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8화
148. 저주?
상대가 나를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방법은 상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고정관념.
이거 생각보다 무섭다.
간단히 말해서 옆집 형이나 누나가 알고 보니 소드마스터였다거나, 서로 사랑을 속삭였던 여인이 알고 보니 유희를 나온 드래곤이었다거나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파괴할 기회만 엿보고 있던 파괴 신이라고 가정해보자.
보통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쉽게 믿을 수나 있을까.
보통의 경우 잘 믿지 않는다.
그 사실은 자신이 세상을 멋대로 주무르고 있다고 믿고 있는 이들에겐 더할 수밖에 없다.
황당한 얼굴로 내게 등을 떠밀려 나간 레지를 뒤로한 채 나는 손을 가볍게 풀고 거대한 상자 더미를 바라보았다.
고급 케이스에 보관된 순수한 플루튬이 이 정도.
생각보다 많은 양이지만 실제로 감을 잡아보니 그보다 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 님. 이곳에 있는 물량을 계산해본 결과 1.32톤 정도의 양이 보관 중.
고작 1톤에 달하는 양. 하지만 이 플루튬의 무게를 생각하면 사실 이것도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일단 아공간에 옮겨 담는 게 우선이니.
치직…… 치지지직!!!
내 손끝이 허공을 휘젓기가 무섭게 공간에 투명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곧바로 아공간 속에서 카드첩을 꺼내 그 안에서 카드 한 장을 높이 던졌다.
동시에, 말은 죽어라 듣지 않는 골칫덩어리이지만 제법 훌륭한 노동력이 소환된다.
“화하하하하하학!”
따다다다다다닥!
회색 피부를 자랑하듯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빌어먹을 삼인조.
평행선의 티오니스 대륙에서 한번 모습을 드러낸 적 있던 내 영혼으로 만들어진 녀석들이다.
내 카드술을 가르쳤던 스승 신마가 직접 만들어준 내 영혼을 거울로 비춰 만들어낸 삼인조다.
분명 신마의 영혼으로 비춰 만들어진 것들은 나름대로 멋지고 예뻤던 것 같은데.
내 영혼으로 비춰 만들어진 이 녀석들은 깡마른 몸에 회색빛 피부 부리부리한 느낌을 전해주는 안광이 척 봐도 ‘이놈들 언데드구나’ 싶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제각각 다른 안광을 빛내며 나를 보는 삼인조는 역시나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내게 다가왔다.
슥슥…….
그리고는 한 녀석이 검지와 엄지를 둥그레 말고 검지로 그 원을 빠르게 넣었다 뺐다하는 개수작을 부렸다.
물론, 그 행동 직후 내게 걷어차였지만, 녀석의 얼굴에 풀이 죽은 느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일하자. 새끼들아.”
임금은 늘 그렇듯 체불이다.
내 말에 경거망동하며 펄쩍펄쩍 뛰던 녀석들이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래 보여도 해야 할 일은 확실히 하는 녀석들이다.
순수한 플루튬은 추가정제를 하기 전에 무리하게 관리를 하면 망가진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나는 상자를 가지고 장난치는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장난치지 마라. 콱 죽는 수가 있다.”
쯧.
내 말에 녀석이 혀를 짧게 차더니 조심스럽게 상자를 아공간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하나둘.
애초에 근력이 보통의 수준을 넘은 녀석들이다.
내 영혼의 힘이 강할수록, 강하게 태어나는 녀석들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마는.
그 많던 플루튬 상자들을 모두 아공간에 보관하고 나자 창고 내부가 휑해진 기분이 들었다.
“엇? 벌써 끝나신 겁니까?”
이후 삼인조 녀석들을 카드로 돌려보내고 창고 밖으로 빠져나오자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던 레지가 나를 반겼다.
“돌아갑시다. 저쪽에도 난리가 난 거 같으니.”
페르세르크의 마기가 느껴진다. 아마 이곳과 같이 파라솔의 병력들이 들이닥쳤을 것이다. 레유리가 배신을 했기 때문이리라.
페르세르크가 있으니 유일한 치료제를 빼앗기진 않겠지만, 굳이 느긋하게 갈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 돌아가야 할 듯싶습니다.”
그때 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레지가 조심스레 말했다.
“왜요?”
“그게…… 이곳으로 오는 화물수송용 엘리베이터가 망가졌습니다. 빌어먹을 파라솔 놈들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망가뜨렸던 모양입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돌아갈 수단이 없어졌다고 못 돌아갈 일은 없다.
그의 말대로 엘리베이터는 중요 부분이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파괴되어있었다.
이에 나는 손으로 머리를 살살 문지르다 눈을 감았다.
“별수 없네.”
힘을 쓸수록 두통이 심해진다. 어지간해선 견디겠는데 상당히 거슬리는 통증이었다.
마나 고갈이 심하게 다가왔을 때 느끼는 증상과 흡사하다. 문제는 지금 내 마나량으론 이 정도로 마나 고갈을 느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엇? 어찌하시려고…….”
“곧바로 갈 겁니다. 꽉 잡아요.”
투웅!!
“으아아악!!”
갑자기 바닥에서 거대한 빛이 쏟아져 나오자 그의 얼굴에 경악성이 어린다.
“대…… 대체 뭘 하시려고!”
스팡!!
그의 외침은 결국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스팡!!!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탈진한 듯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레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바닥에 쓰러진 레유리를 포함한 검은 특수복장의 사내들과.
그들의 중앙에서 가만히 서 있는 한 소녀의 존재였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듯한 아름다움.
길게 늘어뜨린 은발과 빛이 머금어진 듯한 붉은 눈동자. 마지막으로 검은빛의 잡기 좋은 디자인을 한 한 쌍의 뿔.
나는 담담하게 시선을 돌리는 그녀를 향해 픽 웃어주었다.
“너무 한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아서 재미가 없을 지경인데.”
“이…… 무슨! 레온 일병!”
이윽고 레지가 깜짝 놀라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있는 레온을 향해 뛰어갔다.
“뭐야. 상처라도 났나?”
“치료제를 구하러 가는 길에 상당히 함정이 많아서 말이야.”
그녀가 손에 쥔 은빛의 병을 내게 내밀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보온병은 척 봐도 중요한 물건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이게 그건가?”
“당신들…… 대체 정체가 뭐야……”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던 레유리의 목소리에 나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저항을 상당히 했는지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하다.
페르세르크의 손속이 순해서 다행이지 그녀와 내가 반대 입장이었다면 그녀는 지금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으리라.
“이방인.”
짧게 일축한 나는 주저앉아있는 레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일어날 만해?”
이제는 완전히 평대로 바뀌어버린 내 말투에도 그는 그저 픽 웃을 뿐이었다.
“이게 꿈인지……,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군.”
“그냥 홀렸다고 생각해. 홀려서 살아남으면 좋은 거지 뭐.”
“벌써 일을 끝내고 온 건가?”
“덕분에.”
내 대답에 그는 유쾌한 웃음을 짓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고, 죽겠군.”
그 모습에 나는 간단한 회복마법을 그에게 걸어주었다.
백색의 빛이 그의 상처에 스며들자 서서히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세상에…… 상처가……”
기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였다.
“하…… 상처도 치료할 수 있는 거였나? 무슨 마법 동화라도 보는 기분이군.”
“마법 맞아. 유전자 조작이니 그런 거론 이렇게 못하지.”
“맙소사, 농담이라고 해줘.”
“농담이다.”
내 대답은 부정이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레온하르트가 아니었다.
통증 하나 없이 나아버린 자신의 몸을 보더니 허탈한 웃음을 흘리는 레온하르트였다.
“그거, 나도 배울 수 있나?”
“아니.”
단호한 답변에 그가 입을 삐쭉거린다.
“아쉽게 되었군.”
사망자는 없었다.
애초에 그걸 지켜볼 페르세르크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가 나와 비교하면 상당히 약한 축에 속하는 것이지 그녀가 작정하고 힘을 쓰기 시작하면 이곳에 있는 이들로는 그녀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몸 쓰는 건 어때.”
“괜찮은 게야.”
담담하게 말하는 그녀가 손을 가볍게 휘젓자 그녀의 발치에서 흘러나온 검은 안개가 레유리를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
“크윽……”
그녀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쉽게 믿지 못하는 듯 보였다.
“보아하니 치료 약을 구할 때까지 모른척했다가 배신을 때린 모양인데.”
“……”
“이 지하시설을 차단하던 플루튬 봉이 왜 사라졌는지 한번 생각은 해보고 일을 쳤어야지.”
“잠깐! 데이비 그게 무슨 말이지?!”
놀란 레온이 뭐라 소리쳤지만 나는 깔끔하게 무시로 일관했다.
“덕분에 진입은 쉬웠지? 저쪽도 마찬가지였어.”
내 말에 레지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더러운 파라솔의 끄나풀이었다니……”
그들은 레유리의 배신이 쉬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정적관계라곤 해도 이렇게 적의 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당신을 거주지에 들여선 안됐어.”
“그거 아쉽게 되었네.”
더는 할 말 없다는 듯 침묵하는 그녀였다.
“그녀를 어떻게 할 거지 데이비?”
“그걸 왜 내게 물어.”
내가 페르세르크에게 고개를 까딱하자 그가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처음 보는 아가씨인데. 대체 어디서 온 거야.”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어.”
내 말에 그가 킥킥거렸다.
“그래? 아가씨, 이 일이 끝나면 나와 함께 커피라도 한 잔…….”
“되었느니라.”
“와우. 깔끔하게 차였군.”
단호한 거절에 그가 한발 물러났다.
그래, 페르세르크가 누구와 함께 차나 마시게 내가 둘 거 같으냐.
“이 여인에 대한 처우는 그대에게 넘기도록 하지.”
이윽고 페르세르크가 검은 사슬을 만들어 레유리의 몸을 포박한 뒤 안개를 거둬들였다.
“이거…… 풀리진 않겠지?”
“궁금하면 실험해보아도 좋아.”
“그냥 관두겠어. 레유리 경장. 당신은 인류의 배신자다. 마음 같아선 당장 목을 날려버리고 싶지만, 이 일이 그리 가볍지 않다고 생각해. 아마, 거주지 내엔 당신 같은 파라솔의 끄나풀들이 있겠지.”
레온의 말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레유리가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말했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 같아?”
“뭐?”
“그 치료제가 퍼져나가면 우리 측의 입장에서도 곤란해. 물론, 목숨을 걸고 구해야 할 가치도 없기에 방치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혈로 치료제를 가지고 귀환하게 되면 우리 쪽도 곤란하다 이 말이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성큼성큼 다가간 레온이 그녀의 멱살을 틀어쥐고 으르렁거렸다.
“이미 조직의 독립부대가 움직였을 거다. 목표는……”
-이곳의 모든 생명체의 말살이지.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였다.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간다. 목소리의 근원지는 시설의 음성 송출 장비였다.
“정말 놀랍네.”
“프라운인지 뭔지 하는 영감이었나?”
“나는 자네들의 말을 듣지 못하네. 일방통행으로 말하는 게 전부이니 말일세. 아쉽게 되었지만, 통제가 불가능한 짐승은 살려둘 수 없지.”
그 말에 레유리가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여기서 다 같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다. 아하…… 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이 도시 전체가 부서질 거다! 우리 조직에서 발명한 최대 무기인 분자 융해 폭약이 떨어질 거야.”
“분자…… 융해 폭약?”
그 말에 놀란 이들이 눈을 부릅뜬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서 설명해!!”
격하게 달려들어 레유리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레온의 말에 레유리는 표독스레 레온을 노려보며 말했다.
“귀가 먹었나? 단 한방이면, 이 도시 전체가 분자 단위로 흩어질 거라고.”
그걸 과학기술단위로 만들었을 리는 없으니.
그년의 흔적이리라.
쿠구구구구구구궁!!!
이윽고 거대한 시설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레온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도시 전체를 분해해 버릴 정도의 무기가 다가오고 있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였다.
“젠장! 뛰어! 당장 이 도시를 벗어……”
급히 나가려는 그의 어깨를 틀어잡은 내가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는 그의 품에 치료제가 든 보온병을 안겨주고는 마나를 끌어 올렸다.
“데이비?!”
“됐어. 돌아가.”
내 말에 레온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곧 그들은 빛에 완전히 휩싸였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레유리와 나, 륀느, 그리고 페르세르크와…… 레온 뿐이다.
“어?”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페르세르크와 륀느의 경우 나와 함께 있으니 굳이 보낼 필요 없고 레유리는 이곳에서 죽을 테니 굳이 보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외의 인물들은 전부 보냈는데.
왜 이놈은 가지 않은 거지?
다른 이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정작 돌아가야 할 레온이 남아있자 나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데이비. 마법 실패를 한 거 아니야?”
“그럴 리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나는 갑작스레 찾아오는 두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신의 물건을 멋대로 개조한 대가는 가볍지 않다.
아릿한 두통에 짜증이 왈칵 치솟은 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륀느, 구멍 뚫어.”
내 말에 륀느의 한 손에 거대한 포신이 달린 무기가 소환되었고 륀느는 마치 바주카포라도 쏘듯 하늘로 그것을 겨누었다.
“륀느가, 초고열 관통 광선을 채택. 륀느의 출력 40퍼센트를 소모할 거라 판단. 이후 륀느를 제어해줄 필요성을 요청.”
“마음껏 날려버려.”
내 말에 륀느의 손에 소환된 무기가 빛을 뿜는다.
거대한 섬광은 한 자루의 창이 되었고, 지하 깊숙이 차단된 거대한 시설을 일렬로 뚫어버리며 하늘을 수놓았다.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시설 위로 보이는 하늘의 모습에 레온이 경악한 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게 대체 뭐야……”
“뭐긴 뭐야. 구멍이지.”
담담하게 말한 나는 페르세르크에게 레유리를 맡긴 뒤 레온의 뒷덜미를 낚아채고 빠르게 쏘아져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하에 있으며 그 폭탄인지 나발인지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다. 아마 심연의 공주가 있다면 지금 상황을 보고 있을 테니 여기서 기다리면 나타나리라.
레온의 경우 보내는 게 이득이지만 남아버렸으니 별수 있나.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그를 무시한 채 하늘로 쏘아져 오른 나는 순식간에 지상으로 올라왔고 하늘 저 멀리서 다가오는 녹빛의 광탄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지 콩알만 하던 빛은 어느덧 도시의 상공까지 다가와 있었다.
“자! 다 같이 죽는 거다!!”
레유리의 광기 어린 외침에 레온의 표정이 파랗게 질린다.
이에 페르세르크가 나를 대신해 장막을 펼치려던 순간.
나는 아공간에서 신마에게 받았던 카드첩을 열었다.
정신 나간 삼인조 이외에 나는 어마어마한 존재를 카드 안에 등록시켜두었다.
비록 지금에 와서는 놈과 계약을 완료했기에 시험의 숲에서 기거하고 있지만 말이다.
환수에게 차원의 벽은 평행선의 세상이 아닌 이상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메가로드리아. 먹어치워.”
이어지는 내 목소리와 함께.
작은 카드에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육체의 흑룡이 거대한 포효를 흘리며 나타났다.
“꺽……”
그 모습에 레온과 레유리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다.
내뿜는 힘만으로도 소름이 쫙 돋아 몸이 짓눌리는 듯한 힘의 여파가 쏟아진다.
그랜드마스터급 존재가 포효에 존재감을 담았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기절하지 않은 것은 이럴 줄 알았기에 내가 마나를 얇게 짜 레온의 몸을 감싼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경악하던 레유리는 보호를 받지 못했는지 귀와 코, 눈과 입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해버렸다.
“커헉!!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던 그였지만 거대한 흑룡을 눈앞에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지켜보았다.
[계약자.]
“먹어치워.”
이윽고 중후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흑룡. 메가로드리아의 모습에 내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사이에 또 진화라도 했는지 모습이 조금 바뀌었다.
후웅!!!
동시에 거대한 4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놈이 날아올랐고 도시를 향해 날아오는 광탄을 향해 입을 쩍 벌렸다.
치잉…… 우우우웅!!!
동시에 새카만 브레스가 그의 입에서 머금어졌고.
곧이어 거대한 빛이 세상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