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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01화 (600/1,559)

제 601화

이 세상엔 재밌는 놈들이 눌러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벌집을 들쑤실 작정이었다.

도화 선녀 곽미영이 수윤을 데리고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자 나는 륀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륀느. 넌 지금부터 방향을 바꿔 한자성을 찾아간다.”

“륀느. 해명을 요구해.”

“가서 그놈의 곁에 있는 천지희라는 아이를 몰래 보호해. 내 예상이 맞으면 심연과 손을 잡은 그놈은 그 아이를 노릴 거다.”

그렇게 말하며 녀석의 등을 떠밀어 보낸다.

이후 남은 것은 윤희령과 나, 그리고 페르세르크였다.

한명은 경계대상.

한명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호위대상이다.

“자. 우린 이제 이 빌어먹을 사태를 일으킨 놈을 찢어발기러 가자고.”

윤희령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아직도 혓바닥에서 가시 복어가 춤을 추는 기분이야. 대체 어떻게 요리를 해야 이런 아픈 맛이 나올 수가 있는 건데?”

“효과는 확실하지?”

심연의 공주의 하드웨어에 비하면 비루한 효과지만.

지금 그녀를 기준으로 두면 엄청난 반등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찾아가게? 그거…… 형체도 없었다면서. 슥슥 사라지는 놈을 무슨 수로 찾아.”

그녀의 말대로였다.

지금 나는 환나라와 유나라 모두에게서 쫓기고 있는 입장을 유지하여 두 국가의 충돌을 막으면서 그 빌어먹을 형체 없는 놈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그놈은 절대보옥의 파편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았는가.

그것을 소유하면 나보다 더 빨리 절대보옥의 진짜를 찾아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 대답은 간단했다.

놈은 지금 그것을 가지고 돌아갈 힘이 없다.

슬리지아가 죽은 이후로 심연은 차원 이동에 굉장한 디메리트를 안고 가기 시작했다.

아마 오는 것도 돌아가는 것도 마음대로 쉽게 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무력 면에서 내가 압도적이라는걸 알고 있을 테니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방비요소는 단 하나.

이실디를 각성시키는 것.

그 짓을 하기 전에 놈을 찾아 조지는 것이 이번 일의 관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옥화 공주가 일을 좀 열심히 해주면 좋겠는데.”

“옥화 공주에게 시킨 게 대체 뭔데?”

“기도.”

내 말에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희들은 지금 너희가 사는 세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도 모르지?”

“무슨 말인지…….”

“계속 궁금해해. 따라와. 가자, 이 녀석들아.”

이윽고 불닭이와 쿠릉이,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그루밍을 하고 있는 백호, 흰둥이를 이끌고 나는 다수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이번 일이 터지고 시간이 꽤 흘렀다.

순식간에 정보가 퍼졌을 테니 환나라의 금의위가 들이닥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대륙 공적 데이비!! 감히 서역인의 후예 따위가 태자마마를 시해하다니 순수히 오라를 받아라!!”

숲을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보이는 수많은 인영.

척 보기에도 수천, 아니 수만은 되어 보이는 이들이 우리 세 사람을 포위하고 있다.

아마 그곳에서 더욱 시간을 끌었다면 결국 찾아냈으리라.

륀느의 인비져빌리티에 흡사한 능력이 있음에도 들키는 이유.

그건 아마 심연의 존재 놈이 빌려준 힘에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 말곤 생각할 게 없으니까.

내 명에 따라 모습을 감추고 있는 삼신수가 으르렁대며 적의를 드러낸다.

당장이라도 자신들을 불러내라는 듯 말이다.

“내가 죽이진 않았는데.”

하지만 나는 느긋하게 그들을 향해 말하며 수룡검희 윤희령의 목을 제압하듯 잡고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여기 인질 보이지? 계속 막으면 이 여자의 목숨은 없어.”

당당하게 인질극을 벌이는 내 모습에 금의위 대영반의 표정이 엄하게 변했다.

“갈!! 네놈의 같잖은 수작에 놀아날 줄 알았더냐! 그 소저가 죽는 건 우리 금의위에게 어떤 제약도 되지 않는다! 영반대!! 대악멸진을 준비하라!!”

대영반의 외침에 고급스러운 갑주를 입은 인물 수십 명이 나타나 검을 겨누고 진법을 짜기 시작했다.

이미 비무 대회장에서 다수의 고수들이 내게 당했다는 것을 아는 이상 방심하는 눈빛은 없었다.

죽여서라도 데려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자 나는 조용히 윤희령에게 말했다.

“쓸데없이 날뛰지 말고 잘 따라와.”

그렇게 말한 나는 미리 준비해둔 방울 가지를 꺼내 가볍게 튕기듯 흔들었다.

딸랑!

그러자 청명한 소리와 함께 주변 공기가 변한다.

수천에 달하는 금의위들이 갑작스런 변화에 우왕좌왕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래. 어디 날뛰어보라지.”

나와라. 이놈들아.

내 말과 함께 하늘에서 벼락이 쏟아지고 하늘이 붉게 타오른다.

“허억?!”

“저…… 저것은?!”

“기회는 줬으나 그걸 걷어찬 건 너희다. 난 지금부터 너희 환나라를 완전히 멸망시켜버릴 것이고, 이번 사태의 범인인 악림문의 교주와 그 뒤에 숨은 놈을 끄집어내 죽여버릴 거다.”

살벌하게 살기를 풍기며 내가 모두가 듣게 사자후로 선언한다.

이제 들을 놈은 다 들었고.

“저…… 저 무례한!”

“감히 일개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반역을!”

“난 환나라 출신도 아니야 새끼들아. 가라 애들아.”

내 말과 함께 바닥이 뒤틀리며 십여 미터의 거대한 백호가 모습을 드러내며 나의 후방을 지키듯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하늘의 구름 사이에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청룡, 쿠릉이가 나타났고 허공에서 타오른 화염이 주작 불닭이를 만들어냈다.

아직 현무는 없지만.

알 놈들은 다 알리라.

“저것은!?”

“사…… 사신수?!”

“어…… 어찌하여 사신수가 저런 무례한 역적을 보호한단 말인가!”

“자! 마음껏 날뛰어라!”

내 말에 청룡 쿠릉이와 주작 불닭이의 얼굴에 맹렬한 전투 의지가 깃들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생각이야 훤했다.

이 사태가 된 이유는 다 니들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분노조절 잘해로 변했던 주작 불닭이는 곧이어 본성인 분노조절 장애의 기질을 보이며 흉포하게 화염을 이끌어냈다.

뒤이어 흉포한 신수인 청룡 쿠릉이가 뇌운을 동반하며 금의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대…… 대영반! 아무리 그래도 신수님들은…….”

“이…… 이익! 사술이다! 저 사특한 자를 현명한 사신수가 따를 리 없다! 명심해라! 저자는 감히 환나라 천자의 아들이신 월계우 태자마마를 시해한 극악무도한 마인이다! 금의위의 위세에 먹칠을 할 셈이더냐!!”

검을 뽑아 든 대영반이 화경 급의 기세를 뿜어내며 강대한 기세를 뿜어내자 세 마리의 신수들도 그에 질세라 더욱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끼이이이이익!!!

이후 참지 못한 불닭이가 선빵을 치는 것을 시작으로 금의위와 세 마리 신수의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페르세르크. 가자.”

이후 나는 곧바로 워프 마법을 발현하며 세 마리 신수, 쿠릉이와 불닭이, 그리고 흰둥이에게 말했다.

“어지간해선 죽이지 마라. 적당히 죽이는 건 허락하지만 몰살은 기각한다.”

내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흉포하게 날뛰며 금의위들을 몰아치는 그 모습에 윤희령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주술력이 충만한 이 땅에서 신수들의 힘은 티오니스에서와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힘을 드러낸다.

게다가 이곳에는…….

“황룡도 있을 테니까.”

신수의 왕.

그 존재의 여부는 크다.

“저…… 저자가?!”

내 몸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져 나오자 대영반이 소리 질렀다.

하지만 피식 웃는 내 마법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

“그렇게 시간 끌어도 되나? 환나라를 멸망시킬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황궁을 박살 내버리는 건데 말이야. 환나라 다음은 유나라다. 어느 쪽이건 내가 부순다는 건 변함없어.”

신수를 부리는 자.

수많은 고수들을 상대로 상처하나 없는 자.

그쯤 되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저지를 거라는 걸 알았는지 대영반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아마 어떻게든 황궁에 이 소식을 전하려 할 것이다.

이후 강렬한 빛과 함께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의 시야기 일변했다.

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대규모 난전이 벌어진 싸움터의 창공.

까마득한 상공이었다.

“끼…… 끼야아아아악!!?”

플라이 마법의 존재를 모르는 윤희령은 기겁하며 온몸을 비틀어댔다.

반대로 나는 절대보옥의 파편을 꺼내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 건가?”

절대보옥과 그 파편들은 서로 연결되어 서로와 공명한다. 하나를 가지고 있으면 나머지를 찾을 수 있고 그 보유량이 많을수록 더욱 쉽게 찾아낸다.

아직은 양이 적어 크게 찾아내긴 힘들지만.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놈의 방향을 특정할 수 있었다.

“찾았다 새끼.”

내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림과 동시에.

나는 버둥거리는 윤희령을 둘러매듯 어깨에 두른 뒤 마나를 발현했다.

그리고.

허공에서 다시 한번 공간이동마법인 텔레포트가 발현되었다.

* * *

심연의 존재.

형체를 잃어버린 괴물 오에돈은 현재 기이한 슬라임과 비슷한 형체에 수십 가닥의 촉수를 흐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놈의 촉수 끝에는 하나의 검은 스톤이 감겨 있었다.

말없이 침묵하던 그는 천천히 섬뜩하고 속삭이는 듯 중얼거렸다.

“모든 것은 완벽하다. 놈은 절대 모두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데이비 올 라운.

심연의 최대 적.

그 존재라면 반드시 자신을 찾아온다.

아직 절대보옥을 가지고 돌아갈 힘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찾아왔을 때.

그때 마지막 함정을 발현하리라.

검은 스톤은 그것을 위해 같은 심연의 존재인 심연의 공주, 울드에게서 받아온 것이었다.

스르륵…….

마치 미끄러지듯 검게 변질되어 버린 숲을 지난 그는 저 멀리서 느껴지는 다수의 기척에 촉수들을 마치 침처럼 바짝 세웠다.

그리고는 의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가라. 너희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곳을 파멸시키고 혼란에 물들여라.’

악림문 교주.

그리고 동부 해안에 위치한 해적들.

이외에 녹림도 까지.

모두가 이 땅을 흔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에돈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대응책을 모두 준비해둔 것이다.

엇! 하는 사이에 휩쓸려버리게.

피잉.

그때였다.

오에돈의 촉수 하나의 끝이 움찔하더니 이내 검은 형체 위로 붉은 눈동자가 돋아났다.

“왔구나.”

오에돈의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속삭이듯 반복되는 그 목소리에 청년은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래. 숨는다고 숨은 게 고작 이거냐?”

“나의 힘으로 은폐를 하였건만…….”

“뭐. 심연의 졸개 같은 놈이 펼친 엉성한 결계? 아, 미안하다. 그거 결계인 줄도 모르고 지나가다 보니 부서졌더라.”

명백한 도발이었다.

오에돈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증오심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그의 곁에는 그가 찾아 헤매는 여왕이자 어머니인 심연의 심장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멍청하게 기억과 힘을 잃어버린 심연의 공주가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오에돈은 손에 쥔 검은 스톤을 튕겼다.

“오만한 것도 그것으로 끝이다. 이놈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한번 보자.”

그 말과 함께 검은 스톤이 어마어마한 힘을 내뿜으며 거대한 존재를 공간 저 너머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검게 변질된 비늘.

네 개의 두껍고 튼튼한 다리.

붉게 변색되어버린 파충류의 눈동자.

육지룡의 형태를 지닌 거대한 괴물.

다름 아닌 울드의 손에 잠식되어버린 또 다른 환수왕.

샨드라 미네아였다.

“울드가 잠식하고 있던 강한 존재다. 네놈이 강하다곤 하나 이놈을 순식간에 이겨낼 힘은 없을 터.

놈이 이 샨드라 미네아라는 환수와 잠시만이라도 시간을 끌어주면 된다.

그것으로 이실디의 각성에 시간을 벌고 자신은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데이비의 말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본체? 어디 숨어있나 했더니 봉인해서 잠식했구나. 잘 됐다.”

마치 이 상황이 잘되었다는 듯 손뼉을 치는 데이비의 곁으로 두 자루의 붉고 푸른 검이 떠오른다.

그리고 두 자루의 검이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더니 이내 반응하기도 전에 오에돈의 촉수들을 일부 잘라내 버렸다.

“커억?! 움직여라! 샨드라 미네아! 놈을 집어삼켜라!”

오에돈의 외침에 잠식된 환수왕 샨드라 미네아는 강대한 힘을 끌어내며 데이비를 향해 입을 쩍 벌렸다.

“전에는 분신체였지? 이번엔 본체고. 미안한데 널 줘 패는건 내가 아니야.”

그렇게 말한 데이비의 몸에서 기이한 힘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환골탈태할 때 첨가했던 회랑 영웅.

환수 소환사 셰인 스크리프트의 유전자가 힘을 발현한다.

그리고.

그의 의지에 따라.

공간이 뒤틀리고 깨어져 나가며 신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의 존재를 깨워냈다.

환수왕 메가로드리아.

“가라 메가로드리아. 네 친구다.”

그 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검은빛의 폭풍 용왕이 검은 섬광이 되어 샨드라 미네아를 낚아채 날아올랐다.

갑작스레 나타난 동급의 존재에 놀란 샨드라 미네아가 경악하며 발악하려 하지만 이성을 잃은 샨드라 미네아와 이성을 가지고 있는 폭풍 용왕 메가로드리아의 힘 차이는 거대할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샨드라 미네아는 땅에 있을 때 제힘을 극한으로 발휘하거든. 넌 실수한 거야 새끼야.”

내게 더욱 스펙 상향의 기회를 제공했으니까.

순식간에 샨드라 미네아가 메가로드리아에 의해 끌려 올라가자 자리가 비어버린 오에돈이 급히 형체를 바꾼다.

4족 보행의 거대한 형태를 지닌 오에돈이 급히 촉수들을 뻗어 데이비를 노리지만.

서걱!!

어느덧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데이비의 붉은 검이 놈의 형체를 절반으로 정확하게 갈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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