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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51화 (650/1,559)

제 651화

지구에 내가 넘어가는 건 일반적으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심연의 공주이자 이제는 배신자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존재인 베르단데가 포도맛캣타워에게 특수한 퀘스트를 부여, 스킬을 넘겨줌으로써 치르바트 이어링이 한 차례 강화되었다.

치르바트 이어링은 결계를 비집고 들어가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흉신이 대체 어떤 존재였는지 모르나 그 힘의 여파는 신이 만들어놓은 틈바구니까지 찾아 비집고 들어갈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 결과 육신까진 아니더라도 혼령만큼은 넘어올 수 있게 되었다.

중요한 사항은 내가 이 지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지켜보는 것.

당장 내가 한 약속이라곤 고진석을 마가, 한유나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정도가 전부였고, 그 외에 넬타리드에 관한 간단한 정보수집이 전부였다.

내 말에 몸을 숨기고 있던 케인이 눈을 푸르게 빛내며 날개를 펄럭였다.

동시에 싸늘한 바람이 실내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윽?!”

“뭐꼬 뭔데!”

갑작스런 냉풍에 놀란 이들이 우왕좌왕한다.

고진석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처음 이놈을 만났을 때도 그러했고.

그의 인성이 어떠한가에 대한 논란 자체는 사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후웅!!

이윽고 몸이 반투명해진 케인이 스르륵 움직인다.

그리고.

모두의 눈앞에 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업?!”

“뭐야 저건!”

그들이 본 것은 케인이 아니었다.

아니, 케인이되 케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검은 슈트에 검은 선글라스. 검고 짧은 머리칼을 한 청년의 모습이 된 케인은 느긋하게 그들의 앞에 나섰고 곧이어 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 사내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억?! xx!! 이 새끼 뭔?! 커헉!”

순식간에 달려들어 사내의 팔을 꺾고 제압해버린 케인은 고개를 슬쩍 들며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하나하나 처리하기 시작했다.

“죽어!!!”

까앙!!!

손에 쥔 거대한 쇠파이프를 유연한 몸놀림으로 피해낸 그가 사내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빡!! 빡!!

정강이뼈에 타격을 받은 사내가 몸을 움츠린 사이 섬광과도 같이 날아든 주먹이 그의 명치와 인중을 후려쳐 그대로 기절시켜버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저 자식은 뭐야!!”

케인의 난입에 실내가 난장판이 되면서 가장 당황한 것은 고진석이었다.

이곳은 아무도 모르는 폐공장이었고. 이렇게 누가 찾아올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돌린 케인이 고진석을 노려보자 그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펄쩍 뛰며 물러났다.

“저…… 저거 막아!! 막으라고!”

그의 외침에 떡대들이 일제히 연장을 챙겨 들고 케인에게 덤벼들었다.

애초에 이 떡대들에게 한유나나 윤지아의 생사는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렸다.

“죽어!!”

휘리릭!! 빠악!!

마치 휘감기듯 날아든 주먹이 한 사내의 인중을 후려친 뒤 뒤이어진 발차기로 대번에 기절시켜버렸다.

그야말로 신묘에 가까울 정도의 싸움 솜씨였다.

하지만 케인은 모습부터 능력까지.

모두가 이질적이었다.

“마치 단순한 인간 같구나.”

신묘하지만 인간과 흡사하다.

순식간에 사내들을 제압한 케인은 손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야말로 경악할 수준의 일방적인 폭행에 가까웠다.

“후…….”

짧게 숨을 고른 그가 이윽고 바닥에 주저앉은 고진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 너 뭐야…… 너 뭐냐고!!!”

케인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고진석 때문일까.

의자에 묶여있던 한유나와 산소맛곰탕, 윤지아는 놀란 듯 케인과 고진석을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려있는 그녀들이라도 눈앞에서 펼쳐진 현상을 무시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만, 저건 잠시 내버려 둬.”

“어째서입니까?”

이윽고 현장에 난입한 내가 케인을 향해 말하자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반문했다.

애초에 나와 페르세르크는 다른 이들에겐 전혀 보이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우선순위부터 따지라고. 저쪽이 더 급해.”

내가 고갯짓으로 한유나와 윤지아를 가리키자 녀석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녀들에게 다가가더니 조용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제 괜찮습니다. 내가 당신들을 구하러 왔으니까요.”

“흑…… 흐흑…….”

“…….”

겁에 질린 두 여자는 긴장을 풀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한유나는 몰랐겠지만, 산소는 이보다 끔찍한 일을 겪은 바 있다.

그 탓인지 제법 회복속도가 빠른 편에 속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는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을 묶고 있던 밧줄을 풀어낸 뒤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모포를 둘러준 케인이 돌아선다.

“이…… 이봐요!”

“무슨 일이십니까?”

“저 사람을 어떻게 할 거죠?”

그 물음에 케인은 침묵했다.

그리고는 내게 답을 구하듯 시선을 돌렸다.

애초에 그가 여기서 나선 건 오로지 내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대체 왜 저 케인의 두 번째 인격이 내게 이토록 호의적이고 협조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후환거리는 없애야지.”

“그걸 바라신다면.”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그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자 그곳에 정신을 차리고 있던 세 사람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팍!!

순식간에 두 사람의 뒷목을 가격해 기절시킨 케인이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고진석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를 죽이는 것으로 제 조력은 끝입니다. 이곳에 오래 머물수록 당신들은 더욱 힘들어질 거예요.”

그렇게 말한 그가 고진석을 향해 천천히 다가갈 즈음이었다.

“오…… 오지마!! 오지 말라고! 얼마야…… 얼마를 받고 이 딴짓을 저지르는 거냐고!”

“얼마냐라…… 그걸 알면 당신이 그 대가를 지불해줄 수 있나요?”

“지불하지! 두 배, 아니 네 배를 주겠다!”

“호오…….”

“대신 그놈!! 나를 죽이라 한 그놈을 내 앞에 끌고 와!”

아직 사태파악이 되지 않은 듯 소리 지르는 그의 모습에 나는 조용히 손을 뻗어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후웅!!!

하지만 내 손은 형체가 없으니 당연히 그의 몸을 지나칠 뿐이었다.

영향력이라고 해봐야 약간의 오한을 주는 정도에서 그치는 정도였다.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말한 케인이 그의 목을 틀어잡아 들어 올렸다.

본래의 케인은 이제 청소년 정도의 크기이지만 지금의 케인은 덩치가 좋은 장신의 남성이기에 가능했다.

“컥…… 커헉…….”

“신께서 원하시나니. 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네 목숨을 거둬가지요.”

뿌득…… 뿌드득!

“끅…… 끄, 으으윽…… 끅!!”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그가 점차 비틀린다.

아직까지 사망한 이는 없다지만 여기서 고진석이 죽어버리면 이곳에 있는 떡대들은 물론 기절한 두 사람에게도 영향이 갈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한가지 사항을 덧붙였다.

뿌드득!!! 콰직!!!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그는 목이 부러져 추욱 늘어졌다.

말없이 쓰러진 시신을 보던 케인은 조용히 그의 시신을 내려놓고는 몸을 살짝 웅크렸다.

“우웁…… 쿨럭!!”

갑작스레 고통스러워하며 피를 토하는 그의 모습에 페르세르크가 움찔한다.

“반동이 보통이 아니군요.”

“반동?”

“자세한 설명은 일단 이 두 사람을 데리고 빠져나가서 이야기하지요.”

그렇게 말한 그는 기절한 두 여인을 안아 들고는 빠르게 공장지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하나 죽었고 다수의 인간이 뼈도 못 추린 채 완전히 피떡이 되어 쓰러졌다.

다른 세계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 지구에서는 이런 사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사항일 수밖에 없다.

공장지대에서 벗어난 케인은 창백해진 안색을 한 채 한참을 이동했다.

말없이 허공에 부유한 채 그를 따라 이동하던 나는 곧이어 그가 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러 두 사람을 내려놓았을 때 케인을 붙잡았다.

“설명해봐.”

“가호입니다.”

“가호라고?”

뜻밖의 대답에 내가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놈에게 가호가 걸려있다고? 내가 가호라는 뜻을 잘못 알고 있나?”

“아뇨. 바로 보셨습니다. 정확히는 그자에게 걸린 게 아니라 이 땅 전체에 걸린 가호이지요. 이 지구에서는 절대 인간이 인간을 초월한 힘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술이던, 마법이던.”

주술이 탄생한 땅이 과거의 지구였지만 모종의 이유로 차원이 떨어져 나갔다.

이곳은 독립공간으로 힘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초월적인 의지에 의해 완전히 독립되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은 인간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초월적인 힘은 이곳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지구는 오래전부터 넬타리드 님의 영역이었습니다. 넬타리드 님께선 오래전 이 땅에 존재하셨던 분이니까요.”

케인의 설명에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오래전부터?

분명 내가 가진 주술의 근원은 신의 존재가 없고, 신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인간이 요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염원으로 만들어낸 힘일 텐데?

“과거 요괴는 존재했지만요. 물론, 신께선 그들의 존재가 더 이상 이 땅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주술과 요괴의 존재를 모조리 떼어내서.

버렸다 이 말이다.

완전한 독립공간.

완전한 인간의 힘만을 위한 공간.

어떤 점에서 보면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공평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말 그대로 독재공간일 뿐이다.

“뭐…… 뭐하시는 겁니까!”

그때 내 낌새를 보던 케인이 당황한 듯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영혼상태로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냥 힘을 사용하는 건 반동을 몰고 오지만.

금기의 업보를 섞어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나올까.

나는 청개구리 같은 심정으로 넬타리드를 자극했다.

“그만! 데이비 이런 식이면 그대가 원하는 바를 찾지 못할 게야!”

“지구에 내가 미련이 있을 거 같아? 천년에 가까운 삶에서 지구의 삶은 고작 20년이야.”

티끌 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내 말에도 페르세르크는 세차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페르세르크도 말리지 못하는 내 행동은 금방이라도 한계치를 볼 것처럼 격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나는 끌어올리던 금기의 힘을 반사적으로 털어낼 수밖에 없었다.

“데이…… 비? 그대…….”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페르세르크의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숨 막히는 침묵이…….

주변을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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