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31화 (630/1,559)

제 631화

역사적으로 그런 말이 있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것이 뒤집어질수 있다고.

특히 지금 문제가 생긴 세력이 팔란 제국과 일인 세력이나 다름없는 하인스 영지 세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국가 하나가 볼티즈마냥 몰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낮다고들 알고 있겠지만.

일국을 끌고 가야 하는 이들 입장에선 무리수를 둘 이유가 전혀 없었다.

본래라면 이번 일에 대한 국제 회담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하지만 용사 레이나의 공적에 따라 드러날 필요 없는 사실이 드러나 버리면서 이야기가 골치 아프게 돌아갔다.

당연히 일리나를 공격했다는 사실에 꼭지가 돌아버린 살리반은 볼티즈를 끝장내버리려 했지만.

설마 팔란 제국의 비리 귀족을 들쑤시던 레이나가 그것을 발견해낼 줄 누가 알았을까.

살리반이 뭘 생각했건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하인스 영지를 단순 영지로 여기고 쓸데없는 짓을 하는 인간에게 데이비가 어떤 대우를 하는지.

이로 인해 그가 쌓아온 알량한 명성이 무너진다 할지라도.

데이비는 그를 따르는 이들을 지킨다.

그것이 내가 그들에게 충성을 받는 대가였다.

그렇기에 나는 다짜고짜 팔란 제국으로 워프해 날랐고, 거대한 성벽 위에서 곰곰이 생각하는 살리반과 내 주변에 헬파이어를 띄워놓고 느긋한 걸음으로 주변을 거닐었다.

“데이비 왕자. 우리 일단 말로 합시다.”

“말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살리반 황태자님.”

그럼 주변에 그 떠도는 불덩이 좀 치우시라고!

속으로 그렇게 외치면서 살리반은 식은땀을 흘렸다.

빙그레 웃고 있지만. 데이비의 미소에 다정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황태자님.”

“듣고 있습니다.”

“팔란 제국은 장기간 하인스 영지와 긴밀한 협약을 맺어왔습니다.”

서류상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다.

“팔란 제국은 딱히 유감이 없어요. 당신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팔란 제국은 장기간 최강의 제국으로 남아줄수록 제겐 이득이니까요.”

적어도 상식이 있는 나라와 협약하는 건 좋은 쪽에 속한다.

“하지만 이번엔 좀 뒤통수가 얼얼하지 않습니까?”

“고작 암살자…… 하나라고 하긴 그렇지요.”

“적어도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놈이 누굴 노렸는지. 당신은 알아야 해요.”

암살자는 절대 공식 석상에서 용납받을 수 없다. 방해되는 존재를 죽이려고 했다는 뜻. 즉 살인미수와 다를 게 없으니까.

“그래서 들으러 왔습니다.”

변명이라도 해보시라고.

“이걸 내게 알려주는 이유.”

살리반은 묵묵히 침묵했다.

이에 나는 침묵하다 손가락을 까딱인다.

“헬~파…….”

“자…… 자자자자자잠깐만요! 우선 볼티즈 왕국에서 벌인 독립운동에 관한 문제는 유감을 표하지요. 애초에 선전포고하고 항복선언을 받아낸 왕자님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는 건 억지나 다름없겠지요.”

“그게 제가 용납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않겠지요.”

내 말에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볼티즈 왕가가 끝을 고하도록 돕겠습니다. 대신. 당신은 저를 조금 도와주십시오.”

“헬…….”

“지…… 진정하십시오.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났습니다! 당신에게도 딱히 나쁜 일이 아닙니다!”

기겁하며 벌떡 일어난 그가 양손을 뻗었다.

“일단 잠시만 내려놓으시고. 그래요. 적의 적은 아군이라 하였지요. 렌도스 황자의 사망 이후 당신에 대한 처분으로 제국 내에 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들을 모조리 털어낼 생각으로 제가 용사 레이나에게 부탁한겁니다.”

“알고 계셨다고?”

“…… 네.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뒤늦게 알았습니다.”

어쩐지 소문이 너무 빨리 퍼진다 싶었다.

“헤.”

“그, 그그그그그러니까 이건 기회입니다!”

그렇게 소리친 그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주변 시선을 스윽 살피더니 말한다.

“저는 팔란 제국의 내부에서 제게 반발하는 세력을 처리해버리고. 당신은 혹여나 남을 문제점을 처리하는 겁니다. 비록 제가 다 처리한다 하였지만, 민심이건 소문이건 어떤 쪽으로든 한번은 터질 일이었습니다. 제가 막는 데엔 한계가 있어요.”

그렇지.

다른 일도 아니고 황자를 죽인 일인데.

렌도스 황자는 그래 보여도 일단은 제국의 황자였다.

그것도 최강이라 불리는 팔란 제국의.

“볼티즈는 넘겨둡시다. 그럼. 이 일에 손을 댄 놈들을 처리하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일을 공표하고 꼭지가 돈 모습을 보여주라?”

“저는 당신을 뒤에서 돕지요. 여론 조작은 제 특기니까요.”

“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이건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당신은 볼티즈 같은 왕국이 아니라 팔란 제국을 이용하는 겁니다! 팔란 제국까지 들쑤실 정도로 암살자 하나가 가져온 여파가 크다는걸 보여주는 거지요. 물론, 과하다는 평은 들을지라도…… 당신이 지금 이 대륙에서 가지는 위치라면 충분합니다.

단일세력. 그것이 데이비에게 붙은 이름이다.

단순 린디스 제국의 카트린느 대공 같은 단일 세력이 아니었다.

범위는 대륙 단위.

유일하게 엘프들을 동원할 권한이 있고, 드워프들 중 다수가 데이비를 따른다.

오크 쪽에서도 무슨 이유인지 데이비에게 호의적인 이들이 있는 건 물론이고 수인족을 받아들인 탓에 그쪽도 다르지 않다.

그의 말에 데이비가 턱을 쓸어넘겼다.

그러자 살리반은 필사적으로 설득을 재개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황태자에겐 큰 피해가 될 텐데요? 일인에게 굴복한 제국이라니.”

고작 암살시도 한번 때문에 제국에서 물심양면 그 배후자를 색출해 그에게 보낸다?

개 쪽도 이런 개 쪽이 없으리라.

그런 말을 하는 데이비에게 살리반이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

“저기…… 데이비 왕자. 당신은 지금 당신이 이 대륙에서 어떤 존재인지 모릅니까?”

“…….”

“후우…… 그러니 그런 반응이지요. 이미 당신이 성국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만한 이들은 다 압니다.”

성국에 쳐들어가 하늘에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어놓고 시위한 일?

아니면 심연의 공주 울드와 싸우기 위해 성역에 들어가 그 일대를 불태워버린 일?

짐작이 쉬이 되지 않는 데이비였다.

“흐음…….”

“그러니 팔란 제국의 위신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팔란 제국의 위신이 떨어질수록 후에 더 높게 올라갈 테니까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레이나 님이 알아낸 사실을 세상에 대뜸 공표하신 겁니까?”

다른 곳도 아닌 팔란 제국에서.

“그…… 그렇습니다. 팔란 제국의 위신이 깎이겠지만 숨기면 숨길수록 이건 더 큰 탈이 될 겁니다.”

“기밀로 숨겨도 될 텐데.”

“꼭지가 돌아가신 지금의 당신을 상대로요? 하…… 어차피 드러날 일. 차라리 매도 일찍 맞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팔란 제국엔 훨씬 큰 이득입니다. 득실을 잘 따지는 게 현명한 황제겠지요.”

팔란 제국은 거대한 집단의 집합체다.

그리고 그 집단들은 이렇게 판단할 것이다.

차후 팔란 제국의 행보에 방해가 되는 종양이라면, 아플지라도 잘라낸다고.

“다수 귀족의 목이 달아나겠지요. 그러니 왕자께선 그에 따라 팔란 제국과 한가지 조약만 맺어주시면 됩니다.”

팔란 제국을 공식적으로 압박해서 그들을 모두 털어낼 수 있게 해줄 테니.

그렇게 할 명분을 만들어달라.

“그 후 화이트버드가 이번일 빌미로 간섭하여. 볼티즈 왕가를 끝장내드리지요.”

그의 말에 데이비는 몇 가지 단어를 되뇌었다.

“압박, 대리처리…… 볼티즈 민심 완화…….”

“그렇습니다. 압박만 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전부 내가 합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살리반을 보며 데이비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노기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노기의 대상이 잘못된 대상을 향할 순 없는 법이다.

“급하게 짜낸 임기응변치곤 제법 훌륭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변명이네요.”

“…….”

“약속을 어긴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제국의 황자와 관련된 일을 강제할 순 없겠죠. 이해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데이비는 씁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살리반은 그런 데이비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다.

이 정도에 끝낼 인간이 아닌데?

왜 이렇게 쉽게 끝내주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그의 의문은 곧 풀릴 수 있었다.

“레이나 님과의 인연을 봐서 한 번만 용서하는 겁니다.”

“용사…… 레이나 님과의 인연?”

“그런 게 있어요.”

레이나가 실은 그가 그토록 아끼는 여동생이며, 셀 수 없는 시간 고통받고 가족을 그리워해 온 가여운 한 명의 일리나라는 사실을 끝까지 드러내진 않았다.

그리고. 살리반은 몰랐겠지만, 데이비가 이곳으로 오기 전 제국의 황궁에서 이미 데이비는 레이나와 마주친 후였다.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오라비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던 말.

그 말을 끝내 데이비는 알려주지 않았다.

“만약에 말입니다. 일리나가 당신의 뜻을 알고 당신께 살갑게 군다면 어찌 할겁니까?”

“혼내야죠.”

단호한 그의 말에 데이비는 침묵했다.

“일리나가 저와 가까워질수록 그 녀석만 위험해집니다.”

단호하지만 씁쓸한 말이었다.

“그런데. 어떤 조약을 맺겠다는 겁니까.”

데이비의 말에 살리반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아, 별거 아닙니다. 데이비 왕자님과 일리나가 정략약혼을…….”

“헬파이어.”

일부러 영창까지 한 데이비의 화염구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올랐다.

* * *

“누나! 나왔어!!”

지구 출신 이방인.

누나와 함께 게임을 하기 위해 알프온라인을 시작했으나 일루미나티의 끔찍한 만해에 희생되었던 불쌍한 남매.

그 동생인 수소감귤맛스터, 줄여서 수소는 하인스 영지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제 누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누나!”

“지환아!”

이곳의 책을 이래저래 읽어보고 있던 수소의 누나 산소맛곰탕, 줄여서 산소가 일어나 그를 반겨준 것이다.

“누나! 괜찮아?! 몸은? 어디 아픈 곳은 없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태어났다는 남매와 다르게 수소와 산소는 서로 살뜰히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응, 괜찮아. 성자님이 치료는 대부분 해주셨으니까.”

“휴우…… 그럼 이제 떠날 수 있는 거야?”

“아니.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려고 해.”

“왜…….”

당황한 수소의 물음에 산소가 쿡 웃어 보였다.

“수소야, 아니 지환아. 적어도 여긴 게임이 아니잖아.”

“…….”

“나도 무서워. 너무 아팠고, 섬뜩해. 하지만 나쁜 인간도 있지만, 성자님처럼 우릴 도와주고 구해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가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한시라도 이딴 게임 집어치우고 나가고 싶은데.”

“그래. 고맙다는 인사만이라도 하고 가자.”

산소의 말에 수소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듣기로는 네가 뭘 알아보러 갔다고 하던데?”

“아…… 응. 알아보긴 했는데 확실한지는 몰라서.”

“대체 뭘 부탁했길래?”

산소의 물음에 수소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그 사람, 내게 한 사람을 찾아달라 했거든. 솔직히 내가 무슨 수로 찾아내. 그래도 누나 목숨이 걸린 상황이라 좀 어두운 루트를 이용했지.”

수소의 말에 산소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인다.

“설마…….”

“뭐. 의뢰였으니까. 이제야 대답이 나왔대서. 신성 그룹의 인적명부 뒤지는 게 쉽지 않았다더라.”

“대체 누굴 찾는 건데 신성 그룹까지 뒤져?”

“나도 몰라. 나이는 스물셋 정도에 이름은 신현아. 그룹 내에선 그냥 사원으로 되어있는데. 조금 미심쩍다는 말 한마디 던져주고 돈을 얼마나 받아갔는지 몰라.”

“설마…… 적금 깼어?”

“템 다 팔고 나온 돈으로 결제했지 뭐. 그리고…… 또 뭐더라. 넬타리드? 그걸 좀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흥신소에 물어볼 길도 없고, 인터넷을 좀 뒤져봤거든? 근데 좀 웃기더라?”

이미 몇 차례 아이디 삭제 같은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게임은 지구에서 인기가 식어 들지 않았다.

아직도 대량의 스트리머가 계속해서 출범하고 있고, 게임 내의 여러 콘텐츠가 스포츠로써 활용되고 있다.

“웃기다고?”

“신흥종교라는 모양이야. 한국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아랍 등등 각국에서 동시에 일어났다는데…… 나야 모르지.”

산소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소야.”

“응?”

“데이비 왕자 말이야. 그 사람 여기 사람 아니야?”

“그렇지?”

“그런데 지구의 사람을 어떻게 알아?”

그 물음에 수소와 산소는 잠시 침묵했다.

“애초에 그 사람 지구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그녀의 물음에 수소는 어깨만 으쓱였다.

“내가 어떻게 알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