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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17화 (616/1,559)

제 617화

데이비의 제자라는 이름을 달았다면 1년 안에 화경을 달아야 할 거다. 그 과정이 죽도록 힘들지라도.

제자가 된 이상 네놈에게 편한 길 따윈 없다.

그렇게 말한 데이비는 대량의 힘을 천천히 갈무리했다.

“앗! 교주가 도망쳤어요!”

그때 멍한 얼굴로 데이비의 전투를 지켜보던 효영이 놀라 소리쳤다.

명줄이 질긴 붉은 머리 여성과 함께 악림교주가 사라져버렸다.

“가게 두어라.”

그렇게 말한 데이비의 얼굴에 처음 보는 음산한 미소가 서렸다.

“제약을 먹었으니 멀리 못 갈 거다.”

그렇게 말한 그는 곧 자성의 등을 토닥여주며 그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긴 천금에게 말했다.

“됐나?”

“그렇소.”

“함부로 구천 떠돌겠단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끝이 좋진 않거든.”

“…….”

“알아들었으면 윤회의 고리에 올라가.”

그렇게 말하며 데이비가 손을 휘저었다.

“제자를 기른다는 게 수지타산 안 맞는 짓이네 진짜.”

투웅!!!!

[9위계 최후 성 마법]

[신의 성역(Saint Sanctuary)]

억지로 구천에 남아 떠돌게 된 그의 영혼은 만신창이였다.

새하얀 빛과 함께 압도적인 신성한 힘이 쏟아지자 천금의 영혼이 만령 강시의 육신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데이비가 불러와 빙의시켰고, 다시금 빼내는 것이다.

“스승님…… 스승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가지 마세요!”

“아니, 갈 사람은 가야 하는 법인 게다.”

짧게 미소를 지어준 그가 말했다.

“네 누이들을 잘 지켜주려무나.”

“…….”

그렇게 말한 천금은 곧이어 데이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죽고 나니 시야가 트이는군요. 이 어리석은 인간의 혼에게 이런 광대한 자비를 베풀어주신 점 윤회의 고리에 올라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더 늦으면 혼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지니까 어서 올라가.”

“…….”

그 말과 함께 천금의 영혼이 신의 성역의 힘에 따라 천천히 성불하듯 윤회의 고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이잭이 아닌 망가진 영혼을 회복시키고 불러들인 것이다.

그렇게.

데이비의 두 번째 제자나 다름없는 자성은 자신의 힘을 완전히 깨우치며 천마신공을 다루기 시작했고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스승을 배웅할 수 있었다.

빛이 서서히 사라지며 새하얀 깃털이 마치 흔적처럼 내려앉는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아있던 자성은 곧이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제 스승이자 은인을 바라보았다.

“은인.”

“여기 사람들 데리고 떠나.”

짧게 말한 데이비가 표정을 지웠다.

“네?”

“가라고.”

짧게 말한 데이비의 몸에서 다시 한번 정체불명의 힘이 터져 나온다.

파직…….

무언가 보석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반쯤 무너져 내린 석실의 바깥, 하늘이 검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래, 어디까지 도망치는지 보려 했더니 고작 지하였냐?”

그의 말과 함께.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서린 지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9서클 대 광역 마법]

[대 유성우]

하늘에 불이 난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광경이었다.

“무슨…….”

“저게 뭐야…….”

무인이 강하다 한들. 하늘에서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염의 바윗덩어리를 떨어뜨릴 수 있을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데이비는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그의 손짓을 따라 하늘이 뒤틀리기 시작했고 그 위에서 낙하하기 시작한 바위들은 일대 수 킬로미터 미터를 범위로 완전히 불지옥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감는 예현화와 당유린이 몸을 웅크렸다.

제힘이 최고인 무인이라지만 자연재해 앞에선 한없이 미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마치 신의 분노를 연상시키듯 떨어지는 거대한 불의 비를 보며 그들이 느낀 것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였다.

쿠웅!!!!!! 쿵!!

한발 한발 떨어질 때마다 어마어마한 지진이 일어나고 충돌영역에 엄청난 크레이터와 화마를 일으켰다.

내부를 완전히 뒤집는 이 끔찍한 재난을 일으키는 건 다름 아닌 데이비였다.

사방에 흩날리는 백색의 깃털과 신성하다 느껴질 정도의 이질적인 힘.

그리고 세상을 불태우는 재난에 가까운 화염.

거기에 멈추지 않았다.

데이비는 무형의 호신장막 같은 장막을 만들어 이곳에 있는 이들을 모두 보호한 뒤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방화광, 레바테인.”

동시에 데이비의 손으로 새빨간 화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화염의 검은 일렁거리는 흉포한 기류를 흘리며 그의 손에 완전히 안착되었다.

좀 전 무극과의 전투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저 일부일 뿐이었다.

“저게…… 데이비 공자의 진면목…….”

“역시, 내공이 없었던 게 아닌 게지…….”

온몸이 두려움으로 비명을 지를 정도로 거대한 마나가 일대 영역을 모두 짓누른다.

이 모든 기의 주인이 데이비라는 것을 깨달은 곽도영은 허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

곽도영이 그렇게 느낄 지경인데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데이비에 대해 어느 정도 본 바 있는 현화 공주 예현화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거대 고릴라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호랑이를 물어 죽일 때부터 이상하다곤 생각했지만…….”

설마 이 정도의 존재가 눈앞에 실존하리라곤 생각지 못한 그녀가 벙찐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의 손에 머금어진 거대한 화검을 들고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 내려온 파괴신 같은 느낌이었다.

경외심마저 드는 그 엄청난 모습에 모두가 침묵하던 찰나.

데이비가 문득 질문하듯 물어왔다.

“이거 쓰면 여기 일대는 못 해도 몇 년간은 불지옥이 될 텐데…….”

고민하듯 중얼거린다.

언뜻 들으면 장난스레 하는 말 같지만.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이들은 온몸에 오한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예현화와 당유린이 기겁하듯 소리쳤다.

“그게 무슨?!”

“아 몰라! 일단 태워!”

어차피 유성우까지 낙하시킨 마당에 뭐가 두려우랴.

화르륵.

좀 전까지 경외심마저 들게 만들던 데이비의 화끈한 행동에 모두의 얼굴에 얼이 빠져버렸다.

* * *

데이비에게서 도망친 악림문의 교주는 자신을 안내하는 붉은 머리 여성을 보며 숨을 헐떡거렸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치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몸의 움직임이 그의 의지를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교주님.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그자는 너무 강했다. 자신의 회심의 병기였던 만령 강시들조차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도망쳐야 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소리였다.

자신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지하 석실을 빠져나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해져 있는 흑수림을 내달리는 두 사람의 표정엔 이젠 일말의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후우…… 후우…….”

“교주님!”

“빌어먹을…… 내공이 말을 듣질 않아.”

“송구합니다. 제가 더 잘 모셨어야 했는데.”

“닥치거라!”

“…….”

그를 따르던 모든 이들이 몰살당했다.

석실의 근처엔 그를 따르던 악림의 존재들이 있었지만, 데이비라는 이름의 그 빌어먹을 청년이 모조리 쓸어버렸는지 그의 부름에 응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서 환나라 황실에 있는 자의 도움을 받아 일단 몸을 피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죽음을 맞이하리라.

쿵!!! 쿵!!!

멀리서 재앙이 벌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나무로 인해 저 멀리 광경이 보이지 않지만 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지면이 울리며 열기가 전해져 오는 기분이었다.

그런 그때였다.

스르륵…….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지면을 내려다보고 숨을 고르던 교주는 문득 자신을 안내하던 붉은 머리 여인이 사라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 간 것이냐! 어디로 간 것이야!!”

이제 남은 건 그녀뿐인데.

그녀조차 갑자기 사라졌다.

그녀가 배신을 한 것일까?

아니었다.

그녀가 좀 전까지 있던 곳으로 가자 그곳에는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무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마치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처럼 말이다.

내공이 움직이지 않는다.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교주 그와 붉은 머리 여성 둘 다 현재로선 제대로 된 무인으로써의 힘도 발휘하기 힘들었다.

그런 마당에 부상까지 입었으니.

시간을 끌수록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딸랑…… 딸랑…….

그때 그가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진다.

“윤화!! 윤화는 어디 있느냐!! 거기 누구야!!”

평소라면 절대 겁에 질리지 않았을 텐데.

너무 천외천에 해당하는 강자에게서 도망치다 보니 모든 것이 두렵게 보인다.

겁에 질린 얼굴로 소리친 그가 미친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였다.

툭…….

하며 그의 앞에 중원의 언어로 쓰인 목패가 떨어졌다.

짧은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였지만 그 내용은 간단했다.

[꼭꼭 숨어라.]

툭…….

그리고.

다시 한번 어딘가에서 목패가 날아들었다.

[머리카락 보일라.]

끼익…… 끼이이익…….

섬뜩한 소리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그가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내질렀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덜덜 떠는 얼굴로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교주는 볼 수 있었다.

바닥까지 늘어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추욱 늘어진 팔을 늘어뜨린 채 그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말이다.

여인의 피부는 창백했으며, 여인의 귀는 인간의 것과는 다르게 길었다.

그리고. 여인의 머리카락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하늘거리고 있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교주는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침묵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얼굴을 가린 여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섬뜩한 시선이 느껴졌다.

“꼭…… 꼭…… 숨어라…….”

소녀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머리카락 보일라~.”

섬뜩하게 중얼거리는 노랫소리에 이어 소녀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린 착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같이 노올자아…….”

대체 무슨 말이 필요한가.

와들와들 떨며 그가 뒷걸음질 쳤다.

그때 그의 손에 묘한 촉감이 느껴진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의 애병이 아닌. 천과 목화솜으로 만들어진 인형이었다.

시뻘건 피 같은 것이 묻어있는 끔찍한 형태의 인형.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를 올려다보는 인형의 모습에 교주는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내지르고 인형을 집어 던졌다.

“으…… 으으…… 으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공포에 질린 비명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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