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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76화 (475/1,559)

제 476화

스르륵…….

동시에 그의 곁으로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정보 길드원이 아닌 듀란이 지금껏 숨겨온 개인적인 히든카드였다.

평소엔 정보 길드이자 심복인 알카에다를 이용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단순 파괴만을 일삼기 위해선 이들의 힘이 오히려 더 좋았다.

이성은 없지만, 이들은 단순 인간의 수준을 넘어선 힘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변이된 키메라.

그들을 칭하는 말이었다.

이들을 얻게 된 건 우연이었다.

“그 뱀파이어 잔당 놈들이 이런 도움을 줄 줄 몰랐군.”

뱀파이어를 도망칠 수 있게 뒤에서 몰래 봐준 뒤 그들에게서 받은 키메라는 성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다.

물론, 뱀파이어는 현재 대륙의 공적이기에 그들을 몰래 도왔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제명에 죽지 못할 테지만 상관없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 말이다.

“시간이 없다. 빠르게 진입하여 저들이 만든 골렘을 파괴하고 그것의 설계도나 핵심기술을 빼돌린다. 알겠나?”

조용한 중얼거림에 무복의 사내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돈으로 거래되는 그 쓸모없는 정보 길드와는 확실히 다르다. 오로지 그의 말만 듣는 키메라들은 대답은 없지만 움직임은 확실했다.

그는 순식간에 창고의 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키메라들을 보며 다시금 목에 건 아티펙트를 사용했다.

동시에 모든 기척이 사라지며 그의 육신이 스르륵 사라졌다.

* * *

어두운 창고.

수많은 물건이 쌓여있지만 단연 가장 큰 것은 눈앞에 있는 커다란 골렘의 뼈대 일부였다.

기존의 골렘과는 다른 슬림한 형태를 지닌 골렘의 뼈대는 확실히 지금껏 봐온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솔직히 이게 제 성능을 발휘하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가는 형태였다.

그 부분은 일부 파츠일 뿐이었지만 시간이 이틀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파츠의 과반수가 부서지면 절대 그들은 시간을 맞출 수 없게 된다.

하늘이 도왔다!

또 이런 일을 할거라고 여겼는지 나름대로 보안 시스템을 마탑에서 사들여 설치해둔 것 같지만 이런 것에 걸릴 만큼 키메라가 어리숙하거나 듀란이 가진 아티펙트가 허술하진 않다.

그들은 망령이 곡하는 느낌을 받으리라.

‘부숴라.’

빠르게 보안 아티펙트를 무력화시킨 듀란이 명령을 내린다.

본인이 직접 오는 건 위험하지만, 키메라는 근처에 그가 없으면 제대로 활동하지 않으니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이윽고 키메라들이 스르륵 움직이더니 이내 골렘의 파츠로 보이는 부품들을 향해 빠르게 진입했다.

최대한 빠르게 저것들을 부수고 샘플 하나만을 챙겨 달아나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탁!

그때였다.

어두컴컴한 창고에 갑자기 환한 빛이 몰려든 것이다.

‘윽?!’

갑작스런 빛에 놀란 듀란은 심장이 철렁한 기분을 받을 수 있었다. 아티펙트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반대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키메라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카노스.

2미터 30센티의 장신을 가진 키메라 카노스들은 실제로 빛에 의해 잠시 무력화될 정도로 멈칫했으니 말이다.

본능적으로 섬뜩한 무언가를 느낀 듀란은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투명화된 상태이지만 그냥 서 있기엔 몸이 먼저 반응했다.

창고에 쌓인 물품들 사이에 숨은 그는 곧이어 한 남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는 방금 전 그들이 들어왔던 입구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소년은 익숙하게 창고의 문을 탁! 탁! 잠그며 말했다.

“매너가, 신뢰를, 만든다. 니들 이 말은 알고 있나?”

소년의 목소리엔 당혹스러움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썩은 시체새끼들이 그 말을 알 턱이 있겠냐만은”

소년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있어 보이고 그렇다고 청년이라 하기엔 조금 앳된 남자였다.

그 남자의 출현에 듀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데이비 올 라운.

바로 자신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든 그 빌어먹을 놈이었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 *

무리한 작업은 작업의 완성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치지도 않고 작업하는 에디손에게 슬립 마법을 걸어 재워버린 나는 자제들을 들고 들어오는 붉은 머리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울 할배, 한번 시동 걸라면 자기 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한단 말이죠.”

역시나 귀족가의 여식과는 다른 느낌의 활발함이었다.

“이것들은 창고로 옮기면 되나요?”

“이제 필요 없으니 옮기면 됩니다.”

“저기…… 그래도 한때에 약혼관계였는데 너무 딱딱한 거 아니에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녀가 헤실거리며 말했다.

딱히 다른 마음은 없어 보였다.

자제를 놓고 에디손을 끙끙대듯 부축한 그녀가 낑낑 걸어 그를 간이침대에 뉘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울 할배 오래 살아야지. 나보다 오래 살아서 나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도 보고 죽어야지.”

조용한 중얼거림에는 애정이 담겨있었다.

피는 섞이지 않았다.

드워프와 인간이지만 두 사람의 유대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끈끈해 보였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에디손이 티아라를 제 친손녀처럼 아낀다는 점과 티아라가 에디손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것을 말이다.

“울 할배는 말이죠. 옛날부터 성격이 좀 괴팍해서 친구가 없었데요.”

실력은 좋은데 성격이 지랄 맞으니 친구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 할배가 유일하게 친구로 두고 있었던 게 우리 엄마와 아빠였다고 해요. 뭐, 지금은 사고로 없지만.”

키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듯 에디손의 뺨을 쓸어내렸다.

어?

이년 봐라?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페르세르크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어린다.

‘데이비…… 이거.’

‘내 눈치가 틀려먹은 게 아니라면……’

이건 또 골 때리는 년이구나.

“헤헤 우리 멋쟁이 할배."

헤실거리며 에디손의 뺨에 짧게 입을 맞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죠. 이거 옮기면 되죠?”

“그렇게 하지…….”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세상에는 별의별 케이스가 다 있고, 이런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곤 해도 이건 조금 의외의 문제였다.

공방의 뒤편 창고로 향하면서도 티아라는 제 할아버지에 대한 자랑을 끝없이 늘어놓았다.

가끔은 엄하던 모습, 그러면서도 자신을 챙겨주던 모습까지.

“내가 살다 살다 아빠 아빠 하다가 오빠 되고 오빠가 여보 되는 건 봤지만…….”

“네?”

“별거 아니다.”

내 말에 그녀가 킥킥 웃어 보였다.

“어때요? 울 할배 겁나 멋있죠? 일 할 때 솔직히 엄청 뒤태가 섹시하다고요?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울 할배가 한때 엄청나게 인기도 많았데요.”

“그래, 멋있네…….”

그녀의 행동이 보여준 모습 때문에 영 집중이 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건 왜 만드신 거예요?”

티아라는 손에 쥐어진 합금식 금속품을 내려다보며 내게 물어왔다.

“굳이 필요 없는 파츠같은데……”

“나는 상대를 말려 죽이려고 작정했으면 어정쩡하게 끝낼 생각 따윈 없어. 쥐덫에 쓸 미끼야.”

내 말에 티아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절대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마.”

내 말에 창고에서 파츠를 가져다 놓은 티아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후 나는 창고를 밝히는 발광석들을 모두 꺼버린 뒤 그녀에게 간단한 마법을 걸었다.

인식 저해 마법.

이후 나는 검지로 쉿 하며 조용히 하라는 모션을 취한 뒤 근처의 박스에 앉아 기다렸다.

덜커덕…….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변화가 일어났다.

본능적으로 놀란 티아라가 소리를 낼 뻔했지만 이미 인비저블리티 마법을 걸고 있는 페르세르크가 반사적으로 나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럴 거 같아서 내가 이왕국을 잠시 떠났다는 식으로 주변에 알려두었는데 잘된 꼴이다.

나는 싸늘한 눈으로 창고 내부로 들어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인간이 아니었다.

미약하지만 확실히 풍겨오는 썩은 내와 혈향.

내가 어지간한 건 다 먹지만 썩은 것까지 먹을 정도는 아닌데.

이런 냄새는 익숙하다. 다름 아닌 뱀파이어의 흔적이었다.

요시아를 필두로 한 온건파 뱀파이어는 바다를 건너 떠났으니 이건 나와 전쟁을 벌였던 급진파 뱀파이어 잔당의 흔적이 분명했다.

레이나가 뵈는 족족 족치고는 있다지만 역시 아직 남은 놈도 있는 모양이다.

이건 또 조금 의외네.

스리슬쩍 들어온 괴한들은 곧이어 티아라가 가져다 놓은 더미 파츠를 향해 빠르게 진입했다.

동시에 나는 스르륵 사라지듯 블링크를 사용해 그들이 들어온 문앞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하나하나 문을 잠그기 시작했다.

일단 덩치가 큰 놈들이니 도망 못 치게 막아두고.

“매너가, 신뢰를, 만든다. 니들은 이 말을 알고 있나?”

애초에 시체 xx들이 그런 말을 알 리 없다만.

환하게 밝혀진 창고 내부에 있는 검은 로브의 괴한은 총 5명이었다.

어디 보자, 넷은 일단 쳐 죽이고, 하나는 남겨놓자. 이놈들은 목적만을 바라보는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적당히 방심한 척하면 파츠를 알아서 부숴 줄 것이다.

그게 니들 숨통을 조이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페르세르크가 지금 이곳의 모든 장면을 찍고 있는지 그들은 모른다.

물론 이성없는 키메라, 카노스를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티펙트로 몸을 숨기고 있는 저 돼지 왕자를 뜻하는 말이었다.

쥐덫은 주로 쥐를 완전히 잡아 죽이는 용도로 쓰인다.

그는 알 리 없다. 저급한 유물로 몸을 숨기고 있지만 페르세르크가 일대 영역을 마나로 뒤틀어 지금 그의 모습이 영상 기록석에 그대로 담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능하면 더미파츠를 부수고 내가 거기 남겨놓은 설계도를 가지고 도망쳐주라. 그동안 나는 네가 뱀파이어와 손을 잡았다는 이 추가 사실을 모조리 기록하고 이용하마.

설마 뱀파이어와 손을 잡았을 줄은 몰랐다.

그냥 경합에 더러운 술수를 쓴다는 것을 역으로 잡아 엿을 먹여주려 한 게 전부였는데.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쥐를 밟은 격이다.

굳이 륀느를 돕고 있을 청단이나 홍단이를 쓸 이유는 없었다.

명필이 붓을 가리랴.

나는 데석봉이오, 나는 떡을 썰 테니 너희들은 그에 맞춰 방화하거라.

나는 근처에 있던 쇠파이프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나름대로 묵직하면서도 그립감이 착착 감기는 쇠파이프다.

어지간한 근력으로는 휘두르기도 쉬워 보이지 않지만 제법 튼실한 게 어지간해선 부서지지 않겠다 싶을 정도였다.

내가 또 몽둥이찜질은 잘하는데.

검기보다 둔강을 피워올려 보자.

타구봉법.

어디 키메라는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심연의 힘을 잃어버린 급진파 뱀파이어의 흔적들은 이제 불사의 권능을 마구잡이로 쓸 힘 따윈 없다.

“뭔지는 모르겠다만 침입자지? 식후운동으로는 딱이겠다.”

멀리 숨어 나를 지켜보는 듀란 왕자의 표정은 안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내가 개인적인 일로 인해 이 왕국을 잠시 떴다고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의 표정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단순했다.

아니 네가 거기서 왜 나와?

됐고, 일단 다섯 놈은 너무 많으니 네놈만 죽이자.

네놈.

딱 네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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