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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35화 (634/1,559)

제 635화

넬타리드의 부탁으로 알프 온라인을 한바탕 뒤집은 그 시각.

지구에서는 또 한 번 커뮤니티를 들썩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세계 레이드. 흉신 굼다에 대한 썰 푼다.]

장난스레. 또는 거만하게 말하는 말투로 시작하는 글귀의 내용은 이러했다.

전 세계가 한 대륙을 나눠 서버로 움직이는 이 알프 온라인에 나타난 전대미문의 레이드 보스의 출현.

놈의 출현과 동시에 다수의 국가 영지가 무너져 내렸고 유저와 NPC들의 피해가 막심해졌다.

놈에게 정복당한 영지는 순식간에 던전화하여 극악무도한 필드로 변해버렸고. 그곳에 터전을 잡고 게임을 즐기던 수많은 유저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땅에 서린 그 재앙을 처리하기 위해 각국에서 유명한 길드란 길드들이 죄다 움직여 놈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근데 알다시피 이놈의 게임. 패턴은 물론, 스펙도 워낙에 괴랄하잖음. 상위 1퍼센트만 모여서 레이드 해도 성공 가능성 낮을 정도니 더 말해 뭣함. 거기에 패턴? 패턴은 말 그대로 너흰 뒤짐, 아무튼 뒤짐. 수준인데 그거 깨는 거 솔직히 나는 회의적이었음.]

하지만 게임에 공략법이 없을 리가 있나.

[그래서 몇몇 길드가 연합해서 특수 퀘스트 발동해서 고대 신의 낙인인가? 그거 발현함. 근데 정작 발현한 건 좋은데 이놈의 괴물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거임. 그래서 또 레이드 실패하고 무더기로 죽어 나가고 피신함. 그때 처음으로 다른 방식으로 레이드가 굴러감.]

글귀는 수많은 이들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뜨겁게 달굴 정도로 많은 조회 수를 자랑했고 그와 관련된 영상도 인터넷 영상 유포 사이트에서 줄기차게 조회 수를 올려댔다.

[거의 포위돼서 전멸하기 직전에 변화가 생김. 고대 신의 낙인이 처음으로 반응하더니 한 NPC를 소환함. 다들 알 거임.]

그렇게 말하며 사진을 올려놓았다.

그 사진은 느긋한 얼굴로 검은색 계통의 정복을 입고 있는 한 청년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다들 의아했지. NPC들 다 뒤지고 도망가고 정신없는 이 와중에 혼자 X나 패기롭게 나타났으니.]

거친 언사로 이어진 글귀는 그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근데 알다시피 저 NPC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거임. 누군지. 티오니스 필드 성자. 어쨌든 그놈 나타나더니 레이드가 기괴하게 돌아감. 마치 미안하다. 강림이 늦었다 라고 말하는 것마냥 튀어나와서 레이드 보스랑 싸우는데. 무기파괴 힘을 지닌 놈을 그냥 무식하게 공격함. 그리고. 보스몹이 대번에 맥뎀 터지고 뒤짐. 맥뎀 사진 첨부함. 솔직히 소름 돋았다. 님들도 알다시피 이 게임 데미지 수치는 이벤트라고 갑자기 세지고 그딴거 하나도 없잖음. 그럼 저건 순수 저 인간 데미지라는 게 됨. 9백 90만. 웃긴 건 저것도 한계치 수치라 더 떴다는 건데. 보스 피통이 1200만에 깎아내린 거라고 해봐야 티끌이었음. 근데 뒤진 거. 문제는 이후 발생함]

죽은 줄 알았던 보스가 갑자기 폭주하며 다른 존재로 변하기 시작했다.

알프 온라인에 존재하는 현재 설정상 최강의 생명체들.

12 흉수 중 하나. 굼다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굼다의 피통은 이전의 보스 몬스터의 30배가량.

3억 6천에 이르렀다.

[1200만도 기가 막힌 데 3억을 무슨 수로 잡음. 게다가 방어력도 X라 높아져서 딜 자체도 안 박힘.]

거기에 그가 다시 한번 나섰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거대한 금빛용을 불러낸 그는 거대한 광선을 낙하하게 만들었고.

놈의 hp를 빠르게 깎았다.

[굼다가 저항도 못 하니까 이게 기회다 싶었지. 솔직히 중간에 흑풍 길드 마스터가 그 티오니스 성자랑 검의 공주한테 고용계약서 건네주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건 나중에 다루고. 어쨌건. 그 황룡이 X나 광선 쏴서 미친 듯이 데미지 박은 3억 피통 순식간에 증발해서 다들 기겁함. 거기다가 보호 차감까지 들어가니까 아주 눈 돌아가서 살아남은 레이드 유저들 난입했지. 근데 피통 터지기 직전에 갑자기 또 포효. 유저들 싹 다 거기서 리타이어하게 됨. 필자도 이름을 밝히진 않겠지만 거기 있었음. 진짜 포효 한 번에 풀피가 즉사해버릴 정도로 강한 힘 들어옴. 그리고 그놈 폭주하는데…………피통이 10억이더라 미친, 개 답도 없어서 허탈해가지고 그냥 쳐다보는데 그때 티오니스 성자가 황룡 소환 해제하고 움직임. 영상 첨부함.]

이후의 모습은 티오니스의 성자라 불리는 청년이 새하얀 단검을 들고 스르륵 흩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거대한 이펙트와 함께 거대한 붉은 검기들이 솟구쳤고. 이내 정신을 차렸을 때 굼다의 신형이 무너져 내렸다.

[이해됨? 맥뎀이 9백90만이 떠서 딜이 많이 떠야 한 1천만 2천만 인줄 알았음. 그래서 3억 피통 때 유저랑 이제 합쳐서 잡는 건 줄 알았단 말이야. 근데 아니더라고. 똑같이 9백 90만이 터졌는데. 싹 증발해버림 10억 피통 전부다. 한방에.]

[이후가 개 웃긴데. 님들도 알다시피 NPC는 일정 트리거나 호감도가 없으면 고용계약서 받아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을 거임. 문제는 티오니스 성자랑 검의 공주가 그걸 받아들였다는 거. 보스몹 뒤지고 드랍템 왕창 떨어졌는데 주울 수 있는 게 그 NPC 두 명이라. 결국 드랍템을 흑풍에서 독식하는 미친 사태 벌어지나 했음. 근데 그게 아녔다는 거. 억! 방금 본인 흑풍에서 드랍템 싹쓸이하는 상상함, 하지만 어림도 없지.]

밈을 섞어가며 설명한 그는 마지막으로 영상을 하나 올렸다.

티오니스 성자라 불린 데이비가. 그것들을 모두 보자기에 담아 사라져버린 것이다.

[요약함. 첫째 보스레이드. 결과적으로 성공함. 둘째 떡밥만 가득하던 두 번째 흉신이 입장과 동시에 퇴장함. 셋째. 티오니스 성자 맥뎀이 밸런스 파괴함. 네 번째. 흑풍 길마. 비싼 고용계약서 두 장 날림 엌ㅋㅋㅋ]

반응은 뜨거웠다.

각본이 싸구려 티가 난다는 이도 있고,

연출은 기가 막힌다는 이들도 있었다.

누구는 대체 티오니스 성자가 뭔데 저렇게 세냐는 말도 있었고.

누구는 티오니스의 성자가 사실 흉신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또한, 누구는 마지막 레이드는 저 티오니스 성자 죽이는 거냐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대체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오신 거예요? 지금 커뮤니티 불난 거 알아요?”

커뮤니티 사이트의 글귀를 출력한 채 가져온 수소감귤맛스타가 기겁하며 소리친다.

“하루 만에 지금 난리 났어요. 흑풍 길드에선 지금 당신 찾는다고 이곳으로 오는 길 수색 중이고요. 몇몇은 당신 잡아서 레이드 해야 된다고 말하는 놈들도 많아요.”

“그렇겠지.”

그들에게 알프 온라인은 아직 게임일 뿐이다.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게임.

자신을 위하지 않는 이런 상황은 그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한다.

오락에 심취한 인간은 그토록 잔인하고 무서워지니까.

내가 넬타리드의 제안을 거부하며 이들의 전력을 쓰지 않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다루기야 쉽다. 보상만 걸면 되니까.

하지만 그만큼 배신의 가능성도 큰 게 오락을 즐기는 인간이었다.

기가 막힌다는 듯 수소가 물었다.

“전 세계에서 뜨거운 감자인 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하나 가질래?”

나는 장난스레 보자기 안에 보관해두었던 굼다의 비늘 하나를 내밀었다.

“미친! 부르는 게 가격!”

눈에 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녀석의 눈이 밝아졌다.

“흐아아…… 아랍 왕자 중에 한 명이 이거 구해오면 10억 준다 했는데.”

“그럼 안주지.”

뭐하러 널 줘.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는지 수소의 눈에 아쉬움이 서린다.

“받아.”

하지만 곧 나는 비늘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엥? 그냥 주게요? 이거 개당 10억짜린데?”

10억 보통 온라인 알피지 게임에서 10억을 쓰면 랭킹은 우습게 찍어눌러 버리게 된다.

그런데 확실하지도 않은 아이템 하나에 10억이라니 웃길 따름이다.

그만큼 알프 온라인이 가지는 자유도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

단순히 전투 부분을 넘어 여러 부분에서 모두의 관심을 끈다.

화려하고 넓은 저택에서 살고 싶은 이는 건축가가 되어 직접 게임 내에 땅을 사고 집을 지으면 된다.

돈을 버는 법도 디테일하다보니 할 줄만 알면 버려지는 직업이 없다는 게 현실이었다.

“알프 온라인은 그뿐만이 아니에요. 그 안에서 기술 다루는 연습을 하고 나오면 밖에서도 그래요. 그래서 전투 PVP 랭커 격투가 하나가 7:1로 갱단 때려눕힌 사건도 있잖아요.”

단순히 경험한다고 그런 게 될리는 없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준다고요? 10억짜린데?”

“이 영지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

“예?”

“휴가!”

이윽고 내가 근처의 줄을 당기며 소리치자 멀리서 누군가가 후다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찾으셨나요오! 저하!”

쫑긋거리는 고양이 귀를 지닌 고양이 수인족 소녀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이에 내가 휴가를 보며 말했다.

“얘한테 이 영지 자금이 얼마나 막장인지 보여줘라.”

휴가라는 이 수인족 소녀는 이미 한차례 이런 갑질을 해본 바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후다닥 달려 사라지더니 이내 순식간에 다시 나타났다.

커다란 밀차에 금괴를 가득 담고 말이다.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며 금괴로 피라미드를 쌓기 시작하는 그 모습에 처음에 의아한듯한 표정을 짓던 수소가 경악한다.

피라미드로 그의 키보다 높게 금괴를 쌓는 장면은 쉽게 보기 힘들 테니까.

“돈? 썩어 넘치는데, 뭐 필요한가?”

실질적으로 하인스 영지가 벌어들이는 돈은 달의 풀 잎사귀나 여타 여러 물건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에오니샤 올 라운.

그 복덩이가 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시계의 왕녀. 그 작은 꼬마 소녀가 만든 발명품은 대륙 각지에 어마어마하게 팔렸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이 하인스 영지를 말도 못 할 정도로 부유하게 만들었다.

인제 와서야 에오니샤는 자신이 발을 묶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테지만.

걱정 말라지.

오라비가 평생 먹여주고 재워줄 테니.

음산한 미소를 지어 보인 나는 어버버하며 금괴 하나를 집어 들고 이로 콱 깨물어보는 그에게 말했다.

“네 직업에 생산직이 있나?”

“새…… 생산직이요?”

“그래.”

“아뇨. 친구 중에 한 명이 대장장이에 생물학자이긴 한데…….”

“소개해줄래?”

“그게 여기론 못 데려와요.”

“괜찮아. 거기 필드 아무 데나 불러.”

내 말에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생산직은 왜요?”

“이걸 가공해보려고.”

알프식 물건은 알프식으로 가공해야 가장 효율적이다.

내 말에 수소가 손사래를 쳤다.

“아아. 그런 거면 안 돼요. 걔 자본 부족해서 아직 대장장이 스킬 레벨이 낮아요. 다 올리는데 돈이랑 노가다 많이 깨져요.”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상관없다.”

레벨이 낮으면 올려주면 되지.

내가 누군데.

“NPC 취급인 내가 너희에게 퀘스트를 줄 수 있다고 했지?”

“그…… 그렇긴 하죠?”

“보상도 내가 책정하고?”

“네.”

“그거면 됐어.”

걱정 마라. 확실하게 밀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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