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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38화 (637/1,559)

제 638화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성이라 한다면 거대한 성벽은 거의 표현되지 않는다.

길목을 한두 곳만 만들어 놓으면 유저들에게 불편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프 온라인에선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깎아지른 성벽은 마치 진짜 성이라도 된 것처럼 굳건하게 서있었고 병사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입장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말이 지키고 있을 뿐 진짜처럼 복잡하게 성벽을 지나는 이들을 체크하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나름대로의 센스가 돋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새삼 흥미로운지 일리나와 페르세르크는 흥미가 서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말이다.

솜사탕을 하나 구매하여 내게 내미는 페르세르크의 배려에 낼름 한 부분을 핥아 먹자 그녀가 키득거리며 남은 부위를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맛이 좋은게로고.”

“그런 거 먹다간 배 나올 거다.”

“흥. 본녀의 열량 따위는 그대 덕분에 쉽게 조절이 가능한 게야. 그리고. 데이비.”

그렇게 말한 그녀가 작은 손을 뻗어 내 코에 묻은 솜사탕을 스윽 떼어내고 낼름 입에 밀어 넣으며 능글맞게 웃어보였다.

애초에 그녀는 생명이자 생명이 아니니까.

육신이 일반적인 존재의 것과는 다르다.

혀를 쏙 내미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카아앙!!!!!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검풍이 권강을 두른 내 손에 맞아 깔끔하게 하늘로 튕겨 올라갔다.

고요함이 감돈다.

일리나는 한손으로 이마를 탁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페르세르크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 개X들이…….”

표정이 험악하게 변한 나는 공격을 한 이들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가 공격했는지 알 만했다.

그러니.

무슨 상황이건 간에 대가는 치러야 하리라.

* * *

갑작스런 나의 난입에 모두가 멈췄다.

“왜들 그래. 좀 전처럼 날뛰지 않고.”

내 말에 사내들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한 청년과, 그 청년을 보호하듯 서 있는 네다섯 명의 사내들.

그리고 그들에게 린치를 당하듯 공격받고 있던 여성까지.

여성을 구하는 나름 매너 좋은 신사 흉내를 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내게 그녀는 관심 밖의 일이었으니까.

“아야야…….”

인상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 나는 그녀의 다리를 발로 툭 치며 말했다.

“방해하지 말고 꺼져.”

싸늘한 내 말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이게 돌았나!”

그녀가 눈에 불을 켜며 항의하지만 나는 그녀를 깔끔하게 무시해버렸다.

“싸울 거면 딴 데 가서 싸워. 왜 여기서 싸워서 애꿎은 피해를 주고 난리야.”

“뭐…… 뭐라고요?! 이봐요! 지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하!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기가 막힌지 말을 잇지 못하는 그 모습에 페르세르크가 내 귓가에 대고 진지하게 속삭였다.

“그대의 기억 속에 있던 드라마라는 것 말이야 데이비.”

갑자기 웬 드라마?

“보통 히로인 역할의 캐릭터가 남자주인공과 만날 때 저런 말을 하지 않던가?”

내가 아나.

그녀가 누구건, 뭘 하건 내 알바가 아니었다.

현재 내 관심은 오로지 페르세르크에게 공격을 날린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할까로 가득할 뿐이다.

“남의 소중한 부인을 공격했으면 사과라도 해야지.”

사과한다고 살려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넌 또 뭐야. 비석 꽂기 싫으면 저리 꺼져.”

한 사내가 일부러 으름장을 놓듯 억양을 강하게 하고 말했다.

자신이 공격한 건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니.

대가는 치러야지.

나는 근처에 있던 청년이 데려온 사내 중 한명에게 손을 뻗었다.

쉬리릭!!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녀석의 머리통은 이미 내 손에 잡힌 후였다.

티오니스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인간들에 비하면 그리 크다고 할 순 없지만 내가 키가 작은 편은 아니니까.

“억?!”

당황하며 그가 버둥거리자 나는 금기의 힘을 끌어내 그대로 놈을 지면으로 처박았다.

투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내는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지면을 박살내며 처박혀버렸다.

퉁!!

그리고 그의 육신은 hp가 다한 듯 그대로 침묵하며 채팅창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슨 딜이…….]

당황한 그 목소리에 주변의 시선이 변했다.

몇몇은 내가 누군지 벌써 눈치챈 듯 보였지만 애석하게도 지금 나와 엮이고 있는 이들은 내가 누군지 아직 모르는 듯 했다.

“물러나세요. 도련님. 아무래도 상대는 고 레벨 유저인 것 같습니다.”

“이길 수 있나?”

“이미 피케이가 발동된 이상 조용히 넘어가긴 힘들 듯합니다만…… 어떻게 협상해볼까요?”

사내의 말에 청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몇 푼 쥐어주고 보내.”

청년의 단조로운 발언에 사내 중 하나가 인벤토리로 보이는 공간에서 커다란 자루를 꺼냈다.

“의도하지 않게 싸움에 휘말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보상으로 이것을 받아라.”

그가 내민 골드주머니를 받아든 나는 그 내용물을 슬쩍 바라보았다.

반짝거리는 금화가 가득담긴 자루는 척봐도 돈이 제법 되어보였다.

다만.

받는다곤 했지 놈들을 놓아준다곤 하지 않았다.

“이게 전부야?”

“뭐?”

“더 없냐고.”

내 물음에 사내가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청년을 보자 청년의 인상도 찌푸려진다.

“과욕은 인생을 망치는 법인데 말이야.”

스산하게 말한 그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봐. 좋은 말로 할 때 가. 지금 내가 기분이 많이 안 좋아.”

그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다가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에 닿았을 때.

내 신형이 순식간에 그에게 접근했다.

반응조차 못하고 있던 이들은 내가 청년의 앞에 다가갔을 즈음에서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쫓았다.

그리고.

쩌엉!!!

순식간에 내 발이 그의 복부를 걷어차 날려버리며 그를 벽면에 처박았다.

“도…… 도련님!”

당황한 사내들이 급히 움직인다.

순식간에 파고든 사내가 돌진기를 쓰듯 미끄러져 들어와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련 없이 레벨과 수치라는 것으로 강해지는 존재들이다.

그런 만큼. 전투 센스라는 것을 기대하긴 힘들다.

퍼엉!!!

또 한명의 몸이 터져나가듯 거대한 폭음과 함께 처박혀버리자 그제야 사내들은 내가 보통 화력이 강한 게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듯 보였다.

“끝이야? 더없어?”

싸늘하게 말한 나는 사내들을 무시한 채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빈사 상태와 기절 상태이상이 된 듯 비틀거리고 있는 그의 어깨를 강제로 잡아 짓누른 후 눈을 마주쳤다.

“날 봐. 인마.”

“…….”

그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네가 누군지 관심 없고, 네가 뭘 하는지도 관심 없어. 네가 뭐 때문에 공격을 시작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7서클, 흑마법.

[피어]

광역 제어마법을 한명에게 집중시킨다.

‘데이비. 아이디를 삭제시키게?’

‘아니.’

그걸론 부족한데.

내 대답에 페르세르크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의도하지 않은 공격인데 죽이기엔 너무 과하지 않을까?’

‘페르세르크. 넌 npc가 아니야.’

그녀는 나와 같은 살아있는 존재. 만약 그녀가 약했다면?

방금 내가 공격을 쳐내지 못했다면?

그 공격이 적중했다면 그녀가 큰 부상을 입어도 시스템상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저들에겐 이곳은 유희의 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엄연히 반 현실이나 다름없다.

‘내가 다른 이도 아니고 널 위험하게 만든 놈을 살려둘 것 같았냐.’

“……으…… 컥?!”

나를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섬뜩한 오한과 두려움에 그의 몸이 움찔거렸다.

마치 그의 정보에 바이러스가 심어진 것처럼 파고든 피어마법이 그의 전신을 너머 이곳과 연결된 정신 자체에 파고들었다.

역시나 할 정도로 유저들은 정신계통 마법에 대해 면역이 낮았다.

육신이라는 방패를 버리고 정신을 아바타에 접속시키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이긴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상대의 정신을 말살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놈의 정신을 서서히 뭉개고 뒤틀기 시작하자 근처에 있던 사내들이 당황한 듯 나를 공격해 들어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컥?! 이……이건 또 무슨 스킬…….”

쩌엉!!!

그리고. 사내들에게는 피어와는 다른 직접 공격이 쏟아졌다.

허공에서 표면이 거칠거칠해 보이는 검은 창들이 나타나더니 그들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창은 마치 증식이라도 하듯 사방으로 뻗어져 나갔고, 그들을 곧 가시지옥에 꿰인 고깃덩어리처럼 만들어 죽여 버렸다.

미약한 금기의 힘과 함께 넬타리드가 준 권능이 뒤섞이며 아이디 정보가 삭제되기 시작하는 건 한순간이었다.

와장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청년과 사내들의 몸이 마치 로그아웃하듯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그 속도가 느려 일반 로그아웃과 다르게 그 모습이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말없이 그를 바라보던 나는 곧이어 사라지기 직전인 그의 귓가에 대고 무어라 속삭였다.

그 후, 그의 눈이 부릅뜨여지면서 그의 아바타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강제 로그아웃 당해버린 그들의 잔재를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텍트 방식이 제법 참신하네.”

피어가 놈의 정신을 붕괴시켜버리기 전에 게임 시스템이 그를 게임 밖으로 튕겨내 버린 것이다.

‘도망쳤구나.’

“됐어.”

어차피 프로텍트로 보호해도 완전히 해방되진 못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릴 테고.

운이 나쁘면.

정신이 붕괴되어 환청, 환각을 볼 것이리라.

종래엔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합병증을 몰고 오고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하지 못해 죽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지독한 상황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실험한 건 사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너…… 또 설마 그거 한 거 아니지?”

내 모습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일리나가 스리슬쩍 다가와 나를 올려다보며 불안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하지 마, 그거…… 너무 잔인하잖아.”

“잔인하긴 무슨.”

“후…….”

인생사 인간의 몸은 정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하였던가.

그 반대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내가 피어 마법을 직접적으로 노출시킨 곳은 놈의 머리.

그러니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은 탈모가 잘 와.”

탈모의 원흉이 되는 스트레스를 평생토록 안고 갈 정도로 쌓아주었으니 아마 치료도 불가능할 거다.

그가 누구이건 간에 절대 곱게 보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사고의 원흉이었던 사내가 사라지자 나는 말없이 침묵하다가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는 확실히 내가 돕지 않았으면 린치를 당해 hp가 제로가 되었으리라.

이에 나는 손을 뻗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했다.

“뭐…… 뭔데요.”

당황한 듯 그녀가 경계어린 눈빛으로 보며 묻자 나는 대뜸 요구사항을 던졌다.

“뭐긴 구해줬으면 보답을 내놔야지.”

내 말에 그녀가 벙찐 얼굴을 한다.

하지만 곧 기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강제 퀘스트?! 보답을 하라고?! 미쳤어?! 이봐요! 지금 무슨!”

“이방인은 한번 죽으면 손실이 크다던데, 그냥 넘어가려 했나?”

내 말에 그녀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허…… 아니. 무슨…… 하! 아니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그녀가 산소가 만나러 갔던 물질변환사 [마가]였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안 일이다.

* * *

“커헉!!”

접속기를 집어던지며 벌떡 일어난 20대의 청년이 숨을 헐떡거렸다.

“커헉!! 쿨럭쿨럭!!”

그리고는 눈물까지 흘리며 비틀비틀 걸어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뒤 속에 든 것을 게워냈다.

끔찍한 경험이었다.

어떻게 게임 내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자와 눈을 마주친 그 순간.

어떤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미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원망서린 눈빛도 받아보았고 가지고 놀다가 버린 여인들의 표독스런 시선도 우습게 넘긴 그였다.

하지만 붉게 휘어져 미소짓는 청년의 눈을 마주쳤을 때.

그는 거대한 맹수 앞에 던져진 것처럼 온몸을 떨었다.

기억은 점차 짙어지고 그 청년에 대한 공포도 점차 짙어졌다.

어떻게 사람이 처다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들 수 있는가.

속에 든 것을 그대로 게워내고 그 위를 뒹굴며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그대로 쥐었다.

후두둑…….

그리고.

섬뜩한 소리와 함께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그의 손에 잡혀 뽑혀 나왔다.

머리의 반절은 새하얗게 색이 바래있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공포로 인해 머리색이 빠져버리고 탈모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 아아…….”

그의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보통 여자들을 후릴 땐 돈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잘난 외모가 한몫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집안에서 거의 반쯤 내놓은 자식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이런 변화는 절대 좋지 않았다.

“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안 그래도 극심하던 스트레스가 더욱 거세지며 머리에서 열이 날 정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울먹거리며 그가 현실도피하듯 나머지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파스스…….

그러자 저항 없이 머리의 중앙에 있던 머리카락들이 후두둑 뽑혀 나왔다.

그제야. 그는 로그아웃 직전에 붉은 눈의 청년이 그를 보며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네 머리에 태양 있으라.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말이다.

뿌드득…….

분노가 서린다.

자신을 거부한 자신의 소유물이 되어야 할 한유나에 대한 분노. 그녀를 몰아붙이던 도중 난입한 그 빌어먹을 놈에 대한 분노까지.

열이 받을 대로 받은 그는 토사물로 엉망이 된 몸을 진정할 틈도 없이 엉금엉금 기어가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그 새끼 찾아!!!!! 찾아오란 말이야!!!!!”

발악에 가까운 비명소리였다.

쿠당탕!!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몇몇 사내가 뛰어 들어왔다.

“도련님!”

그가 사고치지 말라고. 아니, 사고를 쳐도 조용히 묻어갈 수 있게 그의 아버지가 붙여준 사람들이자, 게임에서 함께 있던 이들이기도 했다.

“찾아…… 찾아오라고…….”

바닥에 드러눕듯 휘청거리며 소리질러대는 그를 보며 사내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도…… 도련님! 머리가!”

“닥쳐!! 닥치라고! 닥치고 그 년놈들 다 데려와! 내 앞에 데려오라고!! 그 X새끼들 찾아서 내가 직접 죽여 버릴 거니까 데려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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