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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86화 (685/1,559)

제 686화

“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윈리가 볼썽사납게 바닥을 뒹군다.

하지만 녀석은 오기라도 붙었는지 아주 작정하고 붉은 화 속성의 골렘을 향해 스태프를 뻗었다.

“그라운드 웨이브!!”

격한 외침과 함께 대지가 요동치며 뒤틀리고 마치 거대한 턱이 벌어지듯 일그러졌다.

그리고 거침없이 골렘의 균형을 무너뜨리기가 무섭게 스태프의 끝에 마나를 극도로 응축시킨 해머를 만들어내고는 그대로 후려쳐 골렘의 머리통을 부숴버렸다.

이미 수차례 싸움이 이어졌다.

나는 윈리에게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같은 마법을 3번 이상 사용하지 말 것.

윈리는 비명을 지르며 안된다고 소리 질렀지만 나는 요지부동으로 밀어붙였다.

대신 스태프에 마나를 덮어씌우는 인챈트 계열만큼은 유일하게 허락해주었다.

그 덕에 윈리는 마법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최대한으로 인챈트 마법을 위주로 발현하고 있다.

“왜 인챈트만 남겨놓은 거예요?”

“인챈트 마법은 기본을 다루되 급박해질수록 실수가 많이 나오거든.”

콰앙!!!

“꺄아아악!!!”

거대한 골렘의 주먹에 직격당한 윈리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윈리의 몸엔 큰 상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흉신 굼다의 소재로 만든 천 갑옷을 껴입고 있으니 저런 잡몹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갈 턱이 없다.

겉보기엔 천오시지만 그건 엄연히 아틀란티스, 즉 흉신의 소재로 만들어낸 보물이다.

충격 상쇄는 물론, 어지간한 데미지는 자체 회복시키니 그야말로 최고의 방어구이기도 했다.

현재 윈리가 입고 있는 천 갑옷은 페르세르크의 것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일리나가 입고 있으니 지금으로선 빌릴 수 있는 것이 저것이 전부였다.

“쫄지말고 다시 가자!”

숨을 헐떡거리며 울상을 짓는 윈리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며 내가 소리쳤다.

“두 마리 데려와!”

“두…… 두 마리요?!”

“그래!”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 성장한다더라.

“데이비. 윈리에겐 강도 높게 안 할 거라며.”

“음? 낮게 하고 있잖아.”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질문을 던지자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뭐? 그게 낮게 하는 거라고?”

“적어도 100마리에게 쫓기는 것보단 낫지.”

상대적인 난이도라는 것이 있다.

평소에 어려운 곳에 익숙해진 이는 그보다 덜 어려운 곳을 두고 쉽게 느끼는 이치.

그것과 비슷했다.

“아아아아!! 아 몰라! 덤벼!!”

결국, 오기가 발생했는지 윈리가 스태프를 마치 거대한 창처럼 마나 블레이드를 인챈트하고 덤벼들었다.

마법사이면서도 마나를 이용해 육신을 더욱 가볍게 인챈트하고 직접적인 타격을 통해 공격한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호오…….”

“음?”

계속해서 몹을 몰아오던 수소는 모르는 듯했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페르세르크는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구나. 윈리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극한 상황에서 마나 컨트롤 실력을 계속해서 끌어올리고 있어.”

“그래. 저거면 돼.”

나는 윈리의 몸에 가볍게 특수 조건 마법을 걸어준 뒤 주변의 나뭇가지를 꺾었다.

소 잡는데 용 잡는 칼 쓸 수야 있나.

나는 휙휙! 소리를 내며 휘둘러지는 나뭇가지를 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오랜만이네.”

변변찮은 무기 하나 없을 때 그때 한번 사용한 경험이 존재한다.

이미 사방에서 포위하듯 천랑 길드원의 다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소와 산소를 방해하지 못하게 여건을 만드는 건 내가 할 몫이었다.

“데이비.”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나뭇가지를 휙휙 소리 나게 휘둘러 보던 내게 페르세르크가 조심스레 다가와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대. 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 게야?”

“당연한 걸 묻네.”

“그래. 그거면 본녀는 만족해.”

“뭐야. 싱겁게.”

“그대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좀 질 필요가 있어서 말인 게지.”

그렇게 말한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나는 나뭇가지에 오러를 수십차례 중첩시킨 뒤 가볍게 휘둘렀다.

쩌억! 소리와 함께 공간이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드는 소리가 일었다.

“역시 무기가 없어도 싸울 줄 알아야 소드 마스터지.”

나는 가볍게 주변의 바닥과 나무를 박차 허공까지 퉁겨져 올라갔다.

그리고. 한쪽에서 몰려오고 있는 대규모 병력들을 볼 수 있었다.

기습이라도 가하려 했는지 은밀하게 이동하는 그 모습이지만 이미 다 들킨 후였다.

투쾅!!!

나는 그대로 나무를 박차듯 튀어 올랐고. 그대로 한발의 탄환이 되어 은밀하게 움직이는 NPC와 천랑 길드의 길드원들을 향해 강하했다.

콰작!!!

섬뜩한 소리와 함께 유저 하나가 대번에 절명했다.

“미친 뭐야?!”

“폭격?!”

기겁하는 이들 사이로 낙하한 내가 스산하게 웃어 보였다.

“어이구 다들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내 미소에 벙찐 얼굴로 나를 보던 천랑 길드원 하나가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떴다.

이제야 나를 알아본 것이다.

필드를 지키던 유저는 나를 제대로 보지 않았는지 알아보진 못했다만.

“미…… 미친!? 티오니스 성자!!”

기겁하는 그의 외침에 나는 일격에 갈라버린 유저의 파편을 털어낸 뒤 달려드는 유저의 창끝을 한 발 내딛는 것으로 피해버렸다.

자신의 공격이 빗겨나갔음을 깨달은 NPC가 다시 재차 급히 공격 경로를 수정하여 공격해 들어온다.

무표정에 감정이 거의 없는 공격방식이었다.

터엉!!!

NPC의 창이 대번에 내 뒤통수를 노리고 파고들지만, 녀석의 창은 내게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부딪힌 무언가에 막혀버렸다.

“방금 무슨…….”

“마나 실드를 생활화합시다. 이것들아.”

“티…… 티오니스 성자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경악한 천랑 길드원들이 내게서 거리를 벌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제야 NPC도 함부로 덤비지 않는지 하나둘 물러났다.

“왜 여기 있냐니. 니들하고 충돌한 유저가 누구인지 이야기도 못 들었나?”

내 물음에 제법 입지가 높아 보이는 길드원 하나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설마!!”

“그래! 그 설마다!”

“안돼!!!”

“돼. 이것들아!”

촤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는 유저들을 일거에 양단해버린 나는 굳어버린 얼굴로 살아남은 유저들을 스윽 훑었다.

전의는 대번에 상실했다.

저들도 보았던 것이다.

과거 최상위 세계급 길드였던 흑풍이 대체 무슨 수를 써서 개 박살이 났는지를.

자칫하면 제2의 흑풍 길드 꼴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천랑 길드의 선임 길드원들은 재빠르게 항복을 하는 게 맞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아하하…… 그런 거라면 진작에 말씀하시지.”

“맞아요. 티오니스 성자라면 금방 자리를 내어드렸을 텐데.”

“그래?”

“그럼요! 그뿐일까요. 최고의 드랍률과 경험치, 리젠률을 자랑하는 꿀 자리도 알려드릴 수 있는 걸요.”

어떻게든 호의를 사서 지금 상황을 해결해보려고 아는 그들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딴 것엔 관심이 없었다.

“별로 관심은 안 가는데.”

“아이고 그렇다면야 굳이 권해드릴 순 없죠. 하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비비적대는 그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비굴 그 자체였다.

그럴 수밖에. 자칫 충돌이 나서 흑풍 길드 꼴이 났다간 성이고 나발이고 단번에 무너질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다…… 다들 철수 준비해! 됐어! 당분간 이 사냥터 통제는 멈춘다!”

“혹시 다른 곳도 통제하나?”

“아…… 그…… 그게…….”

“그런 모양이네.”

“…….”

“그거 푸는 게 좋을걸?”

그냥 지나가듯 말을 던진 나는 나뭇가지를 가볍게 휘둘렀다.

촤악! 콰직!!!

동시에 한 길드원의 등 뒤에 있던 나무에 거대한 흔적이 남았다.

도저히 바람불면 가볍게 휘어버리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내었다고 보기엔 믿을 수 없는 상처였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우리 서로 좀 돕고 살아보지.”

“어이쿠! 여부가 있겠습니까! 말씀만 하세요. 말씀만!”

내가 유저이든 NPC이든 상관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애초에 상위 NPC들은 대부분 자유의사가 강하기에 어느 정도 대우를 받는 편이기도 하다.

“여기 몹들이 생각보다 많이 퍼져 있던데.”

“다 잡을까요?”

손을 싹싹 비비며 다가와 묻자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 순서대로 몰아와.”

윈리 속성교육을 해야 할 거 같으니.

* * *

윈리는 자신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데이비는 성공할 때까지 휴식은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이가 다칠 염려는 전혀 없으니 또 걱정말라 말했다.

처음엔 수소라는 특이한 이름의 소년이 데려와 주는 몬스터와 싸웠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처음 보는 인간들이 몬스터를 몰아와 줄을 서 있는 기묘한 사태가 벌어졌다.

마나가 고갈될 때쯤엔 정신이 몽롱해지는 마나를 채우는 향과 그 외에 여러 도움이 되는 향들을 피워 올린다.

기가 막힌 건 향을 맡다 보니 어느덧 마나의 양이 엄청나게 차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에겐 현재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순간 반응으로 인한 육체의 활성화.

그리고 계속되는 마나의 고갈과 회복을 통한 마나 혈도의 강화.

마지막으로.

다급한 상황에서의 마법 발현을 위해 반응하는 마법 발현 계산.

게다가 마법의 사용에 다양성까지 강제한 결과 윈리는 저도 모르게 마법의 사용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이 방식은 기존의 티오니스 마탑에서도 아직 개척하지 않은 영역으로. 생략 영창이 아닌 고속영창의 성장 방식이었다.

생략 영창을 통한 마법력 손실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시전 속도를 점차 빠르게 만든다.

말만 들으면 거의 최종급 마법 시전 방식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한가지 준비가 더 필요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수백 미터 상당의 거대한 마법진.

마법 시전 속도 보정을 해주고 있는 마법진이 그 대가였다.

물론, 이 마법진이라는 게 티오니스의 마법사들은 아직 구현할 실력이 안 된다는 게 또 한몫했지만 말이다.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윈리가 마지막 한 마리의 비늘 도마뱀을 향해 파고든다.

“파이어볼!!”

그리고는 손가락 두 개에 파이어볼을 순간 캐스팅하며 하나를 입에, 하나를 눈에 처박아 넣은 뒤 스태프의 끝에 마나를 인챈트해 찌르듯 파고들었다.

그녀는 벌써 뱃속에 율리스의 아이를 배고 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윈리가 받은 공격 대부분을 실질적으로 내가 흡수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윈리가 만삭의 임신 상태였다 할지라도 몬스터의 육탄공격을 받아도 멀쩡할 수 있는 사실 숨겨진 마지막 이유였다.

처음에 비해 순식간에 성장한 윈리는 자신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하지만 곁에서 보는 페르세르크는 기가 막힌 듯 보였다.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게야?”

아니, 정확히는 하루도 아닌 반나절.

그 반나절 만에 그 변화의 토대를 깨달아버릴 만큼 윈리가 천재였던가.

그건 아니었다.

“방법이 있지.”

도핑은 하라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숨을 헐떡이는 윈리를 끌어 안아준 뒤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다. 이제 쉬어도 좋아.”

내 말에. 윈리의 눈이 절로 감기더니 그대로 기절하듯 넘어가 버렸다.

“자. 환골탈태는 내일 하자고.”

내가 괜히 이틀 걸린다고 한 게 아니라 이 말이야.“

내 말에 수소가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형님, 그…… 소중한 동생 아니었습니까?”

“소중하니까 엄하게 가르칠 때도 있어야 하는 거다.”

물론, 윈리가 완전한 환골탈태를 하는 건 그녀 본인의 역량이기에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지만 말이다.

소프트웨어가 애매하면.

강제로 마나와 친해질 수 있는 하드웨어 체질을 만들어주는 수밖에.

나는 기절하듯 잠든 윈리를 안아 들고 미리 준비해둔 캠프장에 도달했다.

그리고는 미리 그려둔 마법진에 올린 뒤 손가락을 풀었다.

“자. 그럼 어디 한번…….”

그렇게 말하며 중얼거리려던 찰나였다.

딸랑!

기묘한 방울 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섬뜩한 기류가 전신에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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