 대화하는 거 같으니까 의미 없는데 나머지 둘은 놀랍네. 그럼 진짜 유저?
-근데 저딜이라고? 세상에 이게 게임이냐.
-프로리그팀 히어로즈 오브더 사이클론입니다. 저 유저에 대한 정보를 주시는 분께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지금 아니면 다시 볼 수 없는 기회.
-아 됐고, 여왕님 왜 안 보임.
-그러고 보니 티오니스 저기에 외모 쩌는 여자 NPC들 개많다고 들음 제국 황녀 두 명이 대표적이라던데.
-듣기로는 NPC 잘 꼬시면 이렇고 저런 일도 할 수 있다고 함. 물론 19세 성인 인증 받은 유저 한정. 솔직히 이전에 풀린 린디스 제국 황녀 보고 개 멍 때렸음. 아아 여신님, 제가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드릴게요.
-변태 꺼져.
-솔직히 그래픽이 실사랑 다를 게 하나도 없고, 미녀도 솔직히 작정하고 만든 미남미녀들이라 눈이 안 갈 수가 없다.
* * *
제아무리 뛰어난 버프가 있어도, 완벽한 전략을 세워도.
충돌한 이상 사상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충돌이 시작되기도 전 진격해오는 적들을 활로 쏘는 과정에서 적의 중심이 무너져 전쟁이 끝나버리면 사상자가 제로에 수렴할 수 있다.
“으음…….”
일리나 데 팔란이라는 아름다운 금발 소녀를 어머니라 부르는 케인은 눈앞에서 벌어진 사태에 침을 꼴깍 삼켰다.
초록빛 피부의 괴물은 강했다. 약해졌다고 하는데 케인이 보는 놈은 최종한 수를 남겨놓은 맹수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다.
그런데 그런 놈이 대번에 끝장나버린 것이다.
“어떻게 하지? 저런 괴물을 어떻게 골탕 먹이지?”
-이건 생각보다 수준이 너무 높은데? 일단 눈치를 살펴. 언제고 너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거야. 그때가 되면 저 녀석도 네 위대함을 알고 용서를 구해올걸?
“으음……”
고민을 하던 케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꼬마야, 거기서 뭐 하니?”
그때 거울을 보고 이야기하던 케인의 곁으로 사용인 하나가 다가왔다.
케인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기도 하고 현재 케인이 입고 있는 옷이 평범한 아이의 옷이라는 점 때문에 귀한 집 아이라고 여기진 못하는 듯했다.
“흐, 흥! 아, 아무것도 아니다!”
당황한 케인은 곧바로 품속에 거울을 숨겼고 부리나케 그곳에서 도망쳐버렸다.
* * *
브라가의 토벌은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군단이라 불릴 만큼 마물들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주체인 브라가가 사망해버렸으니 나머지 마물들은 하나같이 오합지졸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지휘 없이 중구난방으로 날뛰는 마물들은 곧이어 투입된 토벌대의 손에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쓸려나갔다.
개중엔 상위 마물도 더러 존재했다.
작은 마물의 경우 병사나 평기사들의 합공으로도 처리가 가능하지만 아머드킹콩 같은 중상위 마물의 경우는 레이나와 일리나의 교란과 마법사들의 포격으로 일제히 소탕되어나갔다.
남은 것은 이 사태의 원흉이라 추측되는 마녀의 존재.
왕태자 그레이드 말론 브리우크는 곧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마경으로 향해 그녀를 잡아들이고자 했다.
“그런데.”
“자수했다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성을 떠나려던 그 순간 모두의 눈앞에 마녀, 베르단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누구도 그녀를 6대 미녀라는 칭호를 가진 하나인 베르단데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외관이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그녀를 처음 본 이들은 그녀의 외모에 한참이나 멍한 얼굴을 해 보였다.
“나를 잡으려던 것 아니니? 내가 저 초록 아이를 불러 너희들을 습격했단다. 자, 어서 잡아보렴.”
마치 연극이라도 하듯 나타난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왕태자 그레이드는 굳은 얼굴로 경계를 내비치다 그녀를 잡았고 마나 구속구로 그녀의 팔을 구속하여 묶어 지하감옥에 투옥했다.
마녀가 스스로 나올 거라곤 생각지 못한 토벌대는 브라가와의 싸움부터 마녀의 포박까지 너무 한순간에 일어나버리자 외려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지하감옥에 투옥되었다. 그녀는 십수 년 전 브리우크 왕국민을 학살한 전적과 이번의 브라가 습격을 모두 자신이 했다고 말했고, 결국 화형이라는 처형을 선고받았다.
양팔이 사슬에 묶인 채 지하감옥에 방치된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두운 공간, 병사 몇몇이 엄중하게 지키고 있는 지하감옥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졸지 마라. 마나 구속구를 채워도 마녀다. 언제 네 목덜미를 물어뜯을지 몰라.”
“저렇게 예쁜 소녀가 그토록 무서운 마녀라니……, 세상 참 무섭네요.”
“겉모습에 속으면 안 돼! 저래 봬도 속은 메부리코에 꼬부랑 할망구일걸?”
낄낄대는 선배 기사와 혼란스럽다는 듯 감옥을 바라보는 후배 기사의 대화였다.
‘데이비, 심연의 공주를 여기서 죽이려고?’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뭘 노리고 화형당하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벗어나 버리면 다시 찾기 힘들어진다. 왕국 일부가 날아가는 한이 있어도……”
그 여자를 여기서 죽인다.
방식이 여의찮으면 그녀의 존재를 데리고 대륙의 서부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땅 자체가 거대한 아군인 장소.
바로 신목의 성지로.
세계수 알의 힘을 보탠다면 모든 힘을 되찾지 못한 나라도 심연의 공주 하나 정도는 처리할 수 있으리라.
베르단데의 무력이 슬리지아와 비슷한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나는 감옥을 지키는 병사들을 바라본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신귀]
[월령보]
스르륵……,
살수왕 헤르메이샤의 보법이 몸에 익어 들며 내 전신으로 새카만 연기가 흩어져 나왔다가 나를 사라지게 했다.
나름대로 엄중한 경계를 거친 지하감옥이지만 몰래 숨어드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런데, 선배. 그분께서 왜 이곳을 찾으셨을까요.”
“모르지. 하지만 소문이 있지 않냐. 마녀에게 홀렸다고. 그래서 왕태자님께서 그토록 마녀를 미워하고 있는 거고.”
그 말에 나는 걸음을 멈췄다.
병사들의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다시 지하감옥 내부로 들어갔다.
그렇게 기사들의 시선을 농락하듯 피해내며 지하감옥의 최하층으로 향한 나는 감옥의 안에 양팔을 구속당한 채 앉아있는 소녀와 철창 앞에 서 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브리우크의 국왕.’
나는 말없이 몸을 돌렸고 벽면에 등을 밀착시킨 채 침묵했다. 그리고는 손에 당장에라도 최대 출력의 헬파이어를 발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잘 봐 페르세르크, 심연 놈들은 다 그놈이 그놈인 놈들이야.’
심연의 공주, 베르단데는 나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선 울드나 슬리지아보다 상당히 둔하다는 게 훤히 보인다.
“어째서…… 어째서입니까.”
“……”
“왜 이런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그의 존칭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말에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
“어머니라니, 말조심하렴.”
“저는 알고 있단 말입니다.”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그 말에 마녀, 베르단데는 침묵했다.
하지만 곧 자신의 팔을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
“나는 마녀로서 너희 인간들을 모두 죽이려 했다. 그 사실은 틀리지 않아.”
“틀립니다. 당신은……”
“네 녀석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지?”
그 말에 국왕이 침묵했다.
“화형이라…… 제법 어울리는 형벌이로구나.”
“어머니.”
“어머니라 부르지 말거라. 나는 너 같은 아들을 둔 적이 없으니.”
“그래도 당신은 제 어머니이십니다.”
“피를 나눈 네 어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 않니. 그것도 오래전 내 손에 죽었지.”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 그녀가 말했다.
“꼴이 퍽 우스웠지? 살려달라며, 뭐든 할 테니 목숨만을 살려달라 벌레처럼 기면서 빌던 꼴이 말이야. 꼴에 국가에서는 제법 자애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런 여자일수록 죽였을 때의 쾌감은 큰 법이지.”
왕의 어머니, 즉 왕비를 아는 이였다면 그녀의 모욕에 극도로 분노했을 것이다.
하지만 브리우크의 국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이었다.
“꺼지렴. 내가 네 녀석에게 동정을 받을 하등한 존재로 보이니?”
“……”
“나는 마녀로서 내 숙원을 위해 스스로 선택했다.”
“거짓말…… 거짓말 마세요. 어머니.”
“네 녀석.”
싸늘한 소녀의 목소리였다.
“당신이 이 사태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병사가 보았다고 했던가요. 미안하지만 저도 보았습니다. 그 괴물 브라가가 습격했을 때 놈이 수도에 나타나지 못하게 막았던 게 누구인지.”
그 말에 소녀는 침묵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몰래 구해주고 떠난 게 누구였는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왕자는 당신이 그곳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당신이 범인이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 압니다.”
그가 말끝을 흐렸다.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당신은…… 그런 이유로 그때 그곳에 나타난 게 아니지요.”
“허면, 내가 무슨 이유로 나타났다 생각하느냐?”
“당신이 수도에 나타났던……”
말끝을 흐리며 잠시 침묵하던 순간이었다.
“너는 여전하구나.”
그녀의 말에 국왕은 침묵했다.
“울보인 것도 말이야.”
그제야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였다.
“흑…… 끄흑…… 어머니. 제발……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해주십시오. 이 일은 당신이 꾸민 게 아니라고……”
“흥, 웃기는 소리구나. 내가 했다.”
“어머니!”
중년 남성이 아이처럼 흐느끼며 절규하는 모습에도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신은 피를 뒤집어쓴 당신의 존재가 제 미래에 누가 될까 스스로 영면에 드셨지요. 그런 당신을 깨우기 위해 저는 금기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그 힘에 이끌린 괴물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맞아요. 저는 왕의 자격이 없는 악마입니다.”
“쯧쯧. 금기는 함부로 어기는 게 아니다. 그건 네 세상이든, 마녀의 세상이든 똑같은 게지. 그렇다고 내가 한 일이 없어지니?”
끝까지 그녀는 혐의를 부정하지 않았다.
“과거 십수 년 전 브리우크 왕국을 피바다로 만들었을 때도, 제 친모를 죽였을 때도, 당신은 오로지 전부 본인이 덮어썼습니다. 제가 걸어가야 할 피의 길이었어요.”
“흥, 죽이고 싶은 놈을 죽인 게 무에 잘못이라고. 인간은 이해할 수가 없어. 피를 덮어 써야 오를 수 있는 왕좌를 피를 덮어쓴 자가 오를 수 없다는 게.”
“당신이 전부 덮어 써 준 덕에 제가 왕에 오를 수 있었던 겁니다! 이번 일 또한 본래엔 제가 폐위되고 처형당하는 것으로 끝났어야 했습니다. 외려 왕국민을 보호하고 저를 지키려 했던 당신은 영웅으로 추대되었어야 했습니다.”
아들은 그 사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저를 살리기 위해 당신을 팔아먹었습니다.
아들 그레이드에게 중요한 건 어머니가 아니라 이 못난 아비였으니까요.
그의 말에 마녀가 킥킥 웃어 보였다.
“듣기 싫다. 영웅? 웃기지도 않은 소리. 그리드, 잘 들어라. 인간에겐 인간의 세상이 있고 마녀에겐 마녀의 세상이 있다.”
“그게…… 어머니의 고향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이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곳.”
“……더는 할 이야기가 없구나. 꼴에 인간의 왕이나 된 녀석이 눈물이나 질질 짤다니 퍽 꼴이 우습다. 꺼지거라. 한때 노예로 부려먹던 녀석이 이런 몰골이라니, 내 눈도 다 버린 게지.”
“이대로면 어머니는 화형을 당하십니다.
다름 아닌 아들과 손자의 손에 의해서!
“제발…… 제발! 한 번만 고집을 꺾으세요.”
“나는 노예에게 죄를 덮어씌워 죽이는 취미는 없다.”
“억울하지도 않습니까! 차라리 밝혀주세요! 제가 저지른 금기의 실험 때문에 이 사태가 벌어졌다고! 과거 십수 년 전에도 저를 죽이려던 이들에게서 저를 온전한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대신 피를 손에 묻히셨다고!”
그가 절규하듯 외쳤다.
왕국민들은 저를 피 한 방울 묻히기 싫어하는 성군이라 여깁니다! 그 멍청이들은 제가 그때 어떻게 왕이 될 수 있었는지 전혀 몰라요!
그 말에 그녀는 처음으로 냉소가 아닌 환한 얼굴을 해 보였다.
“노예치고 성군으로서 십여 년간 떳떳하게 살았다면 실험은 성공인 거야. 인간은 이토록 조종하기가 쉽다니까? 나는 내 목숨보다 내가 세운 이론이 더 중요해.”
“흑…… 흐흑…… 과거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과거의 제게 왕이 되라 절대 말하지 않을 겁니다.”
왕이기에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모두를 이끌고, 모두가 보는 왕이기에 할 수 없는 일도 존재한다.
왕만의 고초, 고민, 슬픔이나 힘든 모든 것을 남에게 알릴 수도 없다.
성군이건, 폭군이건, 그것은 변함없는 진실이리라.
브리우크의 국왕 그리드 말론 브리우크는 그곳을 떠나갔다.
페르세르크는 침묵했고.
벽에 등을 기댄 채 기척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던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짧은 침묵 끝에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손에 아주 옅게 모으고 있던 마나를 움직였다.
결정에 번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