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9화
[한 번의 뒤틀림이 자리를 잡았노라.]
청초하면서도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은 뒤틀림들이 남았다 한들 세상의 이치가 맞아들어가기 시작할지니. 모든 거짓이 본래의 자리를 되찾았을 때. 그 미래는 빠른 시간안에 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녀의 손에는 처음과 다르게 칼디라스가 아닌 홍단이와 청단이가 쥐어져 있었다.
홍단이에게서 느껴지는 섬뜩한 예기와 청단이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힘을 못 알아보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까.
이전과는 달라졌으나. 상황은 이전과 똑같다.
즉. 데이비 올 라운 왕녀와 지금 나 사이엔 몇 가지 다른 진실이 더러 존재한다.
여전히 데이비 올 라운이라는 이름을 쓰는 왕녀를 상대로 내가 입을 열었다.
“뭐야. 돌아왔다고?”
인상을 찌푸린 내가 륀느를 바라본다.
녀석도 이 상황을 인지한 것일까.
내 시선에 륀느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대답한다.
“데이비 님. 현재 상황에 이상을 감지. 같은 시간대를 동일 체험한다고 보고.”
“일단 상황을 좀 알아보자.”
정말로 돌아온 게 맞는지.
생각을 마친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나를 경계하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같은 경지. 속에 같은 것을 품고 있으니 서로가 서로의 경지를 엿볼 수 있다.
놀라움과 의문이 서린 눈빛을 보며 나는 곧바로 공간도약을 준비했다.
“데이비 올 라운이다. 너와 같은.”
“…… 지금 더럽게 이해가 안 가거든?”
“나도 이해가 안 가. 빌어먹을 프리아 여신이 왜 이딴 시련을 내리고 있는지도.”
내 말에 그녀는 침묵했다. 하지만 곧 짜증스레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건 너야. 마치 내가 가짜고 니가 진짜라는 듯이 이야기하는 건지 이해도 안 되고.”
“지금 내 상황도 이해가 안 돼. 그러니까 우리 협조라도 좀 하자고. 서로 명확해져야 하잖아?”
내 말에 그녀는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뭣들 해!! 부상자는 없는지 확인하고 피해 상황 정리해서 보고해! 그리고, 넌 따라와.”
그녀가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성큼성큼 걸어가자 나는 말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러니까. 곧 팔란 제국에서 이변에 관한 소식이 올 테니 그때 너도 데려가라?”
“그래.”
“내가 너의 뭘 믿고?”
“너 한번 죽었어.”
내 말에 그녀가 멈칫했다.
“뭐?”
“죽었다고.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고. 팔란 제국에서 타락한 무언가가 나왔다고 했나? 조사를 위해 떠난 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영지로 돌아왔다. 그 후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보이더니 그 후 사망했다.”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굳는다.
“그 말. 거짓은 아니겠지?”
“서로 같은 처지에 거짓말할 이유가 있나?”
“시간회귀에 평행선의 존재도 아닌 주제에 나와 이렇게 대화를 한다고? 그렇다면 너와 나 둘 중에 하나는 거짓이라는 소리가 되네.”
“그렇겠지.”
“넌 그 가짜가 나라고 말하고 싶은 거고.”
“그래.”
“이 개자식이.”
순식간에 다가온 그녀가 테이블 위에 터프하게 올라선 채 내 멱살을 잡았다.
“거 누구 제자인지 참 뻔뻔해? 직접 당해보니 참 개 같아.”
“협력하는 건 네 자유이다만.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이미 너를 두 번째 보고 있는 거고, 첫 번째에 넌 한 달 안에 죽어.”
내 말에 그녀는 침묵했다.
그리고는 이내 멱살을 잡고 있떤 손을 놓으며 말을 이었다.
“내 입장에서 넌 프리아 여신이 보낸 전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그 노처녀 히스테리 가득한 신이 나를 신부로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을 꾸미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내게서 등을 돌렸다.
“본래 목적은 이 개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쪽이었지. 나도 지킬 게 많은 입장에 다른 곳에 오래 머무를 순 없거든.”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다.
“그런데 내가 돌아가려면 아무래도 널 살려야 하나 보더라.”
내 말에 그녀가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 좋아. 이야기 정도는 들어볼게.”
운명의 큰 틀은 절대 변치 않는다고? 당신이 틀렸다는 걸 내가 입증해주리다.
단순히 부순다고 해결이 될 게 아니라면. 차근차근 풀어보는 것도 방법이리라.
시간을 되돌아온 정확한 트리거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나와 동일한 존재이면서 다른 존재인 데이비 왕녀의 죽음을 기점으로 바뀐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이 몽환 세계에서 시간이 되돌아가는 트리거는 나의 죽음이다.
“그러니까. 네 말은 팔란 제국에 조사를 위해 떠나고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 내가 사망한다. 이 뜻이지?”
“그래.”
“하…… 경지가 같은 놈이라 구라라고 판단할 수도 없고…….”
한숨을 내쉰 그녀의 모습에 멀찍이서 한 소년이 뛰어노는 게 보였다.
“누님!! 큰일 났습니다!”
안경을 쓴 체격이 좋은 녹발의 소년이었다.
“바리스…….”
녀석을 본 내가 그를 향해 중얼거렸다.
“누님! 지금 팔란 제국에서…….”
당황한 듯 말하던 그녀가 나를 발견하곤 눈을 부릅떴다.
“세상에! 누님이 남성분을?!”
“결혼할 상대야. 어때. 잘생겼지?”
“헉?! 진짜입니까?! 이럴 때가 아니군요! 아바마마께 보고를 드리고 성대하게…….”
“당연히 거짓말인 거 보며 몰라? 그러니까, 거기 멈춰. 바리스.”
묘하게 대하는 것이 다른 바리스의 행동거지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녀석의 호들갑을 제지한 그녀가 굳은 얼굴로 묻자 바리스가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앗차. 누님! 잠시 귀 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그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인다.
바리스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이지만 작정하고 듣는다면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팔란 제국의 수도에서 정체 모를 거대한 한파가 몰아쳤고, 현재 수도는 황성을 비롯하여 대부분이 눈에 뒤덮여버렸다.
이에 이상함을 눈치챈 팔란 제국의 각 지역에서 수도에 사람을 보냈지만…….
그 누구도 그곳에 들어간 뒤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팔란 제국 내부의 일을 왜 나한테 말하는데.”
이미 내게 들은 바가 있기에 그녀가 표정을 굳히며 묻자 그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일리나 황녀님과 살리반 황태자 모두 황성에 있었습니다. 누님.”
“…….”
“무슨 생각하는지 훤히 보이는데. 도움, 필요하지 않나?”
내 말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바리스. 자리 좀 비켜줘.”
그녀의 말에 바리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달았는지 슬그머니 물러났다.
“그…… 그럼 저는 윈리 녀석을 보러…….”
적탑에 있어야 할 윈리가 이곳에 있었구나.
바리스가 사라진 직후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세히 설명해봐. 뭐가 어떻게 됐었다고?”
같은 인물이기에 나는 그녀를 정말 잘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그녀의 예상 행동 범위는 의외로 정말 알기 쉬웠다.
* * *
팔란 제국의 수도는 바리스의 말대로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들어온 놈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었다던데.”
내 말에 반응한 데이비 왕녀가 움직인다.
물론, 그녀의 움직임을 예상한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좋은 말할 때 놔라?”
“거 좀 진정해보지?”
내 말에 그녀는 서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를 돌아보았다.
“진정하라고? 너 데이비 맞아?”
“맞아. 맞으니까 네가 무슨 짓을 할지 훤히 보여서 진정하라고 하는 거다.”
“일리나와 살리반 황태자가 이 안에 있어, 아직 살아있을지 모른다고.”
“네 눈깔은 장식이지?”
그렇게 말한 내가 손을 뻗어 신성력을 내뿜었다.
몽환 세계에 온 뒤로 내 힘은 미묘하게 이상한 기색을 내뿜고 있다는 걸 첫 번째 회귀에서 알아챘다.
왜 성국에서 나를 사특한 힘을 품은 존재라 말했는지 알 정도로 말이다.
“우릴 부르고 있다.”
나는 그녀가 향하려는 북쪽 첨탑이 아닌 황제의 궁을 가리켰다.
“…….”
그도 그럴 것이. 그녀도 나도 훤히 느껴질 정도로 그곳에서 익숙한 힘이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심연과는 느낌이 조금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보자.”
그렇게 말한 그녀가 먼저 한 발 내디딘다.
그녀와 나는 같은 인물이지만.
결정적으로 차이가 존재했다.
그녀에게 이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면.
나는 실질적으로 내 세상이라니고, 실패해도 돌아갈 거라는 확신이 존재한다.
그런 만큼 마음가짐에 차이는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마음가짐의 차이라…….”
“뭐해. 안 와?”
“간다.”
담담하게 말한 내가 그녀를 따라 바닥을 박찼다.
-휘이이이잉!!!!
황제의 궁은 고요했다.
대신 말도 안 되는 한파가 주변에 몰아치며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얼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데이비 왕녀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황제의 궁을 지키고 있어야 할 팔란 제국의 로열가드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도저히 산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싸늘한 냉기를 품으며 우리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미 늦었어…….”
그녀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린다.
“해결책 찾으려 들지 마. 시간이 많지 않아.”
담담하게 말한 내가 청단이를 뽑아 들기가 무섭게 그녀가 청단이를 뽑아 들고 나를 제지했다.
“넌 나서지 마. 최후까지 상황판단 위주로 해줘.”
나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청단이를 검집에 밀어 넣었다.
동시에 그녀가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한발을 강하게 내디뎠다.
“늦어서 미안해.”
착잡하게 중얼거린 그녀의 눈이 붉게 번뜩임과 동시에 얼어붙은 채 움직이는 로열가드들이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몸이 잘려나간 로열가드들이지만 그들은 쉽게 죽지 않았다.
촤악!!! 촥!!!
데이비 왕녀는 데이비 올 라운이며 회랑의 제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신속하며, 날카롭게 로열가드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면서도 황성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것을 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도 더러 피할 수 없었다.
“이게 뭐야…….”
그리고, 황제의 궁에 다다랐을 때.
그녀와 나는 황성의 문을 틀어막고 있는 끔찍한 촉수가 가득한 문을 바라볼 수 있었다.
“팔란 제국은 이미 끝난 거야? 그렇게 단시간에?”
“…….”
이게 정해진 미래라면…… 나는 과연 어떻게 이것을 대처해야 할까.
복잡한 생각을 떨쳐낸 채 홍단이를 들어 그대로 베어버리자 그녀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뭐해. 촉수 좋아하는 건 날 닮아서 똑같은 건 알겠는데. 감상할 시간이 있나?”
“너…….”
“그리고, 기왕 남자도 아니고 여자면 촉수는 좀 그렇지 않나?”
놀리듯 말하며 걸어 들어간 나는 곧이어 볼 수 있었다.
특이한 갑주를 입은 채 왕좌에 앉아있는 얼어붙은 존재를 말이다.
“이거, 단순한 얼음이 아닌 거 같다.”
내 중얼거림에 씩씩거리며 뒤따라온 데이비 왕녀가 무어라 말하려다 멈칫했다.
“살…… 리반?”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이 또한 현실과 달랐다. 아마 뒤틀림 중 하나이리라.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뜬 그녀가 한발 한발 그에게 내디딘다.
하지만 살리반은 묵묵히 침묵한 채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천천히 쇳소리를 내고 일어났다.
스르릉…….
동시에 그의 손에서 거대한 거검이 쥐어졌고. 검신에서 섬뜩한 검은 기류가 머금어짐과 동시에…….
콰아앙!!!!!
섬광과도 같이 살리반의 검이 정확히 데이비 왕녀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살리반의 무력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폭음과 함께.
데이비 왕녀가 살리반의 공격을 쳐내고 거리를 벌렸다.
강대한 적이 아님에도 그녀는 제대로 공격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명백히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이미 타락해버린 살리반은 묵묵히 그녀를 공격해 나갔다.
정말로 죽이려는 듯 말이다.
계속된 공격에 이를 악문 그녀가 눈을 잠시 감았다.
결정을 내렸구나.
그리고.
그녀가 검을 번뜩이는 그 순간.
어마어마한 힘을 머금은 대검을 내리치던 살리반의 육신이 갑옷 채로 절반으로 잘려나갔다.
말은 하지 않았다.
서로 침묵을 유지했고.
쓰러진 살리반의 시신을 보며 그녀는 기어이 붉어진 눈으로 이를 빠득 소리 나게 깨물었다.
“빌어먹을 타나토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 때문일까.
거짓임을 알면서도 나는 기분이 극도로 저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자.”
“이 이상 나서면 넌 죽을지도 몰라.”
“닥쳐.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그렇게 말한 그녀가 나를 지나쳤다.
…….
그런 그녀의 뒤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내가 나서서 그녀를 돕는다 한들.
그것이 내 미래에 변화를 줄 순 없을 것이다.
현실에는 데이비 올 라운이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결국, 그녀가 스스로 이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직접 이 현실이 내게 진짜로 닥쳤을 때.
나는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걸 지켜봐 가면서 조언밖에 못한 다라.
엿 같은 시뮬레이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기회가 생겼다면 그것을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이후. 살리반의 시신을 뒤로한 채 일리나가 있는 북쪽 첨탑으로 향한 그녀와 나는 그곳을 지키는 이미 타락해버린 화이트 버드 기사단을 베어 넘기며 끝에 다다랐고.
그곳에서 이미 살리반처럼 타락해 끔찍한 몰골로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아 자결한 일리나를 볼 수 있었다.
칼디라스는 계속해서 자기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듯 구슬픈 공명음을 흘렸고. 죽음을 맞이한 일리나를 본 데이비 왕녀는 결국 절규를 내질렀고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그녀의 죽음을 괴로워했다.
그 후 그녀는 거의 반쯤 혼이 나간 사람처럼 하인스 영지로 돌아갔다.
그 이후 나는 손 쓸 틈도 없이 상황을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 내 의지에 따르듯 내 힘은 점차 내 의지에 따라 약해져만 갔다.
그저 지켜만 보라고.
세상에 데이비 올 라운이 둘이 존재할 순 없으니 직접적인 간섭은 할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나는 팔란 황성을 독자적으로 조사해온 그녀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심연의 존재. 공주와는 별개의 존재이며 무력은 형편없으나 특이한 특성을 지닌 존재들.
오버 마인드라 불리는 지고의 괴물이 눈을 떴다는 모양이었다.
물론, 녀석은 직접적으로 데이비 왕녀에게 접촉하지 않았다.
그저. 동면에서 깨어남으로써 심연의 여왕이라는 굴레를 아직 벗어내지 못한 페르세르크에게 영향을 주었을 뿐.
페르세르크의 의지는 심연과 연관이 없지만, 그녀의 영혼은 타나토스의 근본이나 다름없다.
그 결과 그녀의 힘은 스스로의 제어를 넘어서서 티오니스를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택을 내려야 했다.
초기에 정해진 대로 페르세르크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그녀를 살리고 세상을 포기할 것인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데이비 왕녀는 내게 말했다.
페르세르크를 위해 세상을 걸 수 있냐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행동은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예상대로 페르세르크와 이 세상 전부를 구해내기 위해 현재로선 위험한 선택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시도의 끝은.
“너 뭐야. 뭔데 남의 집 앞에서 행패야.”
그녀의 두 번째 죽음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세상은 내가 예상한 대로 회귀했다.
시련은 지독한 고통을 수반한다.
내 세상이 아님에도.
살리반이 죽고 일리나가 처참하게 죽고 나도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 주변인들의 죽음을 보며 절규하는 페르세르크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의 반복이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