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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72화 (471/1,559)

제 472화

기절해버린 에디손을 질질 끌어 근처의 간이침대에 던져버린 륀느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툭툭 털어낸 뒤 내게 다가왔다.

“데이비님, 대상의 생체 반응, 매우 양호. 잠시간의 혼절이라고 륀느가 판단해.”

“그래.”

“기절해버릴 줄은 몰랐는데.”

륀느가 반박하듯 홧김에 자신의 내부를 보여주고 에디손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대체 어디에서 그를 기절시킬만한 요소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알만한 이들이라면, 특히 기계 장치에 식견이 있는 이라면 륀느의 내부는 경이적일 정도의 기술력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됐어, 깨어나서 정신이 들면 그때 이야기하자고.”

“데이비, 본녀가 도와줄 건?”

“마법진 구동을 할 거야. 그냥 기계 장치만으론 이세계의 소재나 장비로는 한계가 분명히 있어. 빠르게 움직여야 하니까, 우선 내가 건네주는 마법진부터 구현해줘.”

그렇게 말한 나는 빈 종이에 깃펜을 들었다.

어디, 간만에 실력발휘 좀 제대로 해보자.

사실상 메가트론을 만든 이후부터는 대부분 드워프들의 상상력과 내 지식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제대로 내 손을 거쳐서 처음부터 탄생한 녀석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진 않았지만 오랜만이라는 생각에 퍽 흥미가 돋았다.

그동안 메가트론을 포함한 수많은 골렘들이 쌓아온 데이터를 이용한다면.

이곳에 있는 고철 깡통 골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놈을 만들 수 있으리라.

“륀느, 화로에 불 지펴. 최소 2천도 이상까지…….”

내 말에 륀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날아올라 화로 앞에 섰다.

그리고는 숨을 짧게 들이켜더니 이내 연녹빛의 기류를 입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빛이 화염과 뒤섞이며 온도가 급속도로 올라간다.

그사이에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라도 한 것일까. 처음 보는 기술이지만 륀느의 내부는 나로서도 다 파악하지 못한 메이드 인 고대놀로지의 정수인 만큼 뭐가 나와도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구상하고 설계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도전? 좋지, 근데 잘못 만들어서 일대 다 날려버리면 그것만큼 멍청한 것도 없다. 그렇다면 안정성이 높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네가 해야 할 건 뭐냐. 경험과 지식이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책 8234권, 모조리 외워라. 틀리는 순간 오딘을 불러와서 널 태워버릴 거다.]

개 같은 인간.

마치 신들린 것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이 손을 타고 백색의 양피지에 펼쳐진다.

익숙한 지식들이 머리를 배회하며 수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만드는 것은 그가 할 일이다.

내가 할 것은 그 구심점을 잡는 것. 그리고.

그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는 것.

당장 성능이야 어떠하든 간에 결과만 놓고 보면 그가 만들 거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남는 시간은 나흘가량.

그 정도면…… 충분하다.

* * *

연금학파의 기술고문, 에디손이 깨어난 건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였다.

“끄응……”

굳은 얼굴로 몸을 일으킨 그는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친 탓인지 아릿한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래. 작업실로 와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쪼개 작업을 개시했다.

그 망할 총장 놈의 큰 코를 눌러주기 위해서라도, 제 소중한 손녀딸을 그 철없는 놈팡이에게 시집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데.

벌써 날이 저물었고 자신은 침대에서 깨어났다.

이게 대체 무슨 추태란 말인가.

멍하니 있던 그는 문득 들려오는 누군가의 투닥거리는 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러니까, 그건 이쪽으로! 그래, 거기!”

“그대가 말을 똑바로 해야 본녀가 서포트를 하지!”

“아니,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지, 자꾸 꿍해져 있을래?! 륀느! 다 녹였으면 얼른 가져와!”

남자의 목소리에 멍하니 있던 에디손은 곧 자신이 기절하기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는 노기 어린 얼굴로 이 일의 원흉인 남자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대체…… 대체 내 공방에서 무슨 짓을 하는 겐가!!”

그의 외침에 작업을 하고 있던 사내, 아니 소년이 피식 웃어 보였다.

“일어났습니까? 손녀고 할아버지고 피도 안 이어져 있으면 어떻게 그렇게 똑같은가 몰라.”

“무, 무슨……”

“됐고, 시간 별로 없으니 저것부터 봐주세요.”

소년의 말에 에디손은 그가 가리킨 책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마치 몇 달 전부터 준비해온 것처럼 쌓여있는 여러 장의 설계도가 보였다.

멍하니 다가간 그는 곧 책상 위에 놓인 설계도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세상에……”

정교한 설계도였다.

설계도면 자체에 익숙하디익숙한 그조차 기함을 토할 정도로 정교하고 세심한 설계도 말이다.

멍하니 설계도를 내려다본 그는 마치 홀린 것처럼 설계도를 하나하나 넘겨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속도가 빨라지고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명백한 흥분이었다.

분노에 의한 흥분?

아니었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접한 이의 기쁨이 서린 흥분이었다.

대체 얼마 만에 느낀 이 말도 안 되는 흥분이란 말이던가.

간단한 구조이지만 그 내부의 목적과 소재 설정은 완벽할 정도였고,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신비로웠다.

이게, 자신이 알던 그 골렘의 설계도가 맞는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어때요, 쓸만해 보이죠?”

“이거…… 설마 자네가 만든 것인가?”

“일단은요.”

“언제부터…….”

“영감님 쓰러지고 난 후부터요.”

꼴랑 몇 시간 전에?

그사이에 이토록 많고 정교한 설계도들을 그려냈다고?

담담한 답변을 내리며 커다란 금속 부품을 망치로 두드리기 시작하는 데이비를 보며 그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신선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가진 새싹?

아니었다.

그는 이미 완성된 존재였다.

에디손은 그저 그의 편린만을 보고 그를 판단했다.

멍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나흘밖에 없어요. 빠듯하게 해야 하니까 손 좀 거들어주시죠.”

장난기 어린 소년의 말에 에디손은 멍하니 자신의 손에 쥐어진 설계도를 바라보았다.

이게 제대로 완성만 된다면? 그깟 총장이 만들어낼 새로운 골렘과 비교나 될까.

아니, 연금학파의 학계 역사상 한 획을 그을 정도로 거대한 발명이 될 것이다.

그의 가슴이 오랜만의 흥분으로 빠르게 뛰었다.

생각해 보면 애초에 그가 기절한 이유가 바로 저 은발의 소녀 때문이 아니던가.

소녀가 아름다워서? 아니면 귀여워서?

전혀 아니었다. 소녀의 정체가 생명체가 아닌 인공으로 만들어진 골렘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사람같이 행동하고 사람같이 말하지만, 내부는 엄연히 골렘의 모습. 과연 지금 세상에서 그런 엄청난 존재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

상식적으론 설명할 방법이 없지만, 눈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할 정도로 그는 꽉 막힌 연금술사가 아니었다.

“륀느의 심장은 말입니다.”

이어지는 소년의 말에 에디손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연금술사들의 궁극 목표 중 하나입니다.”

궁극의 목표!

그것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바로 현자의 돌과.

기계 장치의 신(데우스 액스 마키나)

그 둘 중 무엇이 들어갔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저런 신적인 경지에 이른 골렘을 만들어낼 정도의 실력을 지닌 존재가 애송이?

어디 가서 돌팔매질 맞을 소리!

실제로 륀느를 만든 건 데이비가 아니지만 에디손은 그걸 판단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그는 허리춤에 매어둔 작은 망치를 꺼내 들고 근질거리는 손을 접었다 폈다.

이 순간만큼은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경합이고 나발이고 이 소년이 만들고자 하는 그것에 손을 보태보고 싶다는 연금술사로서의 욕망이 꿈틀거렸다.

물론, 이것의 결과가 경합의 승리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금상첨화가 아닌가.

고민할 것은 없었다.

다만, 정말 이런 괴물 같은 골렘이 만들어질지 의문이 들었다.

“자네…… 정말 괴물을 만들 생각인가?”

“괴물은 무슨, 그냥 무난한 골렘 하나 만드는데 호들갑 떨지 마세요. ”

무난한 골렘? 그 골렘 하나만 완성되면 연금학계가 뒤집힐 작품이 나오는데?

“싫다면 지금이라도 전부 파기해줄 순 있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파기할 생각 따윈 없다.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대체 이 소년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는 골고다 그 똥자루 드워프가 왜 그토록 이 소년을 비호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서는 그런 존재였다.

* * *

“하하하, 그 왕자, 겉으론 똑똑한 척하더니 머저리가 아닙니까.”

포고스의 왕자 듀란의 웃음소리에 연금학파의 총장은 표정을 굳혔다.

이 멍청하고 철없는 왕자는 고등교육을 받는 왕족 귀족답지 않게 멍청하기 그지없다.

단순히 외우는 것들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워낙에 오냐오냐 자라온 성정 때문인지 자신 이외에 모든 것이 하찮아 보이는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때문에 총장이 듀란을 선택하고 그의 뒤를 밀어주고 있는 꼴이지만 말이다.

“왕자님,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단순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요? 하하하, 총장은 겁이 너무 많아서 탈입니다. 겁먹을 게 뭐 있습니까. 저희가 뭐 직접 칼을 들고 싸운답니까? 아니면, 마법을 쓰기라도 한답니까.”

골렘 경합은 오로지 서로가 만들어낸 골렘 중 누가 더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경합일 뿐이다.

제아무리 대륙의 영웅이라 칭송받고 엄청난 위세를 지닌 존재라 해도 모든 게 완벽할 순 없다.

검을 휘두르고 신성 마법을 쓰는 놈이 연금술에 대해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는가.

“저는 걱정 따위 없습니다. 총장이 누구입니까. 이 대륙 최고의 전투 골렘 제작자로 유명한 분이 아니십니까.”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요.”

비록 기술고문으로 있는 에디손이 엄청난 발명들을 해낸 천재라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괄적인 분야에 관한 일이다.

실제로 총장은 전투 골렘 계통으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권위자였다.

“이것으로 다 해결된 겁니다. 그 빌어먹을 데이비 왕자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꼴만 지켜보면 그만인 겝니다.”

“하아…… 왕자님. 그가 정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런 제안을 하였을 거 같습니까?”

“아니면 어쩌겠습니까. 실패를 모르는 겁 없는 놈입니다. 제깟 놈이 그래 봐야 하늘 위에 우주가 있다는 걸 알려주어야지요. 이 경합은 이미 저희의 승리입니다. 연금술사가 아니라, 연금술사의 신이 와도 나흘 안에 총장이 만든 골렘을 뛰어넘을 고성능 골렘을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듀란이 그렇게 말하며 한 쪽에 서 있는 커다란 금속의 거인을 바라보았다.

크기는 대략 4미터 정도의 크기로 엄청난 돈을 들여 구한 귀한 금속과 마나석, 아니, 그토록 구하기 힘들다는 마정석까지 소량 내장시킨 그야말로 전무후무 최고의 전투 골렘이다.

비록 경합용이라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있지만, 어차피 경합만 이기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기술고문의 위치를 흔들 수 있고, 그의 손녀딸이자 대륙 6대 미녀 중 한 사람인 티아라 남작 영애와의 혼사도 성공시킬 수 있다.

게다가 그 개 같은 성자 데이비 왕자의 무릎 꿇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쉽게 생각하시지요. 제깟 놈이 무슨 수가 있다고 해도 경합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경합은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어요.”

그의 말에 총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이 애송이 왕자의 말처럼 되면 좋으련만. 왜 이렇게 불안한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뿐인줄 압니까? 에디손 기술고문이 멍청하게 데이비 왕자 같은 초짜 나부랭이를 조력자로 받아들이면서 저희도 명분이 생겼지요. 해서, 제가 귀한 사람을 초빙해왔습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 말에 총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귀한 사람이요?”

“인형 골렘의 거장이신 프란시스님이지요.”

그렇게 말한 그가 손뼉을 짝짝 치자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시녀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연금학파의 정복을 입은 사내가 천천히 들어왔다.

“듀란 왕자님 평안하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오, 프란시스 장로님. 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프란시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반대로 총장은 놀란 표정으로 프란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중립의 입장이라 이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줄 알았으니 말이다.

“프란시스 장로와 총장의 힘이 합쳐지면 그 어떤 이가 와도 대적할 수 없을 겝니다. 금속 골렘의 권위자와 인형 골렘의 권위자가 한자리에 모였으니 말이지요! 하하하하하!!”

애초에 데이비 왕자가 에디손에게 조력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 철없는 왕자의 행동에 의한 페널티였다.

이 멍청이는 그 사실을 알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인가 싶어 총장의 입맛이 쓰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에디손 기술고문과 경합을 하신다고요.”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떨떠름하게 답하는 총장의 말에 프란시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그런 경합에 제가 끼어도 되는 겝니까? 형평성에 어긋날 텐데요?”

역시나 제대로 된 설명은 해주지도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총장은 일단 이 사태를 십분 이용하고자 마음먹었다. 어차피 뒤집어쓰는 건 자신이 아닐 테니까.

데이비 왕자의 그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리긴 하지만 프란시스 장로가 나선다면 문제가 없다 여겼다.

“그게 말입니다. 동부의 소국인 라운왕국에서 굴러들어온 그 빌어먹을 데이비 올 라운 왕자가 멋대로 에디손 기술고문 쪽에 붙어버렸지 뭡니까. 이건 형평성에 어긋나지요.”

어긋나게 만든 놈이 저런 말을 하니 퍽 뻔뻔스럽다. 하지만 총장은 침묵을 지켰다.

“형평성이요? 뭐, 개인 간의 경합이 단체전이 되었다면 이런 경우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방금 누구라고……”

조금 놀란 듯 물어오는 프란시스 장로의 말에 듀란 왕자는 비웃음이라도 던지듯 말했다.

“하하하하! 누구냐니요.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성자 데이비 왕자 말입니다. 겁도 없이 신성한 경합에 끼어들었지 뭡니까. 그 건방진 행동거지가 영 꼴 보기 싫어서 말입니다. 게다가 연금술의 연자도 모르는 자가 이런 짓을 하다니 이건 연금학파를 무시하는 처사지요. 해서 장로를 모셨습니다. 장로님과 총장의 힘이라면 그런 오만한 자의 치기 따윈 얼마든지 부숴버릴 수 있겠지요.”

그 말에 프란시스가 침묵한다. 총장은 그의 분위기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왕자가 총대를 메고 상황을 호전시키고자 한다면, 이용해 먹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프란시스 장로의 표정이 심상찮다.

“데이비…… 데이비 올 라운왕자……”

홀로 중얼거리던 그가 눈을 부릅뜬다.

“지금 그분이 에디손 기술고문의 공방에 있다는 말입니까?!”

“어이쿠 깜짝이야! 그, 그렇소만, 왜 그러시오.”

“이럴 때가 아니군, 미안합니다. 내 급히 자리를 떠야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프란시스 장로의 말에 두 사람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프란시스가 갑자기 저런 행동을 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가 지금 당장 어디로 가려는 건지 바보가 아닌 이상 티가 난다는 것이었다.

“더 늦기 전에 가봐야 할 텐데!”

“이, 이보시오 프란시스 장로! 대체 왜 그러는 겝니까! 경합…… 경합에 손을 보태주시기로……”

그 말에 돌아서서 나가려던 프란시스가 멈췄다.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미 프란시스는 한 차례 데이비와 엮인 적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형 골렘의 거장인 그는 데이비가 남겨놓은 코멘트를 보고 한 차례 경악했고, 이미 수차례에 걸쳐 그를 만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경합이요?”

비웃음까지 담긴 그 얼굴에 총장과 듀란 왕자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이길 생각입니까? 애초에 누굴 상대로요?”

“그 무슨……”

“에디손 기술고문? 대단하지요. 그는 역사에 남을 위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사람이 경합에 뛰어든 이상 에디손 기술고문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거장이기에 그는 알 수 있다. 단순히 학술서에 쓰인 코멘트와 지적만으로 데이비 왕자가 얼마나 연금술에 관해서 괴물 같은 지식을 가졌는지를 말이다.

“애초에 싸움이 안 되는 경합에는 끼이는 취미 따위 없습니다. 데이비 왕자가 끼어든 순간부터 경합은 성립 자체가 안 돼요. 그냥 찍어누르는 싸움이지.”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프란시스 장로.”

“말 그대로입니다, 뭐, 직접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군요. 허면, 저는 그분을 직접 만나 뵈러 가봐야겠으니 이만 물러가지요.”

생각지도 못한 프란시스의 행동에 듀란과 총장은 한참 동안 멍한 표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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