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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37화 (636/1,559)

제 637화

신목의 성지.

그곳에서 세 명의 여인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한명은 과거 대륙 6대 미녀라 불렸으나 이제는 그 존재도 거의 잊혀진 존재. 심연의 공주 울드의 동생이자 스쿨드의 언니인 베르단데.

그리고 신목의 성지에 존재하는 반신이자 전대 이그드라실과는 다르게 오랜 시간 존재해온 이론상 가장 강력한 존재인 세계수 [알].

데이비라는 존재가 있지만, 그 데이비가 모든 힘을 끌어내는 한이 있어도 금기의 힘이 없으면 신목의 성지에선 그녀를 쉽게 이길 수 없을 만큼 알이 가진 힘은 상위에 존재하며 방대했다.

마지막으로. 본능과 이성을 분리해내 현재는 이성만이 남은 반쪽짜리 심연의 공주 이실디.

세 여인은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바라본다.

“신목의 성지가 감옥이 따로 없구나.”

“그렇다면 나를 당장 돌려보내 줘. 난 자성이와 희아에게 돌아가야 해.”

“지금 돌아가면 네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그들을 죽이게 될걸?”

베르단데의 비아냥에 이실디가 인상을 찌푸렸다.

“베르단데.”

“넌 나와 케이스가 달라. 나는 이 책을 보유함으로써 내가 가진 본능을 계속해서 죽이고 있지만 넌 그런 것을 할 수 없으니까.”

“내 본능을 분리해낸 건 네 힘이지?”

“예상했던 일은 아니지만 일단은 맞아. 다른 심연의 공주는 몰라도 넌 나와 상황이 비슷하니까.”

씁쓸하게 중얼거린 베르단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여기 있어.”

“언제까지?”

논쟁의 주는 사실상 베르단데와 이실디였다.

세계수 알의 경우 이 두 명의 이질적인 심연의 잔재들이 괜한 사고를 치지 못하게 감시하는 축에 속했으니 말이다.

“넬타리드에 대해 잘 알아?”

“…….”

베르단데의 물음에 이실디가 침묵했다.

“현재 이 세상은 세 명의 신이 서로 힘 싸움을 하고 있어. 우리의 고향인 심연에서 몸이 분해된 채 복수만을 기다리고 있는 신 타나토스.”

“…….”

“그리고, 널 데려온 데이비를 조종하고 있는 이 땅의 신인 프리아.”

마지막으로 타 차원에서 태동을 시작한 신 넬타리드.

“세 신의 싸움으로 인해 나는 네가 지금 필요해.”

“내가 필요해? 어째서?”

“타나토스 님이 사라졌을 때. 나를…… 그리고 내 아들을 지켜줄 존재가 필요하니까.”

나름의 세력이라는 소리였다.

“세상은 변했어. 예전엔 세상이 주기적으로 뒤집어졌지만. 삼신의 싸움에서 승리한 프리아 여신은 그 흐름을 뒤틀어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변수들을 처단하는 건 그녀의 종복이나 다름없는 데이비의 몫.”

데이비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이실디가 침묵했다.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프리아 여신을 지키는 가디언이자 현신화한 그녀의 힘의 일부나 다름없는 인간.

데이비 올 라운이 대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말이다.

무슨 이유인지 제 힘을 조건부로 모조리 끌어내는 그는 약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변수도 방대했다.

“어찌 보면 타나토스 님도 참 불쌍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고 처절하게 복수만을 울부짖지만, 그 대상이 잘못돼도 너무 잘못되었으니까.”

“간단하게 설명해. 난 머리가 나빠서 네가 하는 말을 이해 못 하니까.”

“앞으로 삼신의 전쟁은 격해질 거야. 타나토스 님의 패배는 예정되어있을지 몰라도. 그 후가 문제지.”

“너…… 대체 뭘 꾸미는 거야?”

“내가?”

빙그레 웃어 보인 베르단데가 표정을 지워 보였다.

“약속을 지키고…… 살아남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선 데이비의 힘이 필요해. 세계수 알. 당신도 결국은 나와 같은 처지 아닌가?”

“부정은 안 하지. 다만 데이비가 네 꿍꿍이를 모를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 충고해주지.”

“이미 지겹게 느껴봤어.”

알의 느긋한 발언에 베르단데는 어깨만 으쓱여 보였다.

“명심해. 지금은 아무 문제가 없어. 다만 넬타리드 신이 정말 프리아 여신을 돕기만을 원했기에 이런 사태를 유도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야.”

그런 상황을 프리아 여신도 알 텐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넬타리드가 계속해서 활개를 치게 방관하고 있다.

거대한 초월의 의지를 일개 존재가 어찌 이해하겠느냐마는.

거대한 초월의 의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는 존재.

그것이 신이라는 존재였다.

그 후 베르단데는 침묵했다.

이실디는 잘 모르는 듯하지만, 그녀는 조금 특이한 심연의 공주였기에 아주 조금의 기억을 더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프리아 여신이 넬타리드를 그냥 두는 걸까…….’

잊었을 리 없다.

삼신의 전쟁이 어떤 양상이었는지는 그녀도 잘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그녀가 주기적으로 발현하는 점성술을 통해 그녀의 신이나 다름없던 타나토스에게서 의외의 기억을 엿볼 수 있었다.

마술, 점술 등등 여러 가지 능력은 그녀의 특기나 다름없으니까.

가장 먼저 공격을 당해 신의를 잃어버린 건 넬타리드이며.

전쟁의 시작을 알린 것 또한 그 존재라는 것을.

* * *

포도맛캣타워는 나와의 계약을 일종의 NPC 기연 정도로 여기고 있다.

수소와 산소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알프 온라인 내엔 NPC 기연이라고 하여 저마다 상위 NPC의 특수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상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것 하나가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밸런스 붕괴를 일으킨 적도 없고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주는 편이기에 실상 추가적인 이익을 얻는 정도에 그쳤다.

다만.

그건 넬타리드가 만들어낸 영혼 없는 껍질들이 만들어낸 NPC의 경우일 뿐이다.

포도맛캣타워는 기왕 찍은 계약서 차라리 좋게 생각하기로 했는지 내가 건네주는 거대 확장형 주머니를 받아들고 신이 나 작업공방에 쑥 들어가 버렸다.

물론, 그런 태도를 지켜보던 수소가 내게 묻는다.

“형.”

육신의 실 나이는 그가 많던가. 상관없는 일이다만.

“그런데 저 녀석이 믿을만한 녀석인 건 맞는데요. 그래도 너무 이방인을 믿지 마세요.”

“걱정 마. 튀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내가 계약서를 꺼내 흔들어 보여주었다.

“이렇게 계약서도 썼잖아?”

구두계약도 아니고 무려 서류계약서다. 수소와 산소는 아직 이게 얼마나 무서운 물건인지 전혀 모르는 듯 보였다.

“저, 은공. 그 서류라는 거요. 결국은 의미가 있나요?”

그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신은 저희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잖아요.”

수소와 산소는 내가 단순한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특수필드인 티오니스가 그냥 필드가 아니라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체감한 바 있다.

그것을 이론상으론 입증하기 어렵지만, 그들이 겪은 것들이 있으니까.

“솔직히 하다가 힘들면 저희 세상으로 도망쳐버리면 그만인데.”

수소도 그 말에 거들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런데 서류가 의미가 있나요? 서류도 결국은 서로 연락이 되고 한 법의 울타리 안에 있는 경우에나 효력을 발휘하는 건데.”

일반적인 서류라면 그렇다.

“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니까. 그게 그놈이 되었건 내가 되었건.”

약속은 한쪽에서만 지키는 게 아니다. 쌍방에서 지키는 것.

그렇기에 효력은 발휘한다.

거절했다면 다른 녀석을 찾았겠지만 포도맛캣타워는 내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단순한 서류처럼 보이는가.

초월계통 종속마법인 [로드 오브 기어스] 는 과거 페르세르크의 충신이었던 마족, 벨리얼에게도 한 차례 사용한 전례가 있었다.

놈이 바깥으로 도망친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내 허락 없이는 이 게임을 접지도, 대장장이 직업을 포기할 수도 없을 거다.

“반대로 그가 그대에게 감당 못 할 지원을 요구할 수 있지.”

“계약서 안 봤어?”

내가 항목 중 하나를 가리켰다.

“역량…… 악랄하구나.”

지원자의 역량이 닿는 범위 내에서의 지원한다.

즉, 능력이 부족해지면 지원을 끊고 계약서를 조정해도 상관없다.

내 설명에 질린 표정을 짓는 수소였다.

“그래서? 한 놈은 됐고. 나머지 한명은 언제 오는데?”

내 물음에 산소맛곰탕이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아무래도 이 근처 마을 쪽에서 시비가 붙었나 봐요…….”

“…….”

“어휴. 그 미친년 내 그럴 줄 알았지.”

대놓고 싫다는 티를 내는 수소의 말에 산소가 말없이 그의 뺨을 꼬집는다.

“아야!!”

“못된 말 하지 마! 지환아.”

“솔직히 같은 길드니까 별말 안 하는데 사고 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수소의 말에 산소가 곤란한 얼굴로 내게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여기서 기다리시겠어요? 아무래도 무단 PK가 붙은 것 같아서…… 제가 가서 데리고 올게요.”

급히 인벤토리에서 탈것을 소환해내는 산소가 금속으로 이루어진 타조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급히 이동한다.

“이 근처가 아니고?”

“옆 마을 쪽인가 봐요.”

“그럼 여기 근처 마을에서 구경이라도 하고 있을게. 처리되면 합류해.”

그렇게 말하며 나는 페르세르크와 일리나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갈래?”

“당연한 말을 하는 게지.”

“나도 따라갈래.”

두 사람의 대답이 들려온다.

* * *

-아가씨!! 지금 회장님께서 주선하신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접속하시다니요! 어서 나오셔서 머리도 손질하고 화장도 하셔야 합니다!

비서의 땍땍거리는 외침에 마가는 심드렁하게 연락을 끊어버렸다.

“나이 20대 초반에 선이라니. 내가 미쳤어? 절대 안 나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정략혼이야 정략혼이.”

말이야 이래저래 포장했지만 결국은 정략혼이나 다름없다.

역겹다는 생각이 든 [마가] 한유나는 짜증을 부리며 눈앞의 사내들과 그 사내들이 보호하듯 감싸고 있는 젊은 청년을 바라보았다.

“…….”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새끼야.”

거칠 것 없는 발언에 사내들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윽고 곱상한 청년이 인상을 찌푸렸다.

“우아하게 굴지 못하는 건 여전하구나. 한유…….”

“여기 가상현실이야 X새야. 남의 이름 멋대로 처 부르지 마.”

분노를 한치도 숨길 생각이 없는지 마가, 한유나가 짜증스레 말했다.

“비켜, 널 봐서 며칠 먹은 게 다 올라올 거 같긴 한데. 지금 누나가 많이 바쁘거든? 그러니까 좋은 말할 때 가라?”

그녀의 말에 청년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고는 그녀를 포위하듯 몇몇 사내가 둘러싸기 시작하자 주변에선 흥미롭다는 듯 유저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무단 PK인가?”

주변의 수군거림도 무시한 채 청년이 마가의 손을 콱 잡았다.

“따라와라. 아직 우리 사이에 해야 할 말이 있지 않나?”

“해야 할 말? 어디서 개 풀 뜯는 소리 하고 자빠졌어, 니 X끼랑 할 말은 이미 옛날 옛적에 다했어. 쓰레기 자식아! 이거 당장 안 놔?!”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리지만, 마가의 근력 스탯으론 청년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질질 끌려가기 시작하는 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버둥거리던 마가는 곧이어 품 안에서 커다란 약병을 꺼내 그에게 던져버렸다.

물질변환사는 기본적으로 연금술사에서 추가 전직을 하여 이루어지는 직업인 만큼 기본적이니 연금술 전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던진 건 연금술사들의 공격 스킬 중 하나인 페인 드링커라는 독 데미지를 주는 기본 스킬이었다.

물론. 그녀가 던진 병에 사내가 맞기 무섭게 옆에 있던 근육질의 사내가 곧바로 상태 이상 해제 마법을 걸어버렸다.

“조심하십시오. 도련님. 로그아웃 당하면 손실이 제법 크게 됩니다.”

그 말에 청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X부X 잡X의 새끼야, 이거 놓으라고!”

악을 쓰며 버둥거리는 그 모습에 사내의 표정에 짜증이 서린다.

그리고는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철썩!!

소리와 함께 그녀의 뺨이 돌아간다.

통증이야 거의 없지만 공격을 당했다는 점 때문인지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꼭 말로 해야 알아듣나?”

“손버릇 더러운 것도 여전하고. 니가 이래서 차인 거야 개자식아.”

“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말한 청년을 보며 마가는 인상을 찌푸렸다.

마가 한유나도 성격 개차반으로 주변에 유명하지만, 눈앞의 이 청년, 즉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그는 그녀조차 학을 뗄 정도로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

폭력성에 과도한 갑질. 피도 눈물도 없는 행각은 물론 마가가 가장 혐오하는 여성 편력까지.

“난 네가 나와 만나면서 갈아치운 여자가 20명이 넘었다는 점에서 아주 기가 막혀. 더는 할 말 없고 우리 집에서도 이야기 끝났으니까 제발 좀 꺼져.”

싸늘하게 쏘아붙인 그녀가 청년의 손을 쳐냈다.

“널 만날 수 있는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널 찾아 이 지저분한 곳까지 왔다. 얌전히 따라와.”

“엿이나 드세요. 개자식아.”

마가의 싸늘한 말에 청년이 고개를 까딱인다.

그러자 고레벨 장비를 두른 이들이 대놓고 PK를 활성화하며 그녀를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하씨…… 산소 만나야 하는데!’

지금 여기서 이럴 게 아닌데. 더 중요한 인물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가는 어찌할까 고민했다. 시비가 붙은 시점부터 이미 연락을 보냈지만, 그녀가 오기 전에 일을 처리해야 그녀의 실체를 숨길 수 있었다.

“싸우게? 들어와 X새들아. 내가 생산직이라도 PK 못할 정도는 아니거든?”

그 말에 사내들이 순식간에 파고든다.

아마 제압이 목적이리라. 실제 오프라인에선 만나기 힘드니 온라인에서 그녀를 노린 게 훤히 보였다.

당연히 고레벨 유저들에게 둘러싸여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계속해서 도망 다니는 수밖에 말이다.

그렇게 PK의 여파가 커지기 시작하자 마을에서 경비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지만, 청년의 부하로 보이는 이들은 이미 이런 상황도 대비했는지 뇌물을 경비병에게 쥐여주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매수라는 특수 스킬이 분명했다.

경비병의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된 마가는 차라리 산소에게 자신의 위치를 다르게 알려준 걸 다행이라 여겼다.

괜히 그녀에게 이곳에 대해 말했다간 산소도 휘말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이놈은 지독한 놈이었다. 돈이면 다 되는 한국에서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놈은 반드시 신상을 캐고 괴롭히는 짓을 주로 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예상치 못했다.

마가를 압박하던 마법사 유저가 광역마법을 펼쳤고. 그 마법의 일부 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낸 그녀로 인해 남은 공격이 일반 유저에게까지 닿아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뇌물을 바치면 경비병은 손을 놓지만 페널티를 안게 된다.

무단 PK 활성이다.

아무나 공격이 되어버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적이 늘어난다.

나름대로 함부로 돈 믿고 PK를 하지 말라는 밸런싱이지만 그것을 신경 쓸 그들이 아니었다.

물론. 그들만 신경 쓰지 않을 뿐.

콰앙!!!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누군가가 적중한 것이리라.

속으로 짜증을 부린 마가가 날카롭게 파고드는 검을 피해내며 물러난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그녀의 패턴 따윈 이제 알겠다는 듯 한 발 더 내디뎌 그녀를 향해 파고들었다.

마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대번에 당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사내의 검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마가의 뒤편에서 걸어 나온 청년이 그녀의 어깨를 거침없이 뒤로 당겨 주저앉혀버렸기 때문이었다.

터엉!!!

그리고.

청년의 손이 사내의 검을 가볍게 튕겨냈다.

“어?”

놀란 마가의 눈에 청년이 비쳤다.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 외국인인가 싶은 느낌이 서린 혼혈 같은 느낌의 미남이었다.

담담한 얼굴로 다가온 청년이 말했다.

“싸우는 건 자윤데 지금 누굴 공격한 건지는 알고 가야지?”

빙그레 웃는데.

마가는 어째서인지 검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청년의 미소가 너무 살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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