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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82화 (581/1,559)

제 582화

일검이 하늘이고, 일검이 벼락이며, 일검이 천지에 도달한다.

검을 추는 자는 검과 하나가 되어야 함이니. 그것은 곧 검사의 기본이오, 무인의 근본이라.

모든 무인이 닿고자 갈구하지만, 본질은 그 내면에 이미 잠들어있는 경지.

천지인의 경지가 바로 이것을 뜻하는바.

자격이 없고 허락되지 않은 육신을 지닌 자가 함부로 경지를 발돋움할 때. 그 육신은 붕괴하리라.

스르릉…… 찰칵!

양손에 쥔 두 자루의 검을 집어 던지듯 허공에 던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검집이 날아올라 검에 안착한다.

“이게 대체 무슨…….”

경악한 목소리에 놀란 곽미영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왔는지 뭔가 묘하게 불만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페르세르크와 곽미영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로브를 입은 노인이 기절한 채 늘어져 있었다.

“데이비…… 공자 방금 그건…….”

경악은 페르세르크와 기절해버린 천지희를 제외한 모두에게 전해졌다.

바닥에 쓰러진 채 멍하니 상황을 보던 자성과 준성도, 멀리서 지켜보던 지우 사형이나 곽미영도.

쩌억!!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끝에 빛이 번뜩이며 천령 강시의 몸이 비스듬히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베어 넘긴 검기는 총 여덟.

천지희가 사용했던 검기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그 위력은 감히 비교할 게 못 되었다.

“천열신공이라 했나? 천마신공의 반쪽짜리 무공은 극도로 위험한 무공이다. 그걸 이어나갈 수 있는 건 특수한 체질을 지닌 이. 그래. 지금 보면 여기서 가능한 건 단 둘이네.”

기절한 천지희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자성.

“제가…… 사용할 수 있다고요?”

내공을 거의 모으지도 못하는 주제에. 모아도 다시 흩어버리는 끔찍한 둔재. 흔하디 흔해빠진 재능을 지닌 자성이 그 존재라는 것이다.

“한자성.”

모두가 침묵하는 그 순간. 한자성을 부른 내가 물었다.

“저놈이 습격하기 전에 내가 이야기를 해줬지.”

내 말에 그가 침묵했다.

“그 이야기를 왜 해준 것 같나.”

내 물음에 그가 침묵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거든.”

그렇게 말하며 나는 자성에게 건네주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던 호리병 장식의 목걸이를 던져주었다.

“그 호리병 모양의 장식 목걸이의 근원이 누구일 것 같나.”

내 물음에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크륵…….”

죽어가는 그를 치료하지 않은 채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 부모도 기억 못 하는 재능이 어정쩡하던 마인, 이준이 어떻게 제 아비와 어미의 존재를 알았을까.”

이어지는 내 말에 곽미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공자. 그 말은 마치………… ”

“맞아요. 유일한 흔적이니까. 그리고 한자성 저놈의 체질은 개화 전엔 끔찍한 둔재로 위장하는 특이한 체질.”

피식 웃으며 내가 말을 이어나간다.

[천혼지체]

독고연과의 약속으로 술을 끊어버린 독고준이 왜 회랑에서 술고래가 되었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속세로 다시 나가버린 제 혈육에 대한 죄책감과 애도 때문이었겠지.

그리고, 그 아들은 한 아이를 남기고 사망했다.

천혼지체는 특수한 방식을 통해 몸을 개화하지 않으면 끔찍한 둔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 육신을 일부 개조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지만, 본래엔 나조차 사용할 수 없는 계통의 무공이다.

“넌 둔재가 아니야. 개화해야 제대로 진면목을 드러내는 특이 체질이지. 자, 그럼 뭐라고 불러줄까. 독고자성? 아니면, 이자성?”

내 미소에 자성의 얼굴에 혼란이 강하게 서린다.

* * *

처음엔 그저 우연인가 싶었다.

독고준이 제 부모님의 존재를 알게 된 목걸이가 한자성에게 있었으니까.

문제는 한자성이 딱히 고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체질을 확인한 뒤로, 그리고 천금이라는 천열문주가 내린 선택과 무공을 보고 대충 확신할 수 있었다.

천열문주 천금은 자신이 만든 미완성 무공을 배울 수 있는 이는 오로지 제 딸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동시에 한 자성이 완성된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는 유일한 천마의 후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성은 그렇기에 천열신공을 흉내 낼 수라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제대로 된 천열신공을 가르치지 않았다.

미완성된 무공보다는 완성된 무공을 익힐 길이 그에겐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다른 이유가 또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대체…… 이게 무슨 내공…….”

주변을 짓누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내공에 곽미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내공이 갈무리 되지 않은 탓에 경지가 낮은 곽준성은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데이비. 힘 거둬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아. 깜빡했네.”

스스슷…….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 압박감이 사라진다.

“쿨럭!”

“커헉!”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곽미영이 숨을 토해내며 무릎을 꿇었고 덜덜 떨고 있던 지우 사형이 몸을 웅크렸다.

“대체…… 뭐냐…… 대체 뭐냔 말이다. 네놈은!!!”

“거 혼란스러운 건 알겠는데. 일단 넌 좀 닥치고 있어 봐.”

담담하게 말하며 자성에게 다가간 나는 가볍게 혈도를 짚어 그의 출혈을 강제 지혈시켰다.

“단전이 부서진 기분은 어때.”

“아…… 안돼…….”

“안 되긴 뭐가 안돼. 넌 단전이 없는 게 더 나아.”

담담하게 말한 나는 그의 수혈을 짚으려 했다.

하지만 자성이 내 팔을 콱 틀어쥐었다.

“대체…… 은공의 정체가…….”

가장 의문스러워 하는 것.

페르세르크의 모습을 본 곽미영도, 내가 방금 보인 진짜배기 무화낙섬을 본 곽준성과 지우조차도 궁금해하는 것.

그것은 바로 나의 정체였다.

“내 정체?”

자성의 물음에 나는 그의 팔을 가볍게 꺾어버린 뒤 수혈을 짚으며 말했다.

“독고준과 연이 있는 여행자.”

* * *

잠들어버린 한자성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맞지 않는 그릇을 부쉈으니 이제 그는 그의 체질을 개화시키고 다시금 내공을 쌓아야 하리라.

물론, 천혼지체라는 것은 다른 무공을 못 익히는 체질이 아니었다.

보통 무인이라면 버티지 못하는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는 익힐 수 있는 특수한 체질일 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불순물이 없어야 한다.

천마신공을 익힌 후 타 무공을 익히는 건 가능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불가능하다.

“곽 소저. 이 녀석 잠시 부탁합니다.”

내 말에 그녀가 벙찐 얼굴로 나를 본다.

“고…… 공자는…… ”

“도망친 놈 족쳐야지요.”

내용이야 어떻든 습격한 놈이 몸 성히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웃길 수밖에.

나는 이미 도망쳐버린 지우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 * *

“하아…… 하악!”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정신없이 숲을 내달리는 지우의 얼굴엔 공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그건 괴물이다.

겉보기로 아직 약관의 청년이기에.

또 내공 하나 느껴지지 않던 인물이기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예상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니, 너무 터무니없는 괴물이었다.

경공을 극성으로 일으키며 그는 마치 미친 것처럼 도망쳤다.

세 마리의 천령 강시가 모조리 당했다.

그를 지원해줄 장로조차 당해버렸다.

그자뿐만이 아니었다.

도화선녀의 실력으론 장로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그를 그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대답은 훤했다.

그 여자. 은발을 지닌 여인!!

괴물이다. 둘 모두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괴물이었다.

데이비라던 그 서역인의 후예가 아주 잠깐 보인 내공. 그는 내공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너무 방대해서 느끼지 못할 뿐.

물극필반의 이론을 실질적으로 만나본 감상은 공포뿐이었다.

“허억…… 허억…… 크악!!”

필사적으로 달리는 그는 다리가 꼬여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빨리 돌아가서 알려야 한다.

그가 사용한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악림문에서 그토록 갈구하던 악림문과 천열문의 원류.

천마신공의 원본이었다.

그는 천마신공을 익힌 존재였고. 그것은 반드시 알려야 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필사적으로 도망친 그는 곧이어 거대한 절벽에 도달했고. 미리 준비해둔 장치를 통해 절벽을 빠르게 넘었다.

그 길이만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절벽이다.

그 어떤 경신법으로도 이 절벽을 도구 없이 넘을 순 없다.

그건 악림문 내에서 최고의 경공술을 익힌 장로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지였다.

하지만 그는 절벽을 넘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리고. 숨을 헐떡거리며 절벽을 완전히 넘었을 때.

그는 볼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지우 자신이 있던 절벽의 반대편에 그 괴물 같은 청년이 나타난 것을 말이다.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나타났지만 외려 더 무서웠다.

너무 두렵다.

그대로 도망쳐도 그는 절벽을 넘지 못할 텐데. 왜 이리 두려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소리 질렀다.

“아하하하하하!! 어디 넘어올 수 있다면 넘어보시지!! 그 어떤 절세 경공으로도! 천마의 경공으로조차 이 절벽을 뛰어넘을 순 없을 테니!!”

숨을 헐떡거리며 주저앉아있던 그의 시야로. 저 멀리서 데이비라는 청년이 한발 두발 뒤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설마 정말로 뛰어넘으려고?!

한발을 가볍게 지면에 구른다.

처음 보는 보법이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탓…… 타탓!!

가벼운 발걸음.

마치 자살이라도 하듯 절벽을 향해 달려와 점프하는 그의 모습에 지우는 이를 악물었다.

“미…… 미친놈! 그 어떤 절세 경공으로도 이 절벽을 뛰어넘을 순 없…….”

겁도 없이 절벽을 뛰어오르는 그의 모습에 소리치던 그가 침묵했다.

마치.

소리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저앉은 채 굳어버린 그의 시야에 보인 것은.

마치 하늘을 날 듯 튀어 오른 그가 한 손을 가볍게 말아쥐고 그대로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찌르르 울리던 풀벌레 소리조차 사라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그는 볼 수 있었다.

그를 향해 정확히 낙하하는 데이비의 눈에 서린.

섬뜩한 투기를.

사라졌던 소리가 일순간 다시금 일어난다.

마치 시간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 안돼.’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데이비의 입이 뻐끔거렸다.

그 입 모양으로 보인 그의 말은 간단했다.

[돼]

동시에, 손바닥보다 작던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그를 향해 빠르게 쏘아져 들어오며 커진다.

쿠웅!!!!!!!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지우가 주저앉아있던 그 반대편 절벽의 끝이 거대한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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