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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75화 (574/1,559)

제 575화

171. 천마 사후 150년

녹림도가 말한 태초 마을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데이비. 중원이라면 그대의 전생에 비하면 까마득한 과거 아니었는가?”

“차원이 떨어지면서 변한 게 많아.”

차원의 억제 흐름이 뒤바뀌었다.

과학 레벨, 무력 레벨.

모든 점이 재조정 된 이상 사실 놀라울 것도 없었다.

“많이 변했어. 본인들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과거 중원은 냉정하게 평가해도 위생수준이 높다곤 할 수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마법도 없고, 과학수준도 떨어지는 만큼 제대로 된 고성능 수로 시스템이나 청결 해결방법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모습을 보라.

특이한 기관장치를 이용해 물을 끌어오고 특수한 장치를 이용해 청결을 해결한다.

인간의 근골이 바뀌면서 과거 중원 무림인들이 말하는 색목인은 이제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경이 되어버렸다.

“복장도 다르지.”

그렇게 말하며 어깨가 훤히 드러난 여인에게 시선을 주자 페르세르크가 나를 흘겨본다.

“혼인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곳에 눈을 돌려?”

“걱정 마. 너나 나나 며칠 잠 안 잔다고 안 죽어.”

내 말뜻을 이해한 것일까.

그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생각한 것 이상의 변화에 조금 놀란 건 사실이었다.

탁한 색보다는 화려한 색이 많아졌고 의상의 노출도도 중원이라고 생각하기엔 많이 달랐다.

저들은 본인의 의식상태가 일순간 저도 모르게 변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

변화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 독고준이 전부였다.

그는 인간으로서 처음으로 선계라는 새로이 생겨난 공간과 닿은 존재.

본래라면 존재할 수 없는 선계라는 존재와 마주 닿은 그는 선계의 존재로부터 세상의 이변을 듣고 인지할 수 있게 된 인물이었다.

영웅이라는 게 어디 괜히 만들어지겠는가.

“하지만 크게 삶의 형태는 변하지 않았네.”

왁자지껄하게 돌아다니는 수많은 인파와 노점, 그리고 건물들을 보며 내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페르세르크는 신기한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녀에게 다른 세상은 언제봐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나를 통해 기억을 엿본 그녀였다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 기억을 엿보는 차이는 컸다.

“와아…….”

그녀가 입고 있던 비단옷도 굉장히 아름다운 편이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아름다운 걸 보면 괜스레 욕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재봉 정도는 간단하게 할 줄 알아. 숙소를 정하는 대로 한 벌 금방 만들어줄게.”

내 말에 그녀가 쿡쿡 웃어 보였다.

“그냥 사는 게 어때?”

“직접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거야. 물론 그전에 이놈들부터 처리하자고.”

몸을 잠식하던 시꺼먼 기류는 억눌러놓았고, 대부분의 치료는 끝났으니 이제 푹 쉬다가 깨어나면 될 일이다.

다만 검은 기류에 장시간 노출된 탓인지 한자성이라는 청년의 몸은 천지희라는 소녀와 비교하면 상당히 만신창이였다.

“살아있는 송장이지 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무공은 쓰기 어려울 거야.”

무공을 쓰면 쓸수록 약해진 육신이 몸 전체의 체력을 좀 먹어갈 테니까.

이곳에서 색목인이라는 존재가 흔한 존재가 되었다지만 페르세르크와 나의 존재는 상당히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경우 내가 끌고 있는 마차에 두 명의 남녀가 시체처럼 누워있었기 때문이었고.

페르세르크의 경우 남정네들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람이 너무 잘생기거나 아름다우면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를 풍기는 게 당연지사.

결국, 의원에 도달할 때까지 접근하는 이는 없었다.

약 냄새만 맡아도 여기가 의원인지, 약방인지 답이 나오는 법이다.

푸르르르…….

투레질하는 말의 목덜미를 가볍게 두드려준 뒤 마구간에 말을 묶어둔 나는 깜짝 놀라 다가온 사내들을 향해 말했다.

“이 두 사람을 안으로 좀 옮겨주겠나? 간단한 응급조치는 했다만 깨어나고 나서도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라서.”

“예……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하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나와 페르세르크가 귀한 집 자제라고 여겼는지 잽싸게 두 사람을 둘러매고 의원의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오지랖은 부렸으니 소견서 정도는 떼어주고 떠나자.

그렇게 생각하며 의원의 안으로 들어갔을 즈음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안된다는 거지?!”

“크흠! 나으리, 돌아가십시오. 저는 이곳의 환자들을 돌보는 데에도 정신이 없습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준다고 하지 않았나! 왕진 한번 오는 게 그리 어려운가?!”

“왕진, 어렵지 않지요.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의원으로 보이는 노인이 고갯짓하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대 공동파의 2대 제자 각기검웅 곽준성 나리께서 이 환자들을 모두 내팽개쳐라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소속까지 들먹인 탓일까.

짜증스레 인상을 찌푸리던 사내가 의원을 노려본다.

“어르신! 급한 환자입니다!”

한자성과 천지희를 둘러업고 들어간 하인들의 외침에 의원이 짜증스레 밀어내려던 찰나였다.

“흐음? 희아가 아니냐! 당장 들이거라!”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 그 모습에 곽준성의 표정이 대뜸 찌푸려진다.

“아니 이보시오 의원! 지금 이게 뭐하자는 짓이오!”

“뭐, 문제라도 있으시오?”

“환자를 가려 받겠다는 것이오?!”

“적어도 배탈 난 거로 호들갑 떠는 환자보단 지금 이쪽이 중하다는 건 명백한 일이지.”

그렇게 말하며 잠들어있는 천지희의 상태를 살피는 그의 모습에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푸흡.”

뭐가 그리 웃겼던 것일까.

나는 소리 내 웃고 말았고, 그 웃음소리는 곽준성과 의원 모두가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거 의원이 참 속 시원한 양반이네.”

“뉘시오?”

“그…… 환자를 데려온 공자님이십니다.”

그 말에 의원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천지희와 한자성의 몸을 살피던 그가 내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뉘신지는 모르겠소만, 귀한 공자께서 이리 은혜를 주셨군. 감사하오.”

“보는 길에 보여서 데려온 것뿐입니다. 환자는 맡겼으니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지요.”

“이리 가면 섭하오. 뭐라도 답례를…….”

“그럼, 이곳 주변에 경치 좋은 관광명소라도 알려주시지요.”

“관광명소?”

“좋은 곳이 있나요?”

내 물음에 그는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다 이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운영아! 지도를 좀 가져오너라!”

“예, 어르신!”

그의 외침에 저 멀리서 수수한 인상의 여인이 후다닥 뛰어왔다.

그리고는 빠릿빠릿한 자세로 적당한 사이즈의 지도를 한 장 내밀었다.

“흠. 보아하니 귀한 집 자제분 같은데 호위는 없으신 게요?”

“예, 호위 없이 돌아다닐 실력은 됩니다.”

“흐음.”

쉽게 믿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었다.

천 중원인 이곳도 그렇지만 다른 세상도 평균적으로 영웅들의 생전과 비교하면 대부분이 수준 절하되어있다.

육신이 강해진 대신 정신이 나약해지면서 그 대가 끊어진 꼴이다.

애초에 천마 독고준 정도가 아니면 내 몸 안의 힘을 눈치챌 이는 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결국 그가 보기엔 나는 겉만 번지르르한 샌님으로 보일 수밖에.

“무림인이셨소?”

“비슷합니다.”

내 말에 그가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 몇 부분에 붓으로 체크를 해주었다.

“이곳의 구름 바위는 주변의 절경이 아름답소, 또 여기 무지개다리는 호수의 절경이 일품이지.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이곳 태초 마을은 절경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오.”

“고맙습니다.”

지도를 받아든 나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지랖을 부릴 만큼 부렸으니 이제 다 떼어놓고 페르세르크와 단둘이 여행할 생각이었다.

의원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팔찌를 풀어 내게 건네주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이 팔찌를 자경단원에게 보여주시오. 오박세 어르신이 보냈다. 하면 성심성의껏 도움을 줄 거외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한자성과 천지희를 두고 떠나온 나는 말과 수레를 전부 의원에 넘겨준 뒤 페르세르크와 의원을 나섰다.

“어디부터 갈게야?”

“일단은 처음에 체크해준 곳부터 돌아다녀 보자. 일단은 절경들이라니까.”

“이 칼날절벽이라는 곳이 굉장히 끌리는데.”

“나도 그래.”

칼날절벽.

마치 칼이 솟아오른 것처럼 깎아지른 거대한 바위가 수십 개 솟아올라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절벽지에 위치한 절경 중 하나였다.

보통이라면 정말 아름다운 경치와는 별개로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만큼 위헌한 지형이지만 멀리서 보기엔 정말 아름다운 장소라는 건 분명했다.

“와아…….”

탄성을 흘리는 페르세르크를 보며 나는 말 없이 아공간에서 꺼낸 물건을 조작했다.

그리고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그녀를 옆에서 찍었다.

찰칵!

그녀와 그녀가 서 있는 장소, 그리고 그녀가 바라보는 절경을 한꺼번에 홀로그램처럼 담아내자 그녀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사진?”

“비슷하게 만들어봤지. 에오니샤에게 아이디어를 줬더니 제법 괜찮은 걸 만들었더라고.”

마침 이 발명품을 내놓은 탓에 하인스 영지에서 내놓을 수 있는 특산품이 또 하나 생긴 꼴이다.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대길 한참.

묘하게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페르세르크가 입맛을 다셨다.

“누군가가 좀 있었으면 같이 찍어줬을 텐데.”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유인지 이런 절경을 보는 이가 단 하나도 없다.

어째서일까.

고민하던 나였다.

“혹시 이곳은 출입 불가지역이라거나 뭐 그런 건 아닌 게야?”

“글쎄, 오는 길에 자경단으로 보이는 이들이 막고는 있었지?”

“그럼 우린 지금 출입이 제한된 곳에 와있는 겐가?”

“그러니 저런 게 있겠지.”

내가 그리 말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곳에는 바닥에서 막 기어 올라온 듯한 끔찍한 형태의 괴물이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덮치기 위해 덤벼들 것처럼 삐걱삐걱하는 그 모습에 보통 이들이라면 긴장하거나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을 비주얼이었다.

“제법 튼튼해 보이는데?”

“저게 그 강시인지 뭔지 하는 골렘인 게야?”

“나야 모르지.”

담담하게 말한 나는 말 없이 나를 직시하는 괴물을 바라보았다.

-그르르르르…….

동시에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듯한 부패한 괴물이 휘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놈을 바라보던 내가 눈을 번뜩이며 손뼉을 쳤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강시에게로 다가간다.

그으으으으으…….

이윽고 강시의 지근거리 까지 다가가자 강시가 내 목을 잘라낼 것처럼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러왔다.

팍!!!

하지만 놈의 공격은 내 손에 그대로 막혔다.

“자. 받아라.”

죽이기 위해 휘두른 팔을 잡아챈 뒤 손에 홀로그램 영상 저장기를 쥐여준 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우웅…….

동시에 내 붉은 눈동자에 사령 마나가 깃들기 시작했다.

강시도 결국은 망자와 비슷하다. 내 예상대로라면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리라.

…….

나와 시선을 마주한 끔찍한 형태의 강시는 곧이어 낮은 울음소리까지 지운 채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내가 설 거야. 그러면 넌 여기 마석의 중앙 면에 우리가 담기도록 한 다음 여길 눌러, 알겠어?”

내 말에 살기가 가득하던 강시가 멍청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착하다.”

멍한 얼굴로 홀로그램 영상 저장기를 받아든 강시를 뒤로한 채 난간에 다가간 나는 페르세르크를 품에 안고 말했다.

“자. 찍어.”

절경이 눈에 보이게끔 등진 채 내가 씨익 웃자 페르세르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저 강시라는 괴물. 분명 그대와 본녀를 노린 것 같은데.”

“대신 찍어줄 놈 생겼는데 죽일 수야 있나.”

그렇게 말하며 페르세르크의 뺨에 입을 맞추자 강시가 멍한 표정으로 버튼을 꾸욱 눌렀다.

우웅…… 찰칵!!

그러자 홀로그램 영상 저장기가 한차례 번뜩이며 그녀와 나의 모습을 노을이 진 칼날 절벽과 함께 담아낸다.

그렇게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을까.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던 나는 케인이 전해주었던 절대 보옥의 흔적이 은은하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흐음…… 근처에 흔적이라도 있는 건가?”

“들렀다가 가. 데이비, 사진은 가는 길에 찍어도 괜찮으니.”

“그래, 메인 테마를 탐험으로 잡고 가보자.”

전용 사진기사도 생겼겠다.

“너 마음에 드네. 따라와. 열심히 찍어야 하니까.”

내 말에 이미 사람 다수를 헤쳤을 것으로 판단되는 강시가 멍하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제정신이오. 오박세 어르신?!”

“크…… 크흠! 나…… 나도 몰랐던 일이네!”

“말하지 않았습니까! 시국이 흉흉하다고! 강시가 발견됐단 말입니다! 그것도 백령강시가요!”

백령강시! 그게 어떤 존재이던가.

일반적인 강시만 해도 보통 무림인들이 두려움에 떨 만큼 위협적인 인공 생명체다.

죽지 않는 육신에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힘과 속도를 보여주는 살인 기계.

그것이 바로 강시라는 존재였다.

과거 혈교라는 곳에서 만든 강시가 하필이면 이 태초 마을 인근에서 발견되었다.

안 그래도 계속해서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찰나에 강시가 있는 곳에 사람을 보내다니!

자경단장 한지욱은 움찔거리는 오박세 의원이 보는 앞에서 테이블을 쾅쾅 내리쳤다.

“부하 녀석이 흔적을 발견하지 않았으면 어찌 될 뻔했습니까!”

“이…… 이럴 게 아니로군! 당장 찾아야 하네! 내 비록 무공에 대해 조예는 깊지 않다만 그들은 백면서생일 뿐이야! 어떤 무공의 흔적도 없었네!”

오박세 의원의 외침에 한지욱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경단원을 풀었습니다. 제발 그 빌어먹을 식인괴물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야겠지요…….”

안 그래도 인근에서 실종사건이 알음알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경단장 한지욱은 그 사실이 혼란을 줄까 염려하여 사실을 숨긴 채 위험지역의 출입만을 자경단의 권한을 이용해 틀어막았다.

결국 정보의 차단이 이와 같은 사달을 낸 것이다.

누군가가 들어간 사실을 깨달은 한지욱은 이 일의 발단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외부에서 온 이들에게 절경지를 함부로 추천해준 것이 오박세 의원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래서 이곳까지 찾아와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큰 화를 겪은 천열문의 생존자를 데려와 준 은인들이 이런 사태에 휘말리다니!

“맹에서도 조사대가 파견되어서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많이 경솔하셨습니다.”

“끄응…… 할 말이 없구먼…… 그래. 흔적은 찾았는가.”

“대체 자경단원의 눈을 속이고 어떻게 들어간 건지…… 쯧쯧. 일단 기다려보십시오. 뭐라도 소식이 전해져올 겁니다. 제발 별일 없어야 할 터인데…….”

“에잉! 머리가 아프구먼! 어쩌자고 이놈의 주둥아리가 화근을 부른 겐지…….”

정작 데이비와 페르세르크는 이 일의 원흉인 백령강시를 잡아 사진기사로 써먹고 있었지만 태초 마을의 이들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흠! 내가 가겠소!”

그때였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공동파의 2대제자. 곽준성이 나선 것이다.

배탈이 난 문파의 어르신을 위해 용하다는 오박세 의원을 데려가려 왔다가 물을 먹었던 그 사내였다.

“그토록 아리땁던 소저가 위험에 처했다니! 내 정의로운 맹의 일원으로써 그를 두고 볼 순 없겠군! 내가 직접 가겠소!”

그는 입맛을 쩍쩍 다시며 기억을 되짚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 한번 못 붙여봤지만 아직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마치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것 같은 너무도 아름다운 소녀의 존재를 말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을 만큼 눈이 높다고 자부하던 곽준성이었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사상은 단 한 명의 소녀를 만나는 것으로 모조리 뒤집어졌다.

한눈에 반한다는 것은 존재한다!

곁에 있던 공자의 정체가 궁금하긴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는 그였다.

장난스레 둘이 연인 관계냐 묻던 오박세 의원에게 청년이 아니라고 답했던 것을 말이다.

실제로는 연인이 아니라 부부지만,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에 이곳의 풍습과는 관련 없는 모습을 한 것 뿐이지만 곽준성은 그 사실을 몰랐다.

머리를 틀어 올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분명 미혼의 소저가 분명하다! 하면 내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구해주는 거로 어떻게 연을 만들 수 있을 터!

그가 호기롭게 외쳤다.

“맡겨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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