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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92화 (591/1,559)

제 592화

거대한 연무장엔 이미 다수의 소년과 소녀들이 도착해있었다.

하나같이 거칠어진 무복이지만 큰 상처를 입은 이는 없었다.

수는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았다.

첫 시험에서 무림맹, 즉 백도 출신의 후기지수 중 3명이 탈락했다.

흑도는 전원통과.

이후 숲을 돌파하는 시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흑도에서 1명이 탈락했고.

동굴을 돌파하며 백도와 흑도에서 각 한 명의 탈락자가 나왔다.

그 외에 나는 내가 데려온 흑도 출신의 소녀와. 그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다 죽었다는 흑도 소년을 계산했고 이내 남은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백도 16명.

흑도 17명.

죽은 이가 없지 않다.

나와 함께 있는 이 작은 소녀와 함께 있던 흑도의 인물이 죽임을 당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죽음이야 예상했던 바였고 그 일로 인해 두 국가가 공동개최하는 비무 대회를 물릴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기도 했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자 나를 향해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용케 여기까지 왔군.‘

“운이 좋은 놈이라는 건 알았지만 돌파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저길 봐. 저자와 함께 온 소저가 보여? 흑도 무림 맹주의 딸. 현화 공주잖아.”

“아…… 그렇구나. 강자에게 빌붙어서 따라온 건가? 자존심도 없는 놈.”

그제야 처음으로 나와 함께 온 소녀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반대로 소녀는 백도 후기지수들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는지 내게 물어왔다.

“당신…… 대체 뭘 어쩌고 다녔길래 저 멍청한 놈들이 저딴 말을 하는 거야?”

“현화 공주?”

내 중얼거림에 그녀가 움찔하더니 이내 시선을 회피하며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였다.

“그…… 그래. 내가 바로 흑도 무림맹의 삼화녀. 현화 공주인 예현화야. 당신의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어.”

현화 공주, 예현화.

그녀는 인상을 대뜸 찌푸린 채 성큼성큼 다가가 백도 출신의 아이를 올려다보았다.

흑도의 삼화녀. 즉 흑도에 존재하는 세 명의 꽃 같은 여인인 그녀다.

당연히 미관상 최상위라 불리는 만큼 그녀의 미색은 뛰어났고, 그런 그녀가 말없이 바라보자 아무리 백도, 흑도 사이라곤 하지만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봐요.”

“왜…… 왜 그러시오. 소저.”

눈앞에 있는 소녀가 적이라는 것도 잊은 소년이 떨떠름하게 묻자 현화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그대로 정강이를 걷어차 버렸다.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쓰러진 소년이 바닥을 뒹굴자 현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뽑아 그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한 번만 더 그딴 개소리를 하면 죽여버릴 테다.”

“끄윽!? 빌어먹을 흑도의 창녀가!”

“그래. 너희 백도 놈들은 참 개 같이 이중적인 새끼들이야.”

그렇게 말하며 소년을 걷어차 날려버린 그녀는 그녀를 노려보는 다른 백도의 소년들을 스윽 훑어본 뒤 내 쪽으로 돌아왔다.

본래라면 자신의 소속이 다치면 분노할 법도 하건만.

바닥에 쓰러진 소년에게 다가가는 이도 없고 이 일로 예현화에게 따지는 이도 없었다.

그녀의 지위가 보통이 아닌 것도 있겠지만 쓰러진 소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도 있었다.

“정숙!!!”

이윽고 함성이 가득한 비무 대회장에 흑색의 복장과 백색의 복장을 한 이들이 스르륵 나타나며 큰소리로 외쳤다.

동시에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백도의 참가인원 열여섯. 흑도의 참가 인원 열일곱. 시험의 난이도를 상당히 높게 책정했음에도 모두 이곳까지 찾아온 것을 축하한다. 너희들은 이제 비무 대회의 참가 자격을 얻었음을 선포한다!”

이윽고 백의를 입은 살무대와 흑의를 입은 흑풍대가 나서서 소년 소녀들이 지닌 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금강자철석이 묻힌 지반에서 뽑아낸 검과.

그 검을 덮는 검집을 모두 확인한 이들은 곧 깃발을 휘둘렀다.

참가 자격인 검을 모두 소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마지막 시험은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기각되었다! 따라서! 참가자 전원은 각 대원이 나눠주는 환단을 먹고 체력과 내공을 회복한 뒤 일각 이후 비무를 개최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놀라운 함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이윽고 기다렸다는 듯 살무대원들이 백도의 아이들에게 다가가 작은 환단을 내밀었다.

“체력과 내공을 회복시켜주는 환단이다. 유나라와 환나라의 공동 제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걱정 말고 복용하도록.”

살무대원의 설명에 백도의 아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건넨 물건은 금창약 같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상처 하나 없이 왔군.”

이윽고 나는 나를 향해 다가온 익숙한 인물을 볼 수 있었다.

천으로 가려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살무대의 단장이라던 사내였다.

“네놈이라면 어쩌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물었다.

“환단을 받아라.”

그렇게 말하며 그가 건넨 환단을 바라본 나는 그가 보는 앞에서 환단을 입에 톡 털어 넣고 씹어 삼켰다.

쓴맛과 함께 몸 안의 장기들이 활성화되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괜찮네.”

내 중얼거림에 살무대는 답하지 않았다.

이후 비무 대회를 총괄 집행하는 사내가 소리쳤다.

“비무 대회가 개최되기 전 이번 대회를 기획하고 준비하신 환나라의 태자이신 월계우 님과 유나라의 공주이신 옥화 공주님이 입장하신다!”

이어지는 외침과 함께 중앙 단상으로 화려한 복장을 한 소년과 소녀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느긋한 얼굴로 올라오는 소년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다.

‘저 아이가 악림문이라는 곳을 지원한다는…….’

악림문은 환나라에서 득세를 하는 조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도 전체를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악림문이 저지른 짓을 모르는 흑도도 많으리라.

월계우라는 속이 잘 비치지 않는 미소를 지닌 소년은 환호성을 지르는 흑도 무림인들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어준 후 대 왕족의 지정석에 올라갔고, 옥화 공주 또한 백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정석에 올랐다.

사이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능글맞은 얼굴로 농을 건네는 월계우.

하지만 옥화 공주는 그저 싸늘하게 그를 무시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훌륭하오, 험난한 시험을 통과한 백도와 흑도의 후기지수들을 보니 무림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드오. 비록 경쟁자이며, 적대관계이지만 두 조직이 합동으로 개최하는 화합의 장인 이번 대회에서 부디 부끄럽지 않은 시합을 보여주시오.”

그렇게 말한 월계우는 어린 소년답지 않은 패기를 보여주며 손을 휘저었다.

둥!! 둥!!!

동시에 거대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줄로 늘어선 환관들이 양손에 선반을 올린 채 빠르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커다란 상자들, 혹은 보검, 혹은 비단 같은 것들이 담긴 소형선반을 가지고 온 환관들은 곧이어 화려하게 장식된 우승상품을 전시하는 장소에 그것을 올려놓았다.

“비록 많은 것은 준비할 수 없었으나 옥화 공주와 나 월계우가 준비한 선물이 마음에 들기를 바랄 뿐이오.”

저 중에 절대보옥이 있다.

나는 절대보옥의 파편을 이용하여 어떤 것이 절대보옥인지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이봐. 뭐 하는 거야?”

나를 쪼르르 따라온 흑도의 삼화녀, 현화 공주라 불리던 예현화가 나를 향해 물어온다.

흑도 주제에 백도의 진형에 있는 내게 자꾸 찾아와대기는.

“네 진영으로 돌아가. 쓸데없이 시선 모으지 말고.”

“정말 거침없기는 흑도에 어울리는 사내로구나.”

“흑도 백도 따질 게 있나?”

“이번 비무가 끝나면 흑도로 오지 않겠어?”

“거절하지.”

“흥.”

내 말에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려버렸다.

묘하게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데이비. 가장 왼쪽.’

이윽고 페르세르크가 먼저 발견했는지 나를 향해 조언했고 나는 환관들이 가져다 놓은 우승상품 중 가장 왼쪽에 놓인 작은 상자를 볼 수 있었다.

절대 보검, 혹은 구하기 힘든 영수의 영단이나 영초.

그 외에 천잠사 같은 희대의 보물들이 가득하다.

백도와 흑도의 아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곳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승자는 모든 것을 취할 권한을 지니고 있지! 하나 1등만 기억하는 것을 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오. 허니. 이번엔 4강에 든 모든 이들에게 저것들을 선택하여 가져갈 권한을 주겠소.”

그렇게 말하며 월계우가 싱긋 웃어 보였다.

“부디. 정정당당한 결투를.”

그 말을 끝으로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비무 대회는 시작되었다.

* * *

대진표대로 나는 첫 시합에 나서게 되었다.

내가 첫 시합이라는 말에 이곳에 따라왔던 도화선녀 곽미영이 불안한 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하품을 쩍쩍하며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첫 번째 시합! 무려 1 시험을 최단기간에 해낸 천재! 백도 출신!! 천열문의 제자! 데이비!!”

“우우우우우우!!!”

흑도의 야유가 쏟아진다. 단순히 내가 백도 출신이라는 점에서 야유가 쏟아지는 것이다.

당연 백도 측에서 환호성을 질러 무마시켜야 하지만 낙하산인 나를 곱게 보는 백도 인간들은 사실 많지 않았다.

“그에 대항하는 대전자!! 흑도 출신!! 칠살파, 연천교!! 본교 제자! 무림 초출임에도 불구하고 혈귀신동이라는 별호를 가진 천재! 유!!명!!”

“우우우우!”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동시에 백도의 야유가 쏟아지지만 이번엔 흑도의 환호성이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시험의 증표이자 이번 시합의 무기로써 사용되는 검을 허리춤에 두 자루 채워둔 채 기다리길 잠시.

나는 연무장으로 올라오는 싸늘한 인상의 소녀를 볼 수 있었다.

흑도의 연천교 출신이라는데 마교라도 되는지 마공 같은 내공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비록 본교는 연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지만, 네놈을 상대로 연검을 꺼내는 일은 없을 거다.”

나를 향해 말하는 그런 그녀의 배짱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자존심이고 뭐고, 나는 관심 없으니.

담담한 내 대답에 그녀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각 진영에 부끄러움 없는 대무를 보여주도록! 살초 또한 허가한다!”

살초를 허가한다?

상대를 죽여도 된다니 이건 말이 지나쳤다.

“하지만 걱정 마라. 치명적인 살초는 살무대원과 흑풍대가 막아줄 터이니.”

즉, 진짜 생사결을 하듯 싸우라는 소리였다.

비무치고는 꽤 과격하기 그지없다.

“대회의 시작에 앞서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오!”

이윽고 월계우의 외침이 들려왔다.

“과거 우리는 두려울 정도로 몸서리쳐지는 대 마인! 천마교의 수장, 천마 독고준의 지배를 벗어나 승리했소!”

그의 외침에 좌중이 침묵했다.

뭐? 몸서리 처지는 대 마인?

“그런 자가 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나는 이번 대회를 개최하였고 난이도를 더욱이 상승시켰소. 부디 많은 경험을 쌓고 성장하여 제2의 천마를 막는 용사가 되어주길 기원하겠소.”

그의 말에 나는 가라앉은 기분으로 은빛의 철검을 바라보았다.

보고 있습니까?

당신이 살아온 이놈의 땅은 당신이 모두를 구했음에도 당신을 마인이라 여깁니다.

“내공이 보잘것없군. 무슨 사술을 부렸는지 모르나 나는 속지 않는다! 선수를 양보하지!”

이어지는 흑도 소녀, 유명의 외침에 나는 굳은 얼굴로 손에 쥔 은빛 검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저조해지는 기분이었다.

“선수 양보…… 좋지.”

담담하게 말한 나는 그대로 툭툭 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빠르게 덤벼들었다.

“흥!!”

이에 내 몸에 빈틈이 가득하다 여긴 그녀가 방어를 위해 검을 드는 그 순간.

툭.

“어?”

나는 발에 걸려 넘어지듯 그대로 주춤거렸고. 흑도 연천교의 제자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그대로 그녀를 덮치듯 날아들었다.

한 진영을 대표하는 후기지수가 설마 바닥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다니!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그녀가 나를 피해내려던 그 순간.

쒜에에에엑!! 서걱!!!!

섬광처럼 날아든 환도가 그녀의 앞섬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말 그대로 넘어지면서 휘두른 검이 그녀의 옷을 자른 것처럼 보였다.

지독하게 운이 좋은 우연!

막상 운수 대통 행운아라 말하던 이들도 이 기가 막힌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조금만 더 가까웠어도 그녀는 죽은 목숨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쿠당탕!!!

동시에.

자신의 앞섬이 잘려나가 당황한 그녀를 깔아뭉개듯 올라탄 나의 나머지 한 손에 쥐어진 검이 그녀의 목에 겨누어졌다.

넘어지면서 몸이 얽히고 생겨난 불상사였다.

“이…… 이익!”

“이겼네.”

담담한 내 중얼거림에 소녀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다.

“우…… 웃기지 마! 이딴 게 무슨!?”

“비무 종료. 백도 출신, 천열문의 제자. 데이비의 승!”

“무……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당황한 그녀가 살무대원을 향해 항의한다.

하지만 살무대원은 싸늘하게 되받아칠 뿐이었다.

“비록 우연이라곤 하나 그의 검은 너의 목에 닿았다. 실전이었다면 너는 벌써 죽은 것이다.”

그 말에 좌중이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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