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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61화 (560/1,559)

제 561화

쩌엉!!! 쩡!! 쩌어엉!!!

묵직하면서도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내내 륀느는 그저 멍하니 데이비였던 존재를 바라보았다.

맹한 얼굴 속에 보이는 감정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을 향한 경건함도, 그렇다고 적대감도 없었다.

치직…….

[신을 강림시킨다.]

아주 순간적으로 륀느의 시야가 암전되었다가 돌아왔다.

“륀느…… 오류를 감지…….”

눈을 감은 채 여전히 맹한 얼굴로 중얼거린 륀느는 다시금 그녀와 똑같은, 아니 등허리의 날개와 원반만 없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치직.

그때였다.

옅은 노이즈와 함께 륀느의 시야가 일순간 뒤흔들렸다.

“읏…… 에러…… 에러…….”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버린 륀느는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끙끙거렸다.

[네 잘못이 아니야. 스스로를 탓하지 마라.]

[라피스, 륀느를…… 잘 부탁해.]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검은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긴 흑발에 붉은 눈동자. 장난기 서린 눈매지만 언 듯 보면 약간 사나워 보일 수도 있는 눈매였다.

장난기 서린 미소를 지은 채 륀느의 뺨에 손을 올려 쓰다듬는 여인은 느긋한 미소와는 다르게 복부를 관통한 거대한 검에 의해 죽어가고 있었다.

새빨간 피를 흩뿌리며 서서히 생명이 다해가는 그녀를 륀느는 그저 떨리는 손을 한 채 지켜만 보았다.

그녀의 복부에 흑빛의 거대한 검을 찔러넣은 건 다름 아닌 륀느 본인이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대체 그 여인이 누구고, 자신에게 왜 이런 기억이 있는 건지 륀느로썬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무언가의 감촉이 확실하게 전해져왔다는 것을 말이다.

[아…… 아아…….]

죽어가는 그녀를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검조차 마음대로 빼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했던 그녀의 모습.

노이즈 속에서 보였던 그 끔찍한 기억…….

아니, 왜 이것을 끔찍한 기억이라고 생각하는가.

륀느는 스스로도 해명할 수 없는 혼란으로 인해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떠오르지 않는 무언가를 억지로 떠올리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쩌엉!!!

그 와중에도 륀느의 모습으로 변한 데이비, 아니, 주신 프리아 여신은 성경의 원본을 들고 미친 듯이 디센트를 후려쳤다.

성경의 원본이 그를 후려칠 때마다 그의 육신이 크게 뒤흔들리며 그 안에서 희끄무리한 무언가가 튕겨 나올 듯 뒤흔들렸다.

* * *

디센트는 저항하지 못했다.

행성을 간섭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한들, 그녀가 죽이는 것을 주신 프리아 여신은 순식간에 다시금 창조하여 채워 넣는 것으로 그의 행동을 틀어막아 버렸다.

-그으으으!!!

괴이한 신음을 흘리며 육신에서 수차례 튕겨 나갔다가 돌아오길 반복한 디센트는 이젠 저항할 힘도 남지 않았는지 허공에 고정된 채 추욱 늘어져 버렸다.

륀느와는 다르게 맹하면서도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주신 프리아 여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는 디센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흐…… 흐흐…… 흐흐…….”

반쯤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공허한 웃음이었다.

반대로 여신 프리아의 표정은 처음과 변함없이 묵묵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그 잘난 신이 피조물을 상대로 말이야. 크흐흐흐흐.”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그는 초점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었다.

본래의 데스 로드조차 신에게는 닿지 않는다.

그런 마당에 데스 로드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반푼이짜리가 강신한 신에게 어찌 버텨낼까.

“당신은 좋겠어. 편애하는 자는 이토록 강한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으니 말이야.”

침묵을 유지한 채 새파랗고 밝은 푸른빛의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던 프리아 여신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안 그래?! 기도를 올릴 때는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주제에 말이야!!! 당신이 편애하는 인간이 위험하니까 이렇게 강림한 거 아니야!!”

그의 외침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는 요르간이라는 금기 어린 존재를 탄생시킨 것 때문에 자신들이 이렇게 파멸한다곤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요르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잘 모르던 그는 데스 로드의 파편에 비해 그 중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 죽여봐. 죽여보라고 이 미치광이 신!!”

그의 악다구니에 프리아 여신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투웅!!!!!!

동시에 데스 로드의 육신으로 강화된 그의 몸이 크게 흔들리며 그를 기준으로 어마어마한 구름의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늘을 찢어발길 듯 푸른 빛이 쏘아져 올라갔고, 창공은 그 빛의 기둥이 쏘아진 범위를 중심으로 원 형태로 구름이 찢겨져 나갔다.

시간이 멈춘 세상이지만 그 빛의 여파가 닿고 퍼져나가며 멈춰버린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들이 영향을 받는다.

쩌적…… 쩌저저적!!!!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 끄으으으…… 끄아아아아아!!”

처절한 비명 속에서 그의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성경 원본으로 두들겨 맞을 때만 해도 억지로 버티던 영혼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끌려 나온 것이다.

한 손으로 그의 영혼을 뽑아내 버린 주신 프리아 여신의 얼굴엔 딱히 힘들어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듯 묵묵히 움직일 뿐이었다.

영혼이 뽑혀 나오자 디센트는 급히 힘을 끌어내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아…….”

데스 로드의 육신의 힘을 빌려 힘을 쓰던 그가 데스 로드의 육신과 브로치를 잃어버렸으니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주신이라는 이름의 적에 비해 너무도 미약하고 초라한 인간의 사령 마나만 가지고는 저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챠르르르르르륵…….

이윽고 허공에서 금빛과 백색이 뒤섞인 아름답고 고풍스러우며 신성한 사슬이 그의 영혼을 주박하기 시작했고 그 주변으로 새하얀 깃털들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영혼을 잃고 무너진 디센트의 육신이 지면에 추락한다.

데스 로드의 육신으로 만든 아티펙트와 데스 로드의 잔념이 서린 브로치를 모두 모아 육신에 융합시킨 탓에 기괴하게 뒤틀려있던 그의 몸이다.

육체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병기가 될 수 있는 모이기도 했다.

물론, 주신 프리아 여신이 그걸 그냥 둘리 없었다.

그것은 강신을 대가로 한 약속과 같았다.

스르륵…….

유려하고 부드러운 손끝이 육신을 향해 뻗어진다.

한 손으론 디센트의 영혼을 묶고, 나머지 한 손으론 영혼을 잃고 껍데기가 된 육신을 향해 하얀빛의 구체를 흘려보냈다.

마치 반딧불이들이 노닐 듯 새하얗고 작은 광원들은 아름다워 보일 정도였지만.

육신에 닿은 광원들은 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가시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회랑 최고 강자 중 하나라 불리던 데스 로드 로 아이아스가 스스로 부술 수 없었던 잔념이 서린 브로치가 그녀의 육신으로 만들어진 아티펙트이자 매개체가 된 디센트의 몸과 함께 천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온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온도가 높아 대상을 태우고, 녹이는 게 아니라.

그저 타오르고 사멸한다는 중간과 세부가 모조리 생략된 행동이었다.

육신이 완전히 불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주신 프리아 여신은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디센트를 뒤로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륀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키.

똑같은 눈동자.

하지만 눈매가 달랐다.

맹한 얼굴이라도 감정이 느껴지는 륀느와 다르게 주신 프리아 여신은 그 속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를 공허함이 서려 있었다.

“이유…… 해명…… 부탁…….”

뭔가 억눌린듯한 목소리였다.

그저 묵묵히 륀느를 내려다보는 주신 프리아 여신의 모습에 그녀는 천천히 무릎으로 기어 다가가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륀느의 머릿속에 있는 이 노이즈 현상…… 륀느, 해명을 요구해!”

그녀의 외침에 주신 프리아 여신은 천천히 손을 뻗어 륀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털썩…….

동시에 륀느의 몸이 그대로 무너지며 의식을 놓아버렸다.

그녀가 행하는 모든 일련의 행동에 성스러움을 느끼듯 모두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정신이 깨어있는 콘타스 대제를 포함한 제국의 기사들 일부는 그저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륀느의 곁에 앉아 뺨을 쓸어내린 프리아 여신은 이내 몸을 일으켰고 한 손에 푸른색과 붉은색의 광원들을 만들어냈다.

마치 두 개의 거대한 항성이 블랙홀을 향해 빨려 들어가며 공전하듯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개의 광원은 이내 완전히 하나로 합쳐졌고.

이내 허공으로 떠올라 의외의 인물에게 닿았다.

“아…….”

한쪽에 몸을 숨긴 채 그저 침묵하고 있던 페르세르크였다.

뭔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페르세르크를 노려보던 주신 프리아 여신은 이내 시선을 거두어들이며 광원을 그녀의 몸에 완전히 스며들게 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육신 전체가 빛이 되듯 흩어지기 시작했다.

“데이비!!”

그 모습에 페르세르크가 기겁하듯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프리아 여신의 육신은 륀느의 모습과 흡사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숙주는 데이비의 몸이었다.

그런 육신이 사라지려 하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듯 페르세르크는 후다닥 뛰어가 사라지려는 프리아 여신을 붙잡고 소리 질렀다.

“아직 시간이 아닐 터!! 데이비는 아직 당신의 신부가 될 때가 아니라 판단합니다!!”

그녀의 필사적인 외침에 고개를 돌린 프리아 여신은 잠시 멈추는 듯 했고. 이내 쇠사슬에 묶인 디센트의 영혼을 데리고 빛이 되어 바스러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이 다시금 돌기 시작했다.

륀느의 형상을 하고 있던 주신 프리아 여신의 빛이 사라지며 그 자리엔 언제 그녀의 모습이었냐는 듯 데이비의 육신이 눈을 감은 채 서 있는 게 보였다.

“데이…… 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에 페르세르크가 움찔거렸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알 것만 같았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광원을 섞어 몸 안에 주입해주었을 때.

프리아 여신이 그녀를 보고 느낀 감정은…….

질시, 그리고, 분노였다.

여신이 어째서 자신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녀는 프리아 여신이 짜놓은 운명의 흐름을 거부하고 그녀를 뒤틀어버린 결과물이었으니 말이다.

말 안 듣는 녀석이 곱게 보일 리가 있나.

그 탓에 혹여라도 그녀가 떠나며 데이비의 영혼을 거둬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그녀를 붙잡고 소리쳤다.

데이비를 데려가지 말라고.

그 어떤 논리적인 이유도 없었다.

그저 불안한 기분이 들어 본능적으로 그녀를 붙잡고 떼를 쓴 것에 불과했다. 프리아 여신이 이 말에 노여워해 데이비를 거둬가 버릴 수도, 데이비를 해코지할 수도 있었다.

데이비는 프리아 여신의 뒤통수를 이미 수차례 후려갈기지 않았던가.

그래선 곤란했다.

그는 사라지면 안 되었다.

이제야 그에게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마음을 놓고 스스로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찾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는데.

자신의 위치를 모르지도 않으면서도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는데.

이대로 그가 사라져버린다면 그녀는 스스로를 견뎌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는 데이비의 모습에 페르세르크는 휘적휘적 걸어가 그의 몸을 끌어안듯 기대었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묻은 채 피곤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데이비…….”

은발이 옅게 휘날리며 잔잔한 향이 퍼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페르세르크가 느낀 것은 거칠지만 따스한 손길이었다.

눈을 감은 채 굳어있던 데이비가 팔을 들어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은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로 장난스런 데이비 특유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짧은 시간인데 너무 오래 기다린 느낌이 들었다.

“빌어먹을 여신. 망할, 내가 다시는 강신하나 봐라.”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그것이었다.

멍하니 데이비를 바라보던 페르세르크를 향해 데이비는 꽈악 끌어안던 팔의 힘을 풀고 한발 두발 물러나며 장난스레 중얼거렸다.

“고마워, 그대로 끌려갈 뻔했어.”

페르세르크의 불안한 마음은 아무래도 당첨이었던 모양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여성으로서의 직감으로 페르세르크는 끌려갈 뻔한 데이비를 구해낸 것이다.

퍽 우스운 상황 속에서 데이비는 멍하니 굳어있던 콘타스 대제에게 다가갔다.

“데이비 왕자…….”

“오늘 본 거…….”

데이비가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가급적 함구해주세요. 그 누구에게도.”

신이 강림했다.

그리고, 신이 정한 금기를 어긴 존재를 직접 제압해 끌고 갔다.

이게 말은 간단하지 사실상 엄청난 사건이나 다름없다.

신과 관련된 일은 알려지는 순간 골치 아파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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