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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09화 (608/1,559)

제 609화

177. 물결 속에 던져진 거대한 바위 같은 놈

일개 병사가 수백 킬로나 되는 덩치를 들어 던진다.

방금 전까지 아무리 찔러도 상처가 나지 않던 육신이었지만.

갑자기 증폭된 힘으로 찍어누르자 놈들의 살점이 찢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몸이 깃털 같다!”

탄성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지르며 좀 전까지 밀리던 병사들의 기세가 돌변한다.

나의 외침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전황이 압도적 불리함에서 비등비등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장 가세하겠소!”

검을 뽑아 들고 당장이라도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려던 두 장군을 붙잡은 내가 입을 열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과욕을 부리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지.”

“폐하께 전령을 바로 보내겠소.”

삐이이이익!!!

그 말과 함께 주작 불닭이를 불러들인 나는 두 사람을 태워 전장의 한복판으로 날려 보냈다.

동시에 페르세르크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번거롭다 여겼는지 날개옷의 하늘거리는 부분을 풀어냈다.

“이런 눈에 띄는 분장은 역시 내키지 않는 게야.”

“기절한 선녀들 깨면 좀 잘 이야기해줘.”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어떤 말로도 설득이 안 될 것 같은데.”

“협박과 사기를 조금만 병행하면 알아서 이해하겠지.”

담담하게 말한 나는 천천히 마나 순환을 이뤄주는 기본 마법인 메디테이션을 활성화했다.

하지만 티오니스에 비하면 확실히 더딘 움직임이다.

“음…… 확실히 더디네.”

중원에도 내공이 많다곤 하지만 역시 티오니스처럼 말도 안 되는 마나 밀도에 비하면 덧없는 수준이다.

마나가 풍부한 곳은 기본적으로 마나 순환이 잘되는 만큼 마법의 발현속도나 효율에 관해선 남다른 차이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곳에선 불가능하다.

즉, 완전히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할 순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 그때였다.

“끄아아아악!!”

전장의 분위기가 일변하기 시작했다.

“고…… 공격이 먹히질 않아!!”

이곳의 인간들은 마나를 대신해서 내공을 검에 두른다.

그리고 그렇게 일어난 검기는 기본적인 검보다 더욱 날카롭거나 쉽게 베지 못하는 걸 베게 해준다.

하지만.

신성력이 없는 이 땅에서 특수 망령 형 괴물이 나타난다면?

망령은 사령 마법과 마기의 병합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라 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가장 놀란 것은 페르세르크였다.

그녀가 전 마왕이었기에? 마족이기에?

그런 건 아니었다.

“밴시도 엄연한 마족의 일종이거늘!”

그녀의 경악은 그것이었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무언가로 표현이 불가능한 거대한 신의 사념 덩어리에서 빚어 난 존재.

그것이 심연의 괴물들이다.

그런 심연의 존재이기에. 밴시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아니, 심연은 결국 티오니스의 이면이야. 밴시같은 게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하지만…….”

“그리고, 저건 밴시와 비슷하지만 조금 많이 다른데?”

밴시와 비슷하지만, 놈들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중요한 건 지금 그대의 버프 마법만으로 저놈들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게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페르세르크.”

“본녀를 보내주어. 본녀가 가서 저 망령들을 직접…….”

“그럴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한 나는 기괴한 밴시의 공격에 도망치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다니…… 그대. 지금 신성 마법도 사용할 수 없잖아. 그러니 본녀가…….”

“넌 지금 제일 중요한 보호 대상이야. 보호 대상에게 싸우라고 시키는 놈이 어딨냐.”

“그래도…….”

“요컨대 공격만 박히면 되는거 아니야?”

아예 타격을 못 주는 상황에서 타격을 줄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가능한 방법은 두 가지. 홀리 웨펀 마법을 인챈트하거나.

성수를 무기에 뿌리는 것.

하지만 신성력이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고갈되어버린 현재의 나는 더 이상 신성 마법을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성수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망령의 특성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할지라도 그 기본적인 흐름 자체는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내 판단이었다.

동전의 뒷면이라도.

결국은 같은 세계의 이면이라 생각하면 이상할 것은 없다.

“설마…… 그대 또 강신하려고…….”

성자 칭호의 2차 해금 능력.

주신 프리아 여신을 강신한다.

한번 하고 나서 나도 식겁한 경험이 있기에 나도 그런 선택을 내리진 않았다.

“강신도 하지 않을 거고, 신성 마법도 쓸 여유가 안 돼.”

그런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이해 못 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에게 나는 잠자코 보라며 대답해주었다.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여유분으로 만들어두었던 정령석을 꺼내 부서뜨렸다.

“물라임.”

내 부름에 다시 한번 허공에서 거대한 물줄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령석까지 써서 소환했으니 네가 크게 일을 해줘야겠다.”

내 말에 허공에서 나타난 물로 이루어진 여성이 천천히 내려와 내게 말했다.

[어떤 걸 바라는 거죠? 지금 정령계가 혼란…….]

“기상 동화해서 비 내릴 수 있지?”

[흑운이 가득하군요. 어렵지는 않아요.]

현무의 힘을 빌려도 좋지만 그래서야 본말전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인간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거든. 심연 놈들이 내 버프 마법이 가져다주는 시너지를 예측한 모양이더라.”

귀여운 x놈들.

전장의 분위기 자체는 동등하지만 뒤틀린 망령들이 날뛸수록 이쪽이 다시 불리해진다.

그러니.

그깟 어쭙잖은 장난질은 여기서 끝을 내리라.

[…… 망령이군요. 하지만 계약자. 당신은 신성 마법을 모두 사용…….]

“비나 내려.”

그렇게 말한 내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엘라임의 몸을 부서질 듯 끌어안았다.

[무…… 무슨 짓을?!]

기겁하는 엘라임의 뒤로 나는 추가적으로 정령을 발현한다.

“방화광. 그다음은 네 차례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까짓 걸로 내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마라.

내 의도를 눈치챈 것일까.

당황한 듯 버둥거리던 엘라임의 형체가 곧이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물줄기들이 하늘로 여러 갈래 솟구쳐 올라가더니 이내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성수를 만들 때 신의 흔적을 담은 거대한 통에 깨끗한 물을 받아 며칠 동안 숙성시키곤 한다.

그러니.

신의 힘 그 자체나 다름없는 성흔을 가진 나는.

최고의 신물이나 다름없다.

정령과 동화한 엘라임의 힘이 일대 기상과 연동되며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툭…… 투두두둑…… 투두두두둑!!

받아라. 즉석으로 만든 성수의 비다.

쏴아아아아아아아!!!!

폭우처럼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촤아아악!!

“어어?!”

“고…… 공격이 먹힌다!”

성수의 비에 무기가 닿기 시작하자 병사들의 무기가 망령들의 몸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기가 막히는군요. 설마 이런 식으로 대규모 성수를 만들어낼 줄은…….]

이런 방식이면 신성력을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으니까.

정령왕, 그리고 성흔을 가진 존재.

두 가지 요소가 만난 결과였다.

이윽고 엘라임의 형체가 완전히 흩어지듯 자연과 동화하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흐음…….”

“오해하지 마. 페르.”

“하지 않았어.”

“오해한 거 같은데?”

내 말에 페르세르크는 샐쭉한 표정으로 물었다.

“좋았어, 데이비?”

“아니.”

당당하게 답하자 그녀가 픽 웃어 보였다.

이런 거로 질투할 성격이었다면 애초에 내게 에이리아를 받아들이란 말을 하지도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표정은 뭔가 불만이 약간 섞인 듯 보였다.

알게 모르게 질투심이 일었던 모양이었다.

“이놈들 싸그리 정리하고 며칠 정도 밤새자.”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에나벨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천천히 직각으로 꺾으며 그녀를 바라보자 메라몽도 질세라 똑같이 따라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뭘 보는 게야!”

당황한 그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위태롭던 전황이 다시 유지되기 시작하자 나는 엘라임 다음으로 소환한 방화광, 이프리트를 향해 말했다.

“방화광. 레바테인.”

내 말에 거대한 불길로 만들어진 불의 거인이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을 뽑아 든다.

복잡한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의 의지가 나의 의지이니까.

[불타올라라. 벌레 같은 놈들.]

이윽고 녀석의 손에 쥐어진 특수한 신병인 레바테인이 어마어마한 화염을 만들어냈고, 녀석은 검을 정확히 그어 전장의 하늘을 향해 화염의 파도를 쏟아냈다.

콰아아아아앙!!!

공간 전체를 불태우며 날아드는 어마어마한 화력이 범위 내의 모든 것을 증발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던 허공 속에서 거대한 살점으로 이루어진 끔찍한 형태의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좀 전부터 심연의 존재들이 묘한 의식을 치르면서 힘을 발산하는 지역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힘이 느껴진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모종의 방법으로 모습을 숨겼다.

그래서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는 불의 신검 레바테인으로 태운 것이 제대로 효과를 보았다.

어마어마한 불꽃에 타오르기 시작한 거대한 살점 덩어리는 그 크기가 무려 200여 미터가 넘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하늘의 거대한 존재에 전장의 병사들이 당황한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내 외침이 그들을 일깨웠다.

“나는 죽는 걸 허락한 적이 없다고 했을 텐데?!”

내 외침에 병사들의 눈에 이채가 서리더니 다시금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 죽어!! 죽어라. 이놈들!”

“복수의 시간이다!!”

광기까지 느껴지는 전장의 모습을 보니 당분간은 걱정이 없을 듯싶었다.

쏴아아아아!!!

성수의 폭우와 레바테인의 화염에 휩싸인 거대한 괴생명체.

생명체의 형태는 언뜻 보면 그냥 살덩어리 같지만 자세히 보면 마치 끔찍한 색과 끔찍한 형태의 금붕어 같은 느낌이었다.

입을 뻐끔뻐끔하던 녀석의 주둥이가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거대한 포효를 흘린다.

“저게 대체…….”

“저 몸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어. 아마 이 안개를 만들어낸 것도 저 금붕어 놈일 거다.”

레바테인을 휘두르고 사라지는 이프리트를 뒤로한 채 내가 홍단이를 쥐고 한 발 내디뎠다.

그리고는 한 손을 높게 들어 핑거 스냅을 튕겼다.

“움직여.”

동시에 내 머리 위로 검은 비늘과 깃털을 지닌 거대한 용의 그림자가 훅! 하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광풍이 몰아친다.

나를 지나쳐 날아든 폭풍 용왕 메가로드리아의 입에 거대한 힘이 응축되기 시작했고.

이내 녀석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 초고밀도로 응축된 폭풍의 브레스를 창공에 뜬 20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금붕어를 향해 쏘아냈다.

쩌엉!!!

동시에 거대한 빛이 쏟아져 구름이 원 형태로 찢어지듯 괴물의 몸 일부가 깔끔하게 찢겨 관통되어 사라졌다.

스르릉…….

그리고.

그 안에서 익숙한 오에돈의 힘을 느낀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레바테인에 이어 메가로드리아의 브레스에 치명상을 입은 괴물이 움직인다.

“널 죽이고 곧바로 전쟁이 끝나면 그게 베스트겠지만.”

아마 그럴 리는 없을 테고.

추가 병력이 오지 못하게는 만들어주마.

망설임 없이 튀어 오른 나를 향해 거대한 금붕어의 비늘이 뒤틀리더니 수백 수천의 눈동자가 뜨여지며 나를 직시한다.

마치 석화의 마안처럼 몸을 뻣뻣하게 만드는 존재감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눈깔 하나로 사람 못 움직이게 만드는 건 너보다 더한 작자가 있다 이 말이야.”

금붕어의 내부에서 오에돈의 힘과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리고 피부를 찌르르 울리게 만드는 끔찍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의식의 여파도 확실히 느껴져 왔다.

내가 얌전히 너희들이 그걸 하도록 둘 거라곤 생각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초 중검]

[대격변]

[태산 으깨기]

내가 처음 실전에 써먹었던 중검.

태산 가르기의 변형인 태산 쪼개기에서 방대한 마나를 쏟아부어 화력을 증폭시킨다,

금붕어를 베는 거로 다 끝나면 좋겠는데.

그건 아닐 것 같고.

일단 적의 요새를 파괴하는 데에 집중하리라.

그리고, 그렇게 방출된 붉은 검기는 곧 하늘을 찢어발길 듯 200여 미터에 달하던 거대한 금붕어를 통째로 베어냈다.

이거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사장님 나이스 샷.”

쩌어어억…….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하늘에 떠 있던 거대한 금붕어의 머리가 비스듬히 잘려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준비되던 의식이 방해를 받음으로써 생긴 거대한 여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9서클 뇌광계 원소 마법]

[낙원의 분노(furious of the heaven)]

하늘에서 쏟아지는 벼락의 크기는 무려 수십 미터.

적의 크기가 백 미터 단위라는 점을 생각하면 작은 편이지만 벼락의 크기가 수십 미터라는 건 재앙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오딘 그 꼬맹이 스승님의 주특기나 맛봐라.”

선빵 필승에 의거한 필승의 벼락이 쏟아지며 의식 실패의 여파를 모조리 집어삼킨다.

그리고.

나를 제지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상위 심연의 개체 덩어리들까지 모조리 씹어 삼켰다.

머릿속으로 암시를 건다.

선빵 필승이다. 선빵 필승.

그리고, 선빵은 내가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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