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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495화 (494/1,559)

제 495화

149. 육참골단

“데이비, 넌…… 그들의 소식이 끊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샤이르 렌다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그 질문에 나는 구태여 거짓말을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굳이 그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반대로 진실을 말해도 내가 그들의 길 안내를 받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은 현재 다른 기사단원과 다르게 나와 조금 오묘한 관계에 놓여있다.

그 근본적인 경로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무력이 있지만 말이다.

“몰랐어. 대륙에 다른 라스트위스프 기사단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위치도, 이름도 견습 기사단원에게 알려주겠냐.”

지금은 정식기사단원 딱지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 네가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으로 가려는 이유는……”

“가야 할 곳이 있어. 타르타로스 지하산맥 너머에 그 목적지가 있거든.”

내 말에 동기들이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그 조용한 침묵을 가장 먼저 깬 것은 루시아 쉘만이었다.

“하아…… 초대 성녀 다프네님의 가호가 함께하시기를…… 다행이에요. 당신이 혹여 기밀을 알았다고 하면 기사단장이 당신을 경계했을 테니까요.”

기사단장?

내 시선에 헤그가 어색한 웃음을 흘려 보였다.

“있잖아? 이전에 그 배신한 작자, 가오르. 그 양반이 죽고 기사단 내부에서 크게 한번 인사변동이 있었어. 우리 같은 하급 정식기사단원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위 단원들은 이야기가 다르거든. 그 때문에 몇몇이 인사이동을 했어. 그리고 지금 리인포스 알파 기사단을 이끄는 건 클레만트로 라는 분이야.”

그러니까, 그 클로멘트로라는 작자는 외부에서 온 기사단원으로 놀라울 정도로 앞뒤가 꽉 막힌 사내라는 점이었다.

“아마 그 양반 성격이라면 기사단원 전원을 죽여서라도 기밀을 날름날름 알아내는 널 경계하고 처리하려 할걸?”

팔라딘이자 루시아 쉘만의 파트너였던 필디르의 우스갯소리에 다른 동기들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흐음. 아무리 그래도 은인을 함부로 경계하진 않는다네.”

“흡?!”

그때였다.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주변 분위기가 굳었다.

그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했던 필디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뻣뻣하게 선 채 그를 바라보았다.

“기사 총장님! 오, 오셨습니까!”

“그래. 필디르 단원. 마침 나에 대해 소개해주어 고맙군.”

“아, 아닙니다!”

“그나저나 자네. 요즘 신께 올리는 예배를 게을리하는 것 같던데……”

“당장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바짝 얼어붙은 얼굴로 소리치며 후다닥 뛰어나가는 그 모습에 다른 기사단원 동기들도 후다닥 도망치기 시작했다.

“데이비 올 라운 기사단원.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로군.”

빙그레 웃는 사내는 젊어 보였다.

하지만 소드마스터급. 그것도 환골탈태를 겪은 이라면 노화가 멈추는 편이니 그의 나이는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20대 중후반의 외모라는 점이다.

젊은 나이에 소드마스터급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그의 힘이 제법 놀랍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비 올 라운입니다. 기사총장님이시라고요.”

“부끄럽지만 현재 리인포스 알파는 여러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니. 나는 라스트 위스프 총 본지부에서 파견된 클로멘트로라고 하네. 편히 클로멘이라 불러주게.”

“반갑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그의 손을 마주 잡자 묘한 힘이 손끝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이 양반이 시작부터 장난질이네.“

“제게 할 말이 있어서 온 겁니까?”

무덤덤하게 본론을 꺼내 들자 그가 약간 놀란 얼굴로 나를 본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보리스 선생의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쉽게 믿진 않았는데…… 조금 놀랍군.”

나와 손을 뗀 그의 손엔 땀이 가득했다.

이 아저씨 다한증인가.

“사실 자네의 존재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네.”

“처분입니까?”

“그럴 리가. 기사단원은 현재 인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네. 수많은 일을 겪은 탓이지. 게다가 아직도 흑마법사 단체가 남아 대륙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굳이 그런 일을 신경 쓸 기사단이 아니었을 텐데요.”

“그 고지식함 때문에 이미 한 차례 기사단이 휘청거리지 않았나.”

그의 말에 나는 침묵했다.

이후 클로멘은 나와 일리나를 데리고 그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사상을 숨기지 않았다.

“세상은 정보가 중요하네. 세간과 연을 끊는 것을 중히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비밀기사단인 라스트위스프이지만 그 안일함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죽었어. 그건 옳지 않은 일이지.”

그 점은 동감이었다.

“같은 생각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겠죠.”

“그렇지.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나는 라스트 위스프를 지키고 싶은 입장일세. 자네는 그런 내 입장에 딱 맞는 동업자가 되겠지.”

정보에 날카로우면서도 의외의 부분에서 취약하던 이전의 기사단장들과는 달랐다.

“너무 우직해도 곤란해. 때로는 유연함이 이 기사단을 지킬 수 있으니.”

“너무 과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좋은 선택이겠죠.”

제법 말이 통하는 사내다.

“그래서, 저를 굳이 만나러 오신 이유가 뭡니까.”

“그것까지 알고 있었나. 이것 참. 자네는 속일 수가 없겠군.”

끌끌 웃으며 그가 조용히 말했다.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을 지키던 기사단의 연락이 두절되었네. 이 이야기는 필디르 기사단원에게 들었겠지.”

“예.”

내 대답에 그가 쓰게 웃으며 술잔을 들이켰다.

“그들은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에서 서식하는 1급 위험 마물들에게 당한 게 아닐세. 그렇다고 해서 현재 대륙에서 떠들썩한 마족이나 뱀파이어와도 관련이 없지.”

“이미 누가 일을 친 건지 알고 계신 모양인데요.”

“비슷한 보고를 받은 바 있어서 말이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예상이 가면서도 조금 의외의 발언이었다.

“이방인을 알고 있는가.”

이방인.

현재 대륙에는 이방인이라는 소수의 인원이 존재한다.

그들의 출처는 다름 아닌 타차원의 존재.

그리고 이렇게 다수 티오니스 대륙에 체류 중인 이방인은 딱 한 곳밖에 없다.

지구에서 온 존재들.

그들은 이 세상을 게임으로 여기고 있다.

“퀘스트……”

짧게 중얼거린 내 표정이 찌푸려지자 클로멘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자네. 뭔가 알고 있나?”

“아뇨. 모릅니다.”

담담한 대답에 그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들의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그 계통이 달랐네. 마치 허상 같았지. 검술 또한 마찬가지. 마치 자신의 힘을 쓰는 게 아닌 것 같았어.”

“목격자가 있습니까?”

“비밀리에.”

이런 이야기까지 해준다는 건은 그가 내게 지금 걸고 있는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였다.

‘지구라…… 가능성은 충분해 보여 데이비.’

‘그래, 선을 넘지 않기를 바랐지만, 이 땅을 게임이라 여기고 있는 그놈들에게 생명의 무게가 보일 리가 있나.’

주기적으로 보내오는 아이나의 보고에 따르면 이방인은 전투 중에 상당한 보정을 받는 모양이었다.

무슨 뜻이냐고?

목을 잘라도 붉은 피가 아니라 다른 색으로. 즉, 싸움이라곤 쥐뿔도 모르던 인간들의 멘탈을 보호하기 위한 요소들이 그들의 몸에 새겨져 있다는 소리였다.

‘솔직히 이게 말이 돼? 데이비. 그대가 보기엔……’

‘그 넬타리드라는 신 말이야, 페르세르크. 정말 지구에 자리를 튼 게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자세한 건 직접 한 놈 잡아서 조사해보면 답이 나오겠지.’

현재까지 파악된 지구에서 넘어온 놈들의 수는 정확히 50여 명 정도.

많지는 않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만약 넬타리드 신의 유도를 받아 이 땅에서 난리를 친다면 골치 아파진다.

그들의 힘이 강해서?

어림도 없는 소리. 다 모여본들 그들의 무력은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똑같이 눈코입 달린 인간이니 그들이 사고를 치면 인간끼리 분열이 일어난다는 소리였다.

‘만약 클로멘 이 양반의 말이 사실이라면…….’

뭐가 되었건 그들을 제재하거나.

아예 이 땅에서 추방해버릴 필요가 있었다.

정작 게임을 하는 놈들로선 그저 즐기는 것뿐이지만 반대로 현지인의 입장에선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으니까.

“그래서 자네를 찾고 있었네. 그들의 무력에 대해선 아직 제대로 파악된 바가 없어. 하지만 흔적을 보면 기사단도 감당할 순 있네. 하지만 반대로 기사단 하나를 며칠 사이에 괴멸시켰다는 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지.”

가서 조사해달라.

그런 부탁이었다.

“뭐, 좋습니다. 대신 하나만 약속해주세요.”

“뭔가.”

“저는 타로타로스 지하산맥을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이미 그곳을 관리하던 기사단은 궤멸당했지만 라스트위스프 총 본산이라면 그곳의 지도를 가지고 있겠죠.”

기왕이면 서로 거래라도 하자고.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은 자연경관이 만들어낸 놀라운 미궁이다.

초대 성녀 다프네의 말을 빌려보자면 그곳에 사는 마물 놈들조차 그곳의 길을 몰라 헤매다가 굶어 죽은 놈들도 많다고 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그 길이 단순 미로가 아니라는 건 꽤 중요한 정보였다.

내 말에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지하산맥을 넘겠다고? 거긴 위험한…….”

“제 정보, 이미 많이 수집하셨죠?”

“그렇군.”

단순 무력으로 치면 지금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알만한 이들은 다 알고 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취미생활 중입니다.”

뭐가 되었건 취미생활은 중요하다.

“저도 갈래요.”

그때였다.

“기사 총장님. 저를 이곳에 불러왔다는 건 제 도움도 필요하다는 거겠죠?”

“이런, 그렇군. 일리나 기사단원. 제국의 황녀님께 이리 존대를 받아 마음이 편치는 않네.”

“아뇨. 기사단원으로서의 위치는 지킬 겁니다. 이곳에서 전 일개 기사단원일 뿐이에요.”

“그래. 일리나양, 소드마스터급에 오른 일리나 양의 힘도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네.”

클로멘의 말에 일리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무언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은 네 몫이야.”

“웬일로? 보통 같으면 안 된다며 못부터 박을 텐데?”

“취미 생활하는데 뭐 굳이 그럴 게 있나 싶어서.”

애초에 그녀는 내가 마족에서 어떤 위치에 올랐는지 가장 잘 아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상관이 없었다.

몇 가지 정보를 더 제공받고 곧바로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이 있는 서남부 대륙으로 떠날 계획을 짜던 나는 이번 원정에 참가하는 기사단원 5명을 볼 수 있었다.

268기 견습 단원들을 가르쳤던 보리스와 쌍둥이 자매인 렌다 자매, 그리고 신관인 루시아 쉘만과 그녀의 팔라딘인 필디르가 있었다.

이외에 나와 일리나가 참가함으로써 인원이 꾸려진 것이다.

1차 목표는 그곳에 대한 조사.

이건 기사단의 일이기도 하지만 나로서도 조금 알아볼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자…… 출발하시게. 거듭 말하지만, 규율대로 움직이게나. 월권행위로 인한 기사단의 손실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네.”

클로멘의 말에 기사단원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 깐깐해 보이지 않지만, 아마 그동안 해온 것들이 그의 인식을 정해버렸던 모양이었다.

찌잉…….

그때였다.

갑작스레 머리가 핑하고 울리는 기분이 들었고, 나와 페르세르크의 눈이 부릅떠졌다.

“어떤 x끼가……”

동시에 내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오며 전신으로 투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사태에 놀란 다른 기사단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데, 데이비?!”

‘데이비 진정해! 투기가 흘러나오고 있음이야!’

금방 정신을 차린 페르세르크가 나를 제지했지만 내 온 신경은 감각을 통해 전해져온 경보 쪽으로 모든 신경이 몰려있었다.

함정이 발동되었다. 그것도 하인스 영지의 지하감옥.

현재 지하감옥에는 여러 죄수가 있지만 대부분 경범죄가 대부분이라 크게 방비를 해두진 않았다.

하지만 지하감옥의 가장 하층은 달랐다. 하인스 영지민을 무참히 살해했던 개자식.

사신에게 홀린 타차원 출신의 사이코패스, 그림과 리퍼가 갇혀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짧게 말한 나는 망설임 없이 공간을 넘었다.

그나마 라운왕국과 이곳의 위치는 가까운 편이니 말이다.

곧바로 주변 풍경이 일변하며 모습을 드러낸 나는 허공으로 페르세르크를 던졌다.

“피해있어. 페르세르크!”

“데이비!”

걱정 어린 얼굴로 그녀가 소리쳤지만 내 시선은 정확히 한곳으로 꽂혀있었다.

완전히 폐인이 된 남자를 허공에 뜬 광구 안에 담아둔 채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작은 소녀에게 있었다.

겉보기엔 그저 특이한 힘을 지닌 소녀로 보이지만 절대 긴장할 수 없다.

그녀의 내면에 비친 것은 지독하게 두꺼운 심연의 힘.

그녀가 심연의 공주라는 건 변치 않는다.

슬리지아의 태도를 봤을 때 그녀가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을 거라는 건 분명했다.

실제로 눈앞에 있는 안경을 쓴 작은 소녀도 슬리지아는커녕 울드와 비교해도 상당히 떨어지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심연의 공주가 어째서 연쇄 살인마 그림을 데려가는지는 아직 알아낸 게 없지만, 뭐가 되었건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겁도 없이 여기가 어디라고.”

동시에 내 손에서 홍단이와 청단이가 제각각 적청색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냈고 두 검을 잡은 나는 미련 없이 그녀의 목을 베어버리기 위해 파고들었다.

“윽?!”

콰앙!!!!

하지만 홍단이와 청단이는 작은 심연의 공주에게 닿지 못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여성이 맨몸으로 검을 막아낸 것이다.

검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여성.

이미 일면식이 있는 여자였다.

내가 처음 만난 심연의 공주이며, 환골탈태 이전 내가 대책 없이 밀렸었던 괴물.

바로 울드였다.

깡패 같은 하드웨어 스펙으로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던 그녀답게 청단이와 홍단이로도 그녀의 몸을 가를 순 없었다.

홍단이와 청단이가 가진 권능만 가지곤 그녀의 힘을 완전히 뚫기에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마냥 당하는 건 예전의 일이다.

비록 그랜드마스터급 환수 셋을 씹어먹고 룩스 대륙을 날려버린 그녀였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계약자도 없는 환수왕들을 상대로는 나로서도 가능한 일이다.

짧은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깡패 같은 하드웨어를 지닌 그녀였지만 그녀는 단시간에 변해버린 내 힘에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당황은 금방 실책으로 이어졌다.

내가 그녀의 머리통을 낚아채 순식간에 지면에 처박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콰드득!!

거대한 소리와 함께 한 차례 지면에 처박힌 그녀는 거기에서 멍하니 당하고 있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내 팔을 쳐낸 뒤 나와 거리를 벌린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슬리지아가 죽은 건 단순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정확히는 혼과 육신의 동기화가 마친 상태에서 만난 슬리지아는 내게 닿지 못하는 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혼과 육신이 완전동기화되지 않았다.

그 갭차이는 상당했고,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환골탈태를 했다 하더라도 지금의 내 힘으론 슬리지아와 다시 만나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너…… 굉장히 위험하구나?”

그건 어디까지나 슬리지아의 범위라 할 수 있다.

비록 한 대륙을 부서뜨리고 최강종인 환수왕 셋을 잠식한 울드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힘이 가진 특성과 계약자가 없는 환수왕의 시너지가 가져온 결과일 뿐이다.

환골탈태를 겪으면서 한 차례 극도로 강화된 지금이라면.

또한, 한 차례 죽을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힘의 소모를 상당히 겪고 있는 그녀라면.

충분한 상대.

다시금 만나본 그녀를 재단한 내 평가는 그러했다.

“스쿨드, 곧바로 돌아가.”

“여, 역시 저 인간 위험해! 그냥 싸우면 이 인간의 안에 있는 마지막 악마종이 죽을걸?!”

“내가 막을 테니 가라고.”

굳은 얼굴로 안경을 쓴 작은 흑발 소녀에게 말하는 울드의 모습에 나는 몸을 웅크리고 곧바로 그녀에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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