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2화
알프 온라인은 쉬지 않고 여러 일이 벌어진다.
정보가 끝도없이 오가며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상 이득을 보는.
게임이면서 게임이 아닌 현실 같은 판이 벌어진다.
그리고.
유저들은 볼 수 있었다.
-띠링!!! 62레벨 물질 변환사 – 마가 님이 흉신 굼다의 심장 변환에 성공하셨습니다!!
팡파레와 함께 하늘 높이 떠오른 플래카드에 수많은 유저들이 경악했다.
“미친, 방금 뭘 본 거야 내가.”
전무후무한 속도로 제작 스킬 레벨을 올린 마가에 대한 뜨거운 소문은 여기저기 퍼져있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전투에만 관심 있고 제작 직업에는 별로 관심 없던 유저들조차 그 이름을 들어볼 정도였으니.
놀라운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띠링!!! 60레벨 대장장이 – 포도맛 캣타워 님이 흉신 굼다의 비늘 가공에 성공하셨습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충격적인 소식.
한 명도 아닌 두 명이.
유일무이한 60을 돌파한 것도 기가 막힌데 그것도 두 사람이 가공한 재료가 모두를 경악케 했다.
다름 아닌 흉신 굼다의 재료.
흉신 굼다는 이 알프 온라인에서 유명한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자랑하던 뒤틀린 마수 레이드에서 나타난 이스터에그 같은 괴물이 바로 흉신 굼다였으니 말이다.
흉신 굼다의 소재는 단 한번 풀렸고.
그 소재는 티오니스 성자에 의해 모조리 회수되었다.
그래서 유저들은 흉신 굼다의 소재는 아직 유저들의 앞에 나올 수 없고 설사 나온다 할지라도 당장은 구할 수 없을거라여겼다.
하지만 두 유저가 어디서 구했는지 굼다의 비늘과 심장을 가공한 것이다.
보란 듯이.
그러니 놀랄 수 밖에.
그 때문에 각 제작 길드와 전투 길드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제작 길드는 그 소재를 대체 어디서 어떻게 입수했는지 알고 싶어 했고.
전투 길드는 그것으로 만들어질 장비가 얼마나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을지 궁금해 했다.
공격력 1스탯에도 목숨을 거는 게 온라인 게임의 유저다.
당연히 더 강한 소재로 만드는 무기가 어떤 효과를 지닐지 기대할 수밖에.
만약 저들이 만드는 장비 아이템이 공개가 된다면.
그 가격은 전 세계의 서버에 단 하나 존재하는 아이템으로 유명해지리라.
전 세계의 수많은 인간들이 즐기는 이 게임에서. 유일무이한 아이템이라니.
그 가치는 일반적인 MMORPG게임에서 즐기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유니크함을 지닐 수밖에 없다.
유저들은 곧 두 명의 유저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스펙의 물건을 만들어낼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쾅!!!!
물론, 기대만 하는 유저가 있는건 아니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뼈다귀 같은 X끼가 지금 내 아이템으로 개짓거리를 하는 거야!!!”
흑풍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격분하며 자신의 노기를 사방에 드러냈다.
“이미 연락을 해 봤어요. 운영진 측에 문의도 넣어보고 접촉 시도도 해 보고 있는데 제대로 된 답변이 나오질 않고 있네요.”
그런 그를 추종하는 길드원들은 씩씩 거리는 흑풍 길드 길드마스터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마가와 포도맛 캣타워.
둘 다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유저였다.
애초에 저만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걸 알았다면 이미 길드에 영입을 했을 것이다.
그 방식이 강제가 되었건 그게 아니건.
“그래서. 그놈들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에 대한 소식은 아직이야? 그 빌어먹을 티오니스 성자인지 성녀인지 나발인지 하는 X끼가 내 아이템을 먹고 튀었다고!! 이건 장물이야 장물!! 그건 내 거라고! 제길 NPC주제에!!”
그의 고함에 주변 길드원들은 속으로 ‘그게 왜 네 거냐. 잡은 게 티오니스 성자니까 티오니스 성자가 다 가져갔지.’ 하는 심정이었으나 그것을 대놓고 드러낼 순 없었다.
흑픙 길드의 길드마스터는 스펙은 높으나 성격이 개차반을 넘어 지저분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레이드의 실패엔 그의 고압적인 태도와 독단이 한몫하기도 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를 욕하는 말도 많았지만, 그의 눈에 거슬리는 이들이 하나 둘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였기에 이와 관련해서 괴담마저 나도는 수준이었다.
“빌어먹을, 찾아! 찾아오라고! 내 물건을 다른 놈이 손대고 있다는 걸 참을 수가 없다고!”
“저…… 길드마스터. 그냥 뒤틀린 마수 레이드 다시 열리면 그때 도전해 보시는 게…….”
“너 이 X새끼가!!”
빠악!!
손에 쥔 것을 그대로 집어던진 그가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누구야! 누가 저딴 새끼 내 앞에 데려왔어!! 어?!”
“죄송합니다. 대표님. 금방 치우겠습니다.”
“저 새끼 내 눈에 안 띄게 해. 알겠어?!”
“예, 예!”
다른 한 유저가 뛰어와 길드원의 머리를 강제로 숙여 보이고는 후다닥 사라진다.
알프 온라인도 또 다른 현실이다. 바깥에서의 지위를 이곳에서 써먹을 수 있고. 이곳에서의 지위는 곧 전 세계적인 명성과 부가 된다.
그러니 다른 놈이 먼저 앞서나가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 두 유저를 본 이는 없었고, 그들이 어느 길드 출신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였다.
“저기…… 대표님.”
“또 뭔데!!”
“저기…… 누가 찾아왔습니다.”
“나 바쁜 거 안보여?!”
“그게…….”
그렇게 말한 그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3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체격의 인영이 서있었다.
어떤 유저도 3미터의 키는 없다.
그 말인 즉.
그는 NPC이며.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NPC는 단 하나의 부류로 분류된다.
“당신은?”
“이방인. 너희들의 힘을 빌려야겠다.”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후드를 넘기자 새파란 피부에 민머리가 드러났다.
새까만 눈은 흰자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미친 흉신 레오라잖아!”
12흉신 중 하나! 상위 흉신 레오라의 출현에 길드원 모두가 경악했다.
NPC, 그것도 현존하는 최종 보스급에 달하는 엔피씨가 나타났으니 당황할 수밖에.
상위 엔피씨의 행동 범위가 자유롭다지만 그의 행동은 일반적인 상위 엔피씨 이상으로 자유로웠다.
챙!! 챙!!
순식간에 무기를 빼드는 그들을 보자 흉신 레오라가 섬뜩한 안광을 빛낸다.
“그 자를 죽이고 싶지 않나? 내가 힘을 빌려주지.”
그 말에 주변이 점차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참. 그자들을 찾는데 이자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말하며 레오라는 허공에 손을 찔러 넣었고 이내 누군가를 끌어냈다.
다름 아닌 고성 그룹의 망나니 고진석이었다.
* * *
카앙!!!
캉!!!
마나를 통해 금속의 결을 찾아 가공한다.
수르트도 할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이 가능한 기술.
마나 가공 자체는 나의 주특기이자 고유의 시그니처 기술이나 다름없다.
카앙!!
캉!!
칼디라스의 혼을 빼놓았다 해도 신검 칼디라스의 검체는 극도로 단단하고, 부드러우며 열에 강했다.
칼디라스의 혼과 뒤섞이는 순간 그 한계는 돌파될 테니 사실상 완성된 칼디라스는 몇 만도 단위의 공격으론 흠집 하나 낼 수 없으리라.
레이나의 칼디라스가 부서진 건 극도로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망가져 가던 그녀의 정신을 칼디라스가 회복시킴으로써 자신의 힘을 모조리 소진해 바스러진 것이지만 말이다.
수천 년 동안 녹슬지 않고 형태도 변화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지구의 신소재 과학자들이 보면 거품을 물 정도로 단단한 소재로 만들어진 칼디라스는, 단순 파괴 불가 옵션이 달려버린 롱기누스보다는 못할지 모르나 여러 면에서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물건 그 자체였다.
카앙!!! 캉!!!
나는 거의 넋이 나간 듯 망치를 휘두르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단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작업을 지속했고. 문제가 될 시 육신 자체를 강화시켜 도구를 쓰지 않고 직접 맨몸으로 붉게 달구어진 검을 이리저리 돌리며 작업하기도 했다.
애초에 형태가 크게 변하진 않았다.
내가 하는 작업은 칼디라스의 내부에 하레스와 코드를 맞춰 놓은 흐름을 마나가공으로 바꾸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는 일리나와 칼디라스가 모르게 그 안에 몇 가지 재료를 더 덧대었다.
흉신 굼다의 힘의 정수를 끌어내 그 안의 힘의 출력을 이용한다.
다른 힘과 뒤섞어 중화시킨 힘을 하나의 결정으로 만든 뒤 그것을 칼디라스에 다시 섞어 강화시켰다.
굼다는 사실상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굼다의 특성은 놀라웠다.
헤라클래스와 비슷한 계속되는 성장.
그 힘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칼디라스를 강화시키는 데엔 충분하리라.
그 외에 아공간에서 제법 효과가 좋은 영약들을 꺼내 적절하게 배합하고 섞었다.
그리고 힘의 정수와의 융합에 마찰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하며 녹아들게 만들었고 다시 검을 두드렸다.
백은의 빛을 띠던 검에는 금빛 띠가 생겨났다.
아름다운 문양으로 검면에 고대 문자들이 새겨지기 시작하자 문자가 새겨진 홈 하나하나에 방대한 힘이 깃들며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가공을 끝낸 뒤 서서히 날을 갈아낸 나는, 다시금 따로 분리시켜둔 칼디라스의 혼을 집어넣으며 검을 띄워 올렸다.
우웅!!!
마나로 이루어진 띠가 쏘아져 나와 칼디라스를 감쌌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듯 털썩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두 번은 못 해 먹겠네…… 후우…….”
페르세르크에게 눈짓하자 그녀는 곧이어 칼디라스를 보더니 천천히 종이에 문자를 적어주기 시작했다.
-강화 성공. 금빛 기운이 감돌기 시작. 힘을 충전하는 정도에 따라 위력을 대량 강화 가능.
-위력 증폭 능력 생성.
-사용 제한 해제 한계 돌파.
-절대 명장 데이비 올 라운이 가공에 성공한 신검.
-스스로 성장한다.
일반적으로도 신검이라 불리는 검이 가공 한 번을 통해 엄청난 변화를 거쳤다.
사실 저기 내용물 중 가장 만족스러운 건 사용 제한 해제.
그리고 한계돌파 라는 문구였다.
만족스럽다.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짧게 고른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나를 바라보는 드워프들과 걱정스러운 표정의 일리나가 보였다.
그런 일리나를 향해.
나는 천천히 손을 들어보였고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그대로 공방을 양분하던 장막을 풀어헤쳤다.
순식간에 열기가 그들을 덮쳐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이미 열기의 대부분을 중화시키듯 식혀버렸기에 조금 뜨거운 바람이 몰아친 것 말곤 없었다.
“데이비!”
장막이 풀리기가 무섭게 스르륵! 하며 내 곁에 나타난 페르세르크가 나를 부축한다.
그리고 일리나가 다가와 나를 지탱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넌 무슨 작업 한 번 하고 죽으려고 작정했어?!”
“얼마나 걸렸냐.”
“사흘…… 너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작업 환경이 마냥 좋진 않았다.
중간 중간에 실패할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이 제법 있었으니까.
짧게 숨을 고른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까딱였다.
“자아가 안착되면 그때 가져가 당분간은 저대로 두고.”
“완성……된 거야?”
“확실하게 체감될 거다.”
무기는 말이다. 자기 손에 맞는 순간부터가 진짜인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 말도 안 되는 재능으로 어떻게 써 왔겠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르리라.
‘잘하면 칼디라스 때문에 이기어검의 경지를 완전히 개척할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되면 이 땅에서 검선급 경지. 즉 이기어검을 제대로 다루는 경지의 이르는 이는 총 셋이 되는 것이다.
* * *
“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며 몇몇 유저들이 부리나케 도망간다.
“저 미친 새끼들! 갑자기 왜 와서 PK질이야!”
짜증스레 소리치는 한 유저의 말에 다른 유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숨긴 모양이지만 모를 수가 없었다. 흑풍길드 놈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산소맛 곰탕이 소속된 길드, 연꽃원들은 현재 다수에서 흑풍 길드의 습격을 받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포도맛 캣타워와 마가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로 쓰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논리는 정말 기가 막히기 그지없었다.
흉신 굼다가 나타난 뒤틀린 마수 레이드에서 데이비에게 고용 계약서를 건네는 걸 봤을 테니 그 소재는 자신들의 것이고. 그것을 멋대로 가져가 가공하는 두 사람에게 변상을 요구할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연락이 되지 않는 두 사람을 끌어내기 위해 같은 길드원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보통의 경우, NPC 국가의 보호신청을 할 수 있지만 현재 이들은 어째서인지 NPC국가에서도 지명수배가 걸려 있었다.
대체 왜 지명수배가 걸렸는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데이비를 레이드하기 위한 흑풍길드의 수작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