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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65화 (664/1,559)

제 665화

“링느!! 링느!!”

“뤼…… 륀느 매우 낮은 에너지 효율! 수…… 숨바꼭질을 요구해! 륀느가 숨을 것을 요구!”

“헤헤헤헤! 홍다니가 숨을 거야!”

무표정은 여전하지만, 륀느의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필사적인 무언가가 느껴진다.

륀느가 불쌍해질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두 아이지만 나는 그 모습에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대의 문자를 되짚어 보던 도중 나는 시험관 속에 들어있는 살아있지 않은 육신을 지긋이 직시했다.

저 여인이 이전 생의 나라던 말. 애초에 지구에서의 삶이 첫 번째 삶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전에도 삶이 존재했을 테니까.

하지만 기억을 하는 것은 전생의 삶까지였고.

그렇기에 내가 인지하는 것 또한 거기까지일 뿐이다.

결국, 알아낸건 단순히 내가 우연적으로 륀느를 깨우고, 신의 관심을 받아내는데 성공한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기왕이면 신부보다는 신랑이라 불러주지.”

신이라는 존재는 성별이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거대한. 이 세상을 창조한, 거대한 의지이기에 신부니 신랑이니 하는 것은 단순히 신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나의 위치를 고려한 항목이었다.

전생에 신현수라는 인물 이전의 생이 여자였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진 않았다.

충분히 가능성은 존재하니까.

하지만 전생의 내 육신을 직접 마주하는 건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무언가 애착이 가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시험관 안에 든 여인은 척 보기에도 굉장히 활발해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따뜻함도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나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내가 아닌 느낌은 기묘하기 그지없다.

“아직 발굴 못 한 곳이 있다. 이건데.”

륀느의 행동과 시험관 속에 들어있던 본래의 신의 신부.

프리아라는 여성의 육신이 이곳에 잠들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여기 또 뭔가 재미난 것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기계장치를 조작할 수 없다면 숨겨진걸 꺼내는 건 요원한 일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어느 시대건 어느 장소건 어느 문화건 만국 공통의 해결법이 존재한다.

“예로부터 이게 약이었다.”

내 중얼거림에 홍단이 청단이와 뒤엉켜 장난을 치던 륀느가 나를 본다.

“륀느, 인류의 구원자.”

내 말에 륀느가 양 손바닥을 앙증맞게 부딪치더니 입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묵빛의 크로우바가 만들어진다.

단순 내구도만 따져도 충분히 강력한 위력을 자랑한다.

“데이비 님. 무식한 파괴 행각은 중요한 부분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고 륀느가 평가.”

륀느의 말에도 나는 빠루를 빙그르르 휘둘렀다.

“일단 까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심호흡을 하고.

가능하면 환골탈태 스택에 넣을 수 있는 게 들어있으면 좋겠는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지면을 냅다 부수려던 그 순간이었다.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

대뜸 찾아온 밀피유의 말에 나는 행동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휘둘러지던 크로우바, 즉 빠루는 지면을 부수기 직전 멈춰있었다.

“무식한 파괴 행각은 흥미롭지 않아.”

내가 하려 한 행동을 눈치챈 것인지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쏘아붙였다.

“운 좋네.”

담담하게 말하며 크로우바를 다시 륀느에게 건네준 나는 그녀가 안내하는 대로 그녀가 발견했다는 지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대해선 아직 자세한 조사를 한 적이 없다.

눈치챈 점이라면 생각보다 많은 유물과 고대시대의 잔향이 남아있다는 점뿐이다.

고대시대의 인간이라고 팔이 4개에 눈이 3개이고 이런 건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지만 다른 종족은 어떠할까.

확실한 건 악마종은 물론, 백익이나 발키리아도 1만 년 전 존재했던 종족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종족도 존재하리라.

괜히 탐험가로서의 욕구가 샘솟는 기분이었다.

“이곳이야.”

담담하게 말하며 아무것도 없는 벽을 가리키는 밀피유였다.

겉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벽면이지만.

본능이 비명을 지른다.

이 안에. 굉장한 게 들어있다고 말이다.

“호오. 재밌네. 비켜봐.”

그녀의 말에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한 발 내디뎠다.

“자…… 잠깐!”

“열어보면 뭐든 나오겠지.”

손바닥을 펼친 채 마나를 응축시킨다.

쩌엉!!!!

그리고, 밀피유가 당황하여 소리치기 직전 손이 벽면을 가볍게 후려쳤다.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붉은 파장 같은 것이 벽면에 퍼져나갔다.

동시에…….

지면이 무너지며 한층 더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드러났다.

“내 목숨이 위험한 건 흥미롭지 않아.”

“그래? 난 재밌어 죽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대뜸 계단에 발을 들이민다.

철컹!! 터엉!!

동시에 벽면이 열리며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초고밀도로 압축된 마나탄이 내게 날아들었다.

쩌엉!!!

손이 찌릿하게 울릴 정도로 강렬한 한방이었다.

말없이 손끝을 바라보던 나는 튕겨 나간 마력탄을 쏜 함정을 슬쩍 보고 손을 뻗었다.

“마나 유압식 포탄이라니, 기술력 실화냐. 우리 디셉티콘들 몸보신시켜줘야겠네.”

메이드인 고대놀러지는 언제든 환영이야.

“이건 빼고.”

원시적인 함정을 흘끗 피해내며 주변을 둘러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는 함정들이 나와 밀피유를 노리고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함부로 들이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함정들이었다.

방금 전 응축된 마탄만 해도 웬만한 트레져 헌터들은 반응도 못 하고 머리통이 날아가 버렸으리라.

지잉!!!!

수준은 점점 높아져만 갔다.

계단으로 타고 한참을 걸어 내려가기가 무섭게 붉은 레이저가 순식간에 내 전신을 감싼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눈치챈 밀피유가 혈기를 일으켜 방어능력을 활성화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내가 몸을 날렸다.

콰직!!! 콰직!

순식간에 나를 공격하는 고밀도 마나 레이저 포대를 뜯어내 버린 내가 익숙하게 아공간에 그것들을 던져넣었다.

나를 죽이기 위해 가동하는 함정들을 기다렸다가 함정이 풀리자마자 다가가 뜯어내는 내 모습에 밀피유는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륀느는 맹한 얼굴로 내가 나서기도 전에 남은 것들을 찾아 뜯어낸 뒤 내게 가져오는 기염까지 토해냈다.

제아무리 잘난 함정이라도 한계는 존재한다.

계속되는 채집활동(?)에 질려버렸는지 함정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이 계단의 끝에서 발견되었다.

“세상에…… 너무 흥미로워…….”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그녀가 주춤주춤 걸어 들어간다.

계단의 끝에 존재하는 공동은 단 하나였다.

하지만.

공동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마정석은 모두의 눈빛을 사로잡을만했다.

“1만 년이나 흘렀는데 동력이 유지되는 게 이상하다 싶더라니.”

눈앞에 보인 것은 겉보기에도 수백 개는 되어 보이는 마나를 응축한 무언가였다.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채굴되는 마나석을 수백 개 가까이 응축시키면 마정석이라는 괴물 같은 물건이 된다.

기본적으로 말도 안 되는 혁명이나 다름없는 디셉티콘의 초기작품, 메가트론을 제작할 때 마정석이 5개에서 7개까지 들어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정석 하나가 가진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마나가 응축된 마석들은 그런 마정석과는 조금 달랐다.

압도적인 용량.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게 오딘이 말한 마나융합식이구나…….”

그녀가 구현한 걸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실제로 눈에 본건 처음이었다.

예전에 환골탈태할 때 이걸 전부 사용했으면…… 지금쯤이면 더 좋았을…….

“잠깐. 환골탈태 스택이 250이었는데?”

그럼 이걸 챙겨가면…….

“이곳의 에너지 근원. 이것들을 회수해가면 위의 시설이 어떻게 될지 몰라.”

밀피유가 재빠르게 내 의도를 눈치채고 제지해왔다.

“몇 개는 프로젝트에 쓰고 나머지는 직접 쓰게 몇 개만 챙겨가지 뭐.”

어차피 이것들 모두를 지금 육체로 감당할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까지만 사용하리라.

그 전에 이런 거대한 에너지 집약체가 존재하는 공간이 아무런 대책 없이 존재할 리 없다.

쿵!!!!!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해 날아드는 거대한 무언가가 느껴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나를 향해 파고드는 거대한 육체를 향해 손을 내 뻗었다.

동시에 몸 안에 있던 사령 마나와 천마공의 내공이 뒤섞여 검붉은 마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혈마공]

[일장일단(一長一短)]

쩌엉!!!

도저히 사람의 손으로 냈다고 할 수 없는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나를 향해 날아든 거대한 형체가 뒤틀리듯 튕겨 나갔다.

쿠웅!!!!!

거대한 울림이었다.

“놀라워…….”

“데이비 님! 대량의 에너지 검출! 물러날 것을 륀느가 높게 평가!!”

륀느의 외침에 내가 몸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내게서 튕겨 나갔던 거대한 무언가가 벌어지더니 입을 쩍 벌리고 거대한 에너지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놈의 몸에서 응축되는 에너지는 엄연히 이곳에 존재하는 마나융합식으로 만들어진 마석들의 힘이었고 그걸 보다 못한 내가 쌍심지를 켜고 덤벼든다.

“귀한 소재를 왜 네 맘대로 쓰나!!”

대뜸 덤벼드는 나를 어리석다고 말하듯 녀석의 에너지 충격파가 그대로 나를 덮쳤다.

쩌엉!!!!

초고열의 에너지 기둥은 닥치는 대로 태워버렸고, 그대로 내 몸을 완전히 지워버릴 듯 날아들었다.

넬타리드 신에 관해서 물었더니. 환골탈태 재료가 나오질 않나.

이제는 정체불명의 돌멩이로 덮어 씐 용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대체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어디 있단 말인가.

나는 왠지 모르게 이용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 분노를 숨기지 않은 채 거대한 용의 아가리를 향해 왼손을 뻗고 나머지 한 손을 륀느 쪽으로 뻗었다.

스르르륵…….

동시에 청단이의 형체가 흐릿하게 변하며 순식간에 내 손으로 빨려 들어오듯 잡혔다.

“너,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지?”

겉으로 단단한 바위 드래곤인척하면 본체가 보이지 않을 줄 알았는가.

나는 순식간에 청단이를 그어 에너지 기둥을 그대로 잘라내 버렸다.

동시에 거대한 용의 형체가 움찔거리는 게 보였고,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오러 블레이드를 끌어 올려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용의 머리에 청단이를 찔러넣었다.

“튀어나와.”

콰직!!!

동시에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시에 마법진에서 머리만 튀어나온 용의 머리가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너무 익숙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지금 이곳의 마나융합마석이 아니면 유지도 못 할 만큼 미약한 힘.

하지만. 그건.

단순한 생명체의 힘이 아닌.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존재의 힘이었다.

“프리아 여신…….”

지금과는 다르지만, 프리아 여신의 힘이었고.

나는 그것에 손을 대기가 무섭게 내 성흔이 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아아아악!!!!!

동시에 주변이 환한 빛으로 둘러싸이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의 기억이 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인 것은 륀느가 말했던 전생의 프리아.

즉, 신녀였던 존재였고.

또 한명은 비슷한 나잇대의 익숙한 소년이었다.

“꼭 완성하고 돌아올게. 그때까지, 백익이…… 그리고 발키리아가 너를 지켜줄 거야…….”

소년이 당부하듯 말했다.

그 소년의 외모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아니 엘프의 모습이었지만. 목소리는 너무 익숙했다.

“됐거든요? 당장 가세요. 프리아 님이 아시면 아주 난리 날 소리를 하네.”

“내가 말했잖아. 프리아 여신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네가 모셔야 할 신은 나라니까? 조화의 신 넬타리드.”

“프리아 여신님은 실존하세요. 그러니까 좀 가세요.”

“흥,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의 신을 진짜 신 앞에서 언급하고 믿다니, 어리석어, 내가 흑백 조화만 이루고 돌아오면…… 그때도 그런 말을 하는지 두고 보겠어. 륀느! 내가 완전한 신이 될 때까지 프리아를 지켜!”

프리아 여신의 기억은, 너무도 충격적인 내용을 품고 있었다.

프리아 여신이 실존하지 않는 여신이었다고?

세상을 창조하고, 지금 세상을 모두 조율하고 있는 절대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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