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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58화 (557/1,559)

제 558화

“이봐. 대체 이 괴물 뭐야.”

궁금증을 참다 못한 수호자 중 하나가 내게 물어왔다.

물론, 하늘을 날고 있다 해도 메가로드리아가 그 소리를 못들을 리가 없다.

투쾅!!!

갑작스레 검은 무언가가 훅 들어오며 그를 쳐 날려버리자 그의 육신이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흥! 건방진 놈!]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그의 얼굴엔 공포가 어려있었다.

상공 수천 피트에서 떨어지면 제 아무리 마스터 급 존재라도 멀쩡하게 내려설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그를 보던 메가로드리아가 다시금 몸을 뒤틀며 빠르게 낙하하더니 그를 다시 받아냈다.

“끄헉!! 주…… 죽을 뻔 했어! 죽을 뻔 했다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벌벌 떨며 소리 지르는 그의 외침에 메가로드리아의 의지가 전해져왔다.

[주둥이를 조심히 놀려라 인간. 한 번만 던 건방지게 말하다간 이곳에서 잡아 던져버릴 테니.]

“흐끕…….”

그랜드마스터 급 환수왕이 내뱉는 위압감에 짓눌린 그가 입을 그대로 다물어버렸다.

표정이 좋진 않지만 제 아무리 잘난 맛에 살아온 수호자라도 메가로드리아가 내뿜는 위압감에는 질릴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조용히 해라. 곧 목적지에 도착할 듯 싶으니.”

그때 자리에 앉아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싸늘한 인상의 총괄 수호자단장. 바사라가 입을 열었다.

“데이비 기사단원.”

“뭡니까.”

“우리가 할 일은 뭐지?”

“간단해요.”

아래를 가리키는 내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쾅!!! 쾅!!

메가로드리아가 하강하기 시작하자 구름 사이로 거대한 요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들 모두의 시야에 보인 것은.

끝도 없이 밀려드는 마물과 스켈레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는 인간들이었다.

끔찍한 공성전의 모습은 비등비등하거나 조금 더 인간 측에 유리해 보였다.

“스켈레톤이라니…….그래도 저만한 숫자가 있어도 수성병기에는 못 미치는 건가?”

“대마법 장벽이 쳐져 있어요. 아마 저 장벽이 유지되는 한은 흑마법사들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겠죠.”

“이봐. 고작 이런 곳에 지원하기 위해 우리를 모두 투입하겠다는 거야?”

“인간이 유리해 보여요?”

내 말에 그가 침묵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던 그들은 곧이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한 듯 보였다.

“마…… 말도 안 돼!! 대마법 장벽아 아티펙트 하나에 부서진다고?!”

경악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법에 대해 지식이 많은 수호자 여성의 외침에 다른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이봐. 저게 그렇게 심각한 문제야?”

“말도 안 돼요. 대마법장벽은 수십, 수백의 마법사가 펼친 결계마법이에요. 그걸 저렇게 마법진으로만 부순다는 건 말도 안 돼요!”

그녀가 주먹을 꼭 쥐었다.

“게다가…… 대 마법 장벽이 박살 나면…….”

마법을 못 쓰던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기다렸다는 듯 흑마법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이는 흑마법사의 수는 많아 봐야 스무 명 정도.

하지만 그들은 마치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는 듯 거대한 마법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양동작전입니다. 대륙의 시선을 전부 이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짓이에요. 이제 이해됩니까?”

“네 말은 우리가 이곳을 방어하면 된다는 것인가?”

말없이 내려다보던 총괄 수호단장 바사라가 내게 물어왔다.

“기왕이면 제 이름 대고 용병으로 고용되었다고 말하세요. 제가 구해온 용병이라고. 그럼 의심하는 놈이 거의 없을 겁니다.”

“어째서?”

“당신네보다 더한 작자들을 한두 번 데려왔어야 놀라지.”

내 말뜻을 이해하진 못한 듯 하지만 수호자들은 시시콜콜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결정을 내린 듯 보였다.

“뭐, 어쨌건 저거 다 막으면 된다는 거 아냐.”

“그럼 부탁하죠.”

투쾅!!!

그 말과 함께 가장 먼저 바스라가 사라지듯 뛰어내린다.

쿠웅!!!

동시에 어마어마한 폭음을 남기며 전장의 한복판에 뛰어들자 뒤이어 다른 수호자들이 그의 뒤를 따라 전장 속으로 빠르게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쪽 전력을 전부 내보내면 후에 귀찮아지니까 열심히들 싸워달라고.”

스산하게 웃어 보인 내 모습에 일리나가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도 갈게. 이곳에서 나는 방해될 거 아냐.”

“그래. 거기 있어. 메가로드리아를 최대한 빨리 보내줄 테니까. 무리하지 마, 절대로.”

“알았어.”

일리나가 칼디라스를 뽑아 들고 뛰어내리는 것까지 확인한 후 륀느를 뒤에서 강하게 끌어안았다.

“메가로드리아, 최대한 빠르게 콘타스 수도 방향으로 날아.”

[흥! 떨어지지나 마라!]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서둘러.”

내 말에 서서히 몸을 웅크린 메가로드리아가 날개를 천천히 접었다.

그리고는 마치 용수철처럼 튕기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평소 녀석의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말이다.

쩌엉!! 소리와 함께 소닉붐이 일어난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도착한 주변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간 비행했을까.

나는 곧 콘타스 제국의 수도로 추정되는 곳이 시야에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도시였지만 이곳이 콘타스 제국의 수도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엔 평화롭기 그지없는 수도의 모습이지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수도 전역에 어두컴컴한 사령 마나가 가득하다는 것을 말이다.

총수 놈이 왔다.

그것도 화신체가 아닌 본체가.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빠르게 돌아가. 예상이 맞다면 그곳에 히든카드를 숨겨놨을 거야. 수호자들의 힘만으론 감당 못 해. 네가 나서야 한다.”

일루미나티 소속 흑마법사들의 힘 자체는 별 볼 일 없다.

하지만, 데스 로드의 육신으로 만든 초월마법이 머금어진 아티펙트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들로썬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미련 없이 가장 최고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메가로드리아를 그리로 보냈다.

곧바로 륀느를 끌어안은 채 메가로드리아에게서 뛰어내리자 녀석은 그대로 몸을 선회하더니 다시 왔던 곳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속도가 서서히 빨라지면서 순식간에 지면이 가까워지자 나는 륀느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찾아.”

내 말에 륀느의 몸에서 대량의 사령 마나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녀석은 곧이어 커다란 콜로세움 쪽을 가리켰다.

“륀느, 추적능력을 높게 평가.”

[블링크]

위치를 파악하기가 무섭게 나는 공간을 접으며 그대로 륀느와 함께 단기 공간이동, 블링크를 사용했다.

좌표를 측정하진 못했지만 블링크 마법은 하위마법인 만큼 거리는 짧아도 육안으로 확인한 곳으로 바로 움직일 수 있다.

스팡!!

순식간에 콜로세움의 거대한 벽면 위에 올라선 나는 이미 한창 대련이 진행 중인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싸워라! 싸워라!!”

광기에 물든듯한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사내가 이방인, 즉 게임 유저로 추정되는 이를 몰아붙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콜로세움을 스윽 둘러보며 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놈이구나.”

일루마니티의 근원이자 수장.

총수 디센트(죽음을 부르는 자).

본명은 알지 못하지만 그를 칭하는 단어는 그것이 전부다.

그의 존재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이쪽엔 륀느가 있다.

데스 로드의 힘이 담긴 아티펙트를 지니고 있는 놈은 이 콜로세움에서 단 한 명.

그놈이 바로 총수렸다.

기척을 빠르게 숨긴 채 콜로세움 내부로 들어간 나는 황제의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콘타스 대제에게 접근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흡!”

내 목소리에 깜짝 놀란 콘타스 대제가 몸을 돌려 나를 발견했다.

“후우…… 데이비 왕자였나. 언제 온 거지?”

“방금 왔습니다.”

“그렇군…… 대회는 진행 중이다. 그대의 말대로 그놈이 오긴 온 모양이야. 온몸에 경보가 울리는 기분이군.”

나와 륀느를 제외하면 데스 로드의 육신으로 만들어진 아티펙트를 지근 거리에서 감지할 만한 이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누…… 누구냐! 정체를!”

“그만! 되었다. 다들 물러가라.”

갑작스런 내 등장에 놀란 콘타스 제국의 기사들이 나를 막아섰지만, 대제의 말에 충실하게 복종하듯 반론하지 않고 물러났다.

“그대의 요청대로 이방인들의 무투대회를 개최했다. 짐의 입장에선 군중들에게 오락거리를 제공하니 마냥 나쁘진 않다만. 만약 그놈들이 날뛰어서 대량의 피해라도 발생한다면.”

“걱정마세요. 죽은 인간도 살려줄 테니.”

아직 한 장이 남았거든요.

내 말에 그는 의심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한데 데이비 왕자. 대체 그대가 준 저 물건이 무엇인가.”

콘타스 대제는 손가락으로 우승자의 수상 아이템이 담긴 단상을 가리켰다.

황실의 보물들이 여기저기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평범해 보이는 브로치가 하나 존재했다.

“저게 대체 무엇이기에 그들이 자기 죽을 것을 알면서도 찾아오는 것이지?”

“몰릴 대로 몰린 저놈들이 이길 수 있는 마지막 카드죠.”

본래엔 타르타로스 지하산맥에 봉인되어있던 레드드래곤 아이를 이용해 의식을 발현, 그에 준하는 비슷한 물건을 만들려 했지만 나로 인해 실패했다.

전전긍긍하던 중 신의 분노까지 떨어지며 조직이 흔들린 총수, 디센트(죽음을 부르는 자)는 우연히 대제가 우승상품으로 내놓은 것을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데스 로드의 상징입니다. 브로치 자체에 그녀의 잔념이 남아있어요. 의식을 통해 불러온 파편과 다르게 상당히 고밀도의 잔념입니다.”

데스 로드의 존재는, 육신, 영혼 어떤 곳에도 강대한 힘이 스며들어있다.

세상에서 지워진 데스 로드의 흔적을 찾아냈던 놈이라면 이 물건의 가치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육신만으로도 초월마법을 일으키는 것이 데스 로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주 미약하지만, 그녀의 영혼이 담긴 물건까지 얻게 된다면?

그로 인해 얻게 될 힘은 뻔하디뻔하다고 착각할 것이다.

‘사실 있어 봐야 아무 소용없긴 한데.’

그걸 아는 건 데스 로드 본인과 나 뿐이라는 게 이번 일의 승패를 나누었다.

“물러날 곳이 없으니까요. 그보다 보고는 들었습니까?”

“사령술사들의 침입 말인가? 들었네. 그 수준이 뛰어나진 않아 방어에 어렵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네만.”

“아티펙트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대마법 장벽은 오래 못 버틸 겁니다.”

“뭐라?”

내 말에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루미나티의 저항이 미약하기 그지없어 아무렇지 않게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만약 그들의 저력이 생각 이상으로 위험하다면 이렇게 있을 수 없었다.

콘타스 대제의 그런 반응은 이미 예상하던바.

나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래서 지원군 보내놨습니다. 제가 괜히 늦은 줄 알았습니까?”

“…… 그들이 그곳을 쳐들어올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나?”

“세상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있거든요.”

신의 힘이 가득해지며 혜지를 본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수, 알.

세계를 굽어볼 수 있는 힘을 지닌 그녀의 힘 또한 증폭된다.

“그래서, 그 총수라는 놈을 찾긴 찾았는가. 처음엔 저 승승장구하는 검은 로브의 이방인을 의심했네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를 체포하는 것도 영 상황에 좋진 않아.”

“저놈은 부하일 뿐이에요. 총수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뭐라고?”

“일부러 그놈이 나를 볼 수 있게끔 접근했거든요. 나를 보고 조금 조급해졌는지 금방 움직였습니다.”

총수 놈은 나의 존재를 확인. 조용히 우승상품을 따내 이곳을 탈출한다는 계획을 파기했다.

그리고.

차라리 소란을 일으키듯 기습적으로 돌입해 브로치를 강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갑작스런 혼란이 생기면 모두 커버치기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콰아앙!!!!!!

“그렇다면…….”

“제가 총수 놈이었으면…… 아마 관중석 곳곳에 폭약이라도 심어놨다가 터뜨렸겠죠.”

내 말과 동시에.

콰앙!!! 쾅!!!

검은 폭발이 관중석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콘타스 대제가 기겁하며 벌떡 일어난다.

그런 그를 향해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소란을 틈타 습격하는 놈들이 나올 테고.”

내 말과 동시에 관중석 곳곳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이들이 공격을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이 습격자들에게 쏠려있을 때.”

말을 끝낸 나는 콘타스 대제의 허리춤에 꽂힌 시미터를 빠르게 뽑아내며 던졌다.

내가 시미터를 던진 방향은 다름 아닌 우승상품이 있던 단상이었다.

푸욱!!!

“컥!”

시미터는 정확히 우승상품이 놓인 단상에 올라선 콘타스 제국 소속의 기사의 몸을 꿰뚫었다.

동시에 그의 머리에 쓰인 후드가 날아가며 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인물의 얼굴이 드러났다.

“내부관련자로 위장해있던 적의 머리통이 혼란을 틈타 브로치를 탈취한다.”

내 말에 대제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내가 말한 대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식상한 새끼들.”

내 도발이 닿자 시미터에 몸을 찔린 사내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나를 향해 고함을 내지른다.

“데이비 올 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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