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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78화 (677/1,559)

제 678화

“청단이는 잠시 기다려줄래?”

내 말에 청단이 또한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빛으로 변해 검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홍단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느긋하게 마신의 성지로 걸어 들어가는 나와 다르게 맞은편에서 나를 기다리는 대규모 병단의 표정에 장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같이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얼굴들이다.

전쟁에서 가장 미련한 짓.

그렇기에 나는 사우른의 고집을 좋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받아들였다.

휘리릭 짜아아아악!!!

이윽고 선두에 서 있던 사우른이 손에 쥔 화염 채찍을 강하게 후려쳤다.

쿠우웅!!!!

동시에 어마어마한 힘이 터져 나오며 그의 육신이 변하기 시작했다.

금발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신장이 5미터에 체격도 굉장한 거대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언뜻 보면 신화에서나 볼법한 괴물의 형상이었다.

단점이라면 금속처럼 단단한 뼈만 남았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하듯 몸 내부에서 어마어마한 생명력을 품은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족들 사이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힘.

검은 골격과 황금빛 안광. 그리고 거대한 뿔까지.

나를 바라보는 투왕 사우른의 얼굴에 비장함이 어렸고.

내가 홍단이를 내려 세운 채 어느 정도 지근 거리까지 닿았을 때.

사우른의 몸이 움직였다.

“종족을 짓밟고, 국왕위를 찬탈한 인간이다. 나, 투왕 사우른은 절대 인간을 왕으로 모시지 않으리라!!”

그의 거대한 포효와 함께.

그가 휘두른 화염의 채찍이 허공을 때리고 불태우기 시작했다.

“전군…… 돌격하라.”

이윽고, 그의 비장한 목소리에 그에게 동조된 마족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행렬의 진군과 동시에.

홍단이를 들지 않은 내 손에 특유의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혼의 격이 상승하며 다룰 수 있게 된. 상위 마나.

아니, 정확히는 마나의 진화체.

[파워 워드 킬]

[죽음을 선포한다.]

마법과는 조금 다른 계통의 마법.

죽음의 단어.

내 목소리에 의지가 담기며 마나가 뒤섞인다.

그리고.

그 한마디는 곧 현실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승산이 없던 저들이지만.

이제는 애도를 표할 뿐.

곧이어 죽음을 선사하는 검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발록 사우른은 거대한 체격을 가누지도 못한 채 숨을 헐떡거리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의 주변엔 마족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이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모두,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죽은 것이다

그들은 싸움에 미친 발록을 모시는 마족답게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저항했고.

나는 단호하게 그들을 처단했다.

“인간에겐 흥복이군…….”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지 그가 조용히 뇌까렸다.

“당신은 마왕이기 이전에 강하다. 발록의 의식을 치른 마족들은 무를 숭상한다.”

“만족스럽나?”

“…… 마계를 어떻게 할 작정인가.”

“너희들은 이 땅이 살기 척박하고 어려운 곳이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

“내가 본 이 땅은 사실 인간보다는 마족이 살기 최적화된 장소거든.”

내 말에 그가 꺼져가는 안광을 번뜩였다.

“한해에 굶어 죽는 마족이 셀 수 없다. 물자가 부족하여 저들끼리 싸우고 있다.”

“그건 싸움을 좋아하는 너희 입장에선 좋은 일 아닌가?”

“소중한 존재가 죽는 것을 원치 않는 건 어느 종족이든 똑같을 것이다.”

그의 말에 나는 무릎을 꿇고 서서히 죽어가는 그를 지나쳤다.

“그럼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어야지.”

“그것이 티오니스의 침공이었다. 뱀파이어의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우리에겐 시간도 물자도 부족했다.”

“적어도 넌 전쟁에 나서진 않았지.”

“…….”

“영혼으로나마 보라고 하진 않으마. 푹 쉬는 걸 추천하지.”

내 말에 그는 조용히 침묵했다.

물론,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의 전신에서 마치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듯 거대한 힘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힘을 허락한 권능에게 모든 것을 대가로 바쳐 힘을 불러낸다.

이윽고 그의 형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5미터에 달하는 크기는 곧이어 수십 미터의 거대한 체격으로 변했고. 그 힘도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최후의 최후까지 저항하겠다. 나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투신은 싸우는 자.

그는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오라, 강자여.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라도 널 저지하겠다.”

거대한 의지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마음에 들면 그렇게 하자고.”

* * *

그그그그극!!! 쿠우웅!!!

발록 사우른의 힘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괜히 권능을 얻은 마족들이 그의 눈치를 살피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그의 힘은 압도적으로 증폭되었고, 그 존재감은 천지를 진동시켰다.

그가 휘두른 거대한 화염 채찍이 나를 포함해 지면을 내리친다.

단번에 수십 미터의 지면이 무너져 내리며 모든 것을 진동시켰고. 불태우며, 파괴시켰다.

압도적인 힘의 변화를 보여주며 그는 쉴 새 없이 나를 몰아붙였다.

그런 그의 공격을 담담하게 받아 쳐내며 나는 계속해서 그에게서 밀려 나갔다.

-그으으으으으으으!!!

거대한 포효와 함께 홍단이를 튕겨낸 그의 사슬이 홍단이의 검신을 휘리릭 묶었다.

비 물리법칙으로 이루어진 화염 채찍이기에 홍단이의 권능으로 대번에 베이지는 않았다.

쩌엉!!!!!

그리고. 홍단이가 채찍을 대번에 베어내지 못한 점을 이용한 그는 그대로 채찍을 회수하듯 나를 잡아당겼고.

그대로 내 복부에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주먹을 꽂아 넣었다.

마치 거인이 개미를 짓밟듯.

그의 주먹이 나를 후려쳐 날렸고 나는 몸을 뒤로 튕기듯 밀려 나가며 그대로 근처의 바위산을 부수고 튕겨 나갔다.

“넌 강하다!!! 그렇기에 내 최후의 모든 것까지 쏟아부으리라!!”

거대한 외침을 내뱉으며 그는 내가 뿌려놓은 죽음의 영역을 무식하게 돌진해 들어왔다.

콰앙!!! 쾅!!!

수차례 충돌이 일어난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체격답지 않게 놈은 민첩하게 움직이며 모든 것을 부서뜨렸고. 그 여파로 근처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일그러뜨렸다.

그의 공격을 마치 지켜보듯 밀려 나가던 나는 곧 맹렬한 공격을 퍼붓던 그의 육신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쩌저저적!!!

동시에.

거대한 화염이 내 뒤에서 일렁이며 놈의 거대한 주먹이 나를 측면에서 강타했다.

반응하지 못한 것처럼 튕겨 나간 나는 그대로 허공으로 퉁겨져 올라간다.

이에 그는 마무리를 지으려는 것처럼 나를 빠르게 옭아맸고 내 육신을 불태울 것처럼 거대한 화염의 폭풍을 일으켰다.

채찍이 하나의 토네이도 줄기가 되어 나를 완전히 집어삼켰고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마구잡이로 채찍을 휘둘러 그 끝에 묶인 나를 지면과 바위, 닥치는 대로 휘둘러 처박았다.

부수고 또 부순다.

거대한 파괴의 화신이 이러할까.

물론 계속해서 당하진 않았다.

거대한 토네이도 줄기에 휘둘리면서도 나는 형체가 없는 그 채찍의 밖으로 팔을 빼낸 응축된 광탄을 그에게 가볍게 던졌다.

콰아앙!!! 쾅!!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그의 뿔 하나가 부서지고 갈비뼈 일부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초대 리치 닉스조차 기겁하며 피하던 공격이었지만 사우른은 투신답게 상남자 같은 면모를 모이며 돌진을 속행했다.

“이걸로 끝이다!!”

이윽고 수차례 채찍 끝에 나를 묶어 휘둘렀던 그가 나를 공중으로 집어 던지며 아직 멀쩡한 오른팔을 꿈틀거렸다.

동시에 공포의 권능이 서린 그의 주먹에 검은 마기가 넘실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나를 그대로 덮치듯 잠식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 전투에 멀찍이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마족들은 혹시 사우른이 나를 이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듯 보였다.

하지만.

사우른의 표정은 점차 죽어가고 있었다.

* * *

푸쉬이이이익…… 푸쉬이이익…….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그가 비틀거렸다.

생명력이 서서히 고갈되어가는지 그의 상태는 어떻게 봐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조용히 눈을 감는 것으로 그것을 서서히 회복시켰다.

“이 정도라면…….”

“너 노력 많이 했구나.”

내 중얼거림에 그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리고 완전히 무너져 내린 지면 속에서 묵묵히 걸어 나오는 나를 보며 안광을 번뜩였다.

“역시…… 이 정도론 어림도 없다는 거겠지.”

“아냐. 넌 충분히 잘해줬어. 제법이더라.”

비꼬는 말이 아니었다.

발록으로써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권능을 흡수한 주제에 이토록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것에 경의를 표할 지경이었다.

스릉…….

그토록 노력해준 그이기에.

적일지라도 예우를 갖추어야 할 터.

청단이와 홍단이를 합쳐 초단이로 만들어낸 나는 조용히 그를 향해 걸어가며 초단이의 검신을 내리 세웠다.

동시에 초단이의 영령이 소환되며 내 몸에 스며들었고 백색의 수십 미터에 달하는 가느다란 날개가 내 등 뒤에 희끄무리하게 드러났다.

“설마 그게 끝이라곤 하지 않겠지.”

“아니!! 아직 남았다!!”

나를 향해 거대한 투지를 불태우는 그를 보며 나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래. 그래야 이쪽도 보여줄 맛이 나지.”

자랑스럽게 여겨라. 반신의 위계를 가진 적을 상대로 이만큼 버틴 건 너도 영웅의 길에 오를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니까.

물론, 그 과정과 영웅이 되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동시에 내 등 뒤의 흰 날개가 순식간에 수 가닥으로 갈라지며 흐느적거리듯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후 나는 검을 튕기듯 잡고는 놈을 향해 한 발 내디뎠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동시에 놈 또한 화염 채찍은 버린 듯 몸을 웅크렸고, 하나 남은 뿔로 들이받을 것처럼 거대한 포효를 흘리며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괴물의 돌진.

부하는 모두 죽고, 홀로 남은 군주의 마지막 회광반조.

나는 그런 그의 의지에 보답하듯 날개를 펄럭이며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초단이를 쥔 오른손을 뒤로 당기고, 왼손으로 초단이의 검 끝을 지탱했다.

“가기 전에 한번 보고 가라고.”

검신 하레스가.

페르세르크를 베어 넘겼을 때 이뤄낸 중검의 오의가 손에서 펼쳐진다.

그렇게 말한 내가 붉은 눈들 번뜩였다.

[중검]

[마스터피스]

[노네임드 킹]

이름 없는 왕.

뇌격과 화염이 머물러진 초단이의 일검이.

창공과 지면을 모조리 베어 넘기며 일대 수십 킬로를 반으로 가른다.

* * *

발록의 왕, 투신 사우른은 결국 패배했다.

아무리 힘을 모조리 끌어냈다고 해도 결국은 힘차기가 너무 명백했다.

파스스스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육신이 소멸하고 남은 것은 그의 머리 하나뿐이었다.

머리만 남았음에도 그는 죽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물론, 죽지 않았을 뿐 더 이상 버티는 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정말 대단하네.”

내 중얼거림에 그의 꺼져 가는 안광이 나를 바라본다.

“방금 그 검은…… 네놈의 일부인가?”

“검신의 히든카드. 축하해. 적어도 넌 마왕 페르세르크 정도로 강해졌었으니까.”

아마 내가 아닌 다른 마왕이었다면 그는 마왕의 위계를 찬탈하는 데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3천 년 전…….”

그가 조용히 침묵했다.

“그때 내가 존재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는가.”

“불가.”

담담한 내 한마디에 그는 허탈한 듯 헛웃음을 흘렸다.

“불공평한 세상이로군.”

그리고는 이내 안광을 완전히 꺼뜨리며 죽음을 맞이했다.

이미 마계에는 나의 존재가 무슨 짓을 했는지 퍼질 대로 퍼졌다. 게다가 몇몇은 사우른과 나의 싸움을 지켜보았을 테니. 어쭙잖은 짓은 하지 않으리라.

더 이상의 복잡한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나는 말 없이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는 페르세르크에게 다가갔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데이비…… 왜 굳이 죽지 않아도 되는 생명이 죽어야 하는 게야…….”

그녀는 나를 탓하기보다는 이 현실을 씁쓸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이기는 게 상책이라곤 한다만, 굳이 피를 흘려서라도 자신의 신념을 밀고 가는 멍청한 놈도 간혹 존재해.”

집단 이기주의.

거기서 흘러나오는 희생정신과 신념은 정말 무서운 법이다.

내 말에 그녀는 결국 내게 안긴 채로 내 품에 얼굴을 묻고 작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때 마왕으로서. 비록 원치 않았다곤 하나 그녀가 보살폈던 마족들의 후손이다.

그것을 눈으로 직접 봐야 하는 그녀의 마음은 절대 편치 않았으리라.

* * *

유일한 저항세력이었던 사우른의 세력이 괴멸된 이후 나는 그의 부탁대로 남은 이들을 둔 채 마신의 성지로 진입했다.

물론, 이곳에 들어오는 열쇠는 아스타로트가 쥐고 있으나 유시르가 나와 조력하고 있는 이상 열쇠의 존재 여부는 의미 없었다.

마신의 성지는 수해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마신이라는 건 애초에 마족이 따르는 가상의 신이면서도 실존하는 신이기도 하다.

주신 프리아 여신.

인간은 그녀를 자애의 여신으로 알고 있지만 그 점은 마족 또한 마찬가지였다.

같은 존재를 모시는 주제에 서로 이단이라며 배척하고 밀어내는 꼴이 퍽 우습기 그지없다.

“이제 만족하나?”

내 물음에 나를 따라왔던 몽마, 유시르가 침묵했다.

“여기서 더 바라는 건 억지에 가깝겠죠. 사우른은 위대한 군주였지만 그 한 명의 목숨으로 나머지 마족들을 분란에서 구해냈다면 상관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문득 그녀를 직시했다.

“이봐. 그런데 말이야.”

“…….”

“네가 티오니스를 찾아보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있나?”

그녀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티오니스를 찾아보고 있다고 하였다.

과연 그게 누구인지, 내 예상이 맞다면 참 웃긴 상황일 텐데.

그런 내 물음에 그녀는 조용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신이 신경 쓸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

“다만…… 이 펜던트의 반쪽을 가진 이를 찾고 있어요.”

그녀가 내민 것은 투박한 펜던트였다.

성스러워 보이는 문양이 음각된 펜던트.

내가 아는 이들 중엔 저런 걸 가진 이는 없었다.

내 예상이 틀렸나?

유시르의 움직임이 이아니와 굉장히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런 움직임을 누군가에게 마구잡이로 전수해주진 않았을 것이고.

본래엔 부서진 조각에 불과했지만, 그 끝을 녹여서 제 가공했는지 가죽끈으로 고정되어있었다.

애초에 그게 무슨 상관이겠느냐마는.

“그래.”

짧게 일축하며 내가 물었다.

“그럼 이제 어쩔 건데?”

“아스타로트와의 계약을 완수했으니 그에게 대가를 받고 티오니스로 넘어갈 겁니다.”

“내가 지하산맥과 마계를 나누는 결계를 박살 낸 거로 아는데.”

“몰랐나요?”

내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결계는 사라졌지만, 모종의 힘이 남아서 마족의 진입을 방해하고 있어요. 정확히는 지하산맥 밖으로 나갈 수 없게 계속해서 헤매게 만들고 있죠.

레바테인으로 결계를 베어버렸지만, 아직 마족에겐 선대부터 내려온 저주의 여파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반대로 이오나 나 같은 경우는 저주의 여파가 없기 때문인지 큰 문제 없이 일차적인 결계만을 돌파하는 조건으로도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알아서 할 일이지.”

“…….”

조용히 물러나는 유시르를 바라보던 나는 그녀에게 관심을 끄고 프리아 여신이 계시를 내린 장소이자, 페르세르크를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마신의 성지로 들어섰다.

이곳에는 몽환 세계의 데이비가 없으니까. 장소 가리지 않고 그녀를 환골탈태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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