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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77화 (676/1,559)

제 677화

마신의 성지는 이곳으로 쫓겨난 마족들에게 남은 상징적인 위치나 다름없었다.

과거 그들의 선조는 대륙째로 뜯겨 나가듯 이곳으로 추방당했다.

그렇기에 남은 흔적들은 오랜 역사를 지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왕좌에 거만하게 앉아 스산한 미소를 짓는 인간, 데이비 올 라운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그곳에 모인 다수의 마족들은 공포와 전율을 느꼈다.

너무도 오랫동안 공석으로 존재해온 자리였다.

마족에겐 나름의 고집이 존재하기에 다른 것은 몰라도 저 마왕의 좌만큼은 마왕이 앉아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에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리에 현재 인간이 앉았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그가 그렇게 자리를 찬탈하는 것을 보면서도 마족들은 그 누구도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들을 더욱 혼란으로 몰아넣는 건 거대한 블랙 미노타우로스형 마인인 흑우의 죽음이었다.

“[흑우]가 단숨에…….”

“…….”

흩어진 마왕의 권능중 하나, 파괴의 권능을 먹어치우고 변화한 그의 힘은 다른 마족들조차도 한 수 접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단단하다는 뜻인데 그런 걸 무시하고 단숨에 죽였다는 말인 즉.

그가 마음먹는 순간 이곳에 있는 마족들 전원을 몰살하는 데 그리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할 말이 있나?”

“이…… 이이! 아스타로트!!! 어찌하여 인간을 불러왔단 말인가!!”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깡마른 마족 사내가 부르짖었다.

물론, 아스타로트는 현재 병환인 터라 이곳에 있을 리 없다. 나를 불러온 건 유시르.

권능이 없이도 강대한 힘을 지닌 몽마였으니 말이다.

부들부들 떠는 그들을 바라보던 내가 느긋하게 손뼉을 쳤다.

“자자. 진정들 하고. 확실히 정하자고.”

“반기를 들 놈들은 언제든 덤벼도 좋다. 다만 한 가지만 확실히 짚고 가지. 내 뜻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놈들은 거수해.”

조용한 부름에 모두가 손을 들어 보였다.

애초에 적대 대상이다.

전쟁을 했던 대상이며, 마족들을 모조리 다시 이 마계로 처박아버린 장본인이 바로 나이기도 했다.

마족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그 해답 자체는 너무 훤한 일이었다.

짝!! 짝!! 짝!!

과장스레 손뼉을 치며 킥킥 웃어넘긴 내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계는 너무 고였어, 그래서 새로운 바람이라도 불어넣을 겸 권능을 분해시켰는데 그게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반기를 든 놈들은 싸그리 처리하고 물갈이하는 수밖에.”

쿠웅!!!!

내 말에 의지가 담기듯 전신의 마나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마기와 뒤섞인 원소 마나가 주변을 짓누르기 시작하자 무형의 힘이 닥치는 대로 사방의 모든 것을 짓누르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혼의 격이 올라가면서 그 영향력이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사실상 금기의 업이지만 전체적으로 내 영혼의 한계치이던 상위의 혼을 넘어 초월자(반신)의 위계에 발을 들이민 이상 마나부터 육체능력까지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간단한 5서클 마법을 쓴다고 해도 같은 마나량에 압도적인 효율을 끌어내고 더욱 방대한 방식의 응용도 가능해지는 것과 같았다.

간단히 말해서 마나에 대한 내 영향력이 더욱 커진 셈이었다.

그것이 내 몸 안의 마나이든, 세상을 떠도는 마나이건 간에.

말을 듣지 않으니 모두 죽이겠다. 그러한, 내 말에 눈치 빠른 마족들이 잽싸게 손을 내렸다.

“…….”

손을 끝까지 내리지 않은 이는 단 둘.

나머지는 순식간에 내 시선을 피하듯 눈을 피해버렸다.

힘 차이는 확실히 느꼈을 것이고 권능 집어먹고 제 잘난 맛에 날뛰던 망나니들이라 해도 덤벼서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를 채는 놈들이었다.

“너희 둘은 상대 역량을 파악 못 하는 멍청이는 아닐 텐데.”

아쉽다는 듯 내가 금발의 꼬마 소년을 향해 물었다.

겉보기엔 마족 소년이지만 그의 정체는 발록.

그것도 놈의 몸 안에서 느껴지는 기의 양만 따지면 투신급 이상의 발록이다.

내 물음에 금발의 소년, 사우른이 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인간이기에 따를 수 없다. 설사 이 목숨이 다할지라도.”

“그렇게 충성스러운 놈이 왜 페르세르크를 그 지경으로 몰았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네.”

“그건…….”

“됐고.”

퍼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형의 기운이 그를 후려쳐 날려버렸다.

반응도 못 할 속도로 벽에 처박혀버린 사우른을 본 내가 고개를 돌리자 유일하게 사우른과 함께 손을 들고 있던 깡마른 체격의 마족 사내가 나와 시선을 마주한다.

“…….”

“…….”

잠시간의 침묵이 일었다.

그리고,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그는 잽싸게 손을 내려버린 것으로도 모자라 뒷짐을 지듯 자신의 손을 숨겨버렸다.

마족이라고 인간과 다를 것 같은가.

좀 더 외골수적일 뿐 기본적인 것들은 똑같은 것이 바로 그들이다.

“거, 사회생활 잘 하겠다?”

“…….”

나는 사우른이 날아간 방향으로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콰르르르릉…….

달그락…….

벽면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금발의 소년이 천천히 벽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누가 어떻게 공격하는 건지도 모른 채 허용한 공격이다.

그의 이마에는 충격으로 인해 살이 찢어지기라도 했는지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붉은 피라…… 제법 희귀한 종인데.”

“정말 터무니없는 괴물이군.”

“보통 이상의 마왕이 징벌의 힘을 담아서 친걸 버티는 쪽이 이상하지 않나?”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 있는 다른 권능을 가진 마족들에 비해 눈앞의 이 꼬맹이만큼은 남겨놓고 싶은 게 본심이었다.

적어도 이런 놈은 어쭙잖은 수는 잘 쓰지 않는 성정일 테니 말이다.

“커헉! 쿨럭!”

이윽고 충격파에 제대로 적중했는지 사우른이 붉은 피를 울컥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사우른이 저렇게 무력하게…….”

실상 그를 공격한 것은 마왕의 위계가 담긴 마기였다.

그들에게 가장 치명적이면서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힘이다.

본래의 힘으로는 그보다 한참 상위의 힘으로 후려쳐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가 마족인 이상 그들을 다루는 데엔 마기가 최적의 공격수단인 것도 사실이었다.

사우른은 강한 존재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의 강함과는 별개로 나 또한 거쳐온 길이 순탄하진 않았기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초보자 사냥터에 만렙 유저가 떨어진 꼴이니 오죽하겠느냐마는.

그럼에도 내가 완전히 경계를 풀지 않는 건 한가지 절대 진리 때문이었다.

방심하다 훅 간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부처님 가라사대.

여자와 아이와 노인, 그리고 뒤치기를 조심하라.

연륜이 존재하는 강자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목숨을 거둬가지 않아.”

“자랑스러운 마족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으로서, 동족을 학살하고 마왕님의 힘을 찬탈해간 인간에겐 그 어떤 경우에서도 따를 수 없소.”

소년 주제에 중후한 느낌의 대답을 내뱉는 그였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의사를 존중하지. 기간은 하루,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쳐봐라.”

“배려에 감사하지.”

너무 적게 준다고 불평하진 않았다.

그는 죽음을 각오한 듯 내게서 등을 돌렸고 이내 스르륵 흩어지듯 회의장에서 사라졌다.

“나머지 사태파악 잘하는 놈들은 이야기 끝났으면 돌아가.”

“…….”

“너희가 있는 이 땅이 살기 힘든 곳이라고 했나?”

내 말에 아무도 반론하지 못했다.

“내가 그 편견을 없애주지.”

“…….”

“아 물론 마신의 성지에 좀 들렸다가.”

반신으로써의 내 힘도 조율해야 하고, 가장 큰 문제로 페르세르크의 힘을 억누를 수 있게 그녀를 환골탈태시켜야 했다.

* * *

둥!! 둥!! 둥!!

비장한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외골수 같은 충신이 외치는 최후의 충언이었다.

물론, 충신이라 하여 그것이 모두 왕을 향한 충성심일 순 없는 노릇이다.

투신, 발록의 왕 사우른은 자신의 의지가 존재했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제 목숨을 걸었다.

마신의 성지는 사실 거대한 수해의 중앙이다.

그리고 그곳을 장악하고 있는 사우른의 군대는 많이 잡아도 몇만.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많다고 할 수도 없는 수치였다.

마족의 전군이 수십만이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이다.

아직 검의 형태가 되지 않은 청단이와 홍단이는 사우른의 군대가 내고 있는 거대한 북소리와 뿔피리 소리에 귀가 아픈지 작디작은 손으로 제 귀를 틀어막고 울상을 지어 보였다.

“으웅…… 씨끄러어어…….”

말없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내 모습에 페르세르크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해야지. 그게 저놈에 대한 예의지 않겠냐.”

죽어도 용납 못 하겠다면 그에 따라 맞춰주는 수밖에.

물론.

내 입장에서 사우른의 행동은 멍청하고 답답한 행동일 뿐이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거대한 비룡에 올라탄 사우른이 내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말없이 날아온 그는 조용히 내려와 내게 말했다.

“약속하나 해주시오.”

“내가 약속을 들어줘야 하나?”

“비록 적이라곤 하나 인의를 아는 자라 들었소.”

“…….”

“비록 우리가 여기서 당신과 싸울지라도…… 내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인들과 아이들은 내버려 두시오.”

“적어도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내 말에 그가 조용히 침묵했다.

“저 마족들도 하나같이 집이 있고, 가정이 있는데. 네 욕심으로 인해 부나방처럼 덤벼들고 전부 개죽음이 되는거다.”

내 말에 사우른은 침묵했다.

“그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오.”

“적어도 넌 네 목숨 하나로 퉁치려는 노력이라도 했어야지.”

“우리 자랑스러운 발록 군단의 자존심을 그리 꺾으려 들지 마시오. 비록 부러질 순 있으나 갈대처럼 휘어질 수 없는 것이 우리요.”

대나무 같은 놈들.

그의 말에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대로 해. 대화는 이걸로 끝이다.”

내 말에 사우른은 조용히 비룡에 올라탔다.

이미 다른 마족과 군단은 마신의 성지를 포위하던 병력을 대거 물린 후였다.

반경 일정 거리 안으로 한 놈이라도 접근할 시 단 한 놈도 남김없이 말살하겠다는 거짓 섞인 으름장이 제법 큰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후 고요한 침묵만이 남은 상황.

씁쓸함을 견딜 수 없었는지 페르세르크는 한숨을 포옥 내쉬고는 내게서 날아올라 천천히 물러났다.

둥!!! 둥!!

뿌우우우우우우!!!

그리고 내가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그에 맞춰 북소리와 뿔피리 소리가 더욱 진득하게 울러 펴졌다.

“홍단아.”

내 부름에 아장아장 걸어오던 홍단이가 빛으로 화하며 검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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