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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83화 (482/1,559)

제 483화

-그아아아아아!!!

좀비.

그건 내가 전생부터 알고 있던 존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행동도 느리고 머리를 쓸 지능은 없지만 끈질긴 본능과 쉽게 죽지 않는 질긴 면모를 지니고 있다.

물리면 타액을 통해 감염되며 한 번 감염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이것이 본래 알려진 좀비라는 언데드에 관한 설명이다.

티오니스 대륙에선 그 옛날 흑마법사들의 난 때 수많은 이들이 이 언데드화, 즉 좀비화로 인해 죽어나갔고 많은 이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물론, 마나나 다른 힘이 존재하는 세상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그중에서도 신의 힘이 여러 대륙 중에서 최고봉으로 적용되는 티오니스 대륙은 사실 흑마법으로 인한 좀비가 일어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통의 언데드화라면 마나를 통한 감염차단이나 신성력으로 정화가 가능하니 말이다.

8서클 리치 클레르 오르판 사태 때는 좀비화도 문제였지만, 그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저주의 힘이 한몫했기에 그만한 희생자가 나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돌려서 마나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그런 곳에서 좀비가 창궐한다면?

그 결과가 이것이다.

척 봐도 수백만은 살 것 같은 거대한 도시에 인기척이라곤 꾸역꾸역 몰려드는 좀비가 전부였다.

“광역마법으로 태우지 마. 깔끔하게 머리를 잘라내고 뒷목에 심어둔 칩만 적출한다.”

내 말에 륀느가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며 신나게 종횡무진한다.

사방에 깔린 좀비에게 단 한번이라도 짓눌리는 순간에 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좀비들의 근력과 륀느의 근력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몸으로 깔아뭉개려 해도 100kg도 되지 않는 인간이 200kg이 넘는 륀느를 짓누른다고 깔리기나 할까.

한 손으로 수 톤 가까이를 들어 휘두르는 륀느에게 좀비의 바디프레스는 어린애 장난만도 못했다.

서걱!!

-그어어어어!

끝도 없이 몰려드는 좀비 사이를 파고들어 머리통을 자르고, 그 내부에 심어진 칩을 빠르게 적출해 자루에 담는 륀느는 그 자체로 작업의 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보였다.

“다크커터.”

페르세르크는 내 어깨에 앉아 한손을 휘적휘적 휘저으며 새까만 바람 칼날을 만들어 좀비의 머리통을 베어냈다.

그리고 염동력을 이용해 칩을 빼내 내가 들고 있는 자루에 속속들이 담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잘한다 우리 편. 계속해서 밀어붙여.”

농땡이를 피우고 있다.

“데이비. 그대도 좀 돕지?”

“굳이 나설 필요 있나?”

“못된 것 같으니.”

입을 삐쭉 내밀며 그녀가 나를 노려보았다.

“데이비님 요구한 소재가 담긴 칩을 대량 회수. 수량을 고려했을 때 이런 식으론 원하는 양을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평가.”

금기의 업보를 이용해 차원열쇠를 갈라 수정한 것은 힘의 사용에 따른 시간 단축이었다.

그 부분이 사라졌기에 내 몸에 남은 마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무한정 날뛸 수가 있다.

게다가 저축용 마나석도 대량 챙겨왔으니 페르세르크와 륀느가 날뛰는데엔 충분하다.

반대로 나는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힘을 비축하는 편이었다.

좀비는 공포를 모르니 끝도 없이 몰려든다.

사실 좀비의 원형이었던 인간의 뒷목에 심어진 칩을 회수한다고 해서 필요한 양만큼의 소재를 챙기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적어도 그 소재가 적재된 창고를 털어먹거나.

광산을 한차례 싸그리 갈기 전엔 아마 효과가 없으리라.

계속되는 전투에도 좀비는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차라리 저 좀비들을 장악이라도 해보지?!”

“여기 좀비는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좀비가 아니라 생체 기생체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야. 장악될 리가 있나.”

느긋하게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못해도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싶어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미약하게 퍼뜨리고 있던 파장 중 일부에서 변환이 느껴졌다.

“수는 대충 넷 정도. 도망치는 중인가? 쫓는 놈들은…… 제법 많네.”

마나를 아낀다고 했지만 기본적인 탐색을 게을리 할 순 없다.

눈 대신 넓은 파장을 퍼뜨려 움직임을 감지하는 초음파 방식의 탐색을 진행하던 중 몇몇 인기척에 나는 방향을 돌렸다.

“륀느, 돌아와. 이동하자.”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사람을 찾는 것.

내게 호의적인 작은 소년이자, 내 스승인 이바의 후손으로 추측되는 이바노프나 혹은 이바노프에게 붙여놓은 쌍둥이 디셉티콘 편대 골렘을 찾는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거래 차원에서 온 게 아니기에 그런 우연은 요원한 일이다.

“달려!!”

“헉…… 헉! 나…… 나 더는 못 뛰겠어요!”

뒤쫓아오는 좀비를 뻥뻥 걷어차 날려버리고 나를 따라온 륀느도 소리를 들었는지 등허리의 날개를 귀엽게 쫑긋 거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각기 다른 복장을 입은 남녀 넷과 그 뒤를 쫓는 다수의 좀비들이었다.

“조금만 더 달려! 브루클린 거리까지 가면 헬리포트가 있어! 진동수송기를 타면 이 망할 도시를 탈출할 수 있으니까!”

그 외침에 내 입가에 씨익 미소가 걸렸다.

“어이쿠, 고객님이시네.”

“하아…… 하아…… 못 달리겠어요!”

그때 가장 어려보이는 소년이 그대로 주저앉아 숨이 넘어갈 듯 거칠게 쉬었다.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 창백하게 질릴 대로 질린 모습이었다.

잘못하면 쇼크로 넘어갈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안 돼! 보리스! 일어나! 여기까지 와서 저놈들의 밥이 될 생각이냐?!”

소년의 멱살을 잡고 소리 지르던 근육질의 사내가 손에서 작은 무기를 꺼내들었다.

화약식이지만 지구와는 조금 다른 구조와 재질을 지닌 권총이었다.

지구나 이곳이나. 그놈의 기술의 발달은 마치 틀에 짜여진 것처럼 비슷하게 돌아간다.

“저…… 절 버리고 가세…… 아아아아악!!!”

그때, 소년이 쓰러져있던 바닥이 깨어지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무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으악!!! 인드라다!”

“젠장!”

두려움에 경직되어 소리치는 그들의 외침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사방에서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형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크기는 대충 3미터에서 4미터 정도 되는 괴물로 전신이 시뻘건 근육과 기괴한 살덩이로 합쳐져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인드라가…….”

“이럴 줄 알았어. 빌어먹을 파라솔코퍼레이션! 이 도시에서 단 한명도 생존자를 내보낼 생각이 없는 거야!”

“으아아아아악!!!”

그때 바닥에 쓰러진 소년의 다리를 붙잡고 튀어나온 괴물이 소년을 다리채로 잡은 채 붕붕 휘두르다 그대로 소년의 팔을 물어 찢은 뒤 던져버렸다.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는지, 소년은 몸을 한차례 비틀고는 그대로 추욱 늘어졌다.

엄청난 쇼크. 하지만 생명력이 질긴지 쉽게 죽진 않을 것 같다.

‘데이비. 저들 말이야. 기생체가 들어가지 않아. 기생체가 몸 안에는 있지만 활성화가 안되는 모습인 게야.’

이곳의 좀비는 생화학으로 만들어진 기생체가 무한분열하여 숙주에 잠식하는 연가시 같은 바이러스다.

그런데 그 지독한 바이러스가 기생을 못한다?

‘보균자인가?’

그런 생각이 미친 나는 남은 3명의 생존자를 빠르게 압박하는 인드라라는 이름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좀비 이외에 괴물이라곤 심연의 그 괴물놈 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놈은 아무래도 좀비에서 추가적으로 변이된 듯한 모습이었다.

“움직여보자.”

주변 탐색을 마친 나는 움직였다.

동시에 내 뒤편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륀느가 한 손에 거대한 고열포를 만들어낸다.

“륀느가, 고열포를 채택. 소유 에너지의 3퍼센트 출력을 사용. 적 제거 가능확률 99.8퍼센트.”

그 말과 함께 고열포의 주둥이에 새빨간 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나는 륀느를 뒤로한 채 바닥에 쓰러진 소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퍼버버버벙!!!

화염으로 구동되는 총과는 조금 다른 묵직한 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저항하는 생존자들도 근육질인 괴물의 피부를 뚫지는 못했다.

“륀느. 관통능력 올려.”

내 말에 마구잡이로 총을 갈기던 생존자 셋의 얼굴이 일제히 나를 향해 움직였다.

“륀느, 명령인수.”

찌잉…… 투쾅!!!

섬광은 한순간이었다.

거대한 근육질의 괴물들은 륀느가 쏜 고열포의 광선 다발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그대로 전신이 터져나가며 사라져 버렸다.

이해 못 할 상황에 모두가 굳어있던 찰나.

나는 쓰러진 소년에게 다가간 뒤 소년의 찢겨져 나간 팔 부분에 신성력을 끌어 모았다.

완전히 사라진 팔을 재생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투자정도로 생각하자.

[8위계 성마법]

[대 재생]

우우웅!!!!!

연녹색의 빛이 내 손에서 휘날리며 소년에게 스며든다.

시간이 줄어드는 페널티가 사라진 대신에 굉장한 피로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간제한을 뒤바꾼 대가로 내가 받은 페널티는 피로감이다.

견딜만하지만,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조…… 조심해!!!”

그때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들 중 남성이 급히 소리를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박살난 이동수단 사이에서 거대한 괴물이 튀어나와 가시가 돋힌 혓바닥을 마치 철퇴처럼 휘두르며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피할 틈도 없이 나를 노리고 날아든 철퇴는 곧이어 내 몸을 휘리릭 감았고 가시가 돋은 혓바닥의 끝을 원심력을 이용해 정확히 내 머리통을 노리고 후려쳤다.

“안 돼!!”

쩌엉!!!

물론, 가시가 돋은 더러운 혓바닥에 맞아줄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허공에서 투명한 막에 막혀버린 가시돋힌 혓바닥의 끈적거리고, 악취가 진동하는 침을 내려다본 뒤 조용히 말했다.

“더러운 새끼.”

퍼엉!!!!

한순간이었다.

놈의 머리통이 터져버린 것은 말이다.

거대한 괴물 다수를 정리해버린 우리의 모습에 그들은 당황한 듯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나는 기절한 소년을 짐짝들 듯 들쳐 멘 뒤 조용히 말했다.

“뭣들 합니까. 뒤에 친구들이 먹방 찍으러 오는 거 안 보여요? 그냥 있다가 먹히시게?”

내 빈정거림에 사내가 눈을 부릅뜨더니 소리를 질렀다.

“모…… 모두 다시 달려!! 헬리포트가 코앞이다!!”

“아, 알겠어요!”

“당신들도 따라와요!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수송선을 요청했으니!”

뭐가 어떻게 되었건 생존자라면 같이 탈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일까.

이런 종말 같은 세상에서 이렇게 타인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이는 잘 없는데 말이다.

나는 소년을 들쳐 멘 채로 느긋하게 그의 뒤를 따랐고, 허겁지겁 달리던 이들을 뒤로한 채 끊임없이 따라오던 좀비떼를 향해 가볍게 손을 뻗었다.

한 번 시험해보자.

우웅!!

[가로되 여신께선 힘이 쇠하시여 계시를 내리지 못한다 하셨으나.]

[가로되 나의 배덕감에 치를 떨고 어금니를 갈고 계실지니.]

[그 신의 분노를 이 자리에 담아내겠나이다. 틀니하기 전에 이 가는 거 그만두십시오.]

[8위계 성마법]

[신의 중지 손가락]

가로되, 신께서 이르시길.

엿이나 먹으랍신다.

후웅 콰작!!!

무언가가 무식하게 짓눌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뒤쫓아오던 좀비들이 새하얀 빛에 터져나가듯 짓눌린다.

나는 상황을 모르고 달리는 이들을 뒤따르며, 싸그리 정리되어버린 좀비들 사이로 다시 기어 나오는 좀비들을 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들을 따라간다. 생존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의 우두머리를 살살 꼬드겨 내가 필요로 하는 재료를 공수한다.

그리고.

티오니스 대륙으로 다시 튄다.

다시 생각해도 완벽한 작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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