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61화 (660/1,559)

제 661화

데이비는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어도 이상하지 않을 대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런 습격에 죽임을 당했고.

단신으로 검을 휘둘러 거대한 대교를 반으로 잘라 내는 것도 모자라 검의 폭우를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단순 군사적인 측면에서 봐도 경악스러울 정도로 깔끔하고 화력이 강한 것은 무기 역사의 목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인지할 순 없었다.

아마 시간이 흘러 흔적만 남았을 때, 지구에선 그런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다리 하나가 완전히 파괴되어버렸냐고.

별이 환하게 반짝이는 하늘.

싸늘한 밤바람이 몰아치는 거대한 중동 아랍의 궁전 위에 모습을 드러낸 푸른 형체가 한 손을 휘저었다.

우우우웅…….

동시에 손끝으로 무형의 힘이 흘러나오며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마치 푸른 오로라가 축소화되어 퍼져나가듯 움직인다.

하지만.

콰득!!!

갑작스레 나타난 인영은 그 존재의 힘을 그대로 손을 휘저어 흩어지게 했다.

“거기까지.”

짧고 싸늘한 목소리였다.

“…….”

푸른 머리칼에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빛을 뿌리는 작디작은 소녀였다.

그녀는 허공에 떠오른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눈을 낮게 떴다.

싸늘한 시선에 푸른 인영이 천천히 움직였다.

싸늘한 공기를 내뿜는 소녀가 머리 위의 원 고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서서히 키우기 시작한다.

쩌엉!!!!

동시에 푸른 형체가 그녀를 향해 힘을 발현했다.

[신조차 되지 못한 땅에 떨어진 신위의 파편이 감히.]

푸른 형체에서 아이의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변을 경배하게 만드는 신비로움이 서려 있지만,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받아쳤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가서며 그대로 손을 뻗어 형체의 목과 팔을 붙잡고 찢어버렸다.

쩌억!! 찌지지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형체가 무너져 내린다.

“당신이 뭘 하건 정해진 결과는 바뀌지 않아. 그녀도, 나도. 이 이상 당신의 간섭은 필요치 않다고 판단.”

조용한 한마디.

소녀의 경고에 푸른 인영은 그저 산산이 바스러졌다.

[변절자여…….]

“네 계획은 여기서 끝났어.”

그 말과 함께 형체가 사라진다. 그리고 푸른 머리칼의 소녀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을 휘저었다.

투웅!!!!!

동시에 지구를 감싸던 푸른 형체의 힘이 뒤틀리기 시작하며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구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모든 힘을 거부하던 것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흉신으로 인해 균열이 생긴 법칙은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모든 것을 뒤틀며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거야…….”

짧게 중얼거린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았고 이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장소엔 푸르스름한 입자들만이 가득 남아 허공에 흩날렸다.

* * *

수많은 기검의 포격 속에서 흉신들은 일제히 산개하며 내게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게 둘 생각은 없었다.

이미 대 만검 폭우를 시전하기 위해 칼디라스가 내 손을 떠나 허공에서 기검들과 함께 어검의 춤을 추고 있지만.

칼디라스를 굳이 불러들여 이 기검의 폭우를 거둬들일 이유는 없었다.

아공간에서 단순한 금속 너클을 꺼내 손에 찌워 넣은 나는 숨을 짧게 고른 뒤 왼발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쿵!!!!!

그리고 그대로 진각을 밟듯 내리구른다.

쿠웅!!!!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일순간 소리가 사라졌다.

충격파로 떠오른 돌의 파편들이 허공에 튀어 올라 마치 멈춘 것처럼 굳었다.

“미친놈! 스스로 사지로 뛰어들겠다고?!”

나의 행동에 당황한 흉신의 외침이 들려온다.

칼디라스가 만든 검의 폭우는 엄연히 폭격 마법과 흡사하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공격에 내가 휘말리면 당연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잠깐의 순간.

그의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뜨여졌다.

마치 멈춘 듯 느려진 시간 속에서 내 육신이 근처의 한 흉신을 향해 파고든 것이다.

쩌엉!!

지근 거리까지 순식간에 파고들어 흉신의 흉부를 후려갈긴 나는 기역으로 꺾이는 놈의 몸을 잡아 발로 내리찍어버린 후 고개를 돌렸다.

쿵!!! 쿵!!!

그리고 잔상처럼 흩어지기가 무섭게 내가 있던 자리에 칼디라스의 검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고요해진 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가 다시 침묵 속에 휩싸인다.

콰앙!!

민첩한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해낸 흉신 두엇이 칼디라스를 피해 몸을 부드럽게 피해내려 든다.

하지만 잔상처럼 파고든 나는 또다시 느려진 듯한 세상 속에서 소리 없이 파고든 내가 놈들의 퇴로를 차단하고 그대로 어깨를 이용해 들이받는다.

[중검]

[육체 파괴술]

[파괴]

투쾅!!!

침묵 속에서 거대한 충격파가 일며 허공에 떠오른듯한 돌멩이들이 일제 튕겨 나갔다.

퇴로를 차단당하고 제대로 한방을 허용해버린 흉신들의 표정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내 손이 그들의 다리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쏟아지는 기검을 향해 집어 던져 그들을 꿰어버렸다.

섬뜩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싸늘하게 침묵하며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내 입가에 부드럽고 스산한 미소가 어렸다.

“도망치지 마, 개자식들아.”

쩌어엉!!!

일방적인 학살.

압도적인 유린이 시작되었다.

* * *

말도 안 된다 여겼다.

그의 힘은 흉신이 생각한 범위를 너무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단순히 품고 있는 힘의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압도적인 경험과 전투 실력에서 나오는 무자비한 폭행이나 다름없었다.

푸르스름한 강기를 머금은 너클이 한번 번뜩일 때마다 그토록 방어능력이 튼튼한 존재들조차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휩쓸렸고 쏟아지는 기검에 꿰여 사라졌다.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적들이지만.

그들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도망쳐야 한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를 제압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벌기도 전에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큭?!”

결국, 흉신의 주체는 이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나타난 이들로는 시간벌기조차 힘들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검은 기류를 뿜어내며 그가 급히 손을 움직인다.

하지만.

“컥?!”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복부에는 단단한 주먹이 틀어박혀 있었다.

“명치 벌려라. 한방 들어간다.”

투쾅!!!

허공에서 굳어버린 그를 향해 데이비가 주먹을 말아쥐었다가 다시 후려갈겼다.

한번 움푹 패인 명치는 또다시 일격을 허용하더니 더욱 크게 패였고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인상을 찌푸린 그가 비틀거렸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파워란 말인가.

비록 완전한 흉신이 아니기에 고룡족과 비교하기엔 조금 사료가 부족하지만, 지금 그가 내다 꽃은 일격은 고룡족의 브레스를 한점에 응축시킨 것 같은 힘이 서려 있었다.

쾅!!!

‘아…… 안돼! 자세를 다잡아야…….’

자세가 무너지면 추가 공격을 허용하게 된다.

억지로 몸을 각성시키려 한 그였지만 의지는 마치 육신과 동떨어진 것처럼 제어를 거부했다.

콰앙!!!!!

어마어마한 폭음이 마지막을 침묵시키며 그를 대지에 처박아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수십 미터에 달하는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그를 지면을 뚫고 들어가게 했고 결국 한강의 차가운 수심에 그를 처박아버렸다.

“커헉! 쿨럭! 컥!”

정신을 못 차린 채 몸을 가누려 하는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달을 등진 채 하늘에서 내리꽂을 듯 떠오른 데이비를 말이다.

“명치. 한방 더 들어간다.”

섬뜩한 목소리와 함께.

주먹을 말아쥔 그의 손에서 결국 금속 너클이 그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가루가 되어 박살 나버렸다.

이건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흉신은 결국 큰 도박을 감행하고 말았다.

쿠웅!!!!!

미완성된 봉인진을 개방한 것이다.

쉬리리리리릭!!!!

빛으로 이루어진 촉수들이 데이비를 휘감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치 그의 힘을 빨아먹듯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쿨럭…… 애쓰게 하는군!!”

인상을 찌푸린 그가 엉망이 된 수트의 찢어진 부분을 마저 찢어버리고는 허공에 떠올랐다.

쉬리리리릭!!!

동시에 데이비를 향해 다른 흉신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마치 밧줄처럼 그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살아남은 수많은 흉신들이 고작 한 명을 포박하기 위해 자신들을 제물로 바친 것이다.

이제는 완벽하다.

그 어떤 존재도 벗어날 수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째서일까.

데이비의 표정은 너무 평온해 보였다.

“장군이다.”

“뭐?”

담담한 데이비의 목소리에 그가 눈을 찌푸린 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데이비를 감싸던 봉인진의 일부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을 말이다.

봉인진의 주체는 벌써 숨겨두었다.

넬타리드의 의지가 강림하여 돕지라도 않는 이상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네…… 넬타리드…… 넬타리드 시여!!! 대체 왜 우리를 버리나이까!!”

그의 처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투쾅!!!

데이비를 봉인하던 진이 완전히 박살이 남과 동시에.

데이비의 육신이 그대로 섬광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쓰나.”

하늘을 뚫을 듯한 주홍빛 섬광이 마치 신의 지팡이가 떨어지듯 낙하하며 한강의 물을 일대에서 모조리 추방해버리기 시작했다.

그 반경은 수백 미터.

일순간 밀려 나간 물은 마치 모세의 기적이라도 된 것처럼 갈라졌고.

물방울 하나 남지 않은 지면 속에서 처박혀버린 흉신은 무엇을 보았는지 숨을 들이쉬며 데이비를 올려다보았다.

“명심해라…… 세상에서 가장 믿어선 안 되는 게 신일지니.”

그의 말에 데이비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말 안 해도 알아.”

밀려났던 한강의 물이 마치 시간을 되감기라도 하듯 그대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