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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73화 (472/1,559)

제 473화

145. 경합, 압도적인 골렘의 차 (1)

날이 어두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금학파 건물의 뒤편에 있는 공방들은 각기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베이스에 있는 페리홀크, 즉 창조의 공방은 주로 업무를 보는 곳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공방이 있을 리 없지만, 그 뒤편은 거대한 공방 그 자체라 봐도 무방했다.

그 분야는 여러 가지로 어떤 의미로는 과학단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중에서도 기술고문직에 있는 에디손의 공방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곳에 있는 모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괴이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뛰어난 기술자는 괴짜라고 하였던가.

에디손의 공방이 딱 그 짝이었다.

“에고고…….”

늦은 시각. 온몸에 먼지투성이가 된 채 휘적휘적 걸어온 한 소녀가 공방의 문을 슬며시 열었다.

분명히 한소리를 들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실패로 인해 큰 사달이 날 뻔했다. 아마 제 할아버지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늘 그렇듯 그 우악스런 손으로, 소녀가 엉엉 울음을 터뜨릴 때까지 볼기짝을 때릴지도 모른다.

“윽…… 그건 좀 싫은데…….”

매번 겪는 일이지만 그녀의 할아버지는 정말 그녀가 사고를 칠 때마다 엄하게 야단치곤 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를 미워하진 않았다.

소녀에게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였다.

“응? 누가 왔나?”

평소라면 망치 소리만 들려야 할 고요한 공방이다.

늘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는 할아버지는 작업 소리 이외에 잡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할아버지 에디손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경합을 준비하면서 매일 밤 골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망할!’

씁쓸한 감정이 섞인 목소리로 외쳐대던 할아버지는 최근 굉장히 피곤하고 힘들어 보였다.

세간에선 천재라 부르지만, 그 천재 또한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 고생이 얼마나 큰지 잘 아는 그녀였기에 그녀는 할아버지에 대한 애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망치를 드는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순 없을까.

그녀는 그때부터 많은 노력을 했다.

할아버지와는 별개로 자기 생각을 투자한 새로운 골렘을 수차례나 만들었고 그것들을 실험하면서 사고를 치고 엄청나게 혼도 났다.

그래도 멈출 순 없었다.

에디손이 경합을 받아들인 이유는 빚도 한몫하지만, 그 점을 악용하는 빌어먹을 듀란 왕자가 자신과의 혼담을 어떻게든 이어붙이려고 개수작을 부린 것 때문이니 말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계속된 실패에 힘이 빠져있던 그녀는 공방으로 들어가기 전 자신의 양 뺨을 손바닥으로 착착 두드리며 입가를 매만졌다.

“자, 웃음 장전하고.”

늘 그렇듯,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피로를 풀어주고 웃음 짓게 하리라.

절대 우울한 표정을 보여줄 순 없다. 소중한 할아버지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웃는 소리뿐이니 말이다.

“헤헤헤, 할아버…….”

“파하하하!!! 기가 막히는구만!! 아주 기가 막혀!!”

그때였다.

평소와는 다른 너무도 호쾌한 웃음소리에 그녀가 멈칫했다.

문을 슬쩍 열며 고개를 들이민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커다란 금속 구체를 눈앞에 두고 대소를 터뜨리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태껏 저렇게 호탕한 할아버지의 웃음소리를 못 들어본 건 아니지만 정말 오랜만이다 싶을 정도로 시원한 웃음소리였다.

멍한 얼굴로 걸어 들어간 그녀는 좀 전까지 쿡쿡 쑤시던 몸 상태도 잊은 채 껄껄 웃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 버지?”

머릿속에 그린 오만가지 생각을 모두 날려버린 채 멍하니 그녀가 에디손을 부르자 그의 시선이 소녀에게로 향했다.

“오오, 티아라. 왔느냐.”

“뭐에요, 할아버지? 뭔데 그렇게 웃어요?”

나름대로 각오를 다지고 왔더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멍하니 중얼거린 그녀는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허탈함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이봐요, 영감님. 기술자라는 양반이 정리정돈도 안 하고 이렇게 난장판을 쳐놓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때였다.

공방의 한쪽 창고에서 문지를 잔뜩 뒤집어쓴 소년, 아니 청년? 청년이라 보기엔 젊고, 소년이라고 하기엔 마냥 앳된 티가 거의 사라진 남자였다.

“아아!!”

물론, 그의 존재는 소녀, 티아라도 잘 알고 있었다.

“어?”

“쓰러진 사람을 그냥 버리고 간 그 썩을 자식!”

그녀의 외침에 그가 피식 웃어 보였다.

“역시나 싶더라니.”

* * *

적발의 소녀 티아라는 조금 황당한 기분이 든 모양이었다.

그녀의 폭주한 골렘으로 인해 엮였던 내가 그녀의 눈앞에 버젓이 있으니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중요한 건 피를 보고 기절해버린 그녀를 내가 버리고 갔다는 점이었다.

“파하하하하! 또 사고를 쳤다고? 에잉, 네 녀석은 언제 한번 이 할애비에게 크게 혼쭐이 나야 할 게다.”

“아니 할아버지! 발명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할 수 있는 거지 그런 거로 그러기 있어요?!”

“예끼 이 녀석! 네 그 안일한 사고방식 때문에 사람이 다칠 뻔하지 않았냐!”

“그, 그건?!”

“연금술로 만들어지는 발명품은 그렇게 아무 데나 폭주하라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알아요! 안다고! 나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일 줄 알았지!”

불만을 토로하는 티아라의 말에 에디손이 혀를 쯧쯧 찼다.

“어이구, 저런 왈가닥 사고뭉치를 대체 누가 데려갈꼬. 쯧쯧쯧……”

“어련히 시집 잘 갈 거거든요? 할아버지는 평생 그렇게 깡통이랑 지내시던가! 흥!”

비록 전쟁병기로 쓰이는 골렘도 다수 있지만 모든 목적은 본디 그 창조주를 이롭게 하고 지키는 데에 있다. 멋대로 폭주한 이상 그녀가 만든 것은 아무리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고 해도 고철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저나, 전에도 말했지만, 할아버지나 손녀나 참 닮았네요.”

의외의 부분에서 그대로 넘어가 기절해버리는 부분이 말이다.

내 말에 티아라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지……. 설마 당신이 데이비 왕자님일 줄이야.”

“별로 만족시켜주지 못한 것 같네요.”

“아, 아니 그건 아니고…….”

말끝을 흐린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릴 때 저와 약속을 했었던 동부의 왕자님이 누군지 사실 좀 궁금했었거든요.”

그녀의 말에 나는 에디손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어렸던 시절, 라운왕국의 국왕인 크리아네스 국왕이 독단으로 진행했던 정략결혼에 관한 일이었다.

물론, 이제 와서는 그녀와 나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미 지난 일 아닙니까?”

“누가 뭐래요? 그냥 그래도 한때에 약혼자였는데 궁금해할 만도 하지.”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티아라, 쓸데없는 소리 말고, 거기 있는 합금들을 더 가져오너라.”

작업의 메인은 내가 아닌 에디손이었다.

나는 단순히 그가 정체된 구간인 설계도를 제작했고 그의 의견에 따라 그 자리에서 설계도를 조율했다.

그 외에 본 작업을 하는 것은 에디손이었고, 나머지 인원들은 대부분 그를 간간이 거드는 게 전부였다.

경합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다.

비록 성능이나 실질적인 완성품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를지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기술고문 에디손은 생각 이상으로 이해력이 뛰어난 드워프였다.

단순히 내가 찍어낸 골렘의 설계도는 어지간한 골렘 제작사들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분야였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제작에 착수했다.

물론, 그 정도 되니 이토록 명성을 쌓아 올린 것일 테지만 말이다.

설계도를 보고 반신반의하던 에디손이나 티아라는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변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히려 자칫하면 약해지는 합금식인데 거기에 몇 가지 시약과 합금방식을 바꾼 것만으로도 극도로 탄성이 좋아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으니 말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이건 세계 간의 지식 차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단순 청동을 다루는 청동기 시대의 인간에게 다마스쿠스 강철이나 티타늄 합금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했다.

내가 만들었다고?

아니, 정확히는 내 연금술의 원천인 연금술의 대륙.

유르기안 대륙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유르기안 대륙과 티오니스 대륙은 여러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둘 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당연히 비슷한 소재는 얼마든지 있고, 나는 그것을 십분 활용했다.

물론, 타 세계의 지식인 만큼 그 변화에 한계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재현할 수 있다면 나는 마법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단순히 똑같은 색에 똑같은 형태의 금속이다.

“잘 봐요. 탄성이라는 건 이토록 중요하니까.”

까앙!!

잘 만들어진 두 개의 금속 막대기를 가볍게 부딪친다.

물론, 말이 가볍지 상당한 힘을 담아 후려친 것이기에 결과는 금방 드러났다.

극도로 연금술이 발달한 유르기안 대륙의 비전이 담긴 합금술로 만들어진 금속막대는 티오니스 대륙의 금속막대를 가차 없이 우그러뜨리고 꺾어버렸다.

반대로 유르기안식 합금은 멀쩡하기 그지없다.

당연한 결과였다. 마법과 연금술이 복합적으로 발달하지만 오랜 시간의 평화로 인해 기술력이 과거보다 퇴보한 티오니스와.

마나가 없어서 연금술만이 극도로 발달한 유르기안 대륙의 기술력 차이는 필연적으로 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 내가 가르쳐준 것들 중 일부는 그런 유르기안 대륙에서조차 밝혀지지 않은 연금술사의 신 이바가 밝혀낸 기술 중 일부이기도 하다.

“세상에……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군.”

“뭐, 뭐에요? 뭐가 이렇게 단단해요?!”

“단순히 탄소양을 조절하고 그사이에 촉매를 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결과를 낼 수 있어요. 단순히 장갑을 두껍게 만드는 건 효율이 높지 않으니까.”

가볍고 튼튼하게.

기본적으로 티오니스의 전투 골렘은 거대하거나 단순한 외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금속 골렘은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기로 유명한데, 당연히 그런 무게를 움직이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굉장한 힘이 필요했다.

동력원은 당연 마나석으로 견고하고 강력한 골렘을 목적으로 하기에 그 연비 효율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속 빈 강정들과 똑같아질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덩치만 키워서 중량을 늘리고 파괴력을 올릴 필요는 없어요.”

마법을 이용할 거면 충분히 이용하는 겁니다.

상대가 압도적인 양의 금속을 압축시켜 무게와 파괴력을 증가시키는 데에 비해 이쪽은 속을 비워버리고 연비 효율을 극도로 올리면서도 그 힘에 전혀 밀리지 않는 파괴력을 끌어낸다.

“저, 이봐요! 중량과 가속도는 힘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아요?”

에디손의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던 귀여운 소녀가 손을 들며 외쳐왔다.

“맞아요. 중량과 가속도는 파괴력에 영향을 많이 미칩니다. 대신 그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 극도로 나쁜 연비를 감수해야 해요.”

마나석은 무한이 아니다. 비록 마정석은 순환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정석이 무한인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무한한 자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세상을 가득 메우는 마나 또한 사라지고 생겨나기를 반복하며 순환하는 에너지이니까.

“구조가 단순하면 파훼가 쉬워집니다. 반대로 구조가 무분별하게 어려우면 조그마한 충격에도 무너져 내리죠.”

그러니 필요한 것은 무분별하지 않은, 정교하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나머지는 직접 만드시면 됩니다. 할 수 있죠?”

내 말에 에디손의 눈에 열의가 띠었다.

“이 정도의 엄청난 기술력을 보여주었는데 못하면 접싯물에 코 박고 뒈져버려야지!”

“안 돼요. 할아버지! 죽으면 안 돼!”

“에잉!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않느냐!!”

“내 앞에서 장난이라도 죽는다는 말 하지 말아요! 나 늙어 죽을 때까지는 옆에 있어야 할 것 아냐!.”

“에잉……”

옥신각신 싸우는 그 모습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본적인 기술력 제공은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적절한 서포트와 감독이 전부였다.

그는 내가 그의 기술력을 평가하고 지적하는 것에 어떤 불만도 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작업 도중 문제가 있으면 곧장 내게 다가와 자문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자존심이 그토록 강하던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뛰어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진취적이었다.

그를 선택한 건 잘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놀라운 건 에디손의 존재가 아니라 티아라였다.

비록 륀느나 내가 그녀가 만든 골렘을 보며 고철 덩어리, 혹은 고물이라 부르긴 했지만 단신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엔 그 방식도 참신하고 새롭기 그지없었다.

위험에 대한 부담을 생각하지 않는 저돌적인 방식은 극도의 발전속도를 가져온다.

티아라라는 저 동년배의 소녀는 지금 하인스 영지에 있을 에오니샤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천재였다.

조금 많이 위험한 방식의. 반대로 에오니샤와 만나면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충돌하겠지만…….

반대로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해 서로 성장할 빌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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