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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08화 (607/1,559)

제 608화

주둔지의 병사 수는 언 듯 보고 잰 것과는 다르게 상위 무인이 수천. 기병대와 병사의 합이 그 수십 배에 달하는 수로 도저히 한 명을 잡기 위해 파견되었다곤 믿을 수 없는 숫자였다.

물론, 두 국가의 진짜 전력에 비하면 적은 숫자인 것은 맞지만 그 고작 한 명을 노린 것으로 치면 굉장히 이례적인 숫자이기도 하다.

일국을 전복시킬 수도 있을 정도로 많은 군세인 그들이지만, 현재 주둔지는 때아닌 습격으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크아아아아앙!!!

푸른 비늘을 지닌 청룡 쿠릉이가 흉포한 포효를 터뜨리며 날아오른다.

거대한 주둔지를 완전히 포위하는 건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를 검은 안개들이었다.

물론, 안개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둔지를 포위하듯 나타나 서서히 커져 곧 주둔지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했지만 안개 자체에 독성이나 위험한 물질이 첨가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야가 차단된 검은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죽음의 손길은 치명적이었다.

쿠웅!!

“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으아아아악!!”

두 발로 뛰는 랩터류의 소형 공룡 형상을 지닌 괴물, 혹은 거대한 거미, 전신에 촉수가 돋아난 살덩이, 날카로운 이빨이 원처럼 촘촘하게 박힌 팔뚝만 한 지렁이들까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모습을 지닌 괴물들의 갑작스런 습격은 일대를 지옥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물론 내가 대기 시켜둔 사신수 녀석들이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청룡 쿠릉이는 날아올라 검은 안개 전역에 뇌광을 내리꽂았고 주작 불닭이는 생명의 불꽃을 피워올려 심연에서 기어 올라온 수많은 괴물들에게서 인간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백호는 흉포하게 날뛰며 지면을 바꿔 공격 루트를 단순화시켰으며.

현무, 기우제는.

“하…….”

거대한 포효에 담긴 어그로를 이용해 수많은 괴물들의 공격을 받으며, 정체 모를 느낌을 주는 포효를 터뜨린다.

그런 사신수의 강대한 힘이 쏟아져 내리지만 검은 안개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갑작스런 기습에 당한 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제대로 된 전술조차 행하지 못했고 사방에 피를 뿌렸다.

당장은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연합군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검은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촉수들이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네 마리의 신수를 향해 달려들어 그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실질적인 위험인 강자들과 신수 위주로 제압하겠다는 전술.

머리가 나쁜 놈이 내릴 수 있는 전략이 아니었다.

“끄아아아악!!”

“벌레 강시가 붙었어!! 때줘!!”

이 이기적인 규칙을 지닌 놈들은 단순한 금속 병장기에 저항하고, 내공에 저항해내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그중 가장 심각한 건 시야였다.

검은 안개로 인해 잘 보이지도 않다 보니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 알 수 없어 난전이 펼쳐진다.

아군의 손에 살해당하는 건 부지기수고, 피아를 구분하려다 처참하게 죽어 나가는 병사도 다수였다.

적들은 이쪽을 보고 공격하는데. 이쪽에선 적들을 구분하고 싸울 수가 없다.

그나마 내가 사용한 사령안 마법을 받은 두 장군은 내부를 훤히 바라볼 수 있었지만, 내공의 성취가 낮은 일반 병사나 기병들에게 이런 편리한 능력을 기대할 순 없었다.

“어…… 어찌해야 하오!!”

다급하게 소리치는 구환의 모습에 그 모습에 나는 조용히 침묵했다.

“이미 난전이 된 이상 광역공격은 불가능하고…….”

직접 들어가서 저놈들을 하나하나 찢어발겨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것조차 쉽지 않다.

뻔히 내 발을 붙잡고 시간을 벌겠다는 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멀지 않은 곳에서 이들이 느끼지 못하는 심연 특유의 구역질 나는 힘이 증폭되고 있다.

일의 중요성을 본다면 지금 이곳보다 그쪽이 한 수 위라고 느낄 정도.

무슨 의식을 치르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에 내 예상이 맞다면…….

저놈들이 무언가를 불러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연의 공주는 이실디가 있으니 패스한다 해도, 뱀파이어와의 전쟁에서 봤던 그 거대한 심연의 덩어리 같은 놈들도 상당히 위협적이다.

‘데이비. 해상국가에서 그대가 사용했던 초광역 버프 마법으로 해결하면 안되는 게야?’

‘그 정도 버프론 안돼. 내공을 다룰 줄 아는 놈들이면 처리가 가능하지만 일반 병사들은 그 정도 버프를 받아도 계속해서 살해당할 거다. 게다가 지속시간도 짧아.’

하나하나 버프를 거는 것으론 요구치에 가까운 강화를 시켜줄 수도 없다.

내 말에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페르세르크가 파랗게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있는데?’

그녀의 질문에 나는 말 없이 하늘을 유영하는 심연의 괴물 하나에게 손을 뻗어 힐링 마법을 부여했다.

파칭!!

내 예상대로 버프 마법은 괴물의 몸에서 그대로 튕겨 나온다.

“역시나.”

다른 놈도 아니고 적이 심연에서 기어 나온 놈들이라면.

내가 연구한 그 촉수 덩어리와 같은 체질이라면.

딱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이 존재한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두 연합군의 장군들을 향해 말했다.

“구환 장군은 병사를 통솔하고…… 당신은 빨리 환나라 황실로 가.”

내 말에 두 장군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 무슨?!”

그 말에 두 장군의 시선이 나를 향해 꽂힌다.

“저게 보이지 않으시오?! 신수들조차 힘겨워하는 적을 상대로 어떻게!”

“일단 퇴각명령을 내리겠소! 지금 폐하를 뵈러 갈 여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아니, 예정에 변화는 없을 거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앞뒤가 안 보이는 검은 안개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퇴각한다?

어림도 없는 소리.

“이놈!! 지금 내 부하들더러 전부 죽으란 소리더냐!!”

“모조리 살리는 이상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살려낼 테니 걱정 마라.”

그들의 외침에 나는 아공간에서 청단이를 꺼내 검집에서 빼낸 뒤 허공에 띄워 올렸다.

“이기어검!”

“아니! 심검이로구나!!”

“말도 안 돼!”

아직도 놀랄 게 남았는지 내가 두 자루의 검을 띄우는 걸 보고 놀라는 장군들이었다.

대규모 전쟁에서 이쪽을 압도적인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강대한 광역마법? 놀라운 육체능력?

가장 좋은 건 당연히 각자의 생존율을 높여줄 버프 마법이다.

일반 버프 마법으론 연합군이 저 괴물들과 동등하게 싸울 스펙으로 만들기 어렵다.

상향치와 범위, 지속시간 모두를 계산해야 하니 말이다.

심지어 닉스를 처리하기 위해 들렸었던 해상국가에서 내가 사용했던 광역 버프 마법 10위계 초월 마법인 성전선포 마법의 효능으로도 그 조건을 모두 만족하긴 어려웠다.

그렇기에 어쭙잖은 다른 능력을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광범위 버프라는 단어에만 한정된 마법이 필요하다.

문제는 말 그대로 광범위 버프이기에 피아 구분 따윈 없다는 것.

그렇다면 결국 아무런 쓸모없는 계획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실상 그게 아니다.

잊지 마라.

너희들이 나를 파악했듯.

나 또한 너희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

심연의 존재들은 이 세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저항한다.

검에 찔리면 죽는다라는 것도 그냥 찔려야 죽는 게 아니고 그들의 저항력을 무시할 정도로 강하게 찔러야 죽는다는 조건이 붙는 것이다.

금기의 업보는 그것을 개무시하는 힘이기에 기본 저항력이 압도적으로 남다른 심연의 공주에게 치명적인 것이고.

놈들이 가진 힘은 일종의 방어능력이라 봐도 무방했다.

방어력이 10인 적을 놈들에게 제대로 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10 이상의 영향력을 때려 박아야 한다.

그것이 공격이든, 이로운 무언가가 되었든.

확실히 사기적인 체질이다. 하지만 이 체질에는 한 가지 큰 약점도 존재한다.

바로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저항한다는 점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자 하는 마법은 놈들의 저항을 가볍게 뚫고 버프를 가해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마법이다.

하지만. 영향력이 1000이 넘는 어마어마한 마법이라도 마법의 적용방식을 천 번으로 쪼개어 부여하면?

한번에 1000을 모두 부여하는 게 아니라. 신의 은총을 빌려 각성상태를 만든 뒤 1000을 1로 쪼개어 천 번을 부여하면?

실질적으로 10의 방어력을 지닌 놈에게 들어가는 영향력은 1에 불과해진다.

즉. 버프가 놈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강대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입맛대로 편리한 점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강대한 마법 중엔 피아 구분이 안 되는 마법들이 많지만.

작정하고 쪼개어 부여한 버프 마법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마법임에도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최상위 버프 마법으로 탈바꿈한다.

‘말도 안 돼. 데이비, 그대가 대단한 건 본녀도 알지만, 상위 마법을 그렇게 입맛대로 조절하다간 그대에게 큰 반동이…… 설마…….’

‘그걸 내가 왜 하나? 나 대신 아픈 거 가져가 줄 존재가 있는데.’

무려 여신 표 실드다, 이 말이야.

나는 내 등에 있는 거대한 성흔을 통해 그녀의 힘을 빌릴 생각이었다.

비록 신성력은 주신 프리아 여신의 힘을 흉내 낸 힘에 불과하지만.

성흔을 가진 내 신성력을 일반적인 신성력과는 아주 미약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윽고 나는 준비작업을 개시했다.

허공에서 유영하는 홍단이와 청단이 이외에도 신궁 브류나크를 꺼내든 내가 빈 활시위를 당겼다.

일단 검은 안개로 보이지 않는 시야부터 밝히자.

츠츠츠츠츳!!!

동시에 황금빛 화살이 거대한 빛의 실타래를 만들어내며 흘러넘친다.

[신궁술]

[신성 마법 병합]

[신광의 화살]

쩌엉!!!!

마치 거대한 대포를 쏘기라도 하듯 내 육신이 쭈욱 밀려 나갔고, 엄청난 반동을 만들어낸 화살이 전쟁터의 한복판 상공으로 날아들었다.

그 경로에 있던 심연의 존재들이 거침없이 찢겨져 나가는 건 덤이었다.

파앙!!

동시에 일반 빛과는 다른 특이한 빛이 퍼져나가며 검은 안개 곳곳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빛의 입자들이 곧이어 안개 속을 환하게 밝히기 시작한다.

효과는 크지 않았다.

안개의 색이 빛을 흡수하는 검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 또한 아니었다.

강대한 빛이 일대 전역에 터지며 굉장한 시야적 이점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저놈들, 실제로 까뒤집어 보면 별거 없다.”

나는 암시를 걸듯 스스로 중얼거렸다.

심연의 공주도 아니고 일반 심연의 괴물들이다.

그것도 강대한 개체는 전혀 보이지 않으니.

이놈들은 내 발을 묶기 위한 요소일 뿐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아 신창 롱기누스에 신성력을 서서히 불어넣었다.

[만물을 굽어살피는 존귀한 존재이시여.]

동시에 내 등에서 차가우면서도 화끈한 감촉이 들기 시작했다.

성흔이 반응하는 것이다.

[당신의 어린양들이 고통에 울고 있사오니. 등불을 밝힐 목자의 빛으론 그들을 모두 인도할 수 있도록 굽어살피시기를.]

짧게 숨을 고른 내가 천천히 눈을 뜬다.

[하잘것없는 어린양을 인도하시어, 당신의 자애를 하사하시옵고…….]

기도를 하던 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기도문이 너무 길다.”

[생략합시다, 은총 주세요. 현기증 나니까.]

신을 모시는 신관들이 봤다면 피거품을 물었을 불경한 언사!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프리아 여신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닌 거래자로서 관심을 받는 것뿐이다.

이번 일도 심연이 난장판을 치는 게 아니라면 주신 프리아 여신이 날 도와줄 리 만무할 만큼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우우우우웅!!!!

성흔이 강렬하게 반응하며 전신에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청단이의 검에 지금껏 모아온 신성력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지금 내가 가진 신성력으론 단 한 번 사용하고 나면 탈진할 수준으로 빠져나간다.

그렇기에 나는 과감하게 청단이에게 모아두었던 적금도 깨버렸다.

그래도 양이 모자라다. 애매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강행했다.

내겐 남들이 없는 특유의 힘이 하나 존재하니 말이다.

언 듯 보면 특질능력자와 흡사하지만,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힘.

바로 칭호였다.

[칭호 성자를 착용한다.]

삐릭.

눈앞에 상태 창이 잠시 번쩍인다.

몸 안에 남은 심연의 힘의 잔재를 프리아 여신의 힘으로 묶어두고 있는 탓에 남의 내면을 들여다볼 순 없어도 나의 상태창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성자]

1차 해금 능력 - 신성 마법의 성장 속도를 증폭시키고, 신성력 소모 효율을 급증시킨다.

2차 해금 능력 - 강신 사용 가능

강신이 아니라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신성력의 효율이 증폭되는 칭호의 효과가 빛을 보기 시작한다.

아슬아슬하던 양이 안정권에 들어서는 것도 한순간이다.

“니들이 죽던지, 내가 탈진하던지.”

투웅!!

그 말과 동시에 내 몸을 기준으로 수십 수백 미터에 달하는 새하얀 마법진이 확대되며 회전하기 시작한다.

쓰읍…….

그리고는 숨을 짧게 들이켠 뒤 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전장 전체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목소리를 터뜨렸다.

음성 증폭 마법과 소림의 무공인 사자후를 중첩시키자 함성으로 요란스럽던 거대한 주둔지와 안개 전체에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들어라!!!”

나의 외침에 난전 속에서 모든 존재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일부는 나의 얼굴을 알아보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나머지 일부는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계를 어지럽히는 더러운 무리가 이 땅을 넘보고 침범하고 있다!”

격하게 외친 내 전신 주변으로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운형 마법진들이 삼차원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희들의 뒤에 있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왔다.”

짧게 일축한 내가 거대한 신성력 덩어리를 터뜨려 일대 영역 전체에 수십, 수백 차례 가한다.

“너희들의 힘은 내가 밀어줄 것이오, 너희들의 육신은 내가 강철로 바꿀지니, 쫄지말고 놈들을 말살하라.”

[10위계 초월 성마법]

[은총의 광휘]

내가 가진 어떤 버프 마법보다도 가장 강대한 버프 마법.

그런 버프 마법이. 주신 프리아 여신의 의도 아래에 수천 수만 갈래로 쪼개져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신의 은총은 어떤 면에서 보면 기적과 흡사하다.

그리고 그 기적은 일반적인 상식을 가볍게 웃도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하는 것은 마법의 발현.

은총의 광휘는 내가 가진 신성 마법 중 가장 압도적인 버프특화 마법이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대신 범위와 증폭량이 가장 뛰어나다.

말 그대로 빠꾸 없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마법이 은총의 광휘였다.

그런 하이리스크도 심연 놈들이 가진 고유의 특징으로 인해 사라진다.

“지금부터 전군에게 신을 모시는 첫 번째 종의 이름으로 죽음을 허락하지 않겠다.”

뭐, 첫 번째 종이 성자라는 말은 거짓말은 아니니까.

싸늘하게 일갈한 내가 손을 가볍게 튕겼다.

“살아 돌아가서 가족들 봐야지, 안 그래? 억울하게 타지에서 죽고 싶은 놈은 없을 거라 믿는다.”

이윽고 연합군 병사의 몸에 스며든 버프 마법이 효과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처…… 청다니 어지러워!]

대량의 힘을 빼앗겼음에도 이전처럼 탈진하진 않았는지 청단이의 불평 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나중에 아빠가 호 해주마.’

[야, 약속!!]

청단이의 외침에 나는 픽 미소를 짓고는 홍단이를 뽑아 들었다.

은총의 광휘를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뜨린 탓에 신성력이 바닥을 칠만큼 고갈되어버렸다.

처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청단이는 대량의 힘을 소모했으니 이제는 홍단이의 힘을 빌릴 차례였다.

“뭣들 하나, 안 싸워?”

내가 홍단이를 뽑아 들고 마나를 발현하자 새하얀 날개 같은 형상이 내 등 뒤로 돋아났다.

수십,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날개는 마치 환상처럼 흩날리며 나를 더욱 강조한다.

크, 무대연출 좋고!

이쯤 되면 복잡한 설명도 필요 없다. 선계의 존재라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미 선녀라는 존재를 그들의 앞에 보여주었으니까.

나를 마치 신성한 무언가처럼 바라보는 병사들을 향해 날아오른 내가 소리쳤다.

“전군!!! 복수의 시간이다!”

나의 외침에.

“와아아아아아아아!!!”

“선계의 존재가 함께하신다!!”

연합군 병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광신도가 또 늘어나는 기분인데…….”

멀리서 페르세르크가 나를 흘겨보며 중얼거리는 게 들렸지만 나는 뻔뻔한 표정으로 홍단이를 높게 들어 올렸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쓴 유서는 돌아가서 찢어야 할 거다!”

남겨두면 그것만큼 쪽팔릴 수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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