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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89화 (588/1,559)

제 589화

화산의 제자가 벼락을 맞아 움찔거리며 쓰러져 있고 이 난리를 본 이들이 침묵했다.

“이 비겁한 놈! 감히 사술을 부리다니!”

급기야 비무의 기준을 넘어 한 명을 린치하는 사태처럼 변질되기 시작한다.

“정도의 길을 걷는 자로서 사술을 부리는 자를 묵과할 수 없다! 내 검을 받아라!”

창!! 창!!

일제히 검을 뽑기 시작하는 소년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야지.

이래야 정파지.

물론, 그들의 행동거지가 예상대로라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따스한 눈으로 봐줄 어떤 의리도 없었던 나는 완전히 불타버린 나뭇가지를 다시 주워들었다.

벼락 맞은 나뭇가지라…… 대추나무도 아니고 진짜 벼락도 아니니 진실된 벽조목이라 할 수 없다만.

회초리로 써먹기엔 딱이다.

나를 포위하며 접근하는 그들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긴장감이 폭발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만두세요!!”

보다 못한 도화 선녀 곽미영이 결국 나서고 말았다.

“도…… 도화 선녀!”

“도화 선녀께서 어째서?!”

그녀는 이미 백염검성 곽도영과 함께하며 많은 명성을 쌓아왔다.

실질적인 맹의 소속이지만 완전한 소속이 아닌 그녀의 존재는 제아무리 대문파의 제자들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선배 기수이기도 했다.

“당장 검을 내리세요! 뭐 하는 짓입니까!”

“이…… 이자는 사술을 사용해서 이 사형을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감히 신성한 비무에서!”

“그래서 한 명을 상대로 겁도 없이 다수가 검을 뽑아 들었습니까?”

싸늘한 질문에 한 소년이 움찔거린다.

“대답하세요. 대답 여하에 따라 내가 당신들의 사문에 어떻게 이 사태를 전할지 정해야 하니.”

“그…… 그것이…….”

도화선녀 곽미영이 살기를 내뿜으며 쏘아붙였다.

“쳇…… 운 좋은 줄 알아라!”

그렇게 말하며 결국 도망쳐버린 소년들을 보며 곽미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큰 희생이 안 나서.”

그녀의 중얼거림에 곽준성은 의아한 듯 물어왔다.

“큰 누님. 저 인간이 저런 애송이 놈들에게 당할 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설마. 그럴 리가 있겠니.”

“그럼 왜…….”

“저분에게서 저 철없는 후기지수들을 살리려던 것 뿐이지.”

담담하게 말한 곽미영이 나를 바라보며 어렵게 물었다.

“맞죠? 당신…… 저 소년들을 끝장내버릴 생각이었죠?”

“다 똑같이 만들어주려 했지.”

소년들에게 부축되어 사라졌던 화산파의 제자는 썬더콜링 마법을 맞고 온몸에 벼락이 내리꽂혔다.

단순한 전기 마법이라면 모르겠다만.

좀 악질적인 저주를 투영해 내성을 깎아내렸으니 그는 이제 몸의 근육이 때때로 풀리는 일을 겪을 것이다.

“대체……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별거 아냐. 사람의 몸이라는 건 벼락에 맞아 노출되면 근육이 풀려버리거든. 그 후유증도 있는 편이고.”

“설마…….”

“그래도 생각이 있는 놈이면 근육이 풀리는 체질이 되어버린 지가 다시 검을 잡진 않겠지.”

더구나 화장실이 급한 상황에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않을 테고.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배가 아픈데 괄약근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풀어져 버린다면 재밌는 꼴을 볼 것이다.

‘역시, 머리를 뽑지 않은 이유가 있었구나.‘

무림에는 생각보다 대머리 무인이 많다. 무공을 익히다 보면 약한 모근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무인들은 그런 경우 아예 머리를 밀어버리기도 한다.

“걱정 마. 적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만 출력을 냈으니까.”

“화산파에서 당신에게 항의할 겁니다.”

비무치고는 과했다고.

그런 곽미영의 걱정에 나는 가짜 벽조목을 가볍게 부러 뜨려 던져버린 뒤 대답했다.

“무슨 증거로? 혼자 경거망동 날뛰다가 벼락 맞았다고 그걸 내게 항의하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모르진 않지?”

“……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방금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사술치고는 너무 정순…….”

“글쎄. 저놈의 철없는 행동에 분노한 하늘이 진짜 벼락이라도 떨어뜨렸나 보지.”

이어지는 내 말에 곽미영은 한숨을 내쉬었고 곽준성은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후 흑도와 백도의 대규모 며칠 뒤로 다가왔고 나는 폐관 수련을 핑계랍시고 티오니스로 잠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환골탈태 스텍을 무려 20개에 가까이 받을 수 있었다.

프리아 여신은 환골탈태 스텍을 이토록 대량으로 내어주지 않는다.

그 말인 즉 넬타리드라는 것이다.

넬타리드는 내게 환골탈태 스텍을 넘겨주는 대가가 운명을 거슬렀을 경우라고 명시했었다.

어떤 운명을 거슬렀는가.

복잡한 생각을 하던 나는 곧이어 운명의 흐름 속에서 이질적인 한 인물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천지희.

본래 자성의 곁에 없어야 할 건 그녀가 분명했다.

그런 천지희를 내가 살려버렸고, 자성에게 태생의 진실을 전해준 두 가지가 운명을 비틀어버린 것이다.

뭐.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 후 나는 아카데미 고등부 입학식을 준비하는 일리나와 각국에서 모여든 많은 귀족자제의 명단을 대충 추려낸 뒤 지하공방에서 대규모 작업을 하고 있는 에디손 기술고문, 그리고 그의 손녀인 티아라를 갈아 넣어 대형프로젝트의 막바지에 박차를 가했다.

본인들이 원해서 한 일이라지만 갈려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공돌이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차라리 죽여줘 라며 휘적휘적 걸어가던 티아라의 모습에 아주 조금. 아주 조금 정도…….

애도를 해준 것도 사실이었다.

이후 나는 륀느와 페르세르크를 데리고 다시금 천중원으로 돌아왔다.

며칠 정도의 유예가 있었지만 나는 굳이 남지 않고 곧바로 천중원으로 돌아왔다.

절대보옥도 절대보옥이지만 이실디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제갈환의 정보와 몇 가지 정황으로 진실을 추론해나가던 중 낙하산 겸으로 백도의 대표 중 한 자리를 꿰찬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철없는 후기지수들의 질투가 쏟아지기를 한참.

나는 걸려오는 싸움을 족족 거부하지 않았고.

하나같이 몸 한구석이 오체 불만족하도록 만들어버렸다.

물론, 그것을 눈치챈 이는 아직 없고, 그 과정이 죄다 마법으로 이루어졌기에…….

“운수 대통 행운아라…… 참 별난 별호입니다.”

현재 내게 붙은 별호였다.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그 멍청이들은 모른 듯하지만, 그 자연재해에 가깝던 일들. 전부 당신이 한 짓이라는 것을 저는 잘 압니다.”

제갈환은 긴장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부디 그 힘이 맹을 향하지 않기를 바라지요.”

“네가 선을 넘지 않으면 굳이 건들지 않을 거야.”

“그 선의 기준의 제가 아는 선악과 정사를 구분하는 선은 아니라 생각합니다만.”

“맞아. 철저히 내 기준에 의한 선이다.”

“폭군이군요.”

그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나는 끝끝내 부정하지 않았다.

* * *

이틀이 더 흘렀다.

생각보다 천 중원에 체류한 시간이 많아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파의 무림인들이 나를 운수 대통 행운아. 혹은 비열한 자라며 멸시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것 또한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어차피 선을 넘은 질투심을 보인 놈들은 처음 화산파의 제자가 그러했듯 낙인을 새겨주었으니 말이다.

이후 나는 백도의 무인들과 그들을 인솔하는 제갈환을 포함한 무림맹의 강대한 무인들을 대동한 채 환나라와 유나라의 국경지역이자, 중립지역인 서천에 당도했다.

한 국가도, 한 문파도 아닌 두 국가가 서로의 자존심을 내세우기 위해 개최한 대회인 만큼 화려한 걸 좋아하는 무림의 시대 정서를 생각하면 사실 놀라울 것도 없었다.

“백흑 비무 대회는 벌써 전통 있는 대회라고, 이름을 날리고 싶은 후기지수들은 모두 이곳에 참전하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이름을 알린 선배 기수들도 모두 이곳에 참전한 자들이니까.”

수많은 무인, 후기지수 중에서 이 적은 수의 출전 인원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하는 자는 널리고 널렸다.

공동파의 2대 제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곽준성도 마찬가지였다.

“너도 참가하고 싶니?”

“처음엔 그랬지.”

담담하게 말한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보면서 저게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 깨달았고.”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

천외천.

그는 나를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저깟 명성보다 나는 당신이 닿은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싶다.”

곽미영에게 듣기로 그는 내가 숲에서 이 대도시까지 오는 길에 해준 수련방식을 기억해두고 제 나름대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환나라의 태자 월계우와 환관들을 조심해. 그들의 악명은 이곳 유나라까지 퍼져있으니까.”

“참고하지.”

물론 참고만 할 뿐.

백도에서 참가하는 인원은 총 20명 흑도에서도 같은 숫자의 정예 후기지수들을 모아온다고 하였으니 실상 대규모 신경전이라 봐도 무방했다.

물론, 백도의 후기지수들 사이에선 흑도만이 적의의 대상인 것은 아니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 자리에 올라온 백도의 후기지수들은 갑자기 훌쩍 나타난 것도 모자라 별것도 없어 보이는 기생오라비인 [운수 대통 행운아]라는 별호를 가진 내가 고깝게 보일 리가 없었다.

대놓고 티 내진 않지만 그 누구도 내 곁에 접근하는 이는 없었다.

자연스레 나는 조용히 각지에서 륀느가 수집해주는 정보를 종합해 정리할 시간을 벌었고 느긋하게 페르세르크와 중원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 백도의 출전자들을 인솔하는 것은 제갈환과 도화선녀 곽미영, 그리고 현무대의 이실디, 즉 윤희령과 화산 청성에서 온 대사부 두명이었다.

물론, 청성파와 화산파 둘 다 도가라곤 하지만 일단 도가의 탈을 쓴 무인집단이라 제대로 된 인성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화산파의 대사부는 내가 화산파의 제자를 대번에 떡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내게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당연히 가는 길에도 훈련을 지속하는 두 대사부의 방침에 나는 쏙 빠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더욱 편하게 가게 된 꼴이었다.

후기지수들을 인솔하며 그들을 가르치는 화산파와 청성파의 대사부들은 나의 존재를 조금 껄끄러운 듯 바라보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백도와 흑도가 비무 대회를 펼치는 이 서천에 도착했을 때.

무림맹의 행렬은 앞을 막아서는 기이한 복식의 사내들을 마주했다.

“으음…… 숨이 막히는 기도로구나…… 환나라의 기세가 이토록 고강했단 말인가…….”

숨을 들이 마시며 모두가 침묵한다.

얼굴을 새하얀 천으로 가린 괴인들은 칼 같은 움직임으로 모두의 앞을 막아선 채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흑백 비무 대회엔 어중이떠중이가 참가할 수 없소.”

그의 말에 맹의 군사를 맡고 있는 제갈환이 실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거야 보면 알 일이지요. 환나라에선 이렇게 양국의 중립 비무에서 시작부터 힘자랑을 합니까?”

실질적인 무력은 거의 없는 제갈환이지만 그 배짱 하나만큼은 군사라 불릴 만했다.

며칠간 지켜본 제갈환은 나의 경우가 특수해서 말려든 것 뿐이지 사실상 용의주도하고 치밀하며, 대담한 자였다.

젊은이치고는 대단해. 아주 그냥.

“흑도의 기수들 앞엔 유나라의 인간들이 갔소. 따라서 당신들을 인도하는 건 환나라 출신이 우리가 맡는 법이오.”

“좋습니다. 벌써부터 시험이 시작되었군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차갑고 고압적인 말과 함께 그들이 스르륵 사라지듯 움직이며 모두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숨 막히는 기도를 지닌 환나라의 존재들을 보며 후기지수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이 보기에도 얼굴을 가린 환나라의 존재들은 섬뜩한 느낌을 전해주었으니 말이다.

“데이비, 저 얼굴을 가린 천에 쓰인 문자는 무슨 뜻인 게야?”

내 어깨에 앉아 맑은 공기와 주변을 찍어나가던 페르세르크가 내게 물어온다.

“살(殺). 저런 복장이면…… 살무대인가 그게 환나라로 흘러 들어갔을 줄 몰랐는데.”

천마 독고준의 생존 당시에도 존재했던 국가 비밀 수호대. 살무대. 하나하나가 초절정 급의 무인들이며 그 힘은 실로 경천동지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살무대의 진짜 능력은 개개인 역량이 아니라 섬뜩할 정도로 잘 맞는 합격진에 있다.

“재밌는 놈들이야.”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살무대의 인간 중 하나가 멈칫하여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도에는 유나라의 인물들이.

그리고 이곳 백도에는 반대세력인 환나라의 살무대가 찾아왔다.

살무대 중 한명은 곧이어 무리에서 빠져나와 후기지수들이자 이번 비무 대회의 참가자들을 인솔해온 화산파와 청성파의 대사부, 그리고 현무대 단장인 이실디와 도화선녀 곽미영, 제갈환을 포함한 인솔 겸 호위 인원들을 모두 따로 빼냈다.

“지금부터의 모든 시련은 목숨을 걸었소. 흑도 또한 마찬가지일지니 이에 관해 불만을 갖지 마시오.”

그렇게 말한 그는 불만스러운 듯 꿍얼거리는 화산파 대사부의 투덜거림도 무시한 채 그들을 인솔해나갔다.

“데이비 공자님…… 부디…… 사고 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떠나는 길에 곽미영은 걱정스레 나를 보며 신신당부했다.

[걱정 마세요. 여기서 괜히 난동부려서 일 어렵게 만들 생각 없으니까.]

거 햇병아리들 좀 다독여주고 원하는 물건을 얻는 것만큼 쉬운 게 어디 있겠는가.

숨기는 것도 아니고 전부 준다고 하는데 말이다.

곽미영의 그런 불안함을 뒤로한 채 화산파의 천계단처럼 어마어마한 높이의 계단을 타고 오른 나는 산 중턱에 놓인 바위 공터와 그곳에 꽂힌 수많은 검을 볼 수 있었다.

“본인들이 소지한 무기는 모두 이 상자에 보관하도록, 비무대회가 끝나는 대로 일괄 반납해줄 것이다.”

“무기 없이 어떻게 싸우라는 겁니까.”

한 후기지수가 용감하게 묻자 얼굴을 가린 살무대의 인원이 손을 뻗었다.

“저기 검을 잡아라. 저 검이 앞으로 너희들이 비무 대회에서 사용할 검이며, 하나의 증명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한 살무대 인원이었다.

“검의 질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도록 강도가 뛰어난 현철에 특수연마제를 가해 보통의 검보다 더욱 단단하고 가볍게 만들어졌다. 검의 품질에 관해선 환나라의 폐하의 명으로 엄중한 경계 아래에 만들어졌으니 걱정 말도록.”

흑도는 백도와 사이가 좋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중립 대회에서 꼬장을 부려 승리를 쟁취한다 하여 이득을 볼 게 없다는 뜻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이 흑백 비무 대회는 사실상 하나의 행사나 다름없었으니까.

악림문의 경우는 조금 예외지만.

그런 말에 참관을 위해 찾아온 19명의 소년 소녀들은 자신들의 손에 맞는 검을 찾아 이 검 저 검 잡았다 놓기를 반복했고 이내 자신이 원하는 검을 찾아 쥐었다.

하지만.

“크윽?!”

검은 뽑히지 않았다.

“시험은 시작되었다. 검을 뽑는 것이 첫 시험이며, 이번 시험에서 탈락한 자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 대체 검에 무슨 짓을?!”

“이 지반에 대규모 자철석이 묻혀있다. 특수한 진의 힘으로 그 힘을 집중, 강화하여 검을 붙잡고 있으니 너희들의 역량으로 그것을 뽑아내면 통과한다. 위로 올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그렇게 말하자 소년, 소녀 후기지수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그대로 검을 뽑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챙!

모두가 용을 쓰는 이 시점에 갑작스런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닿았다.

나는 무난한 환도 두 개를 뽑아 든 채 그들을 보며 물었다.

“아, 혹시 검을 두 자루 뽑으면 안 된다. 뭐 그런 건 아니겠지?”

“…….”

나를 보며 살무대는 침묵했다.

“뭐야…… 어떻게 뽑은 거야…….”

운수 대통 행운아. 아무것도 모르고 힘도 없으면서 운만 좋아 올라온 내가 제일 먼저 검을 뽑을 줄은 몰랐다는 듯 후기지수들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어린다.

“벌써 검을 뽑았다고?”

살무대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나를 향해 질문을 던져왔다.

“그냥 뽑으니까 뽑히긴 했는데.”

“…… 통과다. 올라가도록.”

내 말에 후기지수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러니까. 저들은 내가 운이 좋아 자철석의 힘이 약한 곳에 꽂힌 검을 찾아 뽑았다 여긴 모양이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들을 지나친 채 올라가는 나를 보며 후기지수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하지만 그런 애들 질투에 신경 쓸 이유는 없기에 나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검을 검집에 밀어 넣고 올라갈 뿐이었다.

* * *

모두가 데이비라는 이름의 서역인 후예 참가자를 곱게 보지 않았다.

“선배님. 이곳의 자철석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검이 있습니까?”

“그럴 리 없다.”

무슨 사술을 쓴 것일까.

백도의 후기지수들은 결국 3명이 탈락하고 나머지 모두가 통과하여 올라갔다.

흑도는 전원 통과, 백도는 3명이 탈락.

벌써부터 밸런스가 삐걱거린다.

하지만 살무대의 단장에겐 관심 없는 이야기였다.

그저 시험을 주관할 뿐.

“하면 그 청년은 대번에 내공으로 검을 감싸듯 반발력을 만들어내 검을 뽑는 방식을 이해한 겁니까?”

살무대 부하의 말에 단장이 침묵했다.

그런 건 말이 쉽지 실제로 하기 정말로 어렵다. 재능이 출중한 아이들이니 가능했지 보통이라면 어림도 없다는 소리였다.

특히 약관의 나이에.

재능이 뒤처져도 결국은 천재들이다.

놀라울 정도로 재능이 좋은 아이들을 보니 비록 환나라 소속은 아니라지만 무림의 미래가 참 밝구나 싶은 살무대 단장이었다.

하지만 처음 떠나간 데이비라는 청년은 명백히 이상했다.

그걸 눈치챘다고 해도 너무 빠르게, 그것도 한 자루도 아니고 두 자루를 뽑아 떠나갔다.

백도의 후기지수들은 그가 운만 좋은 머저리, 혹은 더러운 놈 정도로 치부하는 듯 하지만…….

“그놈들의 재능은 뛰어나지만…… 눈이 삐었군.”

살무대 단장의 입에서 싸늘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멍청한 놈들.

그는 데이비라는 서역인의 후예라 불리던 운수 대통 행운아가 검을 뽑아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공을 퍼뜨려 손을 지면에 짚어보면 알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당황하며 검을 뽑기 위해 낑낑거릴 때.

그는 이미 검의 상태를 확인했고.

대뜸 소리 없이 검을 뽑아버린 것이다.

섬뜩함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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