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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13화 (512/1,559)

제 513화

폭식견 켈베로스.

마수왕이자 같은 켈베로스라는 종을 뛰어넘은 괴물 중의 괴물.

그런 켈베로스가 핏덩이가 된 채 끌려 나왔다.

마물왕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대개 그러했다.

오러블레이드를 발현할 수 있는 급의 상위 마족들 수십 명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만큼 강한 존재가 바로 그 마물왕이다.

그런 마물왕이 핏덩이가 되었음에도 리리네는 의문을 가질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흑룡은 마물왕이 태양 앞의 촛불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 괴물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존재하냐는 것이었다.

그 어떤 존재보다 격심한 존재감이었다.

‘이, 이런 괴물이 마계에서 날뛴다면…….’

마계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했다.

압도적인 강함! 공포심!

그로 인해 리리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벌벌 떨며 흑룡을 바라볼 뿐이었다.

[흐음……]

그때였다.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흑룡이 천천히 거대한 손톱을 뻗어 그녀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날카롭지 않은 면으로 그녀의 뺨을 툭툭 건드리던 흑룡이 고개를 돌린다.

[계약자. 겁을 먹었다.]

“네가 잘못한 거야. 기세 죽여.”

이윽고 좀 전까지는 생각나지도 않던 목소리가 들려오자 리리네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단신으로 대륙을 향해 분노의 칼을 들었던 마족 군세를 모조리 격살해버렸던 괴물.

인간이되 인간 같지 않던 파괴의 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던 그 존재.

그리고.

마왕 페르세르크님의 격을 빼앗은 벨리얼을 죽임으로써 다음 대의 마왕이 되어버린 성자.

데이비 올 라운의 존재를 말이다.

“아…… 아아……”

“어? 우리 구면이지?”

느긋한 말투였다.

처음 그와 만났을 때 느꼈던 두려움이 배가 된다.

이 남자와 만나기 전엔 흑룡을 향한 공포심이 전신을 지배했다면 지금은 흑룡보다 더 섬뜩한 이 남자가 두려워지는 그녀였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처음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 그 사실은 무섭도록 소름이 끼쳤다.

대체 그가 왜 이곳에 있는가.

설마 대륙을 넘어 이젠 마계까지 부숴버리기 위해 찾아온 것일까.

예전에도 불가능했지만 제 시아버지도 멀쩡하지 못한 지금 같은 혼란스러운 마계는 그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

와들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남성을 보던 리리네는 결국 의지를 부여잡지 못하고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 * *

[기절했군.]

“네가 존재감을 너무 뿌려서 그래.”

[웃기는 소리. 계약자 네놈을 보고 넘어간 것이다.]

손에 쥔 켈베로스를 휙 던져버린 메가로드리아의 투덜거림에 나는 손사래를 쳤다.

“고생했어. 이제 돌아가 봐도 좋아.”

[흥.]

짧게 코웃음을 친 녀석이 빛으로 흩어지듯 사라진다.

녀석이 힘을 쓸 때마다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소모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녀석은 효율이 마냥 높은 편은 아니었다.

환수 소환사 셰인 스크리프트의 유전자를 적용하여 놈과 계약했다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이봐. 이 여자가 왜 여기 있지?”

나를 따라온 은빛의 의상을 입은 서큐버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자 그녀가 잔뜩 지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몰라…… 몰라……”

“모른다고? 생각나게 해줄까?”

“아악!! 자, 잘못했어! 제발 그만!”

“아는 대로 다 끄집어내 봐.”

내 물음에 라피스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입고 있는 은빛의 의상은 겉보기엔 그냥 옷 같지만, 그녀에게 지독한 고통을 선사해주고 있는 메라몽이었기 때문이었다.

감각증폭은 전신을 성감대처럼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극한의 고통을 선사해줄 수도 있다.

그녀에게 일말의 자비도 느끼지 않는 나였기에 미련 없이 그녀를 쥐어짤 수 있었던 나였다.

“으윽?! 꺄아아악!!! 제발…… 제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트는 라피스를 보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생각날 거 같지 않아?”

“이…… 이이 악랄한!”

“알면 대답해야지. 애초에 네가 이상한 길로 나를 안내하던 것도 알고는 있었어. 어차피 길을 뚫어야 하니까.”

이오는 마을에 남겨두었다. 벌써 두 차례 폭격을 맞은 탓에 난장판이 된 그곳의 주민들을 다독여줄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길을 아는 이오는 내버려두고 다른 존재인 라피스만을 데리고 왔건만.

그녀는 이곳으로 오는 내내 내게 정상적인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나를 유도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주변의 지리를 익혀두었다.

어차피 뚫어야 할 길이었으니 말이다.

“제발…… 제발……”

고통에 허덕이며 괴로워하는 그녀를 향해 내가 서늘하게 말했다.

“말 안 해?”

“할게! 한다고! 폭식견 켈베로스!! 그놈 때문이야!”

격렬한 외침을 내뱉으며 그녀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폭식견 켈베로스? 메가로드리아가 피떡으로 만든 그 약골?”

정말 약골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 마물왕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약한 개체인 건 사실이었다.

실제로 메가로드리아에게 겁도 없이 덤벼들었다가 그대로 사지가 찢겨나간 놈이니 말이다.

“포, 폭식견 켈베로스는…… 하하…… 하아…… 커헉! 서큐버스 고기를 좋아해…… 한 번 먹고 나면 일주일은 내리 잠을 자니까…….”

“그런데 서큐버스가 왜 이런 곳에 있어.”

“마, 마르카…… 마르카님이 보내신 거야.”

라피스의 설명은 간단했다.

이오의 마을로 통하는 지름길을 아는 건 라피스와 데이안 뿐이었다.

그런데 데이안이 사망하고 파괴의 마왕인 서큐버스 퀸 마르카의 총애를 받던 라피스가 행방불명이 되니 마르카가 서큐버스 하나를 제물로 바쳐 정식 루트로 이곳을 향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니까. 찾아갈 필요 없이 알아서 와주고 있다. 이 말이네.”

내 중얼거림에 라피스가 이를 악물었다.

“인간…… 네놈의 힘이 대단하다곤 하나 마르카님의 권능 앞에선……”

“너 아직 뭘 모르는구나?”

라피스의 말에 내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그녀와 눈을 마주친 채 눈동자를 번뜩였다.

순간적으로 내 붉은 눈동자에 마기가 깃든다. 그것도 마족이 아닌 마왕의 마기가.

“흡?!”

동시에 라피스의 눈에 공포와 경악. 혼란이 서린다.

“내가 누군지. 이제 알아보겠나?”

마계에서 공시된 마왕은 단 하나.

권능은 그런 마왕을 위해 존재하는 힘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왕의 위계를 대륙의 이간이 강탈했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마족 대군을 홀로 뒤흔들어버린 한 인간 괴물에 의해서.

그렇기에 인간이 마족의 흔적. 그것도 마왕의 위계를 지닌다는 말은 그 인간의 정체가 누구인지 알기 싫어도 알게 만든다.

“너, 너 설마!”

“이야. 알아서 찾아와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느긋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기절한 리리네를 품에 안아 들었다.

서큐버스이지만 작다.

저주가 몸에 서린 듯 그녀의 육신을 압축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굳이 풀어줄 이유는 없기에 손을 대지 않은 나는 기절한 그녀를 거칠게 둘러맨 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라피스의 말대로라면 아마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마르카라는 파괴의 마왕이 켈베로스가 그녀를 잡아먹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소리였다.

“세상에 동족을 제물로 바쳤다고?”

가장 후미에 따라오던 일리나가 기가 막힌 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역시 마족이란……”

“마족이나 인간이나 똑같아. 인간이 마족을 마족이라 부르고 마족을 포함한 타종족이 인간을 인간이 아닌 홀른이라고 부르는 점을 생각하면 별 다른 건 없어.”

“홀른?”

내 말에서 의아함을 느꼈는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려왔다.

“그래. 홀른. 신에게 부여받은 인간의 정식 명칭이야.”

내 말에 일리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너무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한 감이 없잖아 있어.”

“위험하니까 앞으로 나서지 마.”

“소드마스터보고 위험하다 말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야.”

“뭐래 약골이.”

“데이비!!”

화가 난 그녀가 내 등을 퍽퍽 치지만 그래 봐야 힘도 들어가지 않은 투정일 뿐이다.

“다치지 말라고.”

이어지는 내 말에 그녀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 아악!! 안돼! 마르카님! 도망, 도망치세요!”

내가 마왕이며, 권능을 회수하러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피스가 비명을 지르며 악을 쓰지만 상관없었다.

“가만, 둘은 필요 없잖아.”

이쯤 되면 굳이 저 악을 써대는 빌어먹을 몽마를 살려둘 필요가 있는가 싶었다.

말없이 라피스를 바라보고 있자 악을 쓰던 라피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동시에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다.

“고맙다.”

“무, 무슨! 안돼!!”

적어도 널 죽이는 데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아서.

촤악!!

홍단이의 붉은 검신이 허공에 번뜩이기가 무섭게 그녀의 육신이 무너져 내리자 그녀를 감싸던 메라몽이 액체로 변한 뒤 다시 인간 남성의 형태로 돌아왔다.

“메라몽, 명령을 인계한다.”

[명령 인수.]

“매복준비.”

내 말에 녀석이 흩어지듯 사라지자 나는 미련 없이 걸음을 옮겼다.

이 공동 너머부터는 거대한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다.

아마 격리된 마계로 통하는 길이리라.

이런 식이면 특수한 방법이 없으면 저 안개 너머로 갈 수 없을 듯싶었다.

라피스를 죽이고 새로 얻은 내비게이션인 리리네 올로와쥬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를 땅바닥에 내려놓은 채 회복마법을 걸고 뺨을 툭툭 건드렸다.

“으…… 으읏……”

동시에 그녀의 눈이 천천히 뜨여졌다.

“여긴 어디…… 흡?!”

이윽고 그녀는 나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륀느보다 작은 소녀가 나를 보며 겁에 질려 와들와들 떠는 모습은 그리 외관상 좋지 않았다.

“우리 구면이지?”

“……당신이 어째서 여길……”

“그걸 말해줄 이유는 없지 않나?”

“아, 아버님을 죽이시려는 건가요?!”

그녀가 다급하게 소리쳐왔다.

“누가 죽인댔나. 알아서 하라 그래. 마계는 아직 내가 손대기엔 준비가 부족하니까.”

“……그럼 대체 이곳엔 왜……”

“말했잖아 볼 일이 있다고.”

담담하게 말한 내가 그녀의 팔을 잡아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몸이 아픈 곳은?”

내 질문에 그녀는 경계 어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다친 곳은…… 없어요.”

심적으로 지쳤을 뿐이지.“

“자. 그럼 우리 허심탄회하게 거래하자고. 널 제물로 바친 놈들이 뭐가 좋다고 지키겠어. 안 그래?”

“내 말에 그녀의 안색이 파리해진다.

“그러니까 넌 우리를 마계로 안내해. 저 안개 생각보다 거슬리거든.”

“……싫다면요?”

“상관없어. 널 제물로 바친 놈들이 이곳으로 오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금방 이곳으로 오겠지.”

내 말에 그녀의 눈에 걱정이 서린다.

“아, 안 돼요. 마르카는 아버님을 도와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중립 세력……”

슈슈슈슈슉!!!!!

그때였다.

갑작스레 안갯속에서 수십 발의 빛의 창이 날아든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내가 아닌 리리네를 노린 공격이었다.

나와 마주 보고 서 있던 그녀는 갑작스레 날아든 빛의 창에 반응하지도 못했다.

순식간에 빛의 창에 꿰뚫릴 위기에 처한 그녀가 눈을 부릅뜬 그 순간.

한발 가볍게 내디딘 내가 손을 털어낸다.

동시에 내 몸 안에 잠들어있던 차원 열쇠가 다시 한 번 검게 변색하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화의 신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가 그대에게 축복을 내리겠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모종의 기운이 내 몸에 깃든다.

순식간에 강기를 펼쳐 빛의 창을 쳐내자 리리네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반대로 나는 나대로 놀라고 있었다.

[삐릭. 운명의 흐름을 일면 간섭. 환골탈태 5스택 중첩]

방금 조화의 신이라는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이후 환골탈태 스택이 쌓였다.

분명 환골탈태 스택은 차원 열쇠를 통해 타차원에 넘어가서 프리아 여신의 거래내용을 해결했을 때나 얻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내 앞에 떠오른 검은 차원 열쇠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동시에 안개 너머에서 누군가의 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좀 치워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아 살아남아? 게다가 인간? 아주 상황이 웃기는구나.”

고혹적인 말투와 함께 주변을 짓누르는 투기가 쏟아진다. 마왕급이 아니면 보기 힘든 투기였다.

내 심각한 표정에 일리나의 표정도 긴장감이 어린다.

“데이비…… 설마 강적이야?”

내 표정을 보고 덩달아 긴장한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나는 답하지 않았다.

복잡한 머릿속이 하나씩 정리된다.

다른 차원에 자리를 잡은 조화의 신 넬타리드의 존재.

그 존재가 내게 접선을 해왔다.

그것 내게 선물을 보내는 것을 통해서 시작되었다.

그의 존재는 모호하긴 했지만, 무언가 원하는 바가 있기에 내게 접촉해왔다는 사실은 확인 요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넬타리드의 힘이 차원 열쇠를 통해 내게 스며들면서 얻은 변화.

그것은 즉.

칭호 해금 도박 두 번 더할 수 있다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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