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1화
“그, 그것이…….”
내 정체를 파악한 소년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이곳은 작은 도시국가지만 연금학파의 본산이 있는 곳으로 도시국가치곤 위세가 제법 높다.
하지만 이런 작은 도시국가에서 가장 높은 존재인 왕의 아들 입장에서 볼 때, 그가 조심해야 할 인물이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불쑥 나타날 확률이 되어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그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서, 성자 데이비 왕자……”
“그래, 포고스 도시왕국의 왕자님. 왕국의 공식견해는 적대라고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그것이……”
“모욕도 이 정도면 국제문제로 번져도 상관없겠죠.”
내 말에 소년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제 권력에 취해 휘두를 줄만 알지 책임질 줄은 모르는 놈.
제대로 머리가 굴러가는 놈이라면 애초에 그런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테니까.
“자, 자자. 진정하십시오. 데이비 왕자님.”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문제로 번지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애초에 본인은 그럴 생각을 1도 하지 않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당황한 포고스의 왕자를 대신하여 나를 중재한 것은 희끗한 수염의 노인이었다.
연금학파의 총장.
그게 그의 위치였다.
“자자,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니……”
“오해요? 잘못하면 여기서 사람 하나 크게 다칠뻔했는데?”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아직 왕자님이 어리셔서 실수가 잦으십니다. 명망 높으신 왕자님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번 용서해주신다면, 그에 따른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똑같은 수준에 애처럼 날뛰고 싶으면 해보라.
뭐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맞춰드려야지.
예수 가라사대.
죄가 있는 자에게 돌을 던져라.
‘아닐걸?’
어찌 되었건 간에.
“뭐, 비공식 방문이니 어쩔 수 없네요. 국가 간의 항의는 그만두도록 하겠습니다.”
담담하게 말한 내 말에 왕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만, 이시간부로 하인스 영지와 연금학파의 모든 거래는 집어치우죠. 하인스 영지에서 매 분기 보내는 지원금과 수입을 모조리 중지하겠습니다.
어차피 영지 주관 수입이라 우리 쪽은 손해가 없다.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무서운 일이니까.
물론, 대륙 전체에 수많은 거래처를 두고 있는 연금학파로써도 손해는 크지 않다. 하인스 영지가 아니라 해도 연금학파를 굴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다만, 그건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연금술사 학파의 입장이지 총장의 입장은 아니다.
마탑도 그러하지만, 연금학파는 엄연히 수많은 세력이 서로 견제하는 웃긴 집단이다.
즉, 총장이라고는 하나 자칫 꼬투리가 물리는 순간 수많은 학파의 장들이 그를 물어 뜯어버릴 거라는 소리였다.
내부에 적이 많은 상황에.
조그마한 손해라도 말 같잖은 일로 터진다면?
일은 웃기게 돌아간다.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알았나?
“마침 총장 선출도 다가오고 있는데 말입니다.”
듣자 하니 총장 선거에는 삼제국 황제의 입김도 다수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지.
삼제국에서 엄청난 양의 지원금을 받고 있으니까.
연금학파가 만든 물건이 비싸게 팔린다곤 하나 그들이 매 순간 사용하는 기회비용을 따지면 손해가 제법 크다.
실제로 총장의 경우 무리하게 자금을 빼돌린 비리로 인해 입지가 굉장히 흔들리고 있던 찰나였다.
거기에 대고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양의 지원금을 보내고 있는 하인스 영지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빌미로 거래를 중단해버린다면?
연금학파는 몰라도, 그는 입장이 굉장히 난처하게 변한다. 작정하고 이를 갈고 있는 다른 정계 세력이 신나게 이 일을 빌미로 물어 뜯을 테니까.
그뿐일까.
내게 공구를 던졌던 왕자 또한 치기 어린 행동으로 인해 국가의 큰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입지가 상당히 흔들릴 것이다.
“데, 데이비 왕자님! 조금만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지금에 와서 갑자기 이렇게 거래를 끊는다 하시면……!”
“제가 죽었으면 어차피 거래는 거기서 끝입니다. 더 말해요?”
내 말에 그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이를 악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연금학파와 모든 거래를 끊으신다면 왕자님께서도 손해가 막심하실 텐데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네요. 실질적으로 일상에 필요한 발명품 중 연금학파에서 만들어낸 수많은 것들이 있으니.”
“그러니 지금이라도 멈추시고……”
“끊으세요.”
“네?”
“까짓거 자급자족하면 되지 아쉬울 게 뭐 있나. 애초에 총장님의 권한으로 막아봐야 한계치가 있겠지만, 이쪽이건 그쪽이건 손해가 어느 방향에서 더 큰지는 직접 파악하시면 됩니다.”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내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그가 이를 악물었다.
입장이 흔들리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게 어지간히도 억울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곧 그는 자신의 자존심을 억눌렀다.
곧바로 내게 허리를 숙인 그였다.
“용서해주십시오. 아직 어린 왕자님이십니다.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주신다면…….”
“그럼 이렇게 하죠.”
내 미소에 그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보아하니 여기 계신 에디손 님과 무슨 경합을 하시는 모양입니다만.”
“아……, 그렇습니다. ”
총장이 떨떠름하게 답했다.
“거기에서 이기면 용서해드리겠습니다. 애들 치기 어린 행동에 국가문제로 번지는 것도 웃기네요.”
내 말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안 그래도 입지가 흔들리는데 거저먹는 기회를 가져다주니 화색이 돌 수밖에.
“정말…… 정말 그거면 됩니까?”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내 말에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에디손 님의 작품에 제가 지원할 권한 정도면 됩니다.”
대체 내가 뭘 하려는 건지 의도를 모르겠다는 표정이 쏘아져 들어온다. 정작 휘말려버린 에디손의 얼굴은 분노로 붉으락푸르락 해져있었다.
그는 일단 기술자니 말이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손을 빌린다고 여겨 격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봐! 대체 무슨 소리를!”
격분하는 에디손의 말을 무시한 채 내가 대답을 강요하자 총장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어렸다.
그가 하는 생각은 척 봐도 알만했다.
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그에게 내가 지원해본들 시간이 극도로 부족하니 별다른 수가 없을 거다. 정치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입장에서 회생줄이 생겼으니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뭐 그런 생각인 모양이었다.
“만약에 말입니다. 데이비 왕자님.”
물론 총장은 금방 표정을 지워버렸지만, 이 철없는 왕자는 그런 낌새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이런 사태까지 몰고 온 내가 왜 이런 제안을 하는 건지 의심을 한 것이리라.
“만약에 저희가 패배한다면……”
“그땐 자기가 누굴 향해 돌멩이를 던졌는지 알게 되겠지요. 반대로 그쪽이 이기면 제가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하지요.”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가자 에디손이 벼락같이 달려들어 내 멱살을 틀어잡았다.
“이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격분한 그의 행동에 따로 저항하지 않은 채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무슨 짓이냐니요. 재미없는 경합 같은 거 얼른 끝내버리고 저와 함께 끝내주는 일 하나 해보자는 겁니다.”
내 미소에 그는 도저히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 *
어찌 되었건 이 사태는 각색되어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총장은 내가 한 입으로 두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것을 포고스 도시왕국 전체에 공표했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나의 존재가 과연 이 대경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넌 매번 볼 때마다 사고를 친다?”
수정구 속에서 일리나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재밌어 보이지 않냐?”
“왜 그런 일을 굳이 사서 하는 건데?”
“연금학파 총장 자체는 문제가 안 되지만 일단은 연금학파 소속이라는 게 문제니까.”
굳이 적대해서 볼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크다.
현재로썬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골렘 경합이라잖아. 보여줘야지.”
내 말에 일리나의 표정이 핼쑥하게 질렸다.
“그 괴물 철 덩어리들을 풀어놓으려고?”
디셉티콘 편대. 그들의 존재는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면 경악이 터져 나올 존재들이니까.
“그럴 리가. 만드는 건 그 영감이 할 거야. 내가 만든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내 말에 일리나는 한숨만 내쉬었다.
“필요하면 말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도록 할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연락을 끊은 나는 쉴 새 없이 금속음이 울려 퍼지는 에디손의 공방으로 들어섰다.
“쯧쯧. 그놈의 영감쟁이, 공방한 번 기괴하구먼.”
나와 함께 왔던 골고다 장로는 에디손의 공방을 둘러보며 혀를 쯧쯧 찼다.
골렘 경합. 말 그대로 더 뛰어난 골렘을 만들어 서로 간에 기술력의 우위를 가리는 대련이다.
나름대로 뼈대 있는 대련으로 듣자 하니 이번 사태에 여러 손이 가해진 모양이었다.
깡!! 깡!!
잔뜩 굳은 얼굴로 망치를 두드리고 내부의 기계 장치를 손보는 에디손에게 다가갔다.
깡…… 깡!!!
거의 혼연일체라도 된 듯 작업을 하던 그를 말없이 한참을 지켜보았을까.
따분함을 견디지 못한 륀느가 작업실을 이리저리 사뿐사뿐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시작하자 그의 망치질이 잠시 멈춰졌다.
그리고는 철괴를 하나 꺼내 들고는 화로에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내겐 말을 지독하게 듣지 않는 손녀딸이 하나 있네.”
그의 말에 나는 그가 만들어놓은 골렘의 뼈대를 슬쩍 만져 보았다.
나름대로 잘 만들긴 했는데, 이래서야 못 이긴다.
“손녀딸이요.”
“그래. 자네와도 마냥 연이 없진 않아.”
그 말에 내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자 화로를 노려보던 그가 쪼그려 앉은 채로 말했다.
“그 아이의 나이가 6살 때쯤, 동부의 한 왕국의 왕자와 약혼을 했었거든.”
그 왕국의 이름이 뭔지 아는가.
이어지는 그의 말에 내가 침묵하고 있자 페르세르크가 손가락으로 내 뺨을 쿡 찔렀다.
“라운 왕국.”
그녀의 말에 에디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비한 아가씨로군. 마법으로 육신을 작게 만드는 괴짜들도 있다고 하던데, 아가씨도 그런 부류인가?”
에디손의 말에 페르세르크가 조용히 웃어넘겼다.
“라운왕국이라고요?”
“그러네. 라운왕국의 1왕자, 데이비 올 라운. 자네의 약혼녀가 내 손녀딸일세.”
그의 말에 내 표정이 오묘하게 찌푸려졌다.
금시초문인데?
그런 내 의도를 눈치챈 듯 그가 껄껄 웃었다.
“그럴 만도 하지. 자네의 아비이신 크리아네스 국왕과 손녀딸의 부모는 한때 친우 관계였으니까. 자네에게 말없이 이야기된 것이겠지.”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런가요.”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군. 어찌 되었건 그때 당시 무슨 사정이 생겨 약혼이 파훼 되고 손녀딸을 내가 거둬들였네. 이후 자네와의 약혼은 유야무야 깨져버렸지. 정작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약혼이 성사되었다가 깨지다니 퍽 웃기지 않나.”
씁쓸하게 중얼거린 그가 금속을 꺼내 망치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술고문이니 뭐니해도 장인의 피를 이어받은 드워프다.
그의 망치질은 신묘했다.
그 이후 모두가 그때의 일을 잊었지. 손녀딸도 약혼이 파기 된 이후 굳이 그 일을 들먹이진 않았으니까.“
“그게 이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좀 전에 왔던 그 비대한 왕자 기억하는가?”
그 말에 나는 포고스의 왕자였던 그 소년을 기억해냈다. 지위와 선민사상에 취해있던 어리석은 소년이었다.
“그 왕자가 손녀딸에게 정식 혼담을 밀어 넣었어. 당치도 않는 소리. 자기 관리도 못 하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그 멍청한 녀석에게 손녀딸을 줄 수야 없지 않나.”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부모가 못 미더운 사위에게 딸을 맡기려 할까.
“그놈은 단순히 손녀딸이 대륙 6대 미녀인지 나발인지 중 한 명이라는 이유로 음심을 들이댄 것이니 말이네.”
“역겹다고 판단해.”
륀느가 담담하게 말하자 고개를 돌려 륀느를 흘끗 바라본 에디손이 끌끌 웃어 보였다.
“그래. 역겹지.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내가 어리석어 쌓아놓은 것이 없으니 그대로 쓸려 다니는 수밖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내겐 빚이 많네. 대부분이 국가에 진 빚들이지. 그 빚 때문에 혼담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까지 왔다는 게야.”
그래서 그는 최후의 저항수단으로 손녀딸을 도망 보낼 생각마저 했다는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그 철없는 왕자에게 시집가느니 혀를 깨물고 죽고 말겠다는 손녀딸의 입장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남은 내 입장이 곤란해진다는 이유로 그 녀석이 맹렬하게 거부했네.”
갖은 수단을 동원해 거부권을 발하던 에디손은 결국 궁지에 몰렸다. 빚을 통해 경합신청이 들어온 것이다.
경합에서 이기면 빚을 변재해주고 혼담도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반대로 이기면, 어떤 불만도 표하지 말고 혼담을 성사시킬 것.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기술의 저작권을 완전히 넘기는 조건이었지.”
경합 자체는 총장과 에디손이 하는 것이지만 총장의 뒤엔 왕자가 있었다. 어리석고 철없어도 일단은 왕자였으니 말이다. 그들은 갖은 더러운 술수를 동원해 경합을 위해 만들고 있던 골렘을 수차례 망가뜨리기도 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
궁지 끝까지 몰린 상황이 바로 이런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해내야지, 내 손녀딸은 반드시 지켜야지 않겠나.”
“그럼, 제 도움을 거절하지 말았어야죠.”
내 말에 그가 쓰게 웃어 보였다.
“그런 지저분한 경합에 외부인을 끌어들이라고? 기술자로서의 내 자존심을 어디까지 나락에 처박을 생각인가.”
손녀딸에 대한 사랑과 기술자로서의 남은 자존심.
그것이 양립하며 그를 혼란스럽게 한다.
“까짓거 이기면 되죠.”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 내가 왜 자네에게 이 일에 무리하게 끼어들었다 화를 내는지 아는가! 그는 전투 골렘에 한해선 최고의 권위자야!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존재란 말일세. 안 그래도 불리한 마당에 내가 해놓은 것은 이 고철 덩어리 뼈대가 전부라는 소리네!!”
왜 부질없는 일에 끼어들어 스스로 도박을 하려 드는가.
그의 그런 질문에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기면 되죠. 까짓거 뭐 어렵다고.”
“골렘에 한해서 그를 따라갈 인물은 없어. 총장이 비록 사욕이 강한 자이나 그 실력은 대단하네. 실제로 지금 세상에 나와 있는 전투 골렘들은 전부 그자가 설계한 것들일세. 나는 그의 기술력보다 더 뛰어난 걸 만들 자신이 없어.”
그의 말에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더 재밌어지겠네요.”
“이봐, 내가 한 말을 뭐로 들었나!!”
“에디손 님. 지금 세상에 나와 있는 골렘이 골렘에 대한 끝이라고 봅니까?”
“애석하지만 나무랄 데 없는 골렘들이지.”
“그냥 고철 덩어리던데?”
“뭐라?”
“연금학파도 한물갔다고 평가.”
뒤이어 륀느가 끼어들어 비웃음을 던지자 에디손의 표정에 불이 튀었다.
“이 꼬맹이가 뭘 안다고 그딴 망언을 지껄이는 게야! 아무리 답이 없는 자라도 그 골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알 테지! 눈이 있으면 보라고! 이 짧은 시간 안에 그보다 더 대단한 놈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보는가!? 아니지, 시간이 있어도 불가능해. 세상의 기술력으론……”
“그렇다면 륀느의 기술은 무엇으로 판단할 건지 의견을 요청해.”
그 말과 동시에.
륀느가 자신의 원피스를 휙 걷어 올리더니 배 부분을 가볍게 열어젖혔다.
그 안으로 보이는 놀라울 정도의 기술이 집약된 내부가 보인다.
“……”
잠깐 동안 침묵하던 에디손은 곧 멍한 얼굴로 륀느에게 다가가더니 그 내부를 한번 스윽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헛숨을 내뱉고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깔끔하게 기절해버린 것이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나는 무표정으로 서 있는 륀느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
“치마 내려. 애가 수치심도 없나.”
내 말에 륀느가 낭랑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