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34화 (633/1,559)

제 634화

183. 넬타리드가 과거 만들어낸 잔재들

피잉!!!

내가 쏘아 보낸 광탄은 또 한 차례 강화된 놈의 방어력 앞에 큰 피격을 먹이진 못했다.

한방의 데미지가 200만이 넘어가던 광탄이 고작 2만을 박고 끝난 것이다.

역겨울 정도로 단단해지는 놈의 크기는 두 번째 포효 이후 더욱 거대해졌고, 급기야 그 크기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빌딩처럼 되었다.

[공격 그만해요!! 흉신 굼다의 특성은 받은 데미지를 흡수해서 더 강해지는 설정임!]

나를 향해 채팅을 띄우는 몇몇 유저들이 보인다.

“와……이건 좀 힘들겠는데?”

일리나도 이제는 감당이 안 된다 생각했는지 질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네게 부탁했는지 알 것 같아.”

“조금 물러나.”

나는 일리나를 밀어낸 뒤 거대한 체격을 유지한 채 나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흉신을 올려다보았다.

“뭐가 됐건 약속은 지킨다.”

그리 말하며 나는 보석의 파손율을 소량 소모했다.

동시에.

혼과 육신이 동기화되기 시작하자 몸에서 막대한 힘이 쏟아져 나오며 나를 압박하던 흉신의 힘이 모조리 밀려나기 시작했다.

주춤거리는 흉신의 모습에 나는 서서히 몰아치는 힘을 갈무리했다.

12흉신에 대한 설정은 알지 못한다. 게임이라면 게임 나름대로의 설정이 있겠지.

하지만 이 알프 온라인에 존재하는 몬스터나 보스급의 적들이 단순히 만들어진 데이터 조각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놈들.

넬타리드가 만들어낸 존재다.

하지만 이 괴물들은 지금까지의 존재들과 다르게 자신들의 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녀석의 모습에 느껴지는 건 지독한 반목. 신을 향한 증오만이 가득하다.

신을 모시는 성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만 말이다.

이윽고 완전히 동화가 끝나자 몸안에 폭풍 같은 마나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흉신은 나를 향해 낮게 울음을 터뜨리며 서서히 접근해왔고 나는 그런 놈을 향해 똑같이 한발 내딛었다.

쩌적!!

그리고 놈의 손에 있던 검붉은 뇌광으로 만들어진 창이 나에게 겨누어지는 그 순간.

나는 허공에 주먹을 뻗어 공간을 깨뜨렸다.

와장창!!

동시에 균열 속에서 날카로운 미스릴제 단검을 꺼내들었다.

“가진 게 이거뿐이네.”

쓰고 나면 못쓰겠지만 적어도 이런 놈을 상대로는 충분하다.

템이 안 되면 레벨이 깡패라는 말을 보여주면 되는 일이니까.

[그아아아아아!!]

이윽고. 괴물이 포효를 터뜨리며 거대한 창을 내게 꽂아 넣으려던 그 순간.

몸을 살짝 웅크린 나는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전신에 검은 안개를 퍼뜨렸다.

스르륵…….

그리고 기척을 완전히 지우며 사라졌다.

갑작스레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내가 사라져버리자, 놈이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봤지만 찾기 쉬울 리가 없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던 놈의 전신에서 스파크가 일기 시작한다.

나를 찾지 못해 일대 영역 전체를 지워버리려는 수작이었다.

그리고.

놈이 그런 패턴을 벌이는 그 순간.

“게임과 현실의 차이가 뭔지 알아?”

변신하는 놈은 때릴 수 있고.

마법 준비하는 놈의 뒤통수에 칼 박는 것만큼 쉬운 것도 없다.

괜히 마법사들이 영창을 단순화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푸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수십 미터나 되는 붉은 바늘 같은 검기가 놈의 목뒤에 생겨났다.

촤악!!

또다시 섬뜩한 소리와 함께 놈의 급소 여러 군데에서 붉은 흔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쩌억!!

수차례의 급소 공격에 움찔한 놈의 목뒤에서 나는 검은 연기에 반쯤 휩싸인 모습을 드러내며, 미스릴제 단검을 놈의 목에 겨누었다.

“따끔할 거다.”

푸욱!!

나는 놈이 반응하기도 전에 동맥 부분을 찔러 찢어발긴 후 검을 빼낸다.

푸확!!!

동시에 어마어마한 타격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고.

[9999999]!!!

또다시 하늘위로 압도적인 화력을 뜻하는 수치가 터져 나왔다.

[또 맥뎀…….]

[보스 상대로 맥뎀보는 게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보스는커녕 일반 몹 맥뎀 뜨는 것도 처음 보는데.]

[랭커 중에 그 딜 더럽게 센 암살자 있지 않음? 호두과자. 그여자도 안 될걸?]

[와 근데 전투 이펙트 연출은 지리긴 한다. 밸붕 X망겜 소리 들어도 이런 연출 보면 계속하게 됨.]

[근데 저거 암살자 기술 아님? 암살자 신 스킬 떡밥인가?]

[암살 코인 가즈아!!]

진실도 모른채 유유자적 떠들어대는 유저들을 무시하며 나는 무너져 내리는 흉신을 바라보았다.

죽어가는 놈의 눈빛은 절망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나 넬타리드는 자신의 종족 중 일부를 버리기로 아예 작정한 듯 보였다.

그리고.

놈이 완전히 사라지기가 무섭게…….

치링~!!!

청명한 소리와 함께 빛을 머금은 아이템 수십개가 떨어졌다.

[미친! 드랍템이다!]

[누구 부권없어요?!]

[부권(부활의 권능) 여기서 사용불가임;;]

보는 이의 눈을 찬란하게 만들 정도로 많은 양의 물건들이다.

아무리 봐도 방금 내가 죽인 흉신의 몸안에 있던 물건 같지는 않는데.

나름대로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나는 발치에 굴러온 커다란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아 맞다! 저 npc 흑풍길마가 고용하지 않음?!]

[그럼 npc가 독식하면 저거 전부 흑풍길마 꺼 된다는 거잖아.]

[미친.]

전 세계 단위로 레이드해서 실패한 몬스터의 드랍아이템이다.

급기야 유저들의 반발이 커지기 시작한다.

[미친 혼자 독식하는 게 어딨어!]

[다같이 깬 건데!]

[흐흐 필요하면 말하셈. 비싸게 팔아드림.]

놀리는 듯한 흑풍길드 마스터의 경박한 채팅까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나는 발치에 굴러온 찬란한 빛을 머금은 물건을 주워들고는 아공간에서 꺼낸 커다란 보자기에 담았다.

[어?]

그리고는 거기서 떨어진 것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보자기에 담았다.

“더 없지?”

“응. 없어.”

“그럼 가자.”

보상받았으면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

나는 보자기를 양손 가득 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차원열쇠를 발현시켰고, 게이트 너머로 몸을 움직였다.

[잠깐!! 어디 가는 거지?!]

이윽고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챈 흑풍길드마스터가 내게 소리쳤다.

[네 고용주는 나다! 어서 그걸 내게 가져와서 나를 부활시켜!]

그의 외침에 내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뭐하는…….]

“가자. 일리나.”

멍청한 놈은 무시가 답이렸다.

티오니스에 넘어온 놈들은 내가 구분해서 잘라내는 게 쉽지만, 이곳에서도 가능할지는 사실 조금 미지수였기에 굳이 건들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다면.

이들이 지킬 대상은 지구의 존재…….

뭐가 되었건 남겨놔서 나쁠 건 없었다.

[야! 어디가! 거기 서라고!]

[미친 npc가 드랍템 쓸어간다!]

경악한 그들의 뒤로 나는 게이트를 완전히 넘어버렸다.

* * *

츠팡!!

넬타리드가 준 보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다만 흉신이라 불리던 그 괴물이 드랍한 물건들을 모조리 쓸어왔으니 그중에 하나 정도는 쓸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궁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일리나를 데리고 지하 대형 공방으로 돌아온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티아라와 에디손을 뒤로한 채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그러자 휘황찬란한 물건들이 와르르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오. 이건 검이고. 이건 마석인가? 이건 심장같고.”

“데이비! 보석이야! 예쁘다!”

“너 가져.”

쿨하게 일리나에게 주자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진짜지? 진짜 준거다?”

그녀는 불덩어리가 일렁이는 작은 마석을 가진 채 좋아라 히죽거렸다.

호박색의 광석 안에 불덩어리가 일렁거리는 외양을 모를 수가 없다.

죽은 자가 갈구하는 그것.

잠깐만 저거…….

“야. 그거 가져와.”

“뭐? 치사하게 줬다 뺐는 게 어딨어!”

“가져와라?”

“싫어!”

소중한 듯 품에 안고 놓지 않는 그 모습에 나는 강제로 빼앗으려다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 가져라.”

생각해 보니 굳이 지금 내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다.

불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일리나가 조심스레 물어온다.

“진짜지? 내가 가진다?”

“그래. 너 가져 기왕이면 무조건 몸에 지니고 다녀.”

“흥, 안 그래도 그럴 거거든?”

그녀는 보석 안에 일렁이는 불길이 너무 마음에 드는지 헤실거렸다.

“아니다. 가져와.”

이윽고 마음이 바뀐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이 또 찌푸려진다.

“야!”

“일단 가져와봐.”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하는 그녀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서 광석을 빼앗아 들었다.

작은 광석의 일부에 오러블레이드를 압축시키고 회전시켜 일순간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는 미스릴로 이루어진 작은 사슬 목걸이에 걸어주었다.

“자.”

“…….”

“목에 걸고 다녀.”

내 말에 그녀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빨개진 얼굴로 내게서 후다닥 멀어져 목걸이를 내려다보는 그녀를 무시한 채, 나는 다시금 흉신에게서 얻은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삐릭!

그때였다.

거대한 비늘 같은 것에 손을 얹기가 무섭게 내 눈앞에 상태창이 출력되었다.

[흉신 굼다의 비늘. 매우 단단하며 스스로 복구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재질이 특이하여 내갑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 문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나머지도 뒤집어 보았다.

삐릭!

[흉신 굼다의 심장. 거대한 힘을 품고 있다. 어딘가에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애매모호한 설명이 전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흉신 굼다의 뼛가루나 정체모를 정강이뼈, 끈적하지만 탄탄한 피부조직, 그 외에 흉측함이 서린 두개골이나.

여러 종류의 물건이 생겼다.

마냥 게임이라면 이것들을 어디다 쓰는지 이래저래 대입해보면 될 일이지만 지금 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전생에 즐겨하던 것처럼 게임이나 할 상황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이걸 직접 가공하는 방법은 있는가.

솔직한 말로 효율은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나였다.

“그럼 거기 유저들을 한 번 꼬드겨서 제작해 보는 건 어떠한가.”

“본계정 거래 아니면 못 믿지.”

장난스런 대답을 던질 때, 언제 왔는지 모를 은발의 소녀가 내 어깨에 올라앉았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뺨에 입을 맞추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본녀가 없는 사이에 일리나와 데이트라도 다녀온 게야?”

“질투해?”

내 물음에 그녀가 키득거렸다.

“질투? 기왕이면 살리반황자의 요청대로 정략혼이라도 올려 버리지 그러는가.”

“질투 맞네.”

“쿡쿡.”

키득거리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내게 에이리아와의 결혼을 하라 조언을 했던 전적이 있다.

그 대상이 일리나든 에이리아든 그녀에겐 별 차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본녀가 처음으로 그대를 잡아먹은 건 변치 않는데.”

“제법 공격할 줄 안다? 펑펑 울게 해주랴?”

“…….”

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한 듯 그녀가 벌개진 얼굴로 움찔거리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리고는 전신이 수치스러운지 손으로 제 옷을 가렸다.

“그대는 정말 쓰레기가 따로 없구나.”

“그나저나 무슨 뜻이야. 아까 그건?”

내 말에 페르세르크는 천천히 날아올라 흉신 굼다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피가 마르지 않아 꿈틀거리는 심장은 보기만 해도 기괴했다.

“그대가 지구에 간섭할 수 있는 건 알프 온라인이 전부라고 했지.”

“그렇지.”

“그렇다면 그 게임안의 제작 리스트엔 이 재료들을 쓸 수 있는 것들이 있을게야.”

그냥 쓰면 단단한 재료 정도론 쓸 수 있다.

그 외에 더 자세한 내용물까지 파악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리는 게 전부였다.

에나벨이나 메라몽도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집념의 산물이었으니까.

설마 결과물들이 그 지경일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흔들의자와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엘프 여성형 생체 골렘에. 마치 젤리마냥 제 모습을 변화시키며 기괴한 짓을 일삼는 생체 골렘.

묵묵한 디셉티콘 편대와 다르게 어벤져 편대의 생체골렘들은 인공지능 수준이 높아 괴짜 같은 구석이 상당히 많다.

“넬타리드가 바란 건 그것일지도 모르지.”

“내가 다시 그곳으로 왕래하기 바라는 것?”

“어쩌면 그가 지구의 유저들을 이곳에 흘려 넣는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그들에게 흥미를 느낀 내가 알프온라인에도 들락날락하게끔.

그런 것이라면 제법 성공한 수작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제작 유저하나 붙잡고 이것의 쓰임새를 확인하고 싶으니 말이다.

“웃기는 소리.”

“메인 드랍템도 아니고 서브로 떨어진 물건 중에 잔불이 있을 정도면 이것도 보통 물건은 아닌 게지.

그녀의 말에 나는 비웃음을 던졌다.

이게 사람을 뭘로 보고.

“사람 잘못 봤어. 내가 이런 일에 마냥 넘어가는 줄 아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주섬주섬 재료들을 주워 담았다.

“차원열쇠 쿨타임은 왜 이렇게 긴거야.”

내가 다시 알프 온라인으로 가는 이유는 그 흉신에 대해 조금 더 조사하러 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겸사겸사 많이 모인 환골탈태 스택을 부지런히 모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래 조사하러 가는 게지. 놈의 파편을 말이야.”

놀리듯 말하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급기야 그녀의 허벅지를 감싸듯 어깨에 둘러메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어어? 데이비! 같이 가!”

뒤이어 목걸이를 구경하던 일리나가 화들짝 놀라 나를 따라왔지만 그 와중에도 에디손과 티아라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