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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77화 (576/1,559)

제 577화

그녀의 말에 모두의 표정에 의아함이 어린다.

“수백, 수천에 달하는 요귀들이 지금도 내 명령을 기다리며 굶주림과 파괴 욕구를 참고 있지. 너희들의 상대는 내가 아니라 그 녀석들이 해줄 거야. 뭐, 그 수가 많진 않지만, 너희들을 정리하는 데엔 문제가 없겠지?”

대놓고 침공 정보를 알려주는 행태에 열이 받을 법도 하지만 별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강자였고, 그녀가 내뱉은 말은 충격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럴 수가?!”

“자, 그럼 궁금증은 다 해결했으니 죽을 시간이란다.”

미소짓던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일순 사라지며 싸늘한 공기가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가슴골 사이에서 꺼낸 작은 피리를 강하게 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저것이 그 요귀들을 부르고 부리는 물건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자경단원과 무기를 빼앗긴 곽준성, 그리고 천열문의 막내 제자인 한자성은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한 채 어두운 동굴 내부를 빠르게 살폈다.

두두두…… 두두두두두!!!

그리고, 그들의 경계심이 곧 경악으로 드러났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거대한 진동음과 함께 백여 마리는 되어 보이는 수많은 괴인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눈을 가진 얼굴에 날카롭고 뾰족한 주둥이가 튀어나와 있다.

순식간에 포위하는 요귀들은 듣기만 들었지 실제로 보내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기…… 긴장하지 마라!! 침착하면 해치울 수 있다!”

그렇게 외친 자경단장인 한지욱이 급히 소리쳤지만, 자경단원들의 동요는 사라지지 않았다.

“자. 해치워버려.”

그리고, 붉은 머리 여인의 말과 함께.

-끼아아아아아아아아!!!

끔찍한 소음을 내며 요귀들이 그들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 * *

“잘 찍어.”

아름다운 동굴의 정경을 배경으로 페르세르크를 안아 든 채 내가 강시를 향해 말하자 백령강시는 멍한 얼굴로 나를 보다 영상 저장기를 들어 찰칵 소리를 냈다.

“거, 말 잘 들어서 좋네. 가는 길에 하나 가지고 갈까.”

“데이비. 아무리 봐도 저 강시 손에 사람이 다수 희생된 거 같은데.”

“저놈 아니면 누가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어주겠냐.”

“본녀는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아.”

그녀의 말에 백령강시가 언제 그랬냐는 듯 허물어지며 무너져 내렸다.

파스스스스…….

동시에 내 손가락 끝이 가리킨 부분을 시작으로 놈의 육신이 서서히 가루처럼 부서져 내렷다.

“네가 싫으면 없애지 뭐.”

애초에 망자인 백령강시는 나와 시선을 마주한 그때부터 내 의지에 따라 살고 죽는 것이 정해졌다.

비록 갖은 고생을 통해 만들어낸 모양이지만 망자인 이상 결국 지배력 싸움일 뿐이니까.

단순 무공으로 망자를 다루기 위해선 주술 쪽 기술이 필요하다.

즉 날뛰는 강시를 묶어놓고 머리에 부적을 붙여 며칠 동안 주문을 외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줘야 제어 권한을 이전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점에서 망자를 다루는 법은 사령 마나가 압도적인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공이 마나에 비해 딸리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내공은 순수하게 인간의 육신을 세부적으로 강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일반 마나와는 사용방법 자체가 너무 다채롭기 그지없다.

점혈, 보법 등등으로 말이다.

단순히 몸에 마나를 넣어 육신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부드럽고 물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자아내는 것은 내공이라는 것을 잘 구현했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경지이기도 했다.

단순히 육신을 뭉뚱그려 성능 증폭시키는 것과 내공을 통해 근육과 혈도를 하나하나 강화하는 건 그 증폭률부터가 틀렸다.

“다음부턴 염동 마법이라도 써보든지 하자.”

효율적으로 따지면 강시가 따라다니는 게 편하긴 하다만.

가루가 되어 완전히 흩어진 백령강시를 보던 나는 말 없이 나를 올려다보는 페르세르크를 바라보았다.

“왜?”

“그만 내려주지 않겠는가.”

“아. 좀 더 안고 있지 뭐.”

“데이비!”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리고 보면 또 어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절로 그녀의 입술이 눈에 닿았다.

“접근하지 마라.”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일까.

페르세르크는 곧바로 희고 가는 손을 뻗어 내 입이 접근하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바깥에서 이러는 건 좋지 않아, 데이비.”

“거 누가 본다고…….”

카앙!! 창!!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해꾼은 있네.”

짜증스레 고개를 돌린 나는 멀지 않은 곳 아래에서 들려오는 큰 소음에 작은 구멍이 난 부분을 향해 다가갔다.

내가 있는 곳은 동굴의 위쪽에 난 거대한 개미굴과 같은 통로였다.

그리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요귀들에게 둘러싸여 필사적으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이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중 두 사람은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하나는 내가 이곳으로 오는 길에 구해왔던 한자성이라는 청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오박세 의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공동파의 도련님이었다.

공동파의 도련님은 박투술을 쓰고 있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자세가 굉장히 엉성한 것이 검을 빼앗기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유유자적 쳐다보고 있는 낯이 익은 여인도 보였다.

“저 여자는 내가 기절시켰던 그 여자 아닌가?”

“그래. 맞아.”

괜히 살려뒀나 싶지만, 개개인의 사정도 모른 채 살수를 쓰는 건 굉장히 성급한 행위였다.

“앗!! 소저!!”

그때였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주제에 페르세르크를 발견했는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향해 소리치는 그의 행동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앗차!”

그리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곽준성이 뜨끔한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상황은 늦은 후였다.

“저들도 잡아 오렴.”

뭔가 재밌는 생각이 들었는지 붉은 머리 여성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요귀들을 따로 떼어내어 내게 보내왔다.

아무래도 저 붉은 머리 여성은 그녀를 기절시킨 범인이 나라는 걸 전혀 모르는 듯 보였다.

순식간에 나와 페르세르크를 포위하는 그 모습에 자경단원들의 얼굴에 낭패감이 어린다.

그리고.

“우오오오오!! 소저!! 이 공동파의 2대 제자 곽준성이 지켜드리겠소!!”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순식간에 내 손에서 내려온 페르세르크를 향해 돌진해온 그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조금 전의 엉성한 움직임은 마치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빠르게 파고든 그는 페르세르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보지 않은 채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잡아당겨 벗어나려 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행동을 보기가 무섭게 나는 근처에 있던 요귀의 팔을 가볍게 낚아채 걷어차 버렸다.

콰직!!!

동시에 요귀의 팔이 우악스레 뜯겨 나왔고 나는 그것을 몽둥이 삼아 그대로 벗어나려는 곽준성의 뒤통수를 후려갈겨 버렸다.

퍼엉!!!

동시에 요귀의 팔과 사람이 부딪혀서 났다고 하기엔 너무 큰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곽준성의 신형이 그대로 포탄처럼 날아가 요귀들과 충돌해버렸다.

너무 황당한 상황 속에서 모두가 침묵한다.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직접 맞아 날아간 곽준성은 물론이요. 그와 부딪힌 요귀들조차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이 새끼가 앞뒤 분간을 못 하고 남의 부인에게 손을 대네.”

내 중얼거림에 침묵이 일었다.

그리고.

멍하니 나를 보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 나는 근처에 있던 요귀에게 쥐고 있던 요귀의 팔을 마치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빠악!!!!

갑작스런 기습에 요귀는 대응하지도 못한 채 머리가 뭉개지며 튕겨 나간다.

“왜들 그렇게 봅니까.”

태연한 내 물음에 자경단원 중 하나가 벙 찐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워메. 시X, 내가 지금 뭘 본 것이여?”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자경단원의 중얼거림에 나는 뭉개져 버린 요귀의 팔을 집어 던지며 페르세르크의 손을 잡았다.

“거 신혼여행 하는데 뭔 소란이 이렇게 많은지. 보아하니 여긴 위험한 곳 같은데 엄한 짓들 하지 말고 돌아들 가세요.”

관심 없다는 듯 페르세르크를 업으며 내가 손사래를 쳤다.

그런 내 행동에 벙 찐 이들이 잠시 침묵한 그 순간.

“멈추십시오! 여긴 위험합니다! 이곳 모두가 당신과 소저를 찾으러 왔어요!”

한자성의 외침에 내 걸음이 멈췄다.

“나를? 왜?”

“왜냐니요……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여긴 위험……!”

그의 말과 동시에.

나를 향해 덤벼들던 요귀 하나의 날카로운 손톱이 정확히 내 뒤통수를 향해 파고들었다.

위험한 일격이다.

하지만 비명성을 내지르던 이들은 곧 벌어진 사태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향해 공격을 퍼부은 요귀의 손톱을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고개를 살짝 움직이는 거로 피해낸 내가 그대로 요귀의 멱살을 잡아 허공에 던져올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허공에 떠오른 요귀가 다른 요귀 무리가 있는 지점과 같은 선상까지 낙하했을 때.

나는 주먹 끝에 아주 옅게 검붉은 기류를 넘실거리게 만들었다.

색이야 조금 검다지만 알아보는 놈이 거의 없을 테니 상관은 없으리라.

[천마공]

[흑천 쌍뢰장]

콰지지직!!!!

붉은 벼락이 일순간 번쩍이며 내가 던졌던 요귀를 포함해 그 선상에 있던 다른 요귀들까지 모조리 집어삼켰다.

“위험?”

내 물음에 청년, 한자성이 다시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

“워메 쉬X,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것이여?”

넌 그 말밖에 할 줄 모르냐?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 * *

갑작스런 사태에 모두가 당황한다.

요귀가 비록 재앙 급에 달하는 백령강시는 아니라지만 절대 가벼운 존재가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아귀같이 위험한 녀석들이었고, 그런 만큼 일반인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이 본 데이비라는 청년은 내공 한 줌 느껴지지 않는 인물이었다.

외공의 경우 탄탄한 몸을 보면 제법 수련한 듯 싶지만 내공 부분에선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고 말하듯 청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붉은 벼락을 주먹에 둘러 요귀들을 태워버렸다.

마치 이런 건 장난이라도 된 양 말이다.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던 붉은 머리 여성은 짜증스레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하…… 꽤나 얕보였던 모양이네.”

“얕보고 있는 건 너 같은데.”

한순간에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사라져버린 요귀들을 제외하고 아직 살아남은 녀석들이 청년 데이비를 포위한다.

“내가 널 얕본다고?”

“너 나를 모르나?”

“흥. 내가 당신을 왜 알고 있어야 하지?”

그 질문에 데이비는 입맛을 쩍쩍 다셨다.

생각해보니 그도 일리 있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네. 정작 봤어야 판단을 하지 안 그래? 그러니까 얕보고 있다는 거야. 이해 못 할 일을 겪었으면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이기라도 했었어야지.”

뭔가 말장난을 치는 듯한 그 모습에 짜증이 일어난 그녀는 곧바로 한쪽 팔을 들어 소매를 걷어냈다.

그리고는 짜증 서린 표정으로 검을 희고 가느다란 그녀의 팔 끝에 가져다 대고 서서히 그어냈다.

뚝…… 뚝…….

붉은 핏방울이 방울져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좋아. 장난은 집어치우자고. 영수와 백령강시를 불러 너희를 모두 지워버릴 테니까.”

[제압된 흉포한 마수와 백 명의 원혼을 먹고 태어난 강시여.]

마치 주문을 외듯 붉은 머리 여성이 싸늘하게 말했다.

직접 검을 주고받아도 될 문제지만 이상하게도 본능이 그것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어째서일까.

내공 한 줌 느껴지지 않는 그가 대체 뭐라고.

이미 붉은 머리 여성의 시야에서 청년, 데이비를 제외한 이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 영수에 백령강시라고?!”

기겁한 자경단장 한지욱의 외침에 붉은 머리 여성이 싸하게 식은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래. 빙호(얼어붙은 호랑이)가 이곳의 최종 전력이니까. 영수의 힘은 그리 가볍지 않다는걸 보여줄 테니 기대해도 좋아.”

곧이어 거대한 지진과 함께 그 거대한 괴물의 형태가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바깥에서 인간을 사냥하던 백령강시도 빠르게 돌아올 것이다.

겉보기엔 그저 시체 같은 인간이지만 백령강시는 단순 그 힘만으로도 초절정 고수를 위협할 힘을 지니고 있다.

붉은 머리 여성의 협박에 모두가 긴장하고 있던 찰나.

침묵 속에서 데이비가 천천히 손을 들어 보였다.

“저기, 미안한데.”

“…….”

“네가 말한 그 호랑이라는 거. 혹시 이거냐?”

품 안에서 꺼낸 무언가를 툭 던지는 그 모습에 붉은 머리 여성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데이비가 그녀의 앞에 던진 것은 얼어붙은 짐승의 송곳니였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보통 짐승의 송곳니는 저렇게 얼어붙지 않는다.

즉. 저 송곳니는.

이 동굴 어딘가에 숨겨놨던 이번 침공의 최대 전력.

화경 급 강자조차 승리를 쉽게 점치지 못하는 변이된 영수, 빙호의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거…… 거짓말. 어디서 잔꾀를!”

“백령강시라면 좀 전에 땅속으로 돌려보낸 그걸 말하는 걸 테고…….”

뭔가 짜증스레 중얼거린 데이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천마 사후 수준이 말도 안 되게 떨어졌구나.”

마치 탄식하듯 중얼거리는 데이비였다.

하지만 이내 재밌다는 듯 피식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붉은 머리 여성을 놀리듯 말했다.

“이야. 네 꺼 쩔더라. 기념품으로 가죽까지 챙겼는데.”

그렇게 말하며 허공 속에 손을 쑤욱 밀어 넣는 그 행동에 모두가 기겁한다.

그리고, 또다시 청년이 손을 빼내며 끌어낸 그것을 보고 한 차례 더 기겁한 표정을 지어 보여다.

그가 꺼낸 것은 푸른 빛이 감도는 거대한 호랑이 가죽이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우리 마누라 호피 코트 하나 만들어줄 수 있게 됐다. 자연 호랑이 가죽은 양심상 못 가져가겠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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